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역량, 심각한 문제 있다!(Revised)

#157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5.08.04

목차
1. 시작말
2. 역량(competency)이란 무엇인가?
3. 세계 주요국들은 왜 역량을 그렇게 강조하는가?
4. 역량중심교육과정은 타당한 접근인가, 위험성은 무엇인가?
5. 핵심역량은 어떤 원칙과 논리적 틀(framework)로 도출되는가?
6.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의 핵심역량은 타당하고 적절한가?
가. 핵심역량과 하위역량이 제대로 도출되었는가?
나. 핵심역량이 제대로 정의되었는가?
다. 누락, 중첩, 범주의 오류 등은 없는가?
7. 각론에 역량을 반영하는 현재의 방식은 왜 문제인가?
8. 역량, 어떻게 평가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9. 맺음말

 

 

1. 시작말

 

2015개정교육과정의 고시가 9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교육과정의 개정은 ‘21세기 핵심역량(competencies for 21st century)’을 반영하는 것이 주요 목표의 하나다. 국가는 이것이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핵심역량의 개념은 예전부터 있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역량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경향은 세계 주요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필자는 21세기 초부터 세계 주요 교육학회를 다니면서 역량에 관한 발표를 집중 참가해 배웠고,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에서는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이찬승 외, 2013)’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역량에 관해 심층 연구보고서를 펴내며 역량 연구에 많을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역량에 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이번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역량을 어떻게 선정하고 반영하고 있는지를 집중 살펴보았다.

 

역량의 반영 관련해서 한국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은 역량의 강조를 넘어 “이제는 지식교육 대신에 역량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것이 전반적 인식인 듯하다. 이는 지식과 역량에 대한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역량중심교육과정’이란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역량중심교육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21세기 들어 역량이 왜 갑자기 누구에 의해서 강조되기 시작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량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2. 역량(competency)이란 무엇인가?

 

역량에 대해 세계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역량에 관한 정의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역량에 관한 영어 표기도 제각각이다. OECD,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에서는 competency(OECD로 포함한 유럽에서는 competence)로, 스코틀랜드에서는 capacity로, 미국의 P21은 skill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흔히 ‘기능(기술)’로 번역되는 skill과 ‘역량’으로 번역되는 competency가 의미상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래 OECD의 역량연구인 DeSeCo 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역량의 정의를 보면 이 둘 간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량(competence)’이란 단순 지식(knowledge)이나 기능(skills)과 다르며 그 이상이다. 이는 기능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태도 등의 심리적 자원까지 동원해서 복잡한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언어 사용능력, 정보통신 활용기술, 소통 대상에 대한 심리적 태도 등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역량인 것이다(Rychen & Salganik, 2003).

 

역량 관련 UNESCO의 한 연구의 정의도 다르지 않다. 역량은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로 나눌 수 없는 ‘총제체적인(holistic)’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Competencies in Curriculum Development. Zhou Nanzhao). 역량은 아래와 같은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 외적 요구와 관련되어 있다.
– 윤리, 가치 등 개인적 속성과 관련되어 있다.
– 맥락과 관련되어 있다.

 

아울러 각 역량은 고유한 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예: 협업/협력 능력(ability to cooperate)에 관한 역량의 내적 구조
– 지식
– 인지적 기능/기술
– 태도
– 감정
– 가치와 윤리
– 동기

 

이 연구는 이상과 같은 분석을 통해 역량을 “복잡한 외적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 혹은 “활동과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이런 정의는 각 개인에 내재된 능력, 성향 등의 내적 구조에 의해 보완된다. 그래서 각 역량은 특정 상황에서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인지적 기능, 실용적 기능, 지식, 동기, 가치, 윤리, 태도, 감정 및 기타 사회적 행동 등이 결합되어 함께 작동한다. 그래서 역량은 인지적 기능, 태도 및 다른 비인지적 요소들을 포괄하는 ‘복잡한 행동(대처) 시스템(complex action system)’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역량이란 복잡한 내적 구조를 갖는 하나의 시스템이다.’란 설명은 역량의 특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식과 사뭇 다르다.

 

이 논문은 학습과 관련된 역량 프레임에서 역량을 아래와 같이 6개의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①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의 삶의 상황에 적용하는 역량
② 직업, 직장, 일상적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역량
③ 고등사고력, 사회적 행동, 협업/협력에 필요한 적성 등을 포함한 역량
④ 주도성을 가지고 불확실한 일에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역량
⑤ 타인과 소통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
⑥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과 헌신을 발휘하는 개인적 역량

 

위 6가지 요소는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할 역량을 도출할 때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역량과 달리 ‘핵심역량(key/core competencies)’이란 무엇일까? Rychen and Tiana의 연구는 핵심역량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양한 맥락과 사회의 분야에서 효과적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

 

‘핵심역량’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출 역량을 말한다는 점에서 ‘역량’과 구분된다(Rychen and Tiana, 2004). ‘역량’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 외에 특정 영역에서, 특정인에게만 필요한 역량도 포함하기 때문에 ‘핵심역량’보다 의미역이 더 넓다.

 

지난 7월 14일 이화여대서 개최된 제1회 교육과정 전문가 포럼 자료집에서는 역량에 관한 OECD의 정의를 기반으로 그 개념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지향하며 “지식이나 기능을 뛰어 넘는 것”으로서 “특정 주어진 상황에서 심리‧사회적인 자원(기능과 태도를 포함)을 이용하거나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OECD, 2005: 5). 총론에서 제시하는 핵심 역량은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일반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역량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하다. 역량을 때로는 “과거에는 교육이 ‘무엇을 알다’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알다’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다’와 ‘어떤 사람이 되다’가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역량의 강조는 교육을 학습자의 삶과 연결시키고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역량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는 교수법, 교과서 구성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 인용문을 보자. 이는 역량이 어떻게 함양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역량은 단원 내용을 공부하는 모든 과정에서 개발된다. 그래서 평가도 프로그램의 단계마다 특정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를 수 있다. 어떤 역량은 특정 교과목을 통해서만 개발할 수 있고 또 어떤 역량은 다양한 학습 영역을 통해 포괄적으로 개발된다. 일반적으로는 역량은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통해 통합적으로 또 순환적으로 개발된다고 할 수 있다(ECTS User’s Guide, 2009).”

 

이상의 인용문은 역량에 따라 어떤 교과를 통해 또 어떤 수업을 통해 개발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세계적으로 역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그 바람은 한국에도 불어왔다. 너도나도 “맞아. 이젠 낡은 지식교육 대신 역량 중심 교육을 해야 해.” 와 같은 취지의 말을 쏟아낼 정도다. 세계 주요국들은 역량을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살펴보자.

 

 

3. 세계 주요국들은 왜 역량을 그렇게 강조하는가?

 

21세기 들어 역량이 강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나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세계화와 함께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인터넷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국가 간의 경계를 없애고 무한 경쟁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리고 기후문제, 환경문제,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 저성장 시대의 도래 등 매우 도전적인 과제들이 인류, 국가, 개인이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런 도전적인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역량 교육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지향점에서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함양을 기반으로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구한다.”처럼 역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역량을 강조하고 역량 연구에 앞장을 섰던 OECD와 미국이 관련 연구에서 역량이 왜 중요하다고 하는지를 소개하겠다.

 

▶ OECD
역량은 오늘날 왜 그렇게 중요한가?

 

세계화와 현대화는 점점 더 다양하고 상호 연결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세상을 이해하고 이런 세상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은 변화하는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고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지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들도 직면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 성장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것인가? 경제 성장은 하면서도 사회적 공정성,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은 전통적인 지식과 기능(skills)만으로 날로 복잡해져 가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ttp://www.oecd.org/pisa/35070367.pdf)

 

▶ 미국
역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역량 연구기관의 비전과 미션에 잘 나타나 있다.

 

• 모든 학습자들은 내일의 리더로, 직장인으로, 시민으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 ‘21세기 학습(21st century learning)’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  21세기 학습을 위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여 모든 학생들이 일터에서, 삶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때 맞이하게 될 도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는 또 경제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일으키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http://www.p21.org/about-us/our-mission)

 

사실 21세기 초 역량을 교육에 도입하자는 운동이 일 때 비판적 시각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역량을 도입하는 이유도 빠르게 진화를 해왔다. 가치와 태도 같은 것도 빠지지 않고 정의에 포함되는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사실 역량교육을 학교교육에 강화하자고 앞장을 선 것이 미국의 기업가들이다. 동 시기에 역량 연구에 박차를 가한 OECD도 경제개발기구다. 그렇다보니 역량교육의 강조는 교육의 목적을 지나치게 사회적 요구에 맞추게 되는 것은 아닌가란 우려가 나올 만도하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들이 역량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대고 역량교육 강화를 주도했다고 해서 역량교육 강화 운동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역량교육의 강조에 대해 너무 무비판적이다. 한국은 “이젠 낡은 지식교육 대신 역량 중심 교육을 해야 해.”란 식으로 역량에 대해 맹신 수준이다. 교육학자들조차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나아가려는 접근에 대해 위험성을 얘기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역량의 강조는 어떤 비판 한 번 받지 않고 무사통과 되었다.

 

 

4. 역량중심교육과정은 타당한 접근인가, 위험성은 무엇인가?

 

21세기 수많은 도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전통적인 지식을 폄하하면서 이제는 ‘역량중심’ 혹은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식의 인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진행중인 2015개정교육과정이 역량을 어느 정도 강조하고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역량중심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역량을 적정 수준으로  강조하거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밝혀 보고자 한다. 그러고 나서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의 위험성을 소개하겠다.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량중심’이란 용어는 영어의 ’competency-based’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Competency-based learning 혹은 Competency Based Education은 아래와 같이 정의된다.

 

• 정의①: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기능의 학습이 더 자주 일어나는 교수학습 접근법(an approach to teaching and learning more often used in learning concrete skills than abstract learning); 학습자는 자기주도로 독립적으로 공부하며 교사는 학습 촉진자 역할을 함(learner-focused and works naturally with independent study and with the instructor in the role of facilitator)(Wikipedia)

 

• 정의②: 교육의 진도에 따라 학습자가 배운 지식과 기능을 실제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지도, 평가, 채점, 성적을 보고하는 시스템(systems of instruction, assessment, grading, and academic reporting that are based on students demonstrating that they have learned the knowledge and skills they are expected to learn as they progress through their education)
(http://edglossary.org/competency-based-learning/)

 

한국에서 사용하는 ‘역량중심교육과정’이란 표현은 ’competency-based‘를 제대로 옮긴 것일까? 제대로 옮기지 못했다. 위 정의①에서 ‘더 자주(more often)’란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중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정의②에서는 보여주는 대상이 ‘지식과 기능(the knowledge and skills)’이다. 이 둘을 똑같이 중요시한다. 이 역시 ‘역량중심’이 아니다. 다시 말해 역량중심교육이란 용어는 잘못된 번역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실제 역량중심교육과정을 지향했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론 개발 지침에서 성취목표 혹은 성취기준을 어떻게 서술하도록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안다. 아래 성취기준의 정의, 작성방법, 작성된 사례를 보면 이번 교육과정은 기능역량중심 접근을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식보다는 수행능력에 초점을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교과마다 그 교과에 반영해야 할 핵심역량 목록까지 제시하고 있다.

 

▶ 성취기준의 의미


• 교과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기능
– 교과를 통해 배워야 할 지식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해(가지고) 할 수 있어야 할 수행 능력(competency)을 나타내는 것을 의도함
◦수업 후 학생들이 할 수 있어야 할, 또는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결과 중심의 도달점(outcome)
* 다만 교과 및 영역, 학년(군)별 내용 등의 특성에 따라 과정(process)과 결합된 도달점(outcome)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음
• 교과의 내용(지식)을 적용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수행 능력
* 이 점에서 성취기준은 단순한 활동을 나타내는 것과는 구분됨


출처: 문·이과 통합형통합사회 과목 교육과정 연구 공개토론회(2015-4-17)

 

▶ 성취기준 작성 방식 및 작성 시 유의사항
○ 1개의 성취기준은 ‘학년(군)별 내용(요소)’과 ‘기능’이 결합되어 제시되는 것을 기본으로 함.
○ 성취기준의 기본 문장은 학생을 주어로 「∼을/를(내용(요소>·지식 등)∼한다/할 수
있다(기능)」로 함
– 이것을 기본 틀로 하여 교과 및 영역 특성에 맞게 발전적으로 제시할 수 있음.
– ‘∼ 한다/할 수 있다’로 제시하지만, 특이한 상황 외에는 두 가지 중 하나로 통일하여 제시하도록 함.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학년(군)별 내용(요소) + 기능」의 형태로 작성되는 성취기준
동일한 대상을 다룬 서로 다른 글을 읽고 관점과 내용의 차이를 비교한다.
•  건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지역의 자연환경과 연결 지어 비교·분석할 수 있다.
•  퇴적구조와 퇴적환경의 관계를 이해하고 대표적인 퇴적암 지형의 퇴적환경을 추론할 수 있다.
※ ‘내용 체계’에 제시된 학년(군)별 내용 (요소)에 기능을 기계적으로 단순결합시키는 작성은 지양 요망

 

② 「학년(군)별 내용(요소)의 지식 + 기능」의 형태로 작성되는 성취기준
•  낱말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됨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  마그마의 종류와 냉각 속도에 따라 다양한 화성암이 생성되고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  마그마의 분화로 정출되는 광물의 종류가 달라져서 화성암의 광물 조성이 다양해짐을 이해할 수 있다.
•  식물과 동물은 생존, 성장, 행동, 번식을 하기 위한 내부 및 외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논쟁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문제는 우리의 교육과정을 역량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타당한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역량중심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현재 교육부는 역량교육의 강화의 명분을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두고 있다. 이는 교육의 목적을 지나치게 사회적 요구에 맞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교육철학의 빈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기존의 전통적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면서 가끔씩 필요에 따라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더 타당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교수학습을 역량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은 교육철학의 어마어마한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는 일부 학자들이 미국의 차세대 과학에서 차용한 대개념(big idea) 중심의 내용의 재구조화, 기능과 수행 중심의 성취기준 서술방식을 좋게 생각해서 이를 다른 과목에까지 과잉 일반화를 한 때문이다.

 

교육에서 역량중심 접근은 그동안 너무 과도하게 장점만 부각된 면이 있다. 이는 그 필요성이 크기도 하지만 기존의 지식중심교육의 문제점이 보태지면서 역량중심 교육의 선호도가 무비판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도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소개하겠다.

 

이런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대표적인 학자가 마이클 영(Young, 2008)이다. 그는 역량은 경제적 도구주의 성격이 너무 강하며, 전통적인 지식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시켜 온 지식을 배우고 전수하는 기능을 해야 하고, 또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이기 때문에 지식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매우 일리 있는 주장이다. 교육을 역량중심 접근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한 또 다른 경고를 보자.

 

‘학교교육 제4의 길’이란 책의 저자이기도 한 Andy Hargreeves는 21세기 역량을 다룬 책(21st Century Skills, 2013)’ 에서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에 대한 위험성을 아래와 같이 경고하고 있다.

 

첫째, 신경제가 요구하는 역량이 매우 앞서가는 개념인양 과장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둘째,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에서는 사회정의와 불평등의 완화의 필요성을 적극 다루지 않는다.
셋째, 시간에 쫓기며 수행목표를 표준화 시험에 연결시키면서 21세기 역량 교육의 이상을 훼손하고 있다.
넷째, 속도와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역량교육이 피상적 참여와 피상적인 상호작용이란 결과를 낳고 있다.

 

또 다른 경고를 소개하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세계적 추세를 소개하고 있는 책(Reinventing the Curriculum, 2013)에서는 역량중심 접근은 장점도 많지만 아래와 같은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모든 교육행위가 미래사회에 필요한 수행능력을 기르는데 맞춰진다면 교사의 주된 역할은 학생의 수행능력의 도달 수준이나 여부의 확인에 초점을 두게 된다. 아마 교사 연수도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좋은 교육이란 무엇이고 좋은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둘째, 역량중심 교육은 수행이라는 외부로 드러나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 사고, 이해, 성찰, 판단 등 내적인 것이 소홀해질 수 있다. 즉 수행의 결과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게 되어 수행의 why, how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이는 새로운 행동주의로의 회귀나 지식의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기능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셋째, 역량중심 교육은 미래를 향한 것보다는 과거에 발생한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두게 된다. 역량은 대부분 사회가 특히 기업과 국가가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이로 인해 교육이 인간을 적응의 도구(instrument of adaptation)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즉 학습자가 학습의 과정에서 주체가 되기보다는 더 나은 수행을 위해 타인의 지속적인 개입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능동적이고 민주적 존재로 커가야 하는 교육의 목적과 배치되는 점이다.

 

넷째, 아동들에게 수행을 위한 역량을 키워주는 과정에는 반드시 가치와 규범적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전형적인 지배체제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이는 민주사회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인성교육, 시민의식 교육 등이 자칫 국가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말 잘 드는 시민으로 길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상의 경고들은 깊이 되새겨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역량을 아무리 강조해도 단편적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문화가 뿌리 깊고, 아직 역량을 측정하는 평가도구도 개발되어 있지 않아 역량중심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역량중심교육과정이란 용어는 모든 교육의 최종 결과(outcome)가 역량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실제 교육과정 성취기준 작성의 원칙을 보면 가능한 한 성취기준의 끝말을 ‘…할 수 있다/…을 수행하다’처럼 역량이나 수행 중심으로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역량중심교육 접근은 지식교육의 폄하 분위기 속에서 역량의 맹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언제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역량 함양을 위한 문제해결 중심의 과제 수행 활동은 전체 시수의 30%를 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역량중심교육과정’이란 표현 대신에 ‘역량통합교육과정’이나 ‘역량을 강화·강조하는 교육과정’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에는 어떤 긍정적 측면들이 있을까?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은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참여와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한다. 따라서 이런 수업의 강화는 지식의 활용, 학습을 학습자의 삶과 연결짓기, 학습의 주도성과 책임을 학습자에게 돌려주기, 개별화 수업지향,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역량교육의 강화는 기존 수업 방법인 교사 중심(teacher-centered)의 ‘전달(delivery)’과 ‘지도(teaching)’에서 학습자가 중심(students-centered)의 ‘학습(learning)’으로 바뀌는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또 역량교육의 강화는 또 평가방식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지금은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교사의 지식전달식 강의와 설명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지필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역량을 강화한 교육은 수행을 중요시한다. 이런 수업과 학습 방법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형성평가, 관찰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의 비중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역량을 강화하는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는 특성을 갖는다. 이를 통해 강화되는 학습자 주도성과 개별화 수업은 ‘학포자’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하는가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사는 이렇게 양면성이 있다.

 

역량이란 개념과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가 지금보다 좀 더 깊어져야 할 것 같다. 우선 역량중심 교육에 대한 맹신 풍조와 지식기반 교육에 대한 폄하가 없어져야 한다. 또, 지식과 역량은 완전히 별개란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교과서 집필과정에서 각 교과마다 제시하고 있는 역량을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 지식기반 교육과 역량 함양을 위한 활동이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할 것이다. 역량 함양을 위한 활동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할 경우, 교과지식과 역량 모두 수박겉핥기식 수업이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역량이 어떤 틀로 도출되는지 보자. 이를 아는 것은 이번 개정교육과정 총론에 제시한 역량들이 타당하게 선정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5. 핵심역량은 어떤 원칙과 논리적 틀(framework)로 도출되는가?

 

핵심역량이 도출되는 과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국민이 보편적으로 갖출 역량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신중하게 도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한 핵심역량을 어떤 절차로 선정했는지에 대해 어떤 근거도 밝히지 않고 있다. 총론에 제시한 6개의 핵심역량은 매우 자의적으로 작명되고 선정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정 절차의 질이 높을 때 결과물의 질도 높을 수 있다. 총론과 각론을 단 1년 만에 개발하는 교육과정이고 역량에 대한 사회적 요구 조사, 사회적 논의 및 합의과정이 없었기에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역량이 얼마나 타당하게 선정되었는지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 먼저 OECD의 역량설계 프로젝트(DeSeCo)에서 사용한 역량 도출 프레임과 미국의 역량 프레임을 살펴보자. 이어서 한국적 상황에 맞는 역량 프레임 하나를 예로 소개하겠다.

 

[표1] DeSeCo 프로젝트 역량 도출 배경

(출처: http://www.oecd.org/pisa/35070367.pdf)

 

OECD는 이상과 같이 ‘개인적 차원의 성공’과 ‘사회적 차원의 성공’이란 학교교육의 중요한 두 가지 목적을 근거로 역량을 도출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전인적 발달·성장’과 ‘공동체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다음은 OECD가 이상의 교육목표에서 평생학습적 관점에서 핵심역량을 도출한 것이다.

 

[표2] DeSeCo 프로젝트가 도출한 핵심역량

범주(역량) 하위역량
1. 도구를 상호작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Use tools interactively) ① 언어, 상징, 텍스트 등 다양한 소통 도구 활용 능력

② 지식과 정보를 상호작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③ 새로운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

2. 이질적인 집단 속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Interact in heterogeneous groups) ④ 협업/협동능력

⑤ 인간관계 능력

⑥ 갈등 관리 및 해결 능력

3.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 (Act autonomously) ⑦ 사회/경제적 규범 등 주변 큰 환경을 고려하면서 행동하고 판단하는 능력

⑧ 자신의 인생계획, 프로젝트를 구상·실행하는 능력

⑨ 자신의 권리, 필요 등을 옹호·주장하는 능력

(출처: http://www.oecd.org/pisa/35070367.pdf)

 

아울러 이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은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표3] OECD의 역량개발 순서도


(출처: http://www.oecd.org/pisa/35070367.pdf)

 

한 국가의 교육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중요한 과업이라면 이상의 [표3]과 같은 절차에 따라 설정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한국도 이번 역량을 도출할 때 이와 유사한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21세기 들어 역량에 관한 연구를 주도했던 미국은 어떤 역량 프레임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은 아래와 같이 매우 정교한 프레임으로 역량을 개발했다. 미국은 21세기 초부터 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 (P21)이란 단체를 통해 본격적인 역량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P21이 추진한 연구 사업은 ‘21세기 스킬 운동(21st century skills movemen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연구의 내용은 아래 도표처럼 학생들(K-12)이 성취해야 할 역량(무지개 모양)과 이를 위한 지원 시스템(4개의 원형)으로 구성되며 이를 ‘21세기 학습 비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표4] P21의 21세기 학습 비전

이상의 도표와 같이 학습자들이 성취해야 할 역량은 다음과 같이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① 핵심교과(3Rs)와 21세기 테마(Core Subjects and 21st Century Themes)
② 학습과 혁신 능력(Learning and Innovation Skills)
③ 정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Information, Media and Technology Skills)
④ 삶과 직업 기술(Life and Career Skills)
(http://www.p21.org/our-work/p21-framework)

 

미국의 역량 프레임에서는 범교과적 역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세계시민의식, 경제소양, 도전정신, 시민소양, 건강소양, 환경소양> 등을 범교과 주제라 명명하고 이를 핵심교과 지식(core academic subjects)에 수놓듯이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이 범교과적 주제를 법제화를 통해 별개의 과목 접근을 하는 것과 사뭇 대조된다. OECD의 역량 프레임임이 전 세계의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개발되었다면 미국의 P21은 미국 스럽게 미국이 지향하고자 하는 역량 비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핵심교과지식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보자. 미국은 핵심교과학습을 주요 역량으로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OECD는 핵심교과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미국은 역량 프레임을 학교교육을 위해 만들었고, OECD는 평생학습 관점에서 역량을 도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량 프레임[표8]은 어떤 과정과 논거를 통해 도출되었을까? 한국은 이번 2015개정교육과정에 수록한 역량 6가지(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적 역량)는 원칙과 논거를 가지고 선정했는지에 대해 일체 밝히지 않을까? 적어도 전문가 포럼에서는 왜 6가지가 포함되고 왜 이보다 더 중요한 역량들이 제외되었는지에 대해 밝히고 토론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많은 나라들이 높게 평가하는 OECD의 역량 프레임을 왜 참고하지 않았을까? 한국도 이 틀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역량 프레임을 개발할 때 핵심은 범주역량을 몇 개로, 또 어떤 내용으로 구성하느냐이다. 범주 역량을 잘 정의한다는 것은 집짓기로 말하면 세부적 설계도를 만들기 이전에 설계의 기본 방향을 확정짓는 것과 같다. 필자는 한국의 미래사회를 조망하고 한국의 고유한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아래와 같은 역량 프레임을 제안한다.

 

[표5] 한국 학교교육을 위한 역량 프레임 제안

범주(역량) 하위역량
학습, 삶, 직업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역량

① 핵심교과(core subjects) 지식과 학습능력

② 고등사고능력(창의력, 문제해결력, 비판적사고력, 상위인지능력)

③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팀워크, 도전정신

④ 다중적 소양(정보소양, ICT소양, 매체소양, 경제소양 등)

⑤ 일상생활 속 힘든 일들을 적응적/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능력(life skills) 및 외국어 사용능력

이질적 집단 속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역량

⑥ 사회성·감성 능력(공감능력, 자기관리능력, 자기인식능력, 사회적 인식과 사회적 관계능력,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능력)

⑦ 다문화 소양(multicultural literacy)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역량

⑧ 공동체 의식, 민주시민의식, 글로벌 시민의식

⑨ 높은 윤리의식

⑩ 지구촌 문제 해결에 대한 안목과 참여, 생명존중, 자연에 대한 경외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2013 227쪽 도표 변형)

 

이는 필자가 운영하는 21세기교육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이찬승 외, 2013)에 수록된 것을 변형한 것이다. OECD의 역량 프레임과 많이 닮았으며 두 번째 범주의 표현은 OECD의 것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런 틀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역량 도출의 절차의 정당성을 제공했는지, 중요한 것이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중복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상위역량(여기서는 범주에 해당되는 역량 3가지)과 하위역량의 구분도 명확해진다.

 

필자는 위 [표5]로부터 총론에 제시할 역량을 아래 7가지를 도출해 봤다(참고로 핀란드가 7가지다). 인접 역량을 A and B 식으로 함께 포함시켰다. 이런 방식이 낱개의 역량을 여러 개 제시하는 것보다 기억하기도 쉽고 현실에서 A, B 역량이 상호 연계되어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① 핵심교과지식과 학습능력
② 사회성·감성 역량
③ 고등사고능력
④ 협업능력과 팀워크
⑤ 공동체 의식과 다문화 소양
⑥ 도전정신과 자기주도성
⑦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

 

이상의 역량 7가지는 현재 총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6가지(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적 역량)와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역량을 구성하는 요소에 전통적인 핵심교과지식을 주요 역량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교과지식은 핵심역량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하위역량의 하나다. 미국의 P21도 교과지식을 역량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취급하는 ‘협업능력’과 ‘다문화 소양’, ‘높은 윤리의식’ 등을 핵심역량에 빠뜨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범주(역량)과 각 범주역량에 속하는 하위 역량은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의 역량 6가지는 [표2], [표5]와 같이 제대로 된 역량 프레임을 통해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선정된 6가지 역량의 범주가 고르지 않다. 상위 역량과 하위 역량이 마구 섞였다.

 

현재의 총론에 제시된 역량 중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이상한 조어임)’, ‘심미적 감성 역량’같은 것들은 하위 역량이거나 하위 역량으로도 포함시키기에 부적합할 수도 있다. 역량은 역량에 충실하게 선정되어야 한다. 역량이 교육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어차피 21세기 들어 세계 여러 나라들이 역량을 강조할 때의 그 역량은 이런 역량을 의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핵심역량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모든 교과에서 지식교육과 함께 함양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창의융합적 사고 역량’도 세상에 없는 이상한 조어다. 영어로 번역이 불가능하다. 교육이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냥 국내용으로만 사용하고 세계와 공유될 수 있는 교육문서에는 정치적 색깔이 든 이런 용어는 빼는 것이 옳다. 참고로 창의력은 미국의 경우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역량 순위에서 10가지 중 10위로 꼴찌며, 20개 역량 중에는 17위이다. 창의력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미국은 창의력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발현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교육이 정치인들의 입말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학자들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이상을 참고하면서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의 핵심역량이 과연 타당하게 도출되었는지 각 역량의 하위 역량도 제대로 선정되었는지를 살펴보자.

 

 

6.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의 핵심역량 도출과 정의는 어느 정도 타당한가?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초안에는 핵심역량 6가지를 아래와 같이 인재상 바로 아래에 제시하고 있다.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적 역량>이 바로 그것이다.

 

[표6] 총론의 인재상 4가지

자주적인 사람 자주적인 사람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다.
창의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은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새로운 발상과 도전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교양 있는 사람 교양 있는 사람은 문화적 소양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은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표7] 총론의 핵심역량 6가지


가. 자기관리 역량은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 및 자질을 기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나. 지식정보처리 역량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 창의·융합적 사고 역량은 폭넓은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라. 심미적 감성 역량은 문화적 소양과 감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간을 이해하는 태도를 갖추고 삶의 질과 행복을 창출하고 향유하는 능력이다.
마. 의사소통 역량은 다양한 삶의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바. 공동체적 역량은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실천하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이다.


(출처: 7월 14일 2015개정교육과정 전문가 1차 포럼자료)

 

총론의 핵심역량 6가지를 좀 더 자세히 정의하고 하위 역량까지 명시한 표도 제시하고 있다.

핵심역량

요소

의미 하위 요소(예시)
자기관리

능력

자신의 삶, 학습, 건강, 진로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 및 자질을 지속적으로 계발·관리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역량 자아정체성 확립, 자기 통제(절제), 여가 선용, 건강관리, 기초학습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합리적 경제생활, 기본 생활 습관, 진로개발능력 등
공동체

의식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수용·실천하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 및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능력 시민 의식, 준법정신, 환경의식, 윤리의식, 봉사정신, 규범 및 질서의식, 협동, 배려, 참여와 책임의식 등
의사소통

능력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언어, 상징, 텍스트,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과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조정하는 능력 언어 및 비언어적 표현 능력(말하기, 듣기(경청), 쓰기, 읽기, 텍스트 이해 등), 매체 활용 및 이해, 타인 이해 및 존중, 배려, 갈등 조정 등
창의·융합

사고능력

다양한 영역에 대한 폭넓은 기초 지식과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해 내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창의적 사고기능(인지적 능력):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유추성 등

창의적 사고성향(정의적 특성): 민감성, 개방성, 독립성, 과제집착력, 자발성 등

타분야 지식, 기술의 융합·연계·활용 능력 등

정보처리

능력

학습과 삶 등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 분석, 평가, 선택하고,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여 정보와 자료를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 인식/정보 수집, 분석, 활용 등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의 탐색/ 해결 방안의 실행, 평가/매체 활용 능력 등
심미적

감성능력

다원적 가치나 현상에 대한 개방적 태도로 인간현상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현상이나 사물들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향유를 통해 삶의 질과 행복을 창출 할 수 있는 능력 정서적 안정감, 예술적·문화적 감수성과 상상력, 타인의 경험에 대한 공감 능력, 가치 다양성의 이해와 존중 등

(출처: 국가 교육과정 포럼(현장교원중심) 2차 포럼(2015-7-10) 자료집)

 

이제 이런 역량들이 얼마나 타당하며 제대로 개발되고 정의되었는지 본격적으로 분석해보자. 총론에 제시된 역량의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OECD의 역량 틀(framework)과 유사하게 한국의 학교교육을 위한 역량의 틀, [표5]를 앞에서 제시한 바 있다. 둘 다 3개의 범주로 나누고 각 범주에 해당되는 하위 역량을 정의한 점이 유사하다.

 

이 틀을 참고하면서 현재의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수록된 역량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겠다. 역량의 도출의 절차가 타당했는지를 분석하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아래와 같은 6가지 기준을 설정해 보았다.

 

• 기준1 – 미래사회의 조망과 사회구성원들의 요구조사를 통해서 도출되었는가?
• 기준2 – 요구조사를 통해 만든 초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쳤는가?
• 기준3 – 한국의 학교교육이 지향할 교육철학, 비전, 목표를 바탕으로 하였는가?
• 기준4 – 핵심역량과 하위역량이 제대로 분류, 정의되었는가?
• 기준5 – 꼭 들어가야 할 것이 누락되지 않고 중첩되는 것도 없는가?
• 기준6 – 역량이 바르게 정의되었는가?

 

우선 위 기준 1~3은 전혀 검토가 불가능하다. 각 기준이 설정하고 있는 그런 과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회적 요구조사도 없었고, 사회적 합의과정은 더욱 없었으며 교육비전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역량(교육목표)을 설정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여기서는 기준 4~6을 중심으로 분석해볼 수밖에 없다.

 

가. 핵심역량과 하위역량이 제대로 도출되었는가?

 

위 기준 1~3의 과정이 없었으니 제대로 도출되기란 어렵다. 제대로 역량을 추출한다는 것은 타당한 절차를 거쳐 도출하는 것, 사회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작성한 초안을 다시 최종 확인이나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번 총론의 역량은 이 두 가지 과정을 다 거치지 않았다. 핀란드는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무려 120개의 단체로부터의 요구를 문건으로 받았다. 그리고 만들어진 초안의 검토를 위해 교육의 최종 수혜자인 학생 63,000명과 웹상에서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한국의 경우 학생들은 고사하고 다수의 교사나 학부모에게 왜 이런 역량들이 범교과 역량으로 선정되었는지 설명과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공청회나 포럼을 열지만 질 높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역량에 대해서는 이 분야 전문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문제점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량에 관해서는 논의의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역량에 대해 연구보고서(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2013)를 낸 바 있고 세계의 역량 논의 국제학회에 참가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연구한 필자의 일천한 지식을 바탕으로나마 이번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역량이 제대로 도출되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한국 사회에 어떤 역량이 절실히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자.

 

21세기 사회에서는 어떤 조직이든 개인이든 ‘협업능력’과 ‘팀워크’를 가장 중요시한다. 이런 능력이 부족해서는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PISA 시험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를 위해 금년부터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을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측정한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최고 목적은 입시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협업능력은 중요한 역량으로 다뤄져야 했다. 현재의 역량표에 의하면 ‘협동’이란 단어가 ‘공동체 의식’의 하위 역량의 하나로 들어가 있다. 협업능력은 공동체 의식에 들어갈 역량도 아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도 주요 외국의 경우 늘 1위가 협업능력이다. 필자가 기업을 운영했을 때도 직원들의 가장 부족한 역량이 협업능력이었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학교에서 개인별 경쟁만 치열하게 시킨 영향이 클 것이다.

 

또, 이번 역량의 틀 속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기업가 정신)’도 매우 누락되어 있다. 한국 청소년들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기업가 정신)’과 ‘자기주도성’이 부족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초·중·고 12년 동안 수동적인 교육만 받아 왔기 때문이다. 요즘 아동, 청소년들이 지나칠 정도로 안정적인 직업만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해서도 이를 핵심역량이나 하위역량에 포함시키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또 21세기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다문화 역량(cross-cultural competencies)’을 강조하나 총론의 역량표에는 이것과 비슷한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동안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얼굴 생김새, 사고방식, 피부색깔이 다르고 한국어 억양이 모국어 사용자와 다르며, 생활양식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라다. 그래서 이민 온 가정의 자녀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 섞여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 가난한 집의 자녀와 부잣집 자녀 간에도 문화적 차이가 작지 않다. 다문화 역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다음 ‘높은 윤리의식’도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포함시켰어야 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조사하여 발표하는 한국의 국가 부패지수가 2014년 기준 세계 43위다. 높은 윤리의식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유도 사회의 낮은 윤리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총론의 역량표에는 ‘높은 윤리의식’이란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핵심역량의 끝말을 모두 ‘역량’으로 통일해 ‘공동체적 역량처럼 실제 사용되지 않는 어색한 용어를 쓸 필요도 없다. 세계 주요국들의 역량 명명도 그렇게 한다.

 

마지막으로 각 핵심역량에 속하는 하위역량 요소는 얼마나 타당하게 추출됐는가를 살펴보자. ‘정보처리능력’에 대한 하위 역량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 인식/정보 수집, 분석, 활용 등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의 탐색/해결 방안의 실행, 평가/매체 활용 능력 등’

 

정보처리역량은 용어의 의미 범위가 ‘정보소양(information literacy)’ 에 비해 좁아 하위역량에 적합하다. 도대체 이것은 정보처리란 핵심역량의 하위 역량인지 아니면 정보처리 역량의 정의인지 혹은 해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량의 기본적인 형태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를 보고 각론에서 어떻게 총론과 연결시킬 수 있겠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표2] [표5]를 보면 자명해진다.

 

이상의 미흡함의 예만 보더라도 이번 총론의 역량 도출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도출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역량 도출을 위한 프레임적 접근을 해야 한다. 한국 학교교육을 위한 역량의 틀인 [표5]를 적극 참고할 것을 제안한다.

 

나. 핵심역량이 제대로 정의되었는가?

 

역량의 정의(definition 定義)란 어떤 역량이 무엇을 뜻하는가의 문제다. 세계 주요국들이 사용하고 있는 역량의 정의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의 교육과정 총론의 역량의 정의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의 보편적인 정의와 사뭇 다르다. 역량에 관한 연구를 주도한 OECD나 미국의 등의 역량 연구 결과를 조금만 참고해보면 한국의 역량 정의가 용어는 비슷하면서 뜻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총론에서 제시하는 역량은 법으로 말하면 헌법과 같다. 이는 각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체계도 없고, 대표성도 없고, 혼란스러운 정의로 역량이 반영되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어떤 학자는 많은 교육개혁이 실패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Chris Dede, 2013). 구체적인 예를 통해 정의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문제 있는 정의의 대표적인 예가 ‘자기관리능력’, ‘의사소통능력’이다. 이 두 용어는 전문 용어사전에 수록될 만큼 그 정의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현 총론의 정의는 이를 무시하고 매우 자의적으로 이것저것을 마구 섞어 만들었다. 용어의 정의가 세계 공통일 수는 없다. 언어는 계속 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을 정도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서술한 이의 주관이 너무 강하게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국제적/보편적 정의와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의 역량 정의를 비교해보자.

 

▷ 자기관리능력
자기관리능력이란 이미 일반화된 용어이다. 특히 청소년 교육과 관련해 쓰일 때는  아래 표의 좌측과 같이 정의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편적 정의 교육과정 총론의 정의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각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스트레스,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 동기를 유발하고 유지하는 능력, 개인적 혹은 학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출처:

http://www.casel.org/social-and-emotional-learning/core-competencies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 및 자질을 기르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위 정의의 비교에서 보듯이 한국의 교육과정 총론의 정의는 보편적 정의를 완전히 벗어났다. 자기관리능력의 핵심은 ‘목표달성을 위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기관리역량’에 관한 총론의 정의에는 보편적 정의의 핵심어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진로에 필요한 기초능력’이 왜 자기관리능력인가? 진로에 관해 필요한 기초능력’ 진로개척역량 등 별도의 적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하위 요소의 표현 방식이 전혀 정돈이 안 되어 있다. 앞에서 제시한 [표2] [표5]를 보라. 역량의 이름의 형태는 몇 자 이내로 그 형태가 비슷해야 한다.

 

▷ 의사소통능력

보편적 정의 교육과정 총론의 정의
• 구두, 문자, 제스처 등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 경청을 통해 지식, 가치, 태도, 의도를 포함해 의미를 효과적으로 해독할 수 있다.

• 알려주기, 가르치기, 동기를 유발하기, 도전하기 등을 위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 다양한 매체와 기술, 기기 등을 이용할 줄 알고 그 효과성을 판단할 줄 알고 그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

출처:

http://www.imls.gov/about/21st_century_skills_list.aspx

다양한 삶의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의사소통능력’의 정의 역시 보편적 정의를 많이 벗어났다. 한국 교육과정 총론의 정의는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경청’ 능력도 빠져 있다. 그리고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문제해결능력 영역이다. 이를 영어로 번역해서 세계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면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론의 역량은 어떻게 정의되어 있을까?

 

각론의 역량 정의에도 총론의 역량 도출이 가지고 있는 유사한 문제점들이 보인다. 예로 통합사회 과목의 핵심역량을 보자. 교육과정에서는 ‘비판적 사고력 및 창의력, 문제 해결 및 의사결정 능력, 자기 존중 및 대인관계 능력, 공동체 의식, 통합적 사고력’처럼 형식상 5개의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왜 이 5개가 대표적인 통합사회 과목의 역량이 되어야 하는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매우 자의적 선정임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은 늘 하나로 통합되어 사용되는 역량이다. 그런데 ‘문제해결능력’을 생뚱맞게 ‘의사결정능력’과 결합시켜 놓고 있다. 총론에서 제시한 역량과 어떻게 연계되는지도 알 수가 없다. 설명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량에 대한 정의가 매우 부실한 것 외에 하위 역량 서술이 너무 길고 난삽하다.

 

다. 누락, 중첩, 범주의 오류 등은 없는가?

 

누락에 대해서는 이미 앞의 ‘가. 핵심역량과 하위역량이 제대로 추출되었는가?’에서 충분히 다루었다. 자기관리능력의 보편적 정의는 원래 사회성·감성 역량의 한 구성요소이다. 그렇다보니 의미의 중첩이 불가피하다. [표2] [표5]와 같이 역량의 대 영역과 하위 영역 표를 제대로 만들어 접근했더라면 이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범주의 오류도 심각하다. 역량 6가지의 의미역(意味域) 즉 의미 범위가 동일하지 않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식정보처리능력’(어떤 문서에는 ‘정보처리역량’이라고 표기함으로서 일관성이 없음. 지식이란 말을 빼고 ‘정보처리’라는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함)과 ‘심미적 감성역량’이다.

 

전자인 정보처리에 관한 역량은 보통은 ‘정보소양(information literacy)’으로 표현한다. 총론의 ‘정보처리능력’은 ‘정보소양’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는 정보를 탐색하고, 평가하고, 종합하고, 활용하는 것을 포괄하는 적확한 용어가 아니다. 한편 ‘지식정보처리(knowledge information processing)’란 정보처리 분야의 특수 용어이며 역량의 정의에는 등장하지 않는 용어다. 그리고 ‘정보처리’란 말은 있어도 ‘지식처리’란 말은 없다. 역량정의에서 ‘지식정보처리’란 용어를 쓰는 나라는 세계 어디도 없다. 정보처리능력이라 하든 정보소양이라 하든 이는 [표2] [표5]에서 보듯이 하위역량 정도의 역량이다.

 

그리고 후자인 ‘심미적 감성역량’은 6개의 역량 중 유일하게 ‘심미적’이란 형용사를 붙였다. ‘심미적 감성역량’은 ‘사회성·감성역량’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회성·감성역량 중 사회적 역량을 빼서 범위가 좁은 데 여기에 ‘심미적’이란 형용사까지 붙여서 다른 나머지 역량보다도 그 범위가 현격히 좁아졌다. 이는 치명적인 범주의 오류다. 전면적으로 다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역량을 도출해야 한다. 일국의 총론 교육목표가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7. 각론에 역량을 반영하는 현재의 방식은 왜 문제인가?

 

2015 개정교육과정은 각론에 역량을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반영하고 있다. 하나는 역량리스트를 총론에 이어 각론에도 제시함으로써 이의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취기준 서술을 통해 반영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각론에 역량 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량 리스트의 제시는 범교과적 역량을 위 [표5]와 같이 총론에서만 제시하고 각 교과에서는 그 교과 특성에 맞게 총론에 제시된 역량을 유연하게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의 각론은 교과별로 역량리스트를 제시한 후 이의 반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득보다 실히 훨씬 클 것이다. 참고로, UNESCO의 관련 연구에서 교육과정에 역량을 반영할 때 주의할 점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의 추세 중 하나는 역량을 선정할 때 의미역이 넓은 역량으로 소수만 선정하고 이를 각 교과에 통합시키는 방식이다. 모든 교과에서 다루어야 할 역량 리스트를 길게 늘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Chris Dede, 2013).”

 

이상의 인용 내용을 잘 해석해야 한다.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처럼 각론에서 각 교과마다 역량을 명시적으로 사전에 제시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게 하는 것은 위 역량 반영의 원리와도 배치된다. 각 교과마다 반영해야 할 역량을 명시하는 방식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교과서 집필 상황을 상상해보라. 교과서 개발자들은 검정교과 시스템에서의 합격을 의식해 매우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방법으로 역량 반영을 시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모든 성취기준을 기능·역량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바람직하지도 실현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역량의 숫자가 적어야 한다는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우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역량 의 제시가 풀(pool)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역량의 숫자가 충분한 것(OECD 9개, [표5] 10개)이 좋다. 그래야 교과서를 집필할 때 심사를 의식해 역량 연결을 과도하게 시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역량을 도입하는 접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다음으로 각론 성취기준을 기능‧역량‧수행을 반영해 서술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앞의 4.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취기준 작성 방식 및 작성 시 유의사항’에서 ‘1개의 성취기준은 ‘학년(군)별 내용(요소)’과 ‘기능’이 결합되어 제시되는 것을 기본으로 함. 성취기준의 기본 문장은 학생을 주어로 「∼을/를(내용(요소>·지식 등)∼한다/할 수있다(기능)」로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차세대 과학 교과의 역량 서술방식을 너무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하나는 역량함양을 위해 수행의 비중이 너무 많을 우려가 있고, 다른 하나는 시간 부족으로 지식교육과 역량교육 둘 다를 부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다음 통합사회 과목의 ‘생활공간과 사회’란 단원의 성취기준을 보자. 성취기준의 끝말이 완전히 기능‧역량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 단원: ‘생활공간과 사회’

① 인간의 생활공간은 자연적․사회적 요인에 의해서 형성됨 을 이해하고,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로 인해 나타난 다양한 변화 양상을 조사한다.
② 도시와 촌락 간, 도시 간 변화하는 상호관계를 파악하고, 도시와 촌락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비교하여 그 해결방법을 제안한다.
③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조사하고 ,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 윤리적 차원과 사회제도적 차원의 노력을 제안하고 평가한다.
④ 교통 통신의 발달과 정보 사회로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생활공간과 생활양식의 문제를 예측하여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생활공간과 사회’라는 단원만 해도 4개의 수행이 필요하다. 이는 만만찮은 활동이다. 수행중심의 활동은 평소 공부 잘 못해 소외되던 학생도 적극 참가시켜야 한다. 강의식 수업에 비해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그리고 이런 역량중심 수업은 관련 지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관련 지식 수업만 해도 벅찰 텐데 ‘지식+기능·역량’을 어떻게 소화해 내겠다는 것인가? 현재의 학습량과 시수로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정말 주요 역량을 지식기반 교육과 병행해서 함양하려면 지식기반 교육의 학습량을 지금보다 1/2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학습내용 적정화에도 한계가 있다. 접근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을 덜 강조하고 더 강조할지의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Chris Dede, 2013). 또 역량 함양을 위해 모든 과목에 대해 성취기준의 서술을 수행중심으로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애당초 역량 함양을 세계의 주요 국가들처럼 성취기준 서술방식을 통해서보다는 교수학습법(pedagogy)을 통해 푸는 것이 옳았다. 지금이라도 성취기준 서술 방식을 과목 특성에 따라 유연화하고 그 비중도 몇 개 이내로 제한을 두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강제할 경우 과목에 따라(예: 수학) 매우 이상한 역량이 서술되고 이것이 수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역량의 평가에 대해 살펴보자.

 

 

8. 역량, 어떻게 평가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는 역량교육의 성패가 달린 문제다. 한국의 여건을 고려할 때 역량 함양을 위해 행한 수행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활동의 평가는 전통적인 평가에 대한 인식을 버릴 때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역량은 아래와 같은 3가지 조건을 갖추어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① 표준화된 환경이 아니라 가변적 환경에서 실시된다.
② 개인보다는 팀 단위로 평가된다.
③ 평가의 내용과 과제가 사전에 공개된다.
(Douglas Reeves, 2013)

 

위 조건 ①은 팀에 따라 혹은 개인에 따라 수행이나 분석에 필요한 시간을 더 많이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시험처럼 학생을 비교하고 비교한 자료를 선발에 사용하지 않는다. 선발에 사용하려는 순간 각 팀원의 역할에 대한 교사의 주관적 평가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과 항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조건 ②는 21세기 문제 해결의 특성을 잘 말해 준다.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적인 과제는 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팀워크를 통해 집단적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21세기 역량은 과제 수행의 결과를 입시 전형에 사용하지 않을 때 의미 있는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③은 매우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역량 평가는 매우 공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사전에 과제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제 자체를 학습자가 선택하고, 수정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한국의 역량 평가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이다. 이번 2015개정교육과정을 통해 역량을 도입하면서 이런 역량평가를 상상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교과 통합적으로 구성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서 평가하고 이를 대입전형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를 잘 말해준다. 문제나 과제가 사전에 비밀에 붙여지고 수행의 결과가 선발에 사용된다면 이런 목적의 과제 수행에는 암기와 반복이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통합교과는 수능에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역량 함양을 위한 수행을 대입시에 반영하려는 순간 이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역량은 전통적인 지식에 통합시켜 배우기 때문에 당연히 이 두 가지를 통합해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둘을 분리해서 평가하게 되면 역량을 전통적인 지식교과에 통합하는 것이 의미를 잃게 된다(P21). 이는 지식과 역량을 통합해서 평가할 수 없는 현재의 표준화 시험을 넘어 새로운 평가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기도 하다. 이런 고려 없이 역량을 총론과 각론에 반영하는 것은 포장에 불과할 수 있다. 역량을 전통적인 지식에 통합해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도구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량은 형성평가, 관찰평가, 포트폴리오 평가를 통해서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학교사회에 대한 신뢰가 낮아 이런 평가는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미국처럼 역량 평가도구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역량 평가가 제한적으로라도 전형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 간의 신뢰란 사회적 자본을 쌓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P21에서는 역량평가의 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 질 높은 표준화 시험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를 적절히 조합하여 평가한다.
• 일상적 수업에 내재시켜 실행한 학생의 수행에 대해 유용한 피드백 제공을 강조한다.
• 적절한 비율의 기술의 사용이 강화된 형성평가, 총괄평가로 21세기 역량을 평가한다.
• 학생이 수행한 작업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21세 역량을 터득하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http://www.p21.org/about-us/p21-framework)

 

한국에서의 진정한 역량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의 수행평가에 대한 부정적 경험, 교직사회에 대한 불신도 작지 않다. 그래도 찾아보면 해결방안은 없지 않다. 역량 수행에 관한 평가 기준표(rubric)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층위별 교과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 한국의 역량 평가에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참고했으면 한다. 그리고 평가원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역량 평가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함께 새로운 평가 문화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해나가야 할 것이다.

 

 

9. 맺음말

 

역량중심교육이란 말을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문제였다. 미국의 차세대 과학을 벤치마킹해보겠다면 통합과목만 그렇게 했어야 했다. 대개념(big idea)의 도입, 역량중심 접근을 다른 교과들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하는 것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다른 과목은 그냥 종전처럼 유지하면서 범교과적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교수학습을 강화하는 쪽이 옳았다. 역량중심교육과정을 도입하려면 역량중심교육과정 도입의 타당성, 학습량의 적정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 그리고 검증까지 거쳤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반대에 부딪쳐 지금과 같이 성급한 철학적 방향전환은 없었을 것이다. 핀란드도 종합학교 수준에서 문제해결 프로젝트 수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다가 반대에 부딪쳐 약 25% 수준에서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지식교육을 폄하하고 지식과 역량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분위기나 발상 자체도 심각한 문제다. 지식과 역량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식은 여전히 중요하다. 역량중심 교육과정 운영은 옳고 그름을 떠나 편제표의 시수로는 기능과 역량을 강조하는 성취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무슨 수로 ‘지식+기능·역량’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역량을 강화하는 수업이 가능하려면 먼저 ‘21세기 학습(21st century learning)’에 대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평가도구의 개발, 교사 양성 등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표준화 시험과 대입전형도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역량을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는 미국의 p21(http://www.p21.org/our-work/p21-framework) 사이트에 잘 서술되어 있다. 이런 기본적인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한국은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실패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정 개정 일정도 너무 촉박하게 잡았다. 총론 핵심사항을 결정(2014.8)하고 나서 단 1년만(2015.9)에 총론과 각론을 확정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공청회를 할 때마다 눈덩이처럼 문제점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타국의 검증되지 않은 접근법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교육개혁은 그 나라의 문화 지형 속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과정 개혁 역사를 보면 외국의 유행을 쫓은 사례가 너무 많다. 미국 차세대 과학이 적용하고 있는 기능·역량 중심의 성취기준 서술방식을 전 교과에 과잉 일반화하려 한 것은 치명적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나 교육과정 학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지금이라도 일정을 연기하고 전면 재검토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간곡히 바란다.

 

—
본 칼럼 내용에 대한 댓글 외에 별도로 의견을 주실 분들은
필자 이찬승 대표의 메일(eduinnovator@21erick.org)로 직접 연락주십시오.

🖨️ 인쇄(Print)하기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교육개혁의 새 패러다임 탐색(1) : 5.31 교육개혁 해체 다음글 ‘수포자’ 발생의 잘못된 원인분석이 근본적 해결을 가로막는다!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