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을 위해 던져야 할 바른 질문
1980년의 7.30 교육개혁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해결을 시도해왔으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교육비 문제, 공교육정상화, 학벌타파 등등의 많은 문제는 기존의 관점이 아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교육개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색하기 위해 먼저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답을 찾아보았다.1
1. 실력주의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인가?
가. 실력주의2와 학벌에 대한 오해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 2위이고, 계층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줄어든다는데 대입 전쟁은 약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정부가 내걸고 있는 행복교육은 공허한 구호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대입제도를 바꾸고, ‘학벌타파를 통한 능력주의 사회 구현’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하다. 1980년의 7.30 교육개혁을 거쳐 5.31 교육개혁, 그리고 현재까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뿌리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실력(능력)주의사회가 구현되면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대입경쟁도 완화되며, 우리가 꿈꾸는 보다 정의롭고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 학교가 경쟁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1958년에 ‘실력주의 사회(meritocracy) 도래’라는 책을 썼던 마이클 영에 따르면 지금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경쟁, 교육전쟁, 학벌, 사회 양극화 등은 실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역으로 과도한 실력주의가 가져온 폐해이다([그림 1] 참고).
만일 개인의 실력을 공정하고 타당하게 측정할 수 있고, 거기에 따라 대학, 직장, 재화(명예, 부, 권력) 수준이 결정된다고 할 때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띄게 될까를 상상해보면 마이클 영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한 실력주의 사회에 사는 개인들은 사회가 실력의 잣대로 삼고 있는 그 무엇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승자가 거의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배한 사람은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는다면 그 경쟁은 전쟁처럼 치열하게 될 것이다.
[그림 1] 실력주의 강화를 통한 학벌주의 강화 악순환 고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공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장이 졸업한 대학과 학과를 실력의 잣대로 삼다보니 해당 대학과 학과를 향한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다. 즉, 학교가 경쟁을 조장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실력주의 사회의 극심한 경쟁의 장으로 사용된 것이다.
만일 학교가 경쟁을 조장한다는 가정 하에 아이들에게 경쟁 없는 교육을 시킨 후 극단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력주의 사회로 내보내면 그 아이들은 숲속에서는 행복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는 불행해지는 타잔과 비슷하게 될 것이다. 학벌이라는 것도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특정한 대학과 학과로 몰리게 된 결과 그들이 세력을 형성하여 만들어졌다. 현 정부가 주장하듯이 학벌을 타파하면 실력주의 사회가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실력주의 사회가 타파되어야 학벌이 타파되는 것이다.
나.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
실력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실력주의 사회가 만드는 그림자를 없앨 수 없다. 하나의 대안은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신실력주의 사회는 실력과 대학 및 직업 배분 사이의 연결 고리는 유지하되, 직업과 보상 사이의 연결 고리는 줄이는 사회이다. 누진소득세, 저소득층 조세감면제도, 상속세, 기부문화 확산 등을 통해 근로의욕은 유지시키면서도 직업간 사회적 재화 분배 차이를 줄이는 제도적·사회 문화적 보완장치가 마련된 ‘근로의욕 고취형 복지사회’가 바로 신실력주의 사회이다.
신실력주의 사회가 되어 누구나 어느 정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부모들은 자녀를 무작정 입시경쟁에 몰아넣지 않을 것이고, 학생들도 지금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주위 친구들을 시기하거나 경쟁상대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력을 통해 더 많은 사회적 재화를 창출하도록 장려할 것이다.
실력주의 사회라는 나무에서는 과도한 타인과의 경쟁, 교육전쟁, 학벌, 학교교육 파행, 갈등, 사회 양극화라는 열매가 열리는 반면 신실력주의 사회라는 나무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한 자신과의 경쟁, 학교 교육정상화, 상생, 공존사회라는 열매가 맺힐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실력주의 사회를 지향하고 있고 극단적인 실력주의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 교육개혁의 지향점
신실력주의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걸림돌이 있는데 그것은 실력을 갖춘 개인들이 자신의 실력으로 얻는 재화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사회구성원들이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앞장서도록 유도할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부터 모든 학생들의 마음에 ‘상생의 씨’를 뿌리는 것이다. 학교가 해야 할 것은 훗날 자신이 획득한 사회적 재화 중에서 자신의 노력이 아닌 신에게서 받은 능력에 상응하는 부분은 사회로 환원하도록 교육시키는 것, 서로의 노력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과 봉사, 나눔의 정신을 가진 사회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에 관심을 갖고 사회가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며, 교육계도 학교 교육을 향한 경쟁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바로 깨달을 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제안되는 각종 교육개혁안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교육개혁안을 마련할 때 우리사회가 실력주의 사회인 까닭에 나타나는 문제와 교육이 잘못하여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구분하여 타당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이 원인이 아니라 실력주의 사회가 원인인 것을 교육정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까지 해를 입게 될 것이다.
2. 왜 갈수록 교육관련 문제는 악화되는가?
가. 교육문제와 교육관련문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책의제로 삼아왔으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사교육비 경감, 부모와 학생의 고통 경감,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전인적 성장), 공교육 정상화 등이 그것이다. 이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1970년대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를 실시했고, 1980년에는 7.30 교육개혁을 통해 과외금지, 대입전형제도 개선, 대학 입학정원확대 등을 실시했다. 이 의제는 현재까지도 중요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고, 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아이들의 체력과 인성의 수준은 낮아지고 있고, 공교육 파행은 갈수록 심해져 심지어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나 문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거의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개혁안이 잘못되어서 그럴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또다시 새로운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입제도의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도는 다 만들어서 사용해보았다고 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제도를 바꾸어왔다. 바꾸면 바꿀수록 문제가 커지는 것으로 보아 개혁안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하나의 해석은 교육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교육개혁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일 수 있다. 박남기(2003)는 「그림자론」을 통해 교육이라는 벽에 비친 사회의 문제를 각종 세척제(교육개혁)를 가지고 지우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그림자론」에 따르면 벽의 그림자를 없애려면 먼저 그림자를 만드는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적한 문제들이 교육의 장을 통해 발현되고 있으므로 교육의 문제라고 착각하여 교육개혁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 교육개혁에 주는 시사점
오늘날 교육문제라고 거론되고 있는 것의 상당한 부분은 경제의 문제, 혹은 사회 구조의 문제가 교육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뿌리가 교육에 있고 오히려 교육문제가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경우인지 아니면 다른 데 뿌리가 있는 문제가 교육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잘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즉, 교육개혁 의제 선정시 ‘교육 의제’(*교육개혁을 통해 주로 해결이나 개선이 가능한 의제)와 ‘교육관련 의제’(*교육의 벽에 비춰 교육만의 의제로 착각이 되지만 외부사회의 의제에 가까운 의제로 관련 분야에서 다루거나 교육이 주도하더라도 범정부차원에서 범사회적 차원에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할 의제)로 나누어야 한다. 그리한 후 교육개혁은 그 초점을 교육문제에 맞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를 혼동하면서 교육관련 의제를 가지고 교육을 흔들려고 했던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 언급한 과도한 경쟁,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대입전형제도 등의 문제이다. 사교육비의 경우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아서 증가한 것이 아니다. 공교육이 엉망인 국가에는 사교육 문제도 없다. 이는 과도한 실력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그림자인 것이다.
교육관련 의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관련 분야와의 공동접근에 더 초점을 맞추어 범정부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제를 교육개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할 경우에는 처음부터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성과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정책성과 평가 시에도 교육개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제한된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행정학(석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교육행정 정책학과(박사)를 졸업하였다. 1993년부터 광주교대에 근무하면서 학급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을 역임 중이다.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교대총장협의회의장직 수행)하면서 초등교원양성교육 개혁을 위해 노력하였다. 저서로는 교육전쟁론,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등 10여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한국교육 경험을 통해 세계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마르퀴스 후즈 후 인더월드와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사전(IBC) 두 곳에 등재되었다. 블로그 <그들이 말하지 않은 우리교육 이야기>(http://ngpark60.blog.me/) 운영 등을 통해 한국교육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제자들과 함께 <교육나눔운동본부>를 설립하여 소외계층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