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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 30년지대계 (11) – 대입전형의 미래를 위한 제언(2): 학교생활기록부의 활용

#137 강태중,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15.04.15

※ 본 글의 내용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개최한 ‘학교교육과 평가, 그 미래방향을 모색한다’ 토론회의 발제문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제시된 3개의 제언 각각을 3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그 두 번째 제언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활용’을 소개합니다.


 

학교생활기록을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방안은 그 자체로 타당해 보인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지속되는 교육의 체제 안에서 이전 과정의 성취를 다음 과정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참조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적절해 보인다. 학교생활기록을 활용하게 되면, 굳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시험을 높은 비용을 들여 시행할 필요도 없어지고, 학교 공부 외에 시험을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입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을 활용하는 방안의 이점은 크고 자명해 보인다. 바로 이런 점이 대입전형 역사에서 내신 반영의 시도를 지속시키고 있을 것이다.

 

내신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은 요컨대 두 가지 여건을 구축하는 데 모아져 왔다. 하나는 내신이란 자료를 체계적이고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료들을 토대로 상대적인 비교와 전형이 가능하도록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대입전형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가 탄생한 것은 바로 그런 정책의 결과였다. 낱장에 불과했던 ‘생활기록’이 ‘종합생활기록부’가 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되면서, 그 내용과 양은 학교 학습과 생활의 거의 모든 면모를 담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기록의 서식은 전국 모든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표준화되었다. 적어도 내용의 범주에서는 모든 학생이 똑같은 기록부를 갖게 해서 표준적인 비교와 평가에 문제가 없도록 하였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대입전형에 활용하는 데 남아있는 문제가 있다면 기록에 함축된 평가 기준과 안목이 학교와 학생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과 활동을 기록하는 데 교사들이 모두 나름의 안목과 평가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데, 이 차이를 무시하고 기록을 그대로 전형에 반영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그래서 학생부 정책은 기록의 기준과 근거를 표준화하거나 기록의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려고 애써오고 있다.

 

앞으로 이런 방향의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정책은 결국 학교교육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부담 경감’을 위해 학생부(내신)를 전형에 반영하려는 정책이 어떻게 학교교육을 훼손할 수 있는가? 학교에는 ‘내신 부풀리기’ 사례와 같은 비리가 일어날 가능성이 늘 남아있게 되고, 교사와 학생은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대립하여 학교에서 스승-제자의 교육적 관계가 이루어지기가 어렵게 된다. 결국 전형 부담은 덜어지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게 학교를 가두게 된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 내내 가중된 학교 시험 부담에 시달려야 하고, 상시적으로 교사의 시선(관찰과 평가)을 의식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적합한 수업을 구안하기 위한 진단과 평가의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그들은 학생들의 교육을 염려하는 역할보다 대입전형 자료를 생산하는 역할에 의해 더 소진될 것이다.

 

학교교육의 이런 파행을 막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활용은 대학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를 대입전형에 쉽게 활용될 수 있는 자료로 만드는 일을 학교의 책무로 강제해선 안 된다. 학교생활기록(학교에서의 학업 평가와 활동의 기록)은 순전히 학교 교육 자체를 위해 이루어지도록, 개별 학교의 재량에 위임해야 한다. 서식도 기록도 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 요구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해 표준적으로 기록하고 상대적으로 변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표준적이지 않게 학생들에 맞추어 고유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급이나 학교마다 다른 평가와 다른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전국 획일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강제하는 것은, 전국 모든 학교가 동일한 교육 과제를 가지고 있고 그 과제는 동일한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과 같이 무모한 것이다. 그런 강제는 또 교사(학교)와 학생(가정)이 합심해야 하는 가장 긴요한 학교교육 여건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유지하고 그것을 대입전형에서 활용하는 것은 물론 교육적으로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획일적이고 상대적 비교를 전제하는 방안으로는 학생부 활용이 교육에 유익을 가져올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은 학교 재량에 맡겨야 하고, 기록의 결과를 활용하는 과제는 대학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이런 제안 역시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바로 버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마다 다른 내신(생활기록)을 제출한다면, 대학에서 어떻게 그 많은 기록을 하나하나 잣대를 동등화하며 기록을 점검해서 전형에 반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달리 답이 있을 수 없다. 못하면 그만이다. 그 수고를 할 가치를 인정하고, 그 작업을 해낼 역량이 있는 대학만 학생부 전형을 채택하면 될 것이다. 많은 대학이 학생부 전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전형정책을 펴서 얻게 될 득이 없는데, 학생부를 표준화하고 학교에서의 성취 평가를 ‘상대화’할 이유가 없다. 학교교육은 학교교육 자체로 존중되고 보살펴져야 한다. 고등학교가 대입전형을 위해 존립하지 않는다. 대입전형은 고등학교 교육이 오롯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그 결실을 활용해야 한다. 대학교육도 그런 대입전형을 고집해야 진정한 대입 자격자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대학교육 성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교육정책이 이런 교육의 담백한 진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대학교육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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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강태중

‘교육사회학’ 선생으로 일했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가 교육과 학교에 대해 어떤 신화(상식)를 만들고 품는지, 그리고 그런 신화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사회의 구분을 따라, 교육의 관습과 제도로 드러나고 또 변전해 온 신화들을 캐며 비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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