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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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공정’의 의미를 묻는다: 정당별 교육공약 소개와 문제점 분석

#529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04.01

4.15 총선이 채 2주도 남지 않았다. 대선과 달리 총선에서는 원천적으로 중앙당 차원의 교육공약이 유권자의 큰 관심을 끌기 어렵다. 오히려 유권자는 지역 차원의 공약에 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도 정당별 총선 공약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라 교육 같은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하지만 중앙당 차원의 공약에는 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배어있어 정당별 투표를 위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 공약은 차기 22대 총선(2024년 4월 10일) 때까지 유효하고 차기 대선(2022년 3월 9일) 공약으로 이어진다. 이번 칼럼에서는 각 정당별 교육공약을 두 가지 관점(① 지향하는 가치, ② 주요 내용)에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당별 주요 공약

 

현재 정당별 공약은 모두 10대 공약이란 이름으로 정리되어 선관위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간략하고 급히 정리한 느낌이 들어 각 정당별 공약집 원본을 함께 참고했다. 다음은 주요 정당의 21대 총선 교육 관련 공약이다.

 

정당구분 지향하는 가치 주요 내용
더불어

민주당

공정, 포용 • 안전한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

• 활력이 넘치는 일반고 만들기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전환

-일반고, 교육력 키우고 고교학점제 도입

• 국민이 만드는 교육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국가교육위원회법 조기 국회 처리

• 학부모·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 기술인재 양성의 엔진, 직업교육 책무성을 강화

-고졸 취업 활성화 : 학생과 기업이 모두 만족하는 중등직업교육

-전문대 르네상스 실현 : 미래사회 대응 고등직업교육 혁신

• 낡고 답답한 학교시설, 미래형 스마트학교로 바꾸기

-학생과 교사가 설계에 참여하는 ‘미래형 스마트학교’ 조성

• 민주시민교육 강화

-학교 민주시민교육 여건 조성

-민주시민교육 지원체계 구축

-‘한국형 갭이어’(청년인생설계학교) 운영 활성화 지원

•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대입제도 구축

-정시위주 및 사회통합전형 확대

• 허리 휘는 사교육비, 근본적 처방

-불법고액사교육 근절 추진-사교육 조장 행위 제재

-진로·진학교육 내실화·체계화

-공교육 내실화: 맞춤형·선택형 교육 전환 국립대를 지역균형발전의 요충지로 집중 육성-국립대에 대한 집중 투자

-국립대 명목 반값등록금 실시

-국립대 통합 취업지원센터 구축

-국립대 투자 확대에 따른 사립대 재정 지원 사업 비율 조정

•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고 유치원 상생 지원을 추진

-유아교육의 공교육 위상 및 역할 정립

-사립유치원 상생 여건 조성

• 기초학력 보장 등 책임교육 시스템을 확산·정착

-기초학력 보장 위한 확고한 인프라 구축

-학업중단 위기학생 위한 촘촘한 지원망 마련

-교육·회복·보호 중심 학교폭력의 학교책임 강화

미래

통합당

공정, 자유 • 개인의 성장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치가 보장되는 교육(정책순위4)

-학교 정치화 방지: 정치 편향된 교육현장을 바로잡고, 공정 가치 구현

-개인의 성장과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치가 보장되는 교육

-‘조국방지법’ 마련: 부모찬스로 대학가는 불공정한 입시제도 개혁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정책 원상회복하고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

-교육감-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도입

-전교조 중심의 교장공모제 폐지

-교권 강화

-다자녀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

-초등돌봄교실 시간제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정의당 평등, 공정,

협동, 안전

• 만 3~5세 유아 3년 책임교육을 하겠습니다

-만3~5세유아의무교육(의무교육은 무상)

-국공립유치원50%

-누리과정 지원 단가 월3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학부모부담 경감

-사립유치원교사의 처우 개선하여 임금격차 해소

• 동그라미 작은 학교로 미래형 교육을 이루겠습니다

-동그라미 작은 학교

-한 반 20명 책임 학년

-학교규모 적정화

-석면 등 건강 위협하는 학교시설, 안전하게 정비

• 가까운 곳에 학습지원센터를 두겠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 1대1멘토링 학습지원센터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설치

-교육복지우선지역사업 확대 및 내실화

-학교밖 청소년 교육참여 수당 확대

-「대안교육지원법」제정

• 사회적 합의 거쳐 학원 일요 휴무제를 실시하겠습니다

-학원 일요 휴무제

-심야교습조정

-충분한 공론화 및 사회적 합의 거쳐 추진(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사회적 합의→학원법 등 관계법률 개정)

• 과학고보다 좋은 일반고를 만들겠습니다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수와 교원 1인당 학생수를 과학고 이상으로 개선(고3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개선하고 점차 확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전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

-고교평준화 법제화

-국제중의 일반 중학교 전환

• 직업계고 첫 월급 250만원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직업계고 첫 월급 250만원

-직업교육혁신(AI 등 미래산업 및 지역 핵심산업을 고려한 학과개편; 직업계고 교육과정 및 노동인권교육에 노동계 참여 등 노동존중 도제교육; 마이스터고 수준의 행·재정 지원으로 특성화고 업그레이드 및 격차해소; 취업후 대학진학 하는 후진학 문호확대)

•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제정하겠습니다

-「학력학벌차별금지법」제정(취업, 승진, 처우 등에서 학력·학벌 차별 있으면 처벌 및 행·재정 조치; 블라인드입시 및 채용 확대)

• 전문대부터 무상교육 하겠습니다

-전문대부터 무상교육

-학자금 대출 무이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대학 등 고등교육 예산 확충하고 지역균형 및 학교특성 고려하여 총액교부)

• 대학 네트워크로 서열 완화하고 질제고 하겠습니다

-「국립대학법」제정(기초학문, 뿌리산업, 지역사회 기여 등 국립대의 공적 역할 강화)

-공영형 사립대 시범운영 후 본격 추진

-대학 네트워크로 교류협력 확대 및 균형 발전(공동전형, 공동교육과정, 공동학위)

-전문대 재정 지원 확대하여 고등 평생직업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 지방대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균형발전을 이루겠습니다

-울산, 세종 등 국립종합대가 없는 광역시도에 국립대신설

-지역거점 국립대 및 지역 강소대 지원 강화 및 혁신도시 소재 공공기관·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해 지역내 선순환구조 구축

-혁신도시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 재채용률 제고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의 비수도권 이전 유도 및 지원강화

-대학 구성원 목소리와 대학의 공공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

-「대학균형발전법」제정

국민의당 ·공정(대입제도)

·자유(경쟁)

• 대학입시 정시를 70%로 확대하고, 특목고-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백지화

-조국사태의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대신 공정한 대학입시제도로 개혁

-자사고, 외고, 국제고, 특목고 폐지정책을 원상회복하고 공교육 강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직업인 양성 위한 최첨단 직업학교 설치 확대

녹색당 기후중심, 노동,

평등, 인권

• 기후위기 중심의 교육과정 혁신

-2020년 교육과정 개편 시 ‘기후위기’, ‘노동’, ‘젠더’를 모든 교과목의 성취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제시

• 강제적 학습노동 금지 법제화

• 사교육 개혁 + 특목고 폐지

• 학력에 의한 차별 금지

•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투자 활성화

• 대학통합네트워크(공동학위대학) 구축

• 교육노동자 권익보호

-기간제 교사의 권익을 정규직 교사 수준으로 보장

• 스쿨미투 핫라인 개설 및 운영

• 작은학교 만들기

-교사 1인당 학생 수 제한

• 학교 밖 교육기관에 공교육비 지원

 

 

각 정당별 교육공약의 특징

 

1. 더불어민주당

 

선관위 사이트에 제출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교육공약으로 “국립대학의 교육의 질은 높이고 등록금 부담을 낮추겠습니다”라는 것 딱 한 가지만 내놓고 있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가난한 집 아이가 대학을 갈 때 부잣집 아이가 대학을 갈 때보다 대학교육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를 생각하면 유럽 주요국들처럼 대학교육까지 무상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교육공약이 아무리 총선에서 유권자의 주 관심사항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무 무성의하다.

 

공약 원본에 나와 있는 21대 총선 교육공약을 보면 ‘국민이 만드는 교육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국가교육위원회법 조기 국회 처리)’,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대입제도 도입(정시 위주 및 사회통합전형 확대)이 가장 큰 관심사로 눈길을 끈다.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법을 상정하여 통과시키고 여기서 차기 교육과정 개정부터 중책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추진에 크게 우려되는 점이 있다. 2018년 8월에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따르면 ‘2022년 차기 교육과정 개정 고시’, ‘2025년 성취평가제 도입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런 내용을 기반으로 2028년 대입제도에 대한 내용이 결정되게 되어 있다. 이런 일정에 따른다면 차기 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약 1.5년밖에 안 된다. 졸속개정이 우려된다.

 

2.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은 매우 간결하다. 미래통합당이 ‘공정’과 ‘자유’란 가치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주목을 끈다. 이를 보는 순간 “이 두 핵심어가 공존할 수 있는가?”란 의문이 들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공정(equity, fairness)이라는 가치는 “공정이란 동일함을 의미하지 않는다(Fairness is not the sameness.)”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또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을 적극 추구하며 포용적 사회(inclusive society)를 지향하는 가치다.

자유(liberation)는 그게 아니다. 국가가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뇌두는 접근이다. 언뜻 생각하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당이 대표적인 진보적 가치인 ‘공정’을 얘기하는 것은 매우 참신하고 용기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의 사용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통합당이 사용하는 ‘공정’의 의미는 “학교 정치화 방지: 정치 편향된 교육현장을 바로잡고, 공정 가치 구현;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치가 보장되는 교육”처럼 쓰이고 있다. 약자를 더 배려하는 긍정적 차별 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그런 공정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편향된 가치를 주입하려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 보수적 가치를 주입하는 것은 공정한가?

 

현재 교육 현장을 정치 편향적이라고 표현하고, 그와 같은 ‘학교의 정치화’를 ‘방지’할 때 공정하고 자유로운 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 이때의 ‘공정’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 중에 가치중립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학교는 다양한 가치들을 드러내고 경합하게 하는 토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야 건강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덕목을 갖춘 미래세대를 길러낼 수 있다. 학교 밖 세상은 온통 교묘한 정치적 술책으로 넘쳐나는데 곧 사회인이 될 중고교생들을 정치적인 쟁점으로부터 격리된 온실에 꼭꼭 가두는 것은 교육적이지도 온당치도 않다. 한국에서도 널리 공감을 얻고 있는 ‘독일의 보이스텔 바흐 3가지 원칙’(→ 부록)도 논쟁적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고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것을 강조한다. 일본 같은 보수적인 나라도 몇 년 전 학내에서 학생의 정치적 발언을 허용했다. 학교의 정치화 방지가 공정한 교육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인 것이든 보수적인 것이든 다양한 정치적 가치가 경쟁하며 공존할 때 비로소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치가 보장되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자유’라는 가치를 고교 선택권과 관련시켜 생각해보자. 이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정책 원상회복’이란 공약과 잘 정합하는 가치다. 하지만 ‘공정’이란 가치를 주창하면서 부자들만 갈 수 있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별도로 분리해서 가르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정(equity)을 추구하는 교육의 핵심은 가난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위 그림에서는 키가 작은 아이에게) 더 많은 자원을 주어(그림에서는 발받침을 하나 더 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고교 체제 관점에서 ‘자유’란 가치를 중시할 경우 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고 시장주의적 경쟁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아이들은 등록금을 많이 내야 하는 학교에 갈 수 없게 된다. 이는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이고 무한 경쟁을 통해 승자가 살기 좋은 세상을 지향하는 교육이 되기 쉽다. 학벌 카르텔이 어느 나라보다 심한 한국의 경우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3. 정의당

 

정의당의 10대 정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청년에게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를’(정책순위2), 이고 다른 하나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가 책임 평등교육’(정책순위4)이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청년에게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를’을 2순위로 하고 교육적 측면에서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가 책임 평등교육’을 4순위로 한 것은 표를 의식한 것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다른 공약은 많이 들어봤던 내용들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직업계고 첫 월급 250만원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는 솔깃하다. 그러나 이것의 실현은 사실상 어렵다. 월급을 지급하는 것은 기업이다. 이런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졸 학력자에게 기업이 이런 급여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 지식과 기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우선이고 유일한 대안이다. 정의당이 정말 이런 차별적이고 획기적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4. 국민의당

 

국민의당 핵심 교육공약은 ‘대학입시 정시를 70%로 확대하고, 특목고-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백지화’이다. 국민의당이 정시를 70%로 하면 고교교육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아는지 모르겠다. 수능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공정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중도를 지향한다고 말하지만 교육 공약 하나만 놓고 보면 가장 보수적이다. 공약이 지향하는 가치가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를 떠나서 국민의당이 현재와 같은 객관식 수능시험 성적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배분하자는 것은 고교교육을 반복적 문제풀이 연습실로 만들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이란 현상을 강화할 뿐이다. 지금 심하게 병을 앓고 있는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비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않고 교육의 핵심공약을 ‘대학입시 정시를 70%로 확대하고, 특목고-자사고·외국어고 폐지 백지화’로 잡은 것은 인기영합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5. 녹색당

 

핵심가치를 ‘기후중심, 노동, 평등, 인권’에 둔 것은 녹색당답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기후위기 중심의 교육과정 혁신’이란 공약은 좀 과하다. ‘기후위기 중시’ 교육과정 혁신은 몰라도 ‘기후위기 중심’ 교육과정 혁신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현실적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아직 녹색당이 단 한명도 국회에 진출시키지 못한 것도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한편 ‘강제적 학습노동 금지 법제화’, ‘학교 밖 교육기관에 공교육비 지원’ 등도 방향은 바람직하나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의제는 과거 수없이 들어봤고 법제화에 번번이 실패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시야도 좁고 실현가능성·효과도 의심스러운 교육공약

 

각 정당의 총선 교육공약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요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고 미래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너무나 많은 공약을 소요 예산을 고려 않고 나열하고 있다. 말의 성찬에 가깝다. 이런 공약을 다 실천하려면 국가 총예산의 절반을 교육에 써야 할지도 모를 정도다. 그리고 공약 중에는 임기 4년 내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실천적 의지를 담아 연도별 계획까지 제시하였더라면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잘못된 가설에 바탕을 둔 공약이 있어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면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될까? 오히려 복잡성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교육변화의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정부나 관련 기관들은 외형에 해당되는 제도 고치는 데만 몰두할 것이다. 또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다. 의지만으로는 교육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를 이끌 능력과 인프라 구축(예: 학교-교육청-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4수준의 동시개혁을 추동할 새로운 거버넌스)이 우선이다. 이런 거버넌스를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오히려 위원회의 합의제가 교육부의 독임제(獨任制)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셋째, 교육비전 이전에 사회비전의 경쟁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우리 정당은 이런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이런 교육정책을 제안한다”는 식의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혹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 공약도 서로의 편협한 이념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국가 비전에 관한 논쟁 속에서 공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넷째, 각 정당이 생각하는 교육 공정성 개념에 깊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당임을 자처하는 당조차 “조국사태의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대신 공정한 대학입시제도로 개혁” 운운한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대입제도 구축’이란 공약에서 ‘정시 위주 및 사회통합전형 확대’를 언급하면서 정시가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당들이 정시위주 대입전형을 지향하고 있고 이를 ‘공정한’ 입시로 보는 것이다. 수능에는(학종도 마찬가지이지만) 불공정한 점이 많다. 많은 정당들이 수능 시험의 경우 모든 학생들이 한날한시에 보며 대학이 이 점수로 지원자를 촘촘히 줄 세워 선발한다고 이를 공정한 전형이라 부른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수능시험은 공정하기보단 객관적이다. 수능은 학부모 재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100미터 단거리 선수에게 유리한 속도시험이어서 불공정하다. 또한 인간의 다양한 장점을 무시하고 오직 인지적 학습의 결과를 가지고 인간 능력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공정한 시험이다. 코끼리, 다람쥐, 물고기, 토끼들에게 나무에 오르는 능력을 줄 세워 평가하는 것이 공정한가? 모든 정당이 공정이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했으면 좋겠다.

 

대입시에서 정시와 수시의 비중 문제는 대입전형 제도의 의미를 훨씬 뛰어 넘는다. 초중고 미래교육의 방향과 질을 결정지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에 중장기 관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할 문제다. 미국과 한국의 여건이 다르다 할지라도 미국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되는 시험인 SAT, ACT를 대입전형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1,000개가 넘는다. 점점 더 많은 대학들이 입학전형에 표준화시험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추세다. 급기야 작년 연말에는 이런 시험이 가난한 집 아이들의 대학진학 기회를 막는다고 헌법 소원 소송에 걸려 있을 정도이다.

 

교육에서의 ‘공정’이란 가치는 매우 폭넓게 해석되어야 한다. 어떤 정당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시한다면 ‘능력주의(meritocracy)는 공정한가?’, ‘점수 중심의 신입생 선발이 공정한가?’, ‘인간의 능력은 다양한데 오직 인지적 학습능력 하나로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공정한가?’,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공정한가?’, ‘역량중심 교육과정이 공정한가?’, ‘표준화 시험이 공정한가?’, ‘속도 시험이 공정한가?’, ‘중상위권 중심의 수업이 공정한가?’, ‘격차를 줄이는데 초점을 두지 않는 교육이 공정한가?’ 등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타당한 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각 정당의 공약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에게도 동등한 배움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아 아쉽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확고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다. 방향은 맞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은 구호의 나열에 가깝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공약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부터 타당해야 한다. 이제까지 집권당이 해온 하위 20% 수준을 기준으로 이 수준이 넘으면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보는 식의 기준은 무책임의 극치다. 세계 많은 나라들은 최소한 50%를 최하위 기준으로 삼는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확고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공약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교원수를 확 늘려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15-20명 수준으로 줄이고 학교 수업이 중상위권 위주가 아니라 중하위권 위주가 되어야 한다.

 

여섯째, 별 것 아닌 내용이 감초처럼 매번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다. 거의 모든 당이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정말 별 것이 아니다. 각 당이 이것의 실제적 효과를 알고 하는 얘기일까 하는 의문까지 든다. 일부 기업이 입사 지원자의 서류 심사를 할 때 학력만으로 우선 선별한다면 이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많은 기업들이 출신학교를 가리고 하나 가리지 않고 하나 합격하는 출신은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를 한다. 이는 학력이 능력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필자의 이런 얘기는 출신학교 등급제를 적용하여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출신학교를 보고 뽑지 않는다. 능력과 태도가 좋은 사람을 뽑는다. 학력·학벌이 좋아도 능력과 태도가 우수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불합격시킨다. 결국 「학력·학벌 차별금지법」은 구호만 요란하지 실속은 별로 없는 공약이다. 차라리 더불어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면 공공기관의 채용부터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고 로스쿨 입학에도 할당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바람직한 교육공약이 되려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교육비전 2035’ 같은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이는 비록 4년 임기 중 이룰 수는 없지만) 이의 달성을 위해 향후 4년간 중점적으로 실천할 개혁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분절적 제시는 서로 충돌하여 문제가 많다는 점은 현 정부의 대선공약의 실현 과정에서 뼈아프게 목도했던 바이다. 득표에만 눈이 멀어 분절적 공약을 여러 개 모아 놓은 공약은 연계성이 부족해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는커녕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기 쉽다.

 

둘째, 선거 공약을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와 실천 현장의 당사자들과 함께 만들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만든 교육공약, 교사가 만든 교육공약은 왜 시도되지 못했을까? 정당의 표 우선주의 공약은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다음 대선, 총선에서는 학생들의 공약제안, 교사들의 공약제안이 활발히 이루어져 공급자 중심 공약에서 수요자 중심 공약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때 “일반고 교육력 키우기”와 같은 구체적 대안 없는 공허한 공약도 사라질 것이다.

 

셋째, 모든 학생들의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하는데 초점을 두고 공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신경제의 특징은 부의 편중과 불평등의 심화다. 선거 공약은 이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투표장에는 주로 가진 계층이 나온다. 가지지 못한 계층의 성장과 미래 삶을 충실히 준비시키는 그런 교육공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긍정적 차별정책과 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일수록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인지적 학습능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 대학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 다양한 출신배경의 학생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넣어야 한다.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에 따라 대학의 재정지원 규모를 연계해야 한다. 이럴 때 우리 사회도 건강하고 공정하며 격차가 적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공약을 내거는 정당을 보고 싶다.

 

 

맺음말

 

각 정당의 교육공약은 교육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공약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공약,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려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지금 학교교육의 질이 좋아지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정당이 없는 것 같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고교 교실이 무너진지 오래인데 정당들의 공약은 마치 고장난 레코드판을 닮았다. 매 선거마다 식상된 공약만 내놓는다. 매우 안타깝다.

 

또한 이번 교육공약은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수선만 하려는 식이다. 교육생태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보지 못한다. 최소한 교육30년지대계로 온 국민의 열망을 담은 비전부터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공약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얘기하는 당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학교교육에 대한 정당들의 인식이 이렇다면 산업시대에 만들어진 학교교육 제도는 10-20년 후에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낡은 학교개념에서 벗어나 모든 사회가 학교임을 선언할 때 길이 보일 것이다. 잠자는 교실 상황을 획기적으로 바꿀 그런 선거 공약을 기대한다.

 

요건을 충족하는 바람직한 대안교육과 홈스쿨링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학력인정제도와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의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고, 잠자는 교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국가수준의 교육과정도 2-3개로 늘린다는 상상을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교교육은 학교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직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을 변화의 주체로 세울 지혜를 담은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교직사회의 변화, 학교교육의 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 통찰력이 있는 정당을 만나고 싶다.

 

찍고 싶은 정당이 없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회를 이끌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약을 학생·교사들과 함께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정당을 보고 싶다. 추구하는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목숨처럼 올곧게 지키려는 정당을 보고 싶다. 교육은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또한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교육공약만큼은 표를 의식하지 말고 오직 아동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부록]

 

보이스텔 바흐 3가지 원칙(Beutelsbacher Konsensus):
1976년 서독의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정치가, 지식인 등이 모여 정립한 교육철학이자 학교에서 쟁점이 되는 내용의 교육을 위한 원칙이다. 독일 통일 후 독일의 교육철학으로 자리매김하였다. “① 강압적인 교화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한다 ② 논쟁적 주제는 수업 중에도 다양한 입장과 논쟁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한다 ③ 학생의 상황과 이해관계를 고려해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처럼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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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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