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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학습부진과 격차 완화, 해외 사례에서 배운다(7) – “유럽, 포용적 교육 시스템의 전면 재설계”

#1485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04.01
유럽은 30개국 이상의 경험을 종합하여 포용적 교육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체계화했습니다. 이는 학교 시스템의 재구조화에 대한 청사진으로, 이러한 유럽의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의 RTI & UDL, 영국의 Pupil Premium, 핀란드의 조기 개입, 캐나다의 고강도 튜터링, 호주의 문화반응적 교육을 살펴봤다. 이들은 모두 효과적인 전략들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한계가 있다. 대부분 개별 학교나 지역 수준의 실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한국 교사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좋은 방법인 건 알겠는데, 우리 학교에서는 할 수가 없어요.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고, 시스템도 안 받쳐줘요.” 맞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수법과 개입 전략이 있어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특수교육, 다문화 교육, 교육복지 정책이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다른 법령에 근거하여, 다른 인력과 예산으로 운영된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중복과 공백이 동시에 발생한다.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유럽에서는 ‘유럽 특수교육 및 포용교육 기구(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EASNIE)’가 30개국 이상의 경험을 종합하여, 포용적 교육 시스템의 핵심 요소를 체계화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재구조화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다.

 

유럽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포용교육과 기초학력 정책을 따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따로 봐서는 안 된다. 모든 학생의 학습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포용교육의 본질이다.

 

 

EASNIE란 무엇인가?

 

EASNIE는 1996년 설립된 유럽 국가 간 협력 기구다. 현재 31개 유럽 국가가 회원으로 참여하며, 각국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한다(EASNIE, 2023).

 

EASNIE의 임무는 명확하다: 모든 학생을 위한 포용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여기서 “모든 학생”은 장애 학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습부진 학생, 언어적 소수자,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 행동·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 등, 어떤 이유로든 교육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는 모든 학생을 포함한다.

 

EASNIE가 오랫동안 파고든 질문은 이렇다. “어떤 교육 시스템이 진정으로 포용적인가?” 30년 가까운 연구와 실천을 통해, EASNIE는 포용적 교육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를 밝혀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유럽 각국의 성공과 실패에서 추출한 실천적 지혜다.

 

 

포용적 교육 시스템의 5대 핵심 요소

 

EASNIE는 포용적 교육 시스템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EASNIE, 2017). 이 요소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만 강화한다고 포용적 시스템이 되는 것은 아니다.

 

1) 포용적 정책과 입법(Inclusive Policy and Legislation)

 

첫 번째 요소는 포용적 교육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적 의무여야 한다는 명확한 정책적 기반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교육법에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명시한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의 교육법은 “모든 학생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달시킬 권리가 있으며, 학교는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EASNIE, 2018).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학교가 학생을 배제하거나 방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진다.

 

포용적 정책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
모든 학생이 일반 학교, 일반 학급에 다닐 권리를 갖는다. 장애나 학습부진을 이유로 분리·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 개별화된 지원(Individualized Support)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맞는 지원을 제공한다. 이는 형평성(equity)의 원칙이다.

 

• 질 높은 교육(Quality Education)
포용교육이 ‘낮은 기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학생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협력과 파트너십(Collaboration and Partnership)
교사 혼자 모든 학생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특수교사,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보건 전문가, 가족, 지역사회가 협력한다.

 

이러한 원칙이 법과 정책에 명확히 규정되면, 학교와 교사는 “해야 한다/하지 않아도 된다”의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할 수 있다.

 

2) 단일 통합 교육과정(A Single Inclusive Curriculum)

 

두 번째 요소는 교육과정의 재구조화다. 많은 국가에서 ‘일반 교육과정’과 ‘특수 교육과정’이 분리되어 있다. 학습부진 학생이나 장애 학생은 ‘다른’ 교육과정을 따르고, 결과적으로 낮은 기대와 제한된 기회에 직면한다.

 

EASNIE가 제안하는 것은 ‘단일 통합 교육과정’이다(EASNIE, 2020). 이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육과정 프레임워크 안에 있지만, 각자의 수준과 속도에 맞게 학습한다는 의미다.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 공통의 목표, 다양한 경로
모든 학생이 도달해야 할 핵심 역량(core competencies)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어떤 학생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학생은 다른 방식의 설명이 필요하다.

 

•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부터 다양성을 고려한다. ‘평균적 학생’을 위해 설계한 후 일부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든 학생이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는 미국의 UDL과 동일한 개념이다.

 

• 평가의 다양화
학생의 학습을 평가하는 방식도 다양해야 한다. 평가 방법에는 필기시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구두 발표, 실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이 배운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교육과정 조정(Curriculum Adaptation)
필요한 경우, 개별 학생을 위해 교육과정을 조정한다. 그러나 이는 ‘쉽게 만들기’가 아니라,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다. 핵심 개념과 목표는 유지하되, 학습 자료, 교수 방법, 평가 방식을 조정한다.

 

스웨덴의 사례를 보자. 스웨덴은 2011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며, 모든 학생을 위한 단일 교육과정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Swed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2011). 이 교육과정은 각 학년별로 ‘기대 수준(성취 기준)’을 제시하지만, 학생이 자신의 속도로 진전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다. 교사는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개별화된 학습 계획을 수립하며, 학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지원한다.

 

3) 포용적 학교 문화와 실천(Inclusive School Culture and Practice)

 

세 번째 요소는 학교 문화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교육과정이 있어도, 학교 문화가 배타적이면 포용교육은 실현되지 않는다. EASNIE는 포용적 학교 문화의 핵심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EASNIE, 2015).

 

• 모든 학생의 학습에 대한 집단적 책임
‘내 학생’과 ‘남의 학생’이 없다. 학교 전체가 모든 학생의 학습에 책임을 진다. 특수교사만 장애 학생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직원이 협력한다.

 

• 높은 기대와 강점 기반 접근
학생을 결핍의 관점이 아니라 강점의 관점에서 본다. “이 학생은 무엇을 못하는가?”가 아니라 “이 학생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다.

 

• 지속적인 전문적 학습
포용교육은 한 번의 연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배우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문화가 필요하다. 전문 학습 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 학생 참여와 목소리 반영
학생을 교육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본다. 학생의 의견을 듣고, 학습 과정에서 선택권을 준다.

 

• 가족과의 진정한 파트너십
가족을 ‘문제 가정’이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 학생 교육의 동반자로 본다. 가족의 지식과 경험을 존중하고 활용한다.

 

아일랜드의 한 연구는 포용적 학교 문화의 효과를 보여준다(Rose et al., 2010). 연구자들은 포용적 문화가 강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비교했다. 포용적 문화가 강한 학교에서는:

–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다.
– 교사의 효능감과 직무 만족도가 더 높았다.
– 학부모의 학교 만족도가 더 높았다.
– 학생 간 괴롭힘이 더 적었다.

 

포용적 문화는 단지 ‘좋은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4) 교사의 포용적 교육 역량(Inclusive Teacher Competences)

 

네 번째 요소는 교사의 역량이다. 포용교육의 성패는 결국 교실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교사다.

 

EASNIE는 ‘포용적 교사(Inclusive Teacher)’가 갖춰야 할 역량을 체계화했다(EASNIE, 2012). 이는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의 목록이 아니라, 태도(Values), 지식(Knowledge), 기술(Skills)의 통합이다.

 

• 핵심 가치
포용적 교사의 첫 번째 역량은 가치와 태도다:

– 다양성을 자산으로 보기
– 모든 학습자가 배울 수 있다는 믿음
– 교육적 어려움의 원인을 학생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찾기
– 평생 학습자로서의 자세

 

흥미롭게도, EASNIE는 ‘기술’보다 ‘가치’를 먼저 제시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포용적 가치를 내재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기술을 배워도 진정한 포용교육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필수 지식
포용적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포용적 실천을 뒷받침하는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 학습과학의 원리 (학생이 어떻게 배우는가)
– 학습부진과 장애에 대한 이해
– 차별화 교수(differentiated instruction) 전략
– 협력 교수와 팀티칭
– 평가와 진단 방법
– 행동 지원과 교실 관리

 

• 실천 기술
포용적 교사는 이러한 가치와 지식을 바탕으로 교실에서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 학생의 필요를 정확히 진단하기
– 교육과정과 수업을 학생 수준에 맞게 조정하기
– 다양한 교수 전략 활용하기
– 동료 교사, 특수교사, 전문가와 협력하기
– 학생 및 가족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 학생의 진전을 모니터링하고 교수 전략 조정하기

 

중요한 것은 EASNIE가 이를 모든 교사의 역량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특수교사’나 ‘기초학력 담당 교사’만의 역량이 아니다. 일반 교사, 교과 교사 모두가 이러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 EASNIE는 두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① 예비교사 교육(Initial Teacher Education)

교사가 되기 전, 즉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원 과정에서부터 포용교육 역량을 기른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예비교사 교육과정에 포용교육이 필수로 포함된다.

 

② 현직 교사 연수(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이미 현장에 있는 교사들을 위한 지속적 연수로, 일회성 워크숍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실천 기반의 학습을 지원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교 내 전문 학습 공동체다.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관찰하고, 학생 사례를 논의하며, 전략을 실험하고, 서로에게서 배운다.

 

5) 포용적 시스템과 지원 구조(Inclusive Systems and Enabling Structures)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요소는 시스템과 지원 구조이다. 좋은 의도, 좋은 정책, 역량 있는 교사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포용교육은 지속될 수 없다.

 

EASNIE가 강조하는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다.

 

• 다층 지원 체계(Multi-tiered Support System)
이는 미국의 RTI나 영국의 Pupil Premium과 유사하다. 모든 학생을 위한 1차 지원(양질의 수업), 추가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2차 지원(소그룹 개입), 집중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3차 지원(개별화 계획)이 체계적으로 작동한다.

 

• 인력 배치와 협력 구조
포용교육은 일반 교사 혼자 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인력이 체계적으로 배치되고 협력해야 한다:

– 특수교사(Special Education Teacher): 장애 학생 및 학습부진 학생 지원, 일반 교사 자문
– 교육심리학자(Educational Psychologist): 학생 진단 및 개입 계획 수립
– 사회복지사(Social Worker): 가족 지원, 지역사회 자원 연계
– 언어치료사(Speech and Language Therapist): 언어·의사소통 지원
– 학습 지원 보조원(Learning Support Assistant): 교실 내 추가 지원

 

이들은 각자 따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협력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사례 회의, 공동 계획 시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의사소통 체계가 필요하다.

 

• 시간과 공간
협력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교사의 업무 시간에 협력 시간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킨다. 예를 들어, 핀란드 교사는 주당 수업 시수가 적은 만큼 협력과 계획을 위한 시간이 보장된다. 물리적 공간도 중요하다. 소그룹 지도를 위한 공간,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력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실 구조, 다양한 학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간 등이 필요하다.

 

• 자원 배분의 형평성
포용교육은 추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를 ‘부담’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 EASNIE는 자원 배분의 원칙을 제시한다(EASNIE, 2016):

– 필요 기반 배분(Needs-based Allocation): 학생 수나 학교 규모가 아니라, 실제 필요에 따라 자원을 배분한다.
– 조기 투자(Early Investment): 문제가 심각해진 후 개입하는 것보다, 조기에 예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이다.
– 유연성(Flexibility): 자원을 특정 프로그램이나 인력에 고정시키지 않고, 학교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통합: 분리에서 협력으로

 

유럽 포용교육의 핵심 철학 중 하나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통합이다. 역사적으로 두 시스템은 분리되어 발전했다. 장애 학생이나 학습부진 학생은 ‘특수한’ 학생으로 분류되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는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를 낳았다.

 

• 낙인 효과(Stigmatization)
특수교육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낙인이 된다. 학생은 자신을 ‘일반’ 학생과 다른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 낮은 기대(Low Expectations)
분리된 시스템에서는 종종 낮은 기대가 지배한다. “어차피 이 학생들은 일반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제한된 교육이 제공된다.

 

• 제한된 기회(Limited Opportunities)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는 또래와의 상호작용, 다양한 교육 활동, 사회적 학습 기회가 제한된다.

 

• 비효율성(Inefficiency)
두 개의 분리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인력, 자원, 전문성이 중복되거나 분산된다.

 

그래서 유럽의 많은 국가는 이러한 분리 시스템을 통합적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핵심은 ‘특수교육’을 별개의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교육 내의 추가 지원으로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통합교육 모델

 

이탈리아는 이 분야의 선구자다. 1977년, 이탈리아는 특수학교를 폐지하고 모든 장애 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이는 당시 세계적으로 매우 급진적인 조치였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교사들은 준비되지 않았고, 학교는 적절한 지원 구조가 없었다. 그러나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탈리아는 통합교육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D’Alessio, 2011).

 

현재 이탈리아의 통합교육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다.

 

• 지원 교사(Insegnante di Sostegno)
장애 학생이 있는 학급에 지원 교사가 배치된다. 그러나 이 교사는 장애 학생‘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일반 교사와 협력 수업을 하며(co-teaching), 학급 전체의 학습을 지원한다. 장애 학생에게 집중적 지원이 필요할 때는 개별 또는 소그룹으로 지도하지만, 가능한 한 일반 학급 안에서 지원이 이루어진다.

 

• 개별화 교육 계획(Piano Educativo Individualizzato, PEI)
장애 학생 또는 심각한 학습부진 학생을 위해 개별화 교육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일반 교육과정에 접근하기 위한 계획이다. 목표는 학생이 또래와 함께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 다학제적 팀(Gruppo di Lavoro)
일반 교사, 지원 교사, 학교장, 교육심리학자, 보건 전문가, 가족이 함께 팀을 구성한다. 정기적으로 만나 학생의 진전을 검토하고, 계획을 조정한다.

 

• 보편적 설계
교실 환경, 교수 방법, 평가 방식을 처음부터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연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통합교육은 아래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Anastasiou et al., 2015):

– 장애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사회성이 분리 교육을 받는 국가에 비해 더 높다.
– 비장애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저하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역량이 향상된다.
– 교사들의 교수 역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에도 지원 교사의 질적 편차, 예산 부족, 일부 교사의 저항 등과 같은 도전적 과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합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모든 학생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점진적 통합

 

포르투갈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포르투갈은 이탈리아처럼 급진적으로 특수학교를 폐지하지 않았다. 대신 점진적 통합 전략을 택했다(EASNIE, 2018).

 

1990년대부터 포르투갈은 특수학교 신규 설립을 중단하고, 기존 특수학교를 자원 센터(Resource Centres)로 전환했다. 이 센터들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했다:

– 일반학교에 전문 상담 제공
– 교사 연수 실시
– 특수 교구 및 자료 대여
– 심각한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단기 집중 프로그램 제공

 

동시에 모든 일반학교에 특수교육 지원 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 팀은 학습부진, 장애, 행동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이 1990년대 5%에서 현재 1% 미만으로 감소했다. 그래서 포르투갈은 현재 대부분의 학생이 일반학교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교육받고 있다.

 

 

한국에 주는 교훈: 구조적 재정렬이 필요하다

 

유럽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단순히 ‘좋은 프로그램 하나 더 도입하기’가 아니다. 시스템 전체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 정책의 통합: 칸막이를 허물어라

 

한국에서 학습부진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 학생, 교육복지 대상 학생은 각각 다른 정책 영역에 속한다:

– 기초학력 보장: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 산하 기초학력진로교육과
– 특수교육: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 산하 특수교육정책과
– 다문화·이주배경 학생 교육: 교육부 학생맞춤통합지원과(이전에는 민주시민교육과 등 여러 과에서 분산 담당)
– 교육복지: 교육부 훈령에 근거하여 시·도교육청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운영(별도 예산·인력 체계)

 

각 정책은 별도의 법령, 예산, 인력,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 중복 진단과 과도한 서류 작업
한 학생이 여러 지원 대상(예: 기초학력 부진 + 다문화 + 저소득층)에 해당되면 각 사업별로 별도 신청, 별도 진단, 별도 서류가 필요하다. 교사는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을 여러 문서에 반복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불만이 크다.

 

• 분절된 지원 체계
기초학력 지원, 특수교육 지원, 다문화 학생 지원, 교육복지 지원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기초학력 지원(Tier 2·3), 특수교육(IEP), 한국어교육(NIK·한국어학급), 교육복지(정서·환경 지원) 등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학생을 하나의 통합된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원하는 체계가 부재하다.

 

• 공백과 중복
어떤 학생은 여러 지원을 동시에 받고, 어떤 학생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유럽 모델은 “모든 학생의 학습을 보장하는 단일한 포용교육 프레임워크를 만들라”고 제안한다. 즉 “기초학력, 특수교육, 다문화 교육을 따로 보지 말고, ‘모든 학생을 위한 포용적 학습 지원’이라는 하나의 틀로 통합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① 통합 법령

현재 분산된 법령들(기초학력보장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의 핵심 원칙을 하나의 ‘포용교육법’으로 통합하거나, 최소한 상호 연계 조항을 명확히 한다.

 

② 통합 지원 체계

학교 단위에서 ‘학생 지원 팀(Student Support Team)’을 구성한다. 이 팀이 기초학력, 특수교육, 다문화, 복지 등 모든 영역의 학생 지원을 통합적으로 조율한다.

 

③ 단일 진단 및 지원 계획

학생의 필요를 여러 번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하나의 개별화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2) 교육과정의 유연화: 모두를 위한 하나의 교육과정

 

한국의 교육과정은 매우 경직되어 있다. 학년별로 정해진 성취기준이 있고, 학생은 해당 학년 말까지 이에 도달해야 한다. 도달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유럽 모델은 다른 접근을 제안한다. 학생이 교육과정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학생에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 성취기준의 단계화
현재의 학년별 성취기준을 학년군별(예: 1-2학년군, 3-4학년군) 또는 단계별로 재구조화한다. 학생이 자신의 속도로 단계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 보편적 학습 설계(UDL) 적용
교과서와 교수 자료를 개발할 때부터 다양한 학습자를 고려한다. 텍스트만이 아니라 시각 자료, 오디오,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 평가의 다양화
지필평가 중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실기, 구두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의 학습을 평가한다.

 

• 교육과정 조정 권한 부여
교사가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육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이는 ‘수준 낮추기’가 아니라, 학생이 핵심 개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조정하기’다.

 

3) 교사 역량 강화: 모든 교사는 포용교육 교사다

 

한국의 예비교사 교육에서 특수교육이나 학습부진 학생 지도는 선택 과목이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다뤄진다. 대부분의 교사는 ‘평균’에 위치한 학생을 가르치도록 훈련받는다.

 

유럽 모델은 “모든 교사는 포용교육 교사여야 한다”고 명확히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 예비교사 교육 개편
교육대학,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에 포용교육을 필수로 포함한다. 학습부진의 이해, 차별화 교수, 협력 교수, 행동 지원 등을 모든 예비교사가 배운다.

 

• 현직 교사 연수 체계화
일회성 워크숍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실천 기반의 연수를 제공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학교 내 전문 학습 공동체다. 교사들이 함께 수업을 관찰하고, 사례를 논의하며, 전략을 실험한다.

 

• 특수교사의 역할 재정의
특수교사를 ‘특수학급 담당’으로만 보지 말고, 학교 전체의 포용교육 컨설턴트로 재정의한다. 일반 교사와 협력 수업을 하고,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자문하며, 교육과정 조정을 지원한다.

 

4) 협력 구조와 시간 확보

 

포용교육은 교사 혼자 할 수 없다. 협력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 교사들은 협력할 시간이 없다.

 

유럽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에게 배울 요소를 제시한다.

 

• 공식적 협력 시간
교사의 업무 시간에 협력 시간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킨다. 예를 들어, 주당 2-3시간을 팀 회의, 사례 협의, 공동 수업 계획 시간으로 확보한다.

 

• 다학제적 팀 구성
학교에 ‘학생 지원 팀’을 구성한다. 교장, 교감, 담임교사, 특수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사회복지사(필요시) 등이 정기적으로 만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해 논의하고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 역할 분담과 조율
각 전문가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도, 유연하게 협력한다. 중요한 것은 ‘내 일/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학생’이라는 집단적 책임 의식이다.

 

5) 자원 배분의 재구조화

 

포용교육은 추가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자원 배분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유럽의 포용교육 모델은 자원 배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 학교 단위 총액 배분
현재처럼 프로그램별로 예산을 따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전체 필요를 평가하여 총액을 배분한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사용한다.

 

• 필요 기반 배분
단순히 학생 수나 학교 규모가 아니라, 실제 필요(학습부진 학생 비율, 취약계층 비율 등)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 조기 투자
문제가 심각해진 후 개입하는 것보다,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효과적이다.

 

 

결론: 시스템이 바뀌어야 교실이 바뀐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학습부진 해결 전략을 여섯 편의 칼럼을 통해 살펴봤다. 미국의 RTI & UDL, 영국의 Pupil Premium, 핀란드의 조기 개입, 캐나다의 고강도 튜터링, 호주의 문화적 반응성 교육 등은 모두 효과적인 전략들이다.

 

그러나 이번 유럽 편이 강조하는 것은 다르다. 개별 전략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 하나 더 추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정책, 법령, 교육과정, 교사 교육, 학교 문화, 자원 배분 등, 이 모든 것이 포용적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한국 교사들이 자주 느끼는 좌절감은 정당하다. “좋은 방법인 것은 알겠는데, 할 수가 없다.” 맞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별 교사의 헌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은 희망을 준다. 시스템은 바뀔 수 있다. 이탈리아는 40년 전 특수학교를 폐지했다. 당시에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은 성공적인 통합교육 모델을 운영한다. 포르투갈은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 할 수 있다. 기초학력 보장, 특수교육, 다문화 교육의 칸막이를 허물고, 하나의 포용교육 프레임워크로 통합하는 것. 교육과정을 유연화하고, 모든 교사가 포용교육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 협력을 위한 시간과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

 

EASNIE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포용교육과 기초학력 보장은 별개가 아니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달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포용교육의 본질이고, 기초학력 보장의 궁극적 목표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현재의 분절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통합적 포용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가. 유럽의 경험은 후자의 길이 더 어렵지만, 더 효과적이고, 더 정의롭다고 말한다.

 

참고 문헌

 

• Anastasiou, D., Kauffman, J. M., & Di Nuovo, S. (2015). Inclusive education in Italy: Description and reflections on full inclusion. European Journal of Special Needs Education, 30(4), 429-443.
• D’Alessio, S. (2011). Inclusive education in Italy: A critical analysis of the policy of integrazione scolastica. Sense Publishers.
•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12). Profile of inclusive teachers. European Agency.
•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15). Agency position on inclusive education systems. European Agency.
•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16). Financing of inclusive education: Mapping country systems for inclusive education. European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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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18). Evidence of the link between inclusive education and social inclusion: Final summary report. European Agency.
•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20). Inclusive education for learners with disabilities. European Agency.
•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23). About us. Retrieved from https://www.european-agency.org
• Rose, R., Shevlin, M., Winter, E., & O’Raw, P. (2010). Special and inclusive education in the Republic of Ireland: Reviewing the literature from 2000 to 2009. European Journal of Special Needs Education, 25(4), 359-373.
• Swed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2011). Curriculum for the compulsory school, preschool class and school-age educare. Skolve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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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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