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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서교육과 함께하는 학급운영

#1455 최서윤,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2026.02.19
올해 3월부터 사회정서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됩니다. 3월 한 달의 학급운영은 1년을 좌우할 수 있기에, 이 글은 개학과 함께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는 사회정서교육 학급운영 전략을 소개합니다.                                                        

 

 

매년 3월은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아이들은 새로 만날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적응해야 할 시기라 긴장감도 크다.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학 전부터 분주하게 준비하며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우리 반이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염려를 느끼기도 한다. 개학 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반 전체의 아이들이 한 명의 교사를 바라볼 때 느끼는 압도감은 베테랑 교사조차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사회정서교육의 의무 시행이다. 이미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 생활지도로 바쁜 현장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버거운 ‘과제’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심지어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이제는 아이들 마음교육까지 해야 하나?”, “상담 교사도 아닌 내가 아이들의 정서를 어떻게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사회정서교육의 의미를 떠올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 본다면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은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한 ‘이정표’이자,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를 위한 ‘마음챙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정서교육은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소통하며, 책임감을 갖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삶의 기술’을 알려주는 철학이다. 모든 교사들이 매년 3월 한 달 동안 학생들과 관계 형성을 위해 애쓰고, 마음을 열고 지도하면서, 학급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해 온 과정이 바로 사회정서교육이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해 왔던 3월 한 달간의 학급운영 방침에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학급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상 활동’으로 스며드는 사회정서교육 학급운영 전략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의무 차시만 생각하면 ‘언제 해야 할까’ 하는 현실적 고민이 우선일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쪼개거나, 조회 종례 시간 이외에 시간이나 교재를 만들어 수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사회정서교육은 별도의 이벤트나 특별 수업이 아니다. 교실의 분위기를 만드는 매일의 루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학기의 첫 시작인 3월이기에, 개학과 함께 바로 시작해 볼 수 있는 사회정서교육 학급운영 전략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첫째, 등교와 함께 시작하는 ‘모닝 감정 출석부’

 

사회정서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 역량이 기본이 될 때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면서 공감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 우리 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이 일어나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스스로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올 때 단순히 출석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마음 날씨’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감정 앱으로 개발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교실에 태블릿을 설치해 등교와 동시에 체크하도록 할 수도 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감정의 변화를 체크하고, 하교 전에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체크하면서 하루 일과의 감정 상태를 자각할 수 있도록 한다.

 

칠판 한쪽이나 교실 뒤편에 ‘맑음, 흐림, 비, 천둥 번개, 해와 구름’ 등의 날씨 그림을 붙여두고 자석을 붙이게 하거나, 다양한 표정이 그려진 ‘감정 카드’를 하나씩 선택하여 자신의 이름 칸에 붙이게 하는 것도 좋다. 반 전체의 모두가 감정 출석부를 보면서 나의 기분과 우리 반 친구의 기분, 선생님의 기분까지 확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게 된다. 서로의 마음 상태를 알게 될 때 공감이 발달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하며 소속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감이 형성될 수 있다.

 

둘째, 갈등 해결을 위한 ‘3단계 평화 언어’ 학급 규칙

 

3월 초는 아이들도 서로 파악이 되지 않아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이 쉽게 일어난다. 이때 교사가 중재하며 상황을 설명하게 하고, 마음이 진정되지도 않았는데 사과하고 화해하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 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적 인식과 관계 기술을 돕는 ‘나 전달법(I-message)’이다.

 

1단계(상황): “나는 네가 (내 허락 없이 지우개를 가져갔을) 때”
2단계(감정): “(네가 내 마음을 무시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어.”
3단계(바람): “앞으로는 (미리 물어보고 사용했으면) 좋겠어.”

 

이 문장 구조를 학급 게시판에 크게 붙여두고, 갈등이 생기면 이 문장대로 말해보도록 한다. 아이들도 평소에 사용하는 어법이 아니라 처음에는 어색해서 입을 떼지 못할 수 있다. 말을 하려다 말고 웃음이 터질 수도 있지만,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의 감정을 주먹이나 욕설이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교실의 평화는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찾아오게 된다.

 

셋째, 수업 시작 전 1분, ‘마음 챙김(Mindfulness)’

 

아이들은 작은 변화에도 큰 반응을 보인다. 친구와 함께 있다 보면 없던 슈퍼(super) 힘도 생겨나고, 생각지도 않았던 흥분의 감정이 쉽게 올라오기도 한다. 특히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 전후에는 더 흥분해 있어서 수업을 이어가기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때 “조용히 하자!”라고 소리 지르거나 큰 종소리를 울려서 잠깐의 시선을 끄는 것 대신에 울림이 좋은 명상 종소리를 울려주며 1분간 ‘멍 때리기’ 또는 ‘눈 감고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기’를 해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숨 쉴 수 있는 장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다. “명상의 종소리가 끝날 때까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자.” 이 짧은 1분의 정적이 아이들의 뇌를 ‘흥분 모드’에서 ‘평온 모드’로 전환해 줄 수 있으며, 흥분의 뇌가 가라앉으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게 한다. 마음챙김은 이미 뇌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주의 집중 방법이다.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이 가장 훌륭한 ‘교과서’

 

사회정서교육의 지속과 성과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교사에게 부담을 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이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을 함양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회정서교육의 주체가 결국 ‘사람’이며, ‘관계’에 기인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혼자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관심 갖고, 이해하면서 보듬어가는 삶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많은 삶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가정과 지역사회로 확산되어 나갈 때 성장하게 되고,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책임감을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학교 교육이며, 교사의 역할이자 사회정서교육의 목표이다.

 

그러나 사회정서교육을 끌어가는 교사의 마음이 지쳐 있거나 불안하다면 교육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하루 종일 받아내고 조율하느라 정서적으로 소진된 교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여유를 내어줄 에너지가 없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감정 조절을 가르치기 전에, 교사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어른의 말을 잘 듣기 어렵고, 집중력이 짧아 쉽게 산만해지며, 감정적으로 조절 능력이 발달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나는 상황에서 잠시 멈추고 심호흡하며 마음과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토닥이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학급을 운영하는 주체는 교사와 아이들 모두이다. 학급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언제나 잘 돌아가는 것이 시스템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이건 삐걱거릴 수 있고, 틀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금 원활하게 맞추는 것이 시스템 운영이어야 하고, 이를 도와주는 것이 사회정서교육이다.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도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현장 교육이 된다. “선생님이 지금 조금 화가 났어.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잠시만 기다려주겠니?”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은 ‘어른도 화가 날 때 저렇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구나’를 배우게 된다.

 

 

1년을 좌우하는 3월의 학급운영

 

3월 한 달의 학급운영은 1년을 좌우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하거나 마음 무겁게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학급 분위기의 루틴만 만들어도 1년간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학급의 일상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학급을 구성하고 있는 교사와 아이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우리 반 모두 자신의 기분을 한 번이라도 표현했나요?”, “오늘 우리 반 마음 날씨는 어땠니?”라고 묻는 관심이 1년의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2026년의 학급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 내가 기대했던 대로 잘 되고 있는지 매 순간 점검하고 수정하면서 마음을 챙겨 나아가는 것이 바로 사회정서교육과 함께 하는 학급운영의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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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최서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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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1. 교사 수정 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교육연구하시는 교수님들도 꼭 현장에서 최소한 2년이상은 교육체험을 직접 해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학적이고 이론적인 정책의 이상과 현장의 괴리감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2. 교사 수정 삭제

    왜 사회정서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하는지 이해불가입니다.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잘 이루어지던 교육이 담당자와 책임자가 지정된 순간부터는 업무가 됩니다. 또 본질과 결여된 성과 나눔이 이어지기 마련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실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3. 궁금이 수정 삭제

    저도 아랫분 말씀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정서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교사와 학생의 교감의 결과물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수업이 되고 커리큘럼 속에 들어가면 선생님들 일거리가 되는 것일 텐데라는 생각입니다.
    사회정서교육 정책은, 방향을 설정하는 차원이다 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정서케어가 교육의 범주이지만 배우고 가르친다는 개념보다는 보여주고 느끼다의 자연스러움으로 녹여졌으면 합니다.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참 목소리도 자태도 고우셨고 밝은 미소에 온화하신 선생님이 셨습니다. 손에는 하늘색 도화지 커버가 씌여진 이야기 책이 있었습니다. 단편의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 이솝우화와 같은 느낌의 문집이었는데, 아이들이 지루해 할 때 주목을 시켜야 할 때 그리고 칭찬의 순간에 그 책 속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주셨습니다. 이야기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고운 목소리로 읽어주시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이야기 한편을 더 들으려고 조용히했고 선생님에게 집중했습니다. 이야기의 결과를 듣기 위해 샘의 미션을 마치기도 했고요. 선생님과 상담할때, 선생님 그 책 어디서 팔아요? 하고 쑥쓰러워하며 여쭤봤던 생각이 납니다. 응, 이건 파는 책이 아니야. 좋은 이야기들을 편집해서 만든거야. 하셨던 것 같아요.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따뜻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아이들은 서로를 집중시켜 자세를 바로 세웠습니다. 이야기는 따뜻한 정서와 마음도 전해줬었고요.
    갑자기 그때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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