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제시한 교육·연구 분야의 AI 활용 지침 사례
| EU가 제시한 교육·연구 분야의 AI 활용 지침을 살펴보고, 핀란드 대학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AI 신호등 모델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AI 시대에 대학 교육이 어떤 본연의 역할을 지녀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합니다. |
들어가는 말
최근 한국에서는 생성형 AI 도구의 활용이 교육과 연구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 윤리적 사용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응시하는 온라인 시험에서 AI로 작성된 답안이 무더기로 적발되고, 심지어 소규모 대면 시험에서도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약 60%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는 미국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합니다.1 청소년 이용 실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AI 활용·규제 체계나 교육 현장의 세부 지침 마련은 여전히 ‘진행 중’ 단계로 보입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보다 일찍, 그리고 체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2019년 투명한 AI 활용에 관한 일반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2020년 「디지털 교육 행동 계획(2021–2027)」에서 AI 문해력 강화, 윤리적 사용, 교육 인프라 투자를 명시했습니다. 2022년에는 초·중등 및 고등교육을 아우르는 교수·학습 환경에서의 AI·데이터 활용 지침을 발표했고, 2024년 8월에는 핀란드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에서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ropean Artificial Intelligence Act)」이 본격 발효되었습니다. 이 법에는 금지해야 할 AI 활용 영역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3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을 장려하고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까지 개발한 한국이 지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동안, 유럽은 이미 장기적 관점에서 공통의 방향성을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낯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 국가와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EU가 제시한 교육·연구 분야의 AI 활용 지침을 살펴보고, 핀란드 응용과학대학교 총장협의회(Arene)가 개발해 핀란드 대학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AI 신호등 모델(Traffic Light Model)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AI 시대에 대학 교육이 어떤 본연의 역할을 지녀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AI 활용 지침의 필요성: 교육·연구 현장의 현실과 위험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과 기업들은 이미 생성형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연구논문 대회나 펀딩 공모에서도 AI 도입 이후 지원자 수가 몇 배씩 급증했고, 제출된 계획서와 논문을 평가하는 데조차 또 다른 AI 모델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AI 가 AI를 평가하는 시대”가 현실이 된 셈이지요.
필자는 2023년 여름, 탐페레대학교에서 열린 AI 활용 가이드라인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당시 대학 차원의 공식 지침은 거의 없었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AI 클라우드 외 플랫폼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세미나에서 소개된 내용은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발표자들은 AI 프롬프트를 활용해 펀딩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정성·정량 데이터를 코딩하며, 초기 분석을 진행하는 실제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몇 초 만에 복잡한 빈도 분석과 그래프 시각화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참석자들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과정의 윤리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연구 데이터는 어디까지 입력해도 되는가?”
“인터뷰나 설문 응답을 그대로 넣어도 되는가?”
그러나 당시에는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AI의 가능성과 효율성은 눈앞에서 확인했지만, 이를 어떻게 안전하고 공정하게 사용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개별 대학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국제 연구에서도 많은 교수진이 생성형 AI 가 표절, 자동 요약·번역, 데이터 조작을 손쉽게 만들어 학업·연구 성실성을 위협한다고 경고합니다. 유럽과 북미 대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AI를 “효율적인 학습 도구”로 인식하는 반면, 교수들은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 능력 약화”를 우려하는 등 양측의 인식 차이가 뚜렷합니다 (Reiter 외, 2025).
그렇다고 학생과 교수가 “AI 찬성 vs 반대”로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AI의 완전 금지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문제는 무엇까지가 “허용 가능한 학습 지원”인지, 어디서부터 “학업 부정”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또 어떤 과제에서 AI 활용을 금지하거나 허용할지에 대한 ‘선 긋기’ 기준을 국가나 대학에서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Corbin 외, 2025).
한국의 경우 산업·노동 분야에서는 AI 활용을 적극 장려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와 스마트 교육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대학 강의실과 연구실에서는 어떤 조건에서 AI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원칙이 부재합니다. 결국 각 학과와 교수에게 책임이 떠넘겨지면서 학생들은 “규칙이 들쑥날쑥하다”고 느끼고, 교수들은 “기술을 단속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국가·기관 차원의 합의된 지침 부재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은 어떠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있을까요?
EU-Level Foundations (2019–2024)
EU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교육·연구에서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 지침을 마련해 왔습니다. 이 지침들은 연구자·교사·대학이 AI를 활용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공동 기준’을 제공하며, 각 회원국이 참고하여 자체 지침을 설계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합니다.
• 2019 – Trustworthy AI: 신뢰할 수 있는 AI의 7대 원칙 제시
EU 고위 전문가그룹(HLEG)은 「Ethics Guidelines for Trustworthy AI」(2019)를 통해 투명성, 인간 감독(human oversight), 책임성,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성, 기술적 견고함, 사회적·환경적 복지 등 7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이 원칙은 이후 교사 연수 프로그램과 디지털 교육 프로젝트 전반에 중요한 철학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 2020 – 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
「디지털 교육 행동 계획」은 코로나19 이후의 디지털 전환을 반영해 AI 문해력(AI literacy)과 윤리적 사용을 교육 체계 전반의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특히 AI 이해 및 비판적 활용 능력,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데이터 보안 인프라 구축 등이 강조되어, 각 국가가 교육에서 AI 활용 규범을 만드는 데 기반이 되었습니다.
• 2022 – 교육자를 위한 AI·데이터 활용 윤리지침(Ethical Guidelines for Educators)
2022년 발표된 이 지침은 초·중등 교육을 주요 대상으로 했지만, 교육·학습에서 AI 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 중심의 조언을 제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① 학습자 데이터를 수집할 때 준수해야 할 원칙,
② AI 교육 도구 선택 시 체크리스트,
③ AI 의 오류 가능성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여, 이후 유럽 고등교육기관의 지침에도 널리 참고되었습니다.
• 2024 – EU AI Act: 위험 기반 규제 체계 구축 (2024년 8월 발효)
EU AI Act는 전 세계 최초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AI 규제 체계로, 용도·위험도에 따른 단계별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교육 분야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학생 평가·인정·배치 등에 사용되는 AI는 ‘고위험(High-Risk)’으로 분류.
② 고위험 AI는 투명성, 인간(human) 감독, 데이터 품질, 오류·편향 방지, 기술 문서화 의무를 반드시 충족해야 함.
즉, 학생 성적·평가·진단 등에 AI를 사용하는 경우, 대학·학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 2025 – 교육 분야 금지(AI Act Article 5 기반)의 구체적 가이드라인 발표
2025년 발표된 「Commission Guidelines on Prohibited AI Practices in Education」은 AI Act의 금지 규정을 교육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문서로, 교육에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AI 기술과 예외 사항을 명확히 제시합니다([표 1~3] 참고).
[표 1] EU AI Act Article 5 – 모든 분야에서 금지된 AI 관행4
| 금지 범주 | 설명 |
| 행동 조작·기만(manipulation) | 잠재적·무의식적 기법을 사용해 사람의 행동을 왜곡해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AI |
| 취약계층의 취약성 악용 | 아동, 장애인, 사회·경제적 약자를 조작하거나 영향을 유도하는 AI |
| 사회적 점수화(Social Scoring) | 개인·집단을 평가해 사회적 혜택이나 처벌을 결정하는 시스템 |
| 범죄 위험성 예측 AI | 개인의 특성만을 기반으로 범죄 가능성을 산출하는 시스템(인간 판단 보조 목적 외 금지) |
| 얼굴인식 데이터 대규모 수집 | 무차별적 웹·CCTV 이미지 스크래핑을 통한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
| 감정인식(Emotion Recognition) – 교육·직장 금지 | 학습자·교사의 감정(긴장, 동기, 스트레스 등)을 추론해 평가 또는 관리 목적에 사용하는 시스템 |
| 생체 정보 기반 분류(Biometric Categorisation) |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민감 특성을 AI로 분류 |
|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RBI) | 공공장소에서의 실시간 생체인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특정 범죄 예방 등 특수 상황만 허용) |
[표 2] 교육 환경에서 추가적으로 금지된 AI 사례 (2025 가이드라인)
| 교육 현장 금지 내용 | 설명 |
| 학생의 집중도·동기 평가를 위한 감정인식 AI 금지 | 감정 추론 기반의 학습자 평가 전면 금지 |
| 입시·자격 시험에서 감정 추론 기반 평가 금지 | 불안·흥분·스트레스 등을 감정 AI로 판단하는 행위 금지 |
| 교사 업무 감정 분석 시스템 금지 | 교사의 감정·긴장·동기를 추론해 관리하거나 평가하는 시스템 금지 |
[표 3]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사례 (제한적 조건)
| 예외적 허용 | 조건 |
| 부정행위 방지용 AI 기반 시선추적
(Eye-tracking) |
감정을 ‘추론하지 않을 것’ |
| 교육용 역할극·시뮬레이션에서 감정인식 활용 | 인증·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
| 의료적·안전 목적의 감정 인식 AI | 치료·상담·위기 상황 관리 등, 비교육적 판단이 목적일 것 |
위와 같은 EU의 장기적 정책 흐름과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한 가지 중요한 흐름이 보입니다. EU는 AI를 교육에서 ‘무조건 금지’하거나 ‘무조건 허용’하는 대신, 어떤 기술은 위험하기 때문에 명확히 금지하고, 어떤 기술은 투명성과 감독을 전제로 조건부 허용하는 정교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원칙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입니다. 특히 각 대학은 EU의 규제를 바탕으로, 교수·학생이 일관된 기준 속에서 학습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핀란드의 대응: 대학 차원의 구체적 실천
Arene(핀란드 응용과학대학교 총장협의회)는 2024년, EU AI Act와 국가 수준의 윤리 기준을 토대로 대학의 모든 교과·과제·연구 활동에서 AI의 허용 범위를 명확히 안내하는 ‘AI 신호등 모델(Traffic Light Model)’을 개발했습니다. 이 모델은 학생·교수·대학이 “AI 를 언제,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사용해도 되는가”를 투명하게 합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천적 도구입니다.
Arene 문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제시합니다:
• 가능한 한 ‘허용적(permissive)’인 사용을 권장한다.
• 다만 금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명확한 근거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 학생은 AI를 사용한 경우 반드시 책임(Accuracy·Integrity·Originality)에 대한 최종 책임을 본인이 진다.
• 학생이 AI 사용 여부를 숨기면 부정행위(fraud)로 처리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Arene는 대학·교사가 과제별 지침을 설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4색 신호등 분류 체계를 제안합니다.
[핀란드 Arene AI 신호등 모델]
AI 신호등 모델은 다음 네 가지 선택지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 파란불(Blue) – AI 사용 의무(required)
• 빨간불(Red) – AI 사용 금지(prohibited)
• 노란불(Yellow) – AI 사용 허용 + 보고 의무(allowed but must be reported)
• 초록불(Green) – AI 사용 완전 허용(allowed without reporting)
[그림 1] AI 신호등 모델 (출처: https://arene.fi/)
각 범주는 “언제 사용해야 하는가?”, “왜 금지되는가?”, “어떤 학습 목표에서 적합한가?”에 대한 예시를 제공합니다. 아래에서 각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Blue – AI 사용 의무화(required)
“Artificial intelligence must be used to create outputs. The student must report how they have used AI.” 학생이 반드시 AI를 사용해야 하며, 사용 방식도 보고해야 한다. AI 사용 사실을 보고하지 않으면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다.
o 학습 목표: AI 활용 역량(프롬프트 설계·비판적 사용·결과 해석)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것.
o 교육적 목적 예시
• 학생이 AI 가 생성한 텍스트나 시나리오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과제
• 학생이 AI 생성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발전시키는 과제
• AI 기반 챗봇·튜터 개발과 같은 기술 기반 학습 과제
• AI 를 업무 보조도구로 활용하여 효율화하는 법을 배우는 과제
이 범주는 “AI 시대의 기초 역량”을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설계된 과제에 적합하다고 명시합니다.
• Red – AI 사용 금지(prohibited)
“The output must be created without the help of artificial intelligence··· The use of AI is forbidden for a justified reason.” 절대 AI를 사용하면 안 되는 과제 유형이며, 사용 시 즉시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o 명확한 교육적·윤리적 이유가 있을 때만 지정 가능함.
o 교육적·윤리적 목적 예시
• 학생의 언어능력(문법·쓰기 능력) 자체를 평가하는 과제
• 자기성찰(reflection) 능력을 평가하는 과제
• AI가 너무 쉽게 답을 제공해 학생의 실제 역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AI 모델에 입력할 수 없는 경우
이 범주는 “학생 고유의 학습 역량 측정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에서 사용됩니다.
• Yellow – AI 사용 허용/보고 의무(allowed, must be reported)
“Artificial intelligence can be used··· but the student must clearly report its use. Failure to disclose… interpreted as fraud.” AI 사용은 가능하나, 어떻게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o “학습의 일부”는 인간의 사고로, “보조 도구”는 AI로 수행한 것을 구분해 평가함.
o 예시
• 학위 논문 과정: AI를 이용한 구조 설계, 텍스트 점검 등
• 수업 과제: 서론·요약 작성, 발표 자료 시각화, PPT 이미지 생성
• 복합 주제 발표 과제에서 학생이 AI 도움 범위를 명확히 밝히도록 요구
이 범주는 대학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며, AI와 인간의 기여도를 구분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 Green – AI 사용 완전 허용(allowed, no reporting)
“Artificial intelligence can be used freely and without report… The use of AI does not affect the assessment.” AI를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고, 보고할 필요 없으며 AI 사용 여부가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o 예시
• AI 사용이 과제 난도나 학습 목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 폐쇄형 환경(video material)에서 답변해야 하는 경우
• 실습·현장 기반 과제에서 AI 사용이 ‘옵션’일 뿐 필수적이지 않은 경우
• 외국어 자료 활용 시 번역 지원용으로 AI 사용
이 범주는 학습의 본질적 성취가 AI로 인해 왜곡되지 않을 때 선택됩니다.
Arene의 신호등 모델은 결국 “AI 사용 허용 여부”를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각 학습 목표에 적합한 수준의 AI 활용을 설계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과제의 성격과 교육적 목적에 따라 AI를 필수·조건부·금지·자유 허용으로 구분함으로써, 교수자와 학생 모두가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 속에서 학습 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맺음말: AI 시대에 대학이 길러야 할 진짜 역량
지난 달, 저는 미디어 교육 석사 과정의 발표 평가자로 참석했습니다.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A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지만, 논거와 근거 자료는 반드시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기반해야 했습니다. 7장의 슬라이드, 7분 발표, 7분 토론이라는 제한 속에서 그들은 팀워크, 논리적 구성, 시간 관리, 그리고 토론에서의 이해도를 중심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학생들은 처음에 이 과제가 까다롭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요한 역량을 익혔습니다. 동료와 협력해 논점을 정리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을 명확히 설명하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사고를 정교화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대학 본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대학은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일수록, 이런 경험 기반의 학습과 깊이 있는 토론·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를 금지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는 이제 핵심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렇습니다.
AI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자 하는가?
앞으로도 대학이 AI의 가능성을 활용하되, 그 중심을 항상 학생들의 진짜 역량-비판적 사고, 협업, 의사소통, 윤리적 판단-에 두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 European Commission. (2019). Ethics guidelines for trustworthy AI.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library/ethicsguidelines-trustworthy-ai
• European Commission. (2020). Digital Education Action Plan 2021–2027: Resetting education and training for the digital age (COM(2020) 624 final).
https://education.ec.europa.eu/focus-topics/digital-education/action-plan
• European Commission. (2025). Commission Guidelines on Prohibited AI Practices in Education.
https://epale.ec.europa.eu/en/content/commission-guidelines-prohibitedai-practices-education
• Corbin, T., Dawson, P., Nicola-Richmond, K., & Partridge, H. (2025). ‘Where’s the line? It’s an absurd line’: towards a framework for acceptable uses of AI in assessment. Assessment & Evaluation in Higher Education, 50(5), 705–717.
https://doi.org/10.1080/02602938.2025.2456207
•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 (2022). Ethical guidelines on the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and data in teaching and learning for educators.
https://data.europa.eu/doi/10.2766/153756
• Reiter, L., Jörling, M., Fuchs, C., & Böhm, R. (2025). Student (Mis)Use of Generative AI Tools for University-Related Tasks.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Computer Interaction, 41(19), 12390–12403.
https://doi.org/10.1080/10447318.2025.2462083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각주
- 한국은행 보도자료. (2025.9.5). 일상에 스며든 AI,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 에듀플러스 보도자료. (2025.2.25). 청소년 3명 중 2명, 생성형 AI 사용 경험 있어 – 에듀플러스
- 유럽연합 홈페이지. (2025.4.24). Commission Guidelines on Prohibited AI Practices in Education
- 유럽연합 홈페이지. https://epale.ec.europa.eu/en/content/commission-guidelines-prohibited-aipractices-education
* 번역: 생성형 AI Copilot
한국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언어화와 교사교육을 연구하며, 교육을 정치·사회·경제·문화와 연결하여 바라보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동향 집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6』(에듀니티, 공동저자)가 있습니다.
- Linkedin: www.linkedin.com/in/eunji-kim85

요즘 AI활용에 대해 관심 있게 보는데, AI사용에 있어 신호등 모델 적용하면 좋을 것 같네요. 우리 나라도 AI사용 지침서를 체계화시켜서 잘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신호등 모델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쉽게 AI 사용 범위를 인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완벽한 관리 감독보다는 공유된 지침, 자율성, 그리고 책임에 중점을 두는 것을 강조하지요. 한국에도 곧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