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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자연과 함께 시작하는 2학기 – 사회정서학습(SEL)과 통합교과의 만남

#1403 조숙형, 대전 송촌초등학교 교사 2025.11.19
자연과 함께 시작하는 초등학교 2학년 2학기의 수업. 사회정서학습과 통합교과를 엮은 수업 활동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얻은 교육적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9월 말, 학교 공사로 인해 유례없이 긴 여름방학을 마친 아이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두 달의 공백은 교사인 나에게도 낯설었으니, 아이들에게는 더 큰 변화였을 것이다. 흐트러진 생활 리듬을 되찾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시 잇고, 학습에 대한 마음을 다시 붙잡는 일까지… 새 학기를 시작하며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초등학교 2학년) 통합교과의 ‘계절’ 단원과 사회정서학습을 자연스럽게 엮어 자연 중심의 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 속에서 정서가 차분히 회복되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부드럽게 다시 이어지도록 돕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자연을 매개로 다시 학교에 친근하게 스며들며 2학기를 편안하게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에이드리언 베튠의 《마음건강수업》(2024)은 자연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단순히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면역체계가 강화되며, 심혈관 건강이 개선된다고 말한다. 신체가 먼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정서와 관계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뚜렷하다. 자연을 경험한 아이들은 더 친절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되며, 학교생활 전반이 안정적으로 흐른다. 긴 방학을 마친 후 다시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첫 수업은 자연 속에서 열기로 했다. 학교 인근 공원과 운동장을 수업 공간으로 삼아 아이들이 가을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을 정돈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관계를 성찰하도록 했다.

 

 

대지 미술과 언어 표현의 통합

 

첫 활동은 대지 미술과 국어과의 언어 표현을 통합한 수업으로 설계했다.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과제는 모둠에서 정한 고운말을 자연물로 표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 과제는 모둠에서 정한 주제를 자연물로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감사, 칭찬, 우정, 노력, 사랑, 배려’ 같은 고운말과 ‘거미, 루돌프, 악어, 새둥지, 꽃’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활발하게 대화하고 토의했다. 모둠 내에서는 어떤 재료를 모아올지, 누가 밑그림을 그릴지,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하며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협력이 이루어졌고, 재료를 나누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에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친사회적 행동이 드러났다.

 

학생들은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물을 관찰하고 직접 만지며 배치하는 촉각적 경험에 몰입했다. 낯선 나무 열매나 새로운 자연물을 발견하면 서로 묻고 알려주며 상호작용이 이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자연물 앞에서도 호기심을 발휘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교실 내 활동과 비교했을 때 신체 활동량이 늘어나고 제한된 규칙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적 표현이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자연과 직접 교감하며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즐거움과 몰입,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동시에 누렸다.

 

함께 먹는 간식의 힘 – 관계 회복의 마중물

 

함께 먹는 간식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창작 활동을 마치고 충만한 성취감을 뒤로한 채 아이들은 간식을 나누며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사정으로 일 년 내내 나가지 못했던 현장체험학습을 대신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고, 교실 책상이 아닌 바람과 나무, 새소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의 간식 시간은 아이들의 정서를 한층 부드럽게 풀어 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의 울음, 발끝에 스치는 풀잎의 바스락거림까지 자연의 모든 배경음은 아이들의 마음속 속도를 서서히 낮추는 역할을 했다. 처음엔 들뜬 목소리로 떠들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르며 놀라울 만큼 차분한 분위기로 변해 갔다.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말을 걸고, 음식을 나누고, 오늘의 경험을 되새겼다.

 

“오늘 정말 재밌었지?”
“이거 한번 먹어봐, 맛있어.”
“선생님, 밖에서 수업하니까 너무 좋아요! 수업이 아니라 노는 것 같아요.”

 

이런 대화들이 오가며 공유된 경험이 쌓였고, 자유로운 상호작용 속에서 친밀감과 유대감이 더욱 단단해졌다. 특히 긴 방학 동안 조금은 멀어질 수 있었던 관계들이, 간식을 나누며 감정을 교류하는 짧은 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함께 먹는 단순한 행위였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바쁜 활동 속 잠시 멈춰 앉아 먹고, 이야기하고, 웃는 이 작은 순간이야말로 관계를 회복시키는 따뜻한 마중물이 되었다.

 

 

가을을 병에 담다 – 다감각적 계절 인식 활동

 

가을을 병에 담는 일은 계절을 느끼는 감각을 한데 모아 기억 속에 오래 남기는 작업이었다. 여러 번의 야외 수업을 마친 뒤 아이들에게 그동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본 것 가운데 오래 기억하고 싶은 가을의 순간을 병 형태의 그림 안에 표현해 보도록 했다. 시각적 요소와 언어적 표현을 함께 활용해 자신만의 ‘가을 병’을 완성한 뒤, 무엇을 담았는지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의 표현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했다.

 

“가을의 향기”, “낙엽 밟는 바스락 소리”, “친구들이랑 먹었던 양파깡 냄새”, “따뜻한 햇빛이 볼에 닿는 느낌”, “솔방울의 까슬까슬한 촉감”, “단풍잎의 빨강과 노랑”,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모둠 친구들과 만든 글자 ‘노력’”, “친구가 찾아준 예쁜 돌멩이”, “공원 풀냄새”…

 

각자가 경험한 가을이 감각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한 학생은 직접 주워온 낙엽을 붙이며 “이 낙엽을 보면 오늘이 생각날 것 같아요”라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이어폰을 그려 넣으며 “새 소리, 바람 소리, 친구들 웃음 소리를 다 담고 싶어요”라고 표현했다. 어떤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앉아 간식을 먹던 장면을 그리며 “이때 느꼈던 행복을 담아요”라고 나누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이 자연물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관계까지 함께 병 속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랑 함께 본 하늘”, “○○이가 나눠준 과자 맛”, “선생님과 걸었던 길” 같은 표현은 아이들에게 가을이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했는가’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다감각적 활동은 계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 채널이 동원된 경험은 기억을 깊게 만들고, 감정과 장면을 함께 떠올리는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추상적인 감각을 언어와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은 아이들의 자기표현을 확장하고, 정서를 표현하는 언어를 풍부하게 해 주었다.

 

돌에 마음을 담다 ― 반려돌 꾸미기 활동

 

아이들에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돌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돌 하나를 선택해 보도록 했다. 이 돌이 앞으로 각자의 ‘반려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더욱 신중하게 돌을 바라보았다. 둥근 돌, 울퉁불퉁한 돌, 손에 꽉 차는 큰 돌 등 선택은 제각각이었고, 그 안에는 이미 아이들의 성향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이건 너무 귀여워요.”
“저는 제일 큰 대장돌이에요.”

 

돌을 고른 뒤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돌돌이’, ‘사랑이’, ‘김아서(자기 이름과 비슷)’, ‘딸기’… 이름 하나에도 아이들의 정서, 바람, 취향이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이후 색칠과 표정 그리기 활동이 이어졌다. 웃는 얼굴, 눈물이 맺힌 얼굴, 생각에 잠긴 얼굴 등 각자 그린 표정은 아이들의 감정 세계를 그대로 비춰 주었다.

 

“제 돌은 오늘 기분이 좋아요.”
“제 돌은 친구가 생겨서 행복해해요.”

 

아이들은 돌에 감정을 투사하며 직접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부드럽게 꺼내 놓았다.

 

반려돌의 집을 꾸미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갖고 싶은 공간을 대신 만들어주듯 세심하게 배치하고 꾸미며 만족스러워했다. 완성된 반려돌을 교실 한편에 전시하자,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돌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관찰되었다.

 

“돌돌아, 이불 덮고 자.”
“우리 같이 놀자.”

 

돌은 아이들에게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따뜻한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이 활동은 사회정서학습(SEL)의 핵심 요소인 자기감정 인식과 자기조절 능력을 함양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돌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여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아이들의 모습, 자신이 현재 원하는 감정을 돌에게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돌을 돌보는 과정을 통해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자연물로 자화상 만들기, 한 달 동안 모은 결과물로 교실을 가을빛으로 채우기, 가을 노래 부르기, 가을 동시 필사하기, 수업 후 소감 글쓰기와 같은 활동들이 한 달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들은 즐거운 체험의 흐름 속에서 2학기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스며들어갔다.

 

프로젝트를 마치며 돌아본 교육적 시사점

 

첫째, 좋은 교육 자원은 비싸거나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가까이 있는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배움의 장이 되었고, 아이들에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체험을 제공했다.

 

둘째,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이 커졌다. 교실에서는 조용히 숨어 있던 아이들의 잠재력이 햇빛을 받는 순간처럼 환하게 드러났다. 서로 도우며 협력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피어났다.

 

셋째, 정서는 학습의 토양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때 아이들의 배움은 훨씬 깊어졌다. 자연이 주는 안정감과 따뜻한 정서 경험은 학교생활 적응과 학습 동기를 함께 높여 주었다.

 

넷째, 교과 간 연계가 이루어질 때 배움은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여 갔다. 통합교과와 국어, 미술, 사회정서학습이 자연과 얽히며 아이들은 ‘의미 있는 배움’을 경험했다. 교과가 분절된 지식이 아니라 삶과 연결된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맺으며

 

긴 방학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 기반 교육이 지닌 깊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경험하며 자연과 연결된 존재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따뜻한 유대감을 쌓아 갔다.

 

교실에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한 산출물이 아니라, 자연과 나눈 대화의 흔적이자 아이들 마음에 새겨진 배움의 기록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자연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학습을 대하는 시선과 학교생활 전반의 안정감까지 한층 깊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계절의 흐름과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세심히 살피며 자연 기반 교육을 꾸준히 이어 가고자 한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계절은 살아 있는 교육과정이고, 직접 경험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 배움이다.

 

계절은 변하고 자연은 언제나 곁에 있다. 교사의 역할은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연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며, 그들의 삶이 더욱 단단하고 풍요롭게 자라나도록 돕고자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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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송촌초등학교 교사 조숙형

현재 대전 송촌초등학교 교사(경력 24년차)로, 대전 사회성감성 교과연구회 회원이다. 또한 비바샘 원격교육연수원 <정서격차해소, 기초학력향상, 사회성감성교육 마음트리>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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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궁금이 수정 삭제

    선생님 글을 읽으니 예전에 읽은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란 책이 생각 납니다. 그리고 요즘 시대의 단연 화두인 AI가 갑자기 머리에 스칩니다. 인간이 따라 잡을 수 없는 계산능력과 정보처리 속도. 인간이 Ai의 단순한 기능을 뛰어 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 되고 있다 생각하는데, Ai가 하지 못하는 영역 중엔 데이터화 되지않는 무형의 정서적 교감등 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연의 언어와 정서를 해석하는 기능이 Ai는 없겠지요. 생동감과 현장감, 역동성, 화면으로는 표현이 안되는 시각적 색채, 자연의 마법..Ai도 할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이 인간 감수성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는 이런 교육들이 너무나 필요하고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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