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변화를 가져오는 힘, 사회정서교육!
| 2025년도 새 학기와 함께 시작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교실에서 얼마나 잘 실천되고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을 짚어보며 교실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
교실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정서교육
요즘의 학생들은 10여 년 전의 학생들에 비해 학습 속도나 정보 습득에 있어서 그 능력이 훨씬 좋아진 듯하다. 수많은 디지털 기기와 정보의 양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새로운 내용들을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각 학년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의 어려운 내용이 아래 학년으로 점점 내려오고 있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볼 때 더 높은 수준의 내용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많은 어른들도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정서적 측면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형제자매가 많지 않은 핵가족 구조 속에서 성장하면서 오로지 자신에게 향하는 가족의 관심에 익숙해져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작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친구와의 오해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정신건강 관련 뉴스들을 보면, 지식적 측면에서는 풍성해졌을지 몰라도 심리정서적 안정감과 사회관계 능력은 오히려 빈곤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학생들의 발달과정을 반영하여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위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Emotional Learning)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부터 시범 교육과 교사 연수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사회정서학습을 감정교육, 마음챙김, 자기조절 등을 가르치거나 활용하는 교육으로 이해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위와 같은 방법들은 사회정서학습에 효율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교수 방법의 전략 중 하나로 활용되는 것이다. 사회정서학습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접근하였으나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발달을 반영하여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으로 개발하였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교육의 방향을 수정하거나 새롭게 개발하여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육’이라는 광범위한 접근의 보편성과 그 나라만의 문화적 특수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사회정서교육이 ‘교실 속 실천’의 균형 있는 교육적 방향으로 시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의미
사회정서학습(SEL)은 다섯 가지 핵심역량을 강조한다. 이는 자신의 감정과 가치, 강점을 인식하는 능력인 자기인식(Self-Awareness),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힘으로서의 자기관리(Self-Management),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Social Awareness), 협력, 소통, 갈등 해결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관계 기술(Relationship Skills), 그리고 윤리적이고 건설적인 선택을 하는 능력인 책임 있는 의사결정(Responsible Decision-Making)이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위의 다섯 가지 요소를 ‘개인 중심’이 아닌 ‘공동체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한국형의 핵심역량은 ‘자기’, ‘관계’, ‘공동체’, ‘마음건강’의 네 가지로, ‘나’를 넘어 ‘나와 너의 관계’, ‘우리’를 함께 바라보는 교육적 접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Social Emotional Education: SEE)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관계 중심의 문화적 접근으로서 사회정서교육이다. 사회정서학습(SEL)은 개인의 감정 인식과 표현에 초점을 둔 ‘자기인식’을 첫 번째 핵심역량으로 강조한다. 반면에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자기’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情)’과 ‘배려’를 중심으로 관계 속에서의 ‘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는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의 내용에 제시된 8가지의 핵심 덕목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며,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정서적 상호작용으로 이끄는 핵심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생활 중심의 학습기반 사회정서교육이다. 사회정서교육은 특별활동이나 동아리 수준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일상의 교육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하는 삶의 교육이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의 토론 활동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화 규칙을 정하거나, 과학 실험 시간에 능동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협력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곧 사회정서교육이다. 이를 잘 적용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사부터 사회정서교육적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셋째, 협력 중심의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연계기반 사회정서교육이다.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은 일반화되기가 어렵고, 일상생활에서의 적용이 더디며,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더더욱 학교 내의 교육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학부모가 가정에서 사회정서교육의 접근으로 양육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사회정서교육적인 활동과 체험으로 자연스러운 경험을 통해 학생의 사회정서 발달을 지지할 때 지속 가능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위와 같은 접근을 중심으로 학교가 단순히 학습의 배움만을 경험하는 곳이 아닌 “작은 마을 공동체”, “협력 공동체”로 보는 협력적 관점을 중점에 두고 제안을 해 보았다. 즉,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학교는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곳”으로 경험될 수 있다.
교실에서 실천하는 사회정서교육
사회정서교육이 교실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교사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적용하려는 실천적 시도가 중요하다. 우선, 가장 적용하기 쉬운 초등학교를 예로 들면,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마음 뉴스 보도하기’ 또는 ‘감정 온도계’ 활동을 통해 감정을 알려주거나 수치화하며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오늘의 감사 일기장’을 모둠별로 나누어 반 학생들이 돌아가며 작성하도록 하여 친구의 감사도 읽고 댓글을 써주게 하면서 공감을 표현하도록 할 수도 있다.
중학교에서는 학급회의 시간을 활용하여 사회정서교육의 적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둠별로 ‘요즘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힘든 일’을 함께 나누며 예상되는 갈등 상황이나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경험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 반 학생 모두가 마음이 편안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책임감을 갖도록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수업 후 팀워크 피드백을 진행하며, 협력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배운 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자기 성찰 저널 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인식의 폭을 넓히고 감정 변화의 과정을 탐색하면서 자아정체성 발달을 촉진할 수도 있다.
효과적인 사회정서교육을 끌어가는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
사회정서교육의 성공적인 실천은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교사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만 하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전인적인 발달을 돕는 사회정서적 코치이면서, 사회적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인생의 설계자이자 선배이기도 하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 준비도 중요하지만 ‘마음 준비’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원하는 마음을 생각해 보고,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한 준비를 하며, 동료 교사와 고민을 나누는 협력적 분위기 안에서 자신을 돌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마음이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을 키울 수 있다. 더불어 교사로서 사회정서역량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제안한다.
우선, 매 수업 목표에 사회정서교육의 요소를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오늘 하루는 ‘친구와 함께 협력하기’를 더 자주 실천해 보도록 해요.”라든가 “오늘따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드네~” 하며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좋겠다. 학급 규칙을 정할 때 ‘감정 표현하기’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도 좋다. “화가 날 때는 일단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 후에 말해 보기로 하자.” 또는 “오늘 나의 마음건강을 수치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일까? 친구의 마음건강 수치도 확인해 보자.” 식으로 나와 친구의 마음건강 청신호와 적신호를 서로 확인해 보면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사회정서교육의 실천은 대단하게 거창한 것이 결코 아니다. 늘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모든 경험들이 사회정서교육의 접근 안에 녹아들 수 있다. 작은 활동부터 적용하기를 시도하면서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의 배움과 삶
사회정서교육은 단순히 감정 관리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며,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교육이 지향해 온 공동체를 강조하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학생과 학생 사이, 학생과 부모 사이의 긍정적 관계가 퍼지고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잘 알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협력적 분위기가 배움의 현장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잘 적용되고 실천된다면, ‘함께 행복해지는 배움이 있는 모두의 학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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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