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우상향의 교육 신화, 그 이면의 탐험기

#1381 전종옥, 양서중학교 교장 2025.10.01
‘우상향 신화’ 속에서 학교와 사회가 발전해 온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 악성 민원 등 심각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음을 드러냅니다. 공교육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의 힘이 커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세상은 우상향을 따른다는 신화가 있다. 노력과 경쟁은 늘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믿음. 그걸 입증하듯 우리의 국민총생산과 소득은 꾸준히 증가했고, 남녀의 평균 신장도 크게 커졌다. 주거는 고층화되었으며 승용차를 가진 이와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의 수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손아귀에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쥔 초연결 사회, 우린 언제 어디서는 누군가와 연결할 수 있다.

 

학교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 ‘보였다’.

 

교사로 보낸 지난 38년, 학교도 참 많이 바뀌었다. 먼저 1990년 무렵, 한 반에 60명을 넘나들던 학생 수는 지금은 반 이상 줄어 20명 중반 수준이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 폐교가 되거나, 학교 통폐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지역도 꽤나 있다.

 

수작업으로 교사가 일일이 하던 채점은 OMR에게 넘겨준 지 오래되었고, 모든 문서는 디지털화되었고, 내부 결재와 공문 처리도 다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분필과 지우개를 사용하던 칠판은 거의 전자칠판으로 바뀌었고, 개개인에게 교과서와 함께 수업용 태블릿을 하나씩 제공하고 있다.

 

수업과 평가는 또 어떠한가? 교사가 주도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사실, 정보, 지식을 전달하던 교육과정은 설 자리가 좁아졌다. 대신, 학생 중심, 학습자 주도성을 기본으로 하며,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키우며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교육이 힘을 얻고 있다.

 

대체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원하던 흐름에 가까운 것이니, 우상향을 거듭해 왔다고 해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빛이 강렬할수록 더 짙은 그림자를 만든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우상향 신화’가 그린 낙관적 그래프 이면에는 늘 불평등·퇴행·위험이 함께 존재한다. 다만, 우리는 이를 모른 체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한 구석에 미뤄두었을 뿐이다. 쉼 없이 달려온 경쟁지상주의,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사회, 능력주의 담론 등이 학교엔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생생히 보아야 한다.

 

 

학생들의 호소에 응답하라

 

인구 10만 명당 7.9명, 2024년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넘는 세계 1위다.1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청소년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지 한참 되었다. 모 교육청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그 원인은 집안 문제,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데, 가장 많은 비율은 ‘불명(不明)’이라고 한다. 어느 하나로 특정하지 못하는, 온갖 어려움에 갇혀 있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요즘 학생들은 ‘우상향 신화’의 혜택을 가장 풍요롭게 누려 온 세대이다. 온라인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 디지털 문명과 무상 복지(수업료, 급식, 학습 준비물 등)의 혜택도 그 어떤 세대보다도 많이 누린 그들. ‘결핍’을 모르고 자란 이들이 자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쉽사리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런데, 한편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 극한 사교육과 사회적 격차에 눈길이 닿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7세도 모자라 4세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사교육 선행학습은 모국어도 익힐 겨를이 없이 외국어가 들어오고, 학원을 떠돌며 초등학교는 중학교 단계를, 중학교는 고등학교 단계를 앞당겨 배운다.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단계를 건너뛰는지 다투는 경쟁으로 많은 아이들이 한스 기벤라트가 되어 수레바퀴 밑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먼저, 학교가 건강한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많은 학교가 다양성을 높이고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에 모둠 단위부터 학급, 학년 교육활동을 다양하게 편성하고, 학교 전체가 모이는 교육활동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굳이 경쟁이 필요하다면,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보다 더 잘하기 위한 것이어야 할 뿐이다. 학교에서 사라져 가는 성적 줄세우기가 대학입시, 사회로도 확산되길 바랄 뿐이다.

 

물론, 학교가 아무리 용을 써도 닿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꾸준히 검사와 상담 등으로 위기 학생을 찾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학업중단숙려제, 대안교실, 대안학교 등을 안내한다. 쉼의 시간을 갖게 하거나 교육환경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도 위기 학생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도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학습만이 아니라, 심리·정서, 건강, 돌봄, 경제·생활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기에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로 살인적인 경쟁교육,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찾아내 상담과 지원을 하는 개인적 전략도 필요하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요인을 같이 변화시켜야 한다.

 

19세기 유럽 광부들은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갱도에 데려가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카나리아, 아이들의 간절한 외침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

 

 

학교폭력, 늘 수밖에 없는 까닭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과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실시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밝혔다.2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2.5%가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교육부가 2013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피해 유형은 언어 폭력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집단 따돌림, 신체 폭력, 사이버 폭력 순이었다.

 

학교폭력 문제는 매년 교육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관련 제도는 늘어가고 처리 절차도 정교해지고 있지만, 교사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갈등은 더 늘었고 개입은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5년 1차 학폭 실태 조사 피해 응답률 ⓒ교육부

 

최근 몇 년의 조사를 보면, 2020년에만 잠깐 줄어들었다가 다시 느는 추세를 보인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를 거의 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안 보니 안 싸우고, 안 괴롭혔다. 학교 폭력을 해결하려면 온라인 학교로 전부 바꾸거나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니, 웃어 넘기기엔 좀 서글프다.

 

해마다 상승하는 ‘우상향’이라고 박수를 칠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제도는 갈수록 정교해지는데, 왜 가·피해는 더 느는 것일까. 요즘 학생들이 특별히 더 폭력적인 아이들인가. 학교에서 폭력을 방치하거나 부추기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학생들의 내면과 생활을 돌아봐야 할 차례다.

 

수백 명의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벌이는 성적 경쟁. 거기서 폭풍 성장기 5~10년을 버티는 중압감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까. 누구든 빠르고 손쉬운 출구를 찾기 마련이고, 대개는 건강한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다. 또,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그런 걸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한 적도 없다. 그나마 스마트폰과 PC 게임에 빠져들면 양호한 수준.

 

일상적 관계 중심의 생활교육을 통해 건강한 학교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나가던 ‘회복적 생활교육’ 흐름이 있었으나, 학교 전반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학교폭력의 제도화와 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떤 사회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제도화만을 서두를 때, 결국 남는 것은 사법화로 가는 수많은 장면이다.

 

처음 각 학교에서 운영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기능은 2020년 3월부터 각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심의위로 이관됐다.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심의위가 설치되고 초·중·고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20년 8,357건에서 2023년 2만 3,579건으로 급증했다.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까닭이다.3

 

또한, 최근 급성장한 ‘학교폭력 전문’ 법률 시장도 사건 해결에 걸림돌이다. 학교폭력 사건 하나를 수임하면 심의위 불복을 위한 행정소송, 형사고소, 손해배상 청구 등이 줄줄이 달려오는 까닭에 관련 변호사들은 상담하러 온 학부모에게 신고를 부추기고,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아이의 학부모에게도 ‘당하지만 말고 맞폭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제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 사안에서 점차 갈등의 당사자가 되고 있는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이다. 자녀가 당사자가 됐을 경우 자녀의 말을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의 말과 보고서 등을 종합해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작정 아이 편만 드는 것은 결코 아이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당연히 접근법과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이 많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심의 전 관계 회복을 위한 조정·상담을 진행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학생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로 이어지는 갈등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이다.

 

학교 공동체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날마다 벌어진다. 핵심은 갈등을 배움의 기회로 삼고, 아이들이 사람 사이의 길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즉, 학교는 잘못이 있는 아이를 벌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배우고 회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기회를 빼앗지 말자.

 

 

어른에게서 굴종을 배우는 아이들

 

지난 9일, 경기 성남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논 건 단 30분, 앞서 2시간 30분 동안 운동회는 강당 안에서 열렸습니다.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족과 함께하는 가을스포츠 축제’ 때 인근 주민들 소음 관련 민원이 10건 가까이 들어온 겁니다. 급기야 주민 신고로 경찰도 출동했습니다. 학교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올해는 학부모들의 참여와 참관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609개 초등학교에 접수된 운동회 소음 민원은 214건, 2018년에 비해 세 배 정도로 늘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는 운동회 시작 전 주민들에게 ‘협조 안내문’을 보내고, 학생들은 시끄러워도 이해해달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 시작 전에 학생들이 사과부터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4

 

초등학교 운동회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신세다. 이젠 교육 활동을 인근 주민들 허락 받아가며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분양가나 매매가 높이려고 ‘초품아’라고 떠드는 아파트 주민들이 실제 교육 활동에서는 ‘빌런’을 자처한다. 자기 아들딸, 손주들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는 거다. 당장 눈앞에 돈뭉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잠시의 소음은 참아줄 수가 없다. 미래 세대의 인생은 어찌 되든 상관 없다니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출생률을 높이고, 젊은이들 돈으로 연금 타 먹자고. 그게 되겠는가.

 

운동회는 어떤 의미인가? 교실 안의 배움에 생동감과 윤기, 현장성을 더하기 위해 편성하는 교육 활동이다. 그 하루에 전교생이 함께 어우러져 공동체의 조화가 어떤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체험하며 배운다. 준비를 하려면 아이들과 교사의 손품, 발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운동회와 같은 큰 교육 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공동체의 소중함을 몸으로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이다. 그걸 하기 위해 이웃 어른들을 찾아가 통사정을 해야 한다니. 그 주민들은 자신들이 미래 세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생각할까. 이 아이들이 배운 것이 ‘아무리 좋은 일도 강자 앞에서는 빌어야 하는구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의도 불꽃 축제’가 떠들썩했다. 불과 두어 시간에 수천 발의 폭죽을 밤하늘로 화려하게 쏘아 올렸지만, 몰려든 100만 인파에 교통체증이 극심했고 버리고 간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다. 구경거리로야 더할 나위 없지만, 가을밤의 공기를 더럽히고 소음을 쏟아내도 항의하기는커녕 관람 명당(明堂), 사진 맛집에는 수십만 원을 척척 지불했다. 동네 시끄럽다고 초등 운동회를 막아세우던 그 용감무쌍한 시민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한밤중 강변은 돼도 대낮 학교는 안 된다’, 이게 우리의 두 얼굴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말은 참 좋은데, 실천이 없다.

 

 

제 발등을 찍고 있는 한심한 학부모

 

내가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 전주 미산초 교사의 글이 올라왔다.

 

“저는 PD수첩에 방영되어 알려진, 작년에만 담임이 여섯 번이나 바뀐 반을 지원한 담임입니다. 올해 교권침해는 더 심해져서 경찰을 대동해 학교에 오고, 아동학대 신고, 반복적인 민원, 형사소송, 민사협박, SNS 명예훼손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아야 한다고 국회 입법 청원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반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습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학교와 학급 소식을 접하고 그 학교, 그 반으로 자청해서 옮겨간 교사 이야기다. 그런 학부모라면 누구라도 피하기 급급할 터인데,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악성 민원의 늪으로 자청해서 뛰어들었다.

 

“수업을 방해한 학생에게 이른바 ‘레드카드’를 준 교사에 대해 반복적이고 부당하게 간섭한 학부모의 행위가 교권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후에도 해당 학부모의 민원이 이어지자, 결국 전북교육청이 해당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5

 

이처럼 도를 넘은 학부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학교, 교사를 공격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세상이 달라졌으니 학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자녀는 물론이요, 학교 교육 전반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쪽으로 내달리는 학부모들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제 발등을 찍는다는 말이 있다. 가끔, 자녀를 더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과는 정반대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학부모 쪽에서 완전히 마음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한 교사가 제대로 조언을 해 주기는 어렵다. 남의 집 가정 교육에 끼어들지 말라는 식이다.

 

본인의 자녀 한 명에 대한 마음과 정보는 그 어떤 교사도 보호자를 앞설 수 없다. 하지만, 집에서 보여준 아이의 언행과 심리상태는 학교라는 공동체에 나와서는 확연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게 당연하고, 그렇게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보호자는 자기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끝까지 고집할 때가 훨씬 많다. 교사는 그동안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의 그 또래 학습자를 오랜 세월 지켜본 이들이다. 병원으로 말하면, 임상 경력이 ‘명의’ 수준에 도달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수백만 원을 불러대는 사설 컨설팅을 찾지 말고 교사에게 기댈 일이다.

 

물론, 이런 학부모가 다수는 아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우리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터. 우물을 더럽히는 데는 구정물 한 바가지면 충분하지만, 이를 다시 마실 물로 만드는 데는 수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악성 민원을 일삼는 일부 학부모가 딱 그 꼴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그런 배짱이 나왔을까? 단순히, ‘무식하면 용감하다’의 도를 넘어서 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학교 또는 교사가 제대로 맞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속을 한 것일까? 맞다. 교사는 학생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일지라도 가능한 한 교육적 해결을 모색할 뿐 가급적 사법적 해결을 하지 않으려 한다.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하고, 학생의 개선 효과도 별로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교사의 배려를 마치 교사나 학교가 큰 잘못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착각 알고리즘에 빠진 학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걱정이다. 더 많은 교육 활동 공유, 잦은 대면 만남과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

 

 

교사도 하나둘 쓰러진다

 

“지난해 전국 초등교원 양성기관에서 재학생 640명이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의 중도 탈락도 322명에 달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자퇴를 선택했다.”6

 

교대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다. 한때 내신 최고 등급을 다투는 학생들이 지원하던 학교가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로는 악성 민원과 교권침해를 꼽는다. 그렇다면, 양성기관(교대, 사대) 공부와 임용시험 합격을 통해 교사가 된 사람들의 상황은 좀 나을까?

 

“다시 태어나면 교사 안 해”…만족도 역대 ‘최저’7

“오늘(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죠. 훌륭한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지만, 최근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때 가장 인기 많았던 직업이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 한 교원단체의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학생, 보호자에게 교권침해를 답했다고 응답한 초등교사는 과반을 넘겼습니다. …… 다시 태어나도 교편을 잡겠다는 교사가 응답자의 20%도 채 되지 않았는데, 2012년부터 9차례 이뤄진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일반 직장은 근무조건, 특히 급여가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이직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교직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급여가 훨씬 낮음을 알고도 뛰어든 이들이 학생, 학부모로부터의 존중과 아이들의 성장에 함께하는 보람을 귀하게 여기며 근무한다. 하지만,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해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위협받는 상황과 현실을 보면서 교사들의 의욕이 심하게 꺾이고 있다.

 

교육부가 제출한 ‘초·중·고등학교 교원 자살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총 185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4년간 사망한 교사 수도 해마다 20명을 넘는다. 또한, 지난해 교단을 떠난 교사도 7천9백여 명에 이르며 젊은 교사의 의원면직 비율 또한 5년 새 30%나 증가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교육 현장의 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8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교권이 지켜지고 학생과 교사가 모두 안전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사실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마저도 요구해도 될까 말까 한 실정이다.

 

전교조 박영환 위원장은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한 특단 조치를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열흘 넘게 농성 중이다. 그는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청 의무고발, 교권보호 실질적 방안, 무분별 교권침해 방지책,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사 보호’ 등의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 교육 가능한 학교를 위한 첫걸음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교사들의 선택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심화·발전시켜야 할 교육 활동과 학교문화가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간다. 당장 많은 학교가 내년 현장체험 활동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 대한 법적, 사회적 보호와 인정 없이 책무만 강요하는 것은 지속 가능과는 거리가 멀다.

 

교사는 학교에서 철인(鐵人)처럼 살지만, 그도 역시 사람일 뿐이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간다.

 

 

교육 우상향 신화의 그늘에 빛을

 

학교를 움직이는 원동력, 교육력의 핵심은 교사이다. 교육의 기본이요, 기초인 그들이 흔들리면 결국 교육은 무너지고 만다. 위기의 학생과 학교폭력, 학부모의 민원도 어떤 식으로든 모두 교사와 연결되어 있고, 해결의 출발점도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최교진 신임 교육부장관이 취임식9에서 “교육 활동이 침해받는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고 열악한 근무 여건과 학생 지도의 어려움으로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이 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공교육 회복을 위해 선생님들을 지키고 보호하며,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학교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지금 학교 공동체 안팎의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그도 잘 알고 있음의 방증일 테다. 우상향의 신화에 매달리다 벌어진 요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어려움, 이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최우선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힘과 환경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에 내년도 서울 소재 초·중등학교 교원 정원 감축 계획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들어 해마다 3천~4천 명의 교사를 줄여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며, 학교 안팎의 다양한 요구를 다 안고 가느라 업무 강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과 교원의 잇단 자살은 이미 임계점을 한참 넘었다는 항변이다.

 

학교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증 요법을 쓰는 것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뿐이다. 그렇게 학생들이 세상을 등지고, 학교폭력에 빠져들었으며, 모든 문제를 학교 탓으로 돌리는 학부모까지 나타났다. 교사들은 영혼을 갈아 넣고 목숨까지 버려가며 버텼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 연료가 떨어진 차를 밀면서 운행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교육은 우상향을 부르짖고 그걸 목표로 삼아 줄곧 달려왔다. 멋진 그래프를 그린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이면에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무한 경쟁, 성적 지상주의는 불평등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한 앞서기 경쟁은 학생들의 마음을 무너뜨렸고,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결국, 학생들의 삶의 질은 형편없이 낮아졌고, 동반자가 되어야 할 학부모가 교육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교사의 설 자리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교육을 돕고 싶다면, 쓰러지는 교육에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먼저 교사들의 힘이 커져야 한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환경인 교사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돌려막기, 아랫돌 빼서 윗돌 쌓기로는 내일이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인쇄(Print)하기

각주

  1. https://www.munhwa.com/article/11532721?ref=naver 문화일보, 2025.09.12.
  2.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88 교육언론 창, 2025.09.16.
  3.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206553.html 한겨레신문, 2025.07.07.
  4.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55425_36799.html MBC뉴스데스크, 2025.09.12.
  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3815 KBS930뉴스(전주), 2024.04.19.
  6. 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971516?sid=102 매일신문, 2025.09.22.
  7.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647630&plink=TOTAL&cooper=SBSNEWSSEARCH SBS뉴스, 2024.05.15.
  8. https://m.news.eduhope.net/27434 교육희망, 2025.09.11.
  9.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38&utm_source=chatgpt.com 교육플러스, 2025.09.12.
양서중학교 교장 전종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5년 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선생님과 함께 가는 고전 소설 여행』(공저), 『선생님과 함께 가는 현대 소설 여행』(공저) 등의 책을 썼으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세계문학) 서평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양서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고교학점제 읽기 – ③ 논란, 보완, 추진의 버릇 다음글 저널 [교육 제4의 길_no.296] 2025년 10월 2일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