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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학교교육의 개혁을 가로막는 잘못된 믿음 15 (2)

#513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01.22

“교육변화의 실패는 한편으로는 기획자들이 내린 잘못된 가설 때문”이라는 풀란(Fullan)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지난 칼럼 ‘새해 소망 – 진정한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잘못된 믿음 15 해체(1)’가 거시적 측면에서 바라본 잘못된 믿음이라면, 이번에 다루는 칼럼 ‘새해 소망 – 진정한 교육개혁을 가로막는 잘못된 믿음 15 해체(2)’는 학교 현장을 기반으로 한 미시적 측면에 바라본 학교교육 개혁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들이다. 이런 잘못된 믿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 잘못된 믿음7
쉽고 재미있게 잘 가르치면 잘 배울 것이다.

 

우리는 ‘쉽고 재미있게 잘 가르치면 잘 배울 것이다’라는 가설을 굳게 믿어왔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사가 잘 가르친다고 학생이 잘 배우는 것이 아니다.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은 별개다.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How the brain learns)”라는 교육뇌과학 지식에 따르면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갖출 조건들이 있다. 우선 안전한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교사와 학생 간의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일(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은 교사의 수업에는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음), 학생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는 일, 수업 전에 수업에 방해되는 마음 상태를 변경하는 일(유머나 신체 움직임 등을 통해), 배울 내용을 학습자에게 ‘의미 있게’ 구성하는 일(‘쉽고 재미있게’가 아니라), 주의를 끌고 유지시키는 일, 진단평가를 통해 현재의 수준보다 딱 한 단계만 더 높은 내용을 제공하는 일, 새롭게 가르치려는 내용과 관련된 사전지식을 활성화하고 이것이 없을 경우 이를 먼저 구축하는 일, 감정이 실린 수업하기, 학습 능력을 갖추는 일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

 

‘쉽고 재미있게’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점을 필자도 미국 연수에서 배웠다. 오래전 뇌기반교육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에릭 젠슨의 워크숍에 참가했을 때 그는 가히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지금까지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일에 90%의 노력을 쏟았다면 이제는 ‘의미 있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90%의 노력을 쏟고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데는 10%의 노력만 쓰세요.” 쉽고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적 동기를 유발하고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의미 없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다소 어려운 내용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의미가 큰 내용이면 학습자의 뇌는 이에 주의를 기울인다.

 

다음으로 ‘잘 가르치면 잘 배울 것이다’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해 살펴보자. 인간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배울 수 있는 능력은 교육신경과학적으로 말하면 외부 자극이나 정보를 지각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뇌는 새로운 자극이나 정보의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에서 ‘잘 가르친다’의 의미는 교사가 정보의 패턴을 잘 정리해서 학습자에게 떠먹여 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방식은 학습자의 타고난 학습능력을 무시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정보의 패턴 탐색(pattern-seeking)은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교사의 역할 변화를 요구한다. 교사는 떠먹여주는 식의 가르침을 지양해야 한다. 교육의 목표는 독립적인 평생학습자로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 수업은 ‘①교사 주도로, ②학생과 교사가 함께, ③학생이 독립적으로’의 단계로 점진적으로 옮겨가야 한다(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교사가 직접 가르치고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한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 잘못된 믿음8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는 수업의 질 향상이 핵심이다. 따라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각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 잘 가르치기 위한 연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 가설은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관련된 대표적 믿음의 하나이다.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는 수업의 질 향상이 핵심이다’라는 말에는 문제가 없다. ‘잘못된 믿음8’의 문제점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각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며’와 ‘더 잘 가르치기 위한 연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라는 부분에 있다.

우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각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며’에 대해 살펴보자. 교육의 질 향상은 개별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개별 교사의 실패와 성공 사례가 끊임없이 학교 전체에 공유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정책과 실행의 성공은 그 시스템 내에 있는 모든 수준의 교육자들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지식·역량·경험을 공유할 때만 가능하다(Fullan).

 

“어떤 나라에서도 개별 교사들을 동력으로 삼아 발전을 이룬 사례는 없다. 우수한 성취도를 보인 나라들의 경우 좋은 교사를 이곳저곳에 배치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 교사의 지도전문성’과 교사 모두를 대상으로 성취목표를 높였기 때문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스템이 성공한 것은 교사들의 95% 이상이 훌륭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와 거기에 내재된 관계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는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요약하면 개인적인 보상이나 인센티브로는 집단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 목표에 좀 더 빨리 도달하고 싶다면 집단의 역량강화에 투자하여 그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협업을 통해 수행능력이 향상된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90-91쪽)

 

다음으로 ‘더 잘 가르치기 위한 연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더 잘 가르치는 일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잘못된 믿음 7’에서 살펴봤듯이 잘 가르친다고 잘 배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들은 교사 연수에서 How to teach보다도 How to learn 혹은 How students learn에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즉 앞으로의 연수는 학습자의 뇌가 가장 잘 학습할 수 있는 조건과 원리가 무엇인지 알고 이 원리대로 가르치는 방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는 학습자의 주의를 어떻게 끌고 유지시킬 수 있는지, 학습된 무기력에서 어떻게 깨어나게 할 수 있는지, 기초가 부족해서 가르친 것을 하루만 지나도 까맣게 잊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에 관한 원리를 배우고 이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 잘못된 믿음9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학력을 인지적 학업 성취도 중심으로 측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기초학력은 정의적 역량 등 전인적 성장의 관점에서 측정되어야 한다.

 

기초학력보장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각 교육청 등은 기초학력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 바쁘다. 기초학력의 진단 방법,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 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학력저하가 문제가 된다. 특히 혁신학교와 관련해 학력저하가 일어날 경우 보수 언론들의 혁신학교 제도에 대한 비판의 톤이 높아진다. 혁신학교 정책을 중시하는 진보진영 및 현 정부는 기초학력에는 인지적 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정의적 역량의 향상 등도 중요한 요소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 말하기(3Rs + α) 능력을 갖추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학교교육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평생학습능력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셈할 수 있는 능력과 각 교과의 기초적 지식·기능의 습득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마치 집을 지을 때 터를 단단히 닦는 일과 같다. 우리 사회는 기초적 교과지식보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초적 교과지식을 깊이 이해하면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역량 발휘가 가능하지만, 기초 지식의 확실한 습득 없이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역량 발휘가 불가능하다. 기초적인 지식·기능이 거의 자동화되지 않고는 인지과부하가 걸려 고등사고력의 발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최근 교육신경과학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초학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평가의 목적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달라진다. 보장을 위한 평가나 책무성 관리를 위한 평가라면 3Rs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기초학력을 3Rs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정의적, 사회적 역량이나 문제해결 능력과 같은 역량 평가를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책무성을 위한 평가는 양적 평가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평가라면 3Rs 중심의 기초학력 외에 정의적·사회적 역량 및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까지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표준화된 대규모 역량의 평가는 평가기술의 축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3Rs 중심의 기초학력 평가의 의미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 잘못된 믿음10
기초학습부진이 심한 아동의 대부분은 열악한 가정배경 요인을 갖기 때문에 학교교육을 통한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이 내용 역시 한국에서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명제다. 물론 유전적 요인이 크면 즉 경계선 지능 이하의 두뇌를 가진 경우 학습이 매우 느릴 수 있다. 20세기 후반 인간의 뇌는 유년기에 형성되면 이것이 평생을 간다는 고정관점(fixed mindset)이 우세했다. 하지만 뇌는 새로운 학습과 경험에 의해 일생 동안 변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밝혀진 후로는 성장관점(growth mindset)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신경가소성의 핵심 메시지는 인간의 뇌는 학습에 의해 자신의 구조 및 기능을 재구조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의 변화 가능성·용이성은 영유아 때가 가장 높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늦지 않았다. 그래서 학습을 힘들어 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아동의 경우 조기개입과 예방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변한다. 다만 그 변화의 효율성이 어릴수록 높을 뿐이다.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많다. 높은 교육적 사명, 학교 문화와 교육과정 운영의 개선, 수업 혁신 등이 개선을 위한 핵심이다. 첫째, 학교 문화 요인의 경우 가장 먼저 교직자들이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믿음은 신경과학에 근거한 성장관점 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 주요국들은 오래 전부터 교육과정의 성공적 실천을 위해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이런 믿음은 지속적 혁신의 동기가 된다. 이런 학교들은 학습부진 아동 지도에 관한 학습 동아리의 활성화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시간의 확보와 학교장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상위권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을 하는 잘못된 문화를 버려야 한다. 캐나다 주요 주들처럼 교육혁신이 하위 30%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워 격차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학교 내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학습자의 필요, 관심, 장래 포부 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습부진 아동의 학습된 무기력을 깨우고 학습 동기를 살릴 수 없다. 셋째, 배움을 학(學)과 습(習)으로 나눌 때 습의 시간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현재의 방식으로는 지도(teaching)가 학습(learning)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 날 배운 것 중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확실히 익힐 수 있도록 매일 1~2시간 정도의 별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여건 마련은 학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풀란의 주장처럼 중간리더십과 3수준(교육부, 교육청, 학교)을 동시에 개혁하는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끝으로 학습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업의 혁신이 절실하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도(teaching)가 학습(learning)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 유네스코 교육국은 최근 이런 현상을 ‘학습의 위기(learning crisis)’라고 부르며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고교 수준에서는 학생의 1/3만 수업에 집중하는 교실도 허다하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모든 교사들이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수·학습 원리를 학습할 것을 제안한다. 핵심은 “주의를 어떻게 끌고 유지시킬 것인가?”, “학습은 새로운 지식과 기존의 배경지식의 연결을 통해서 일어나는데 기존의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없는 아이들이 다수인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배울 내용의 유입 속도가 학습자의 이해 속도보다 빠를 때 인지과부하(cognitive overload)가 일어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배울 때는 아는 것 같았는데 그 다음날이면 또 말끔히 잊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등에 관한 것이다. 교사 양성기관의 교육과정과 기존 교사의 연수에 교육뇌과학에 관한 것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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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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