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우리의 자세
최근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들의 자살소식이 잇달아 들려오면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응해 여러 시도 교육청과 경찰청에서는 학교에 스쿨 폴리스를 배치하는 것을 확대하고 무술 유단자를 ‘배움터 지킴이’로 일선 학교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하는 중이라고 한다.뒤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적으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려는 모습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교육 당국과 경찰이 또 다른 형태의 공포와 폭력을 학교에 몰아넣어 학교 폭력을 없애보겠다는 이 같은 방안들은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타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에는 위험한 발상으로 들린다. 경찰과 무술 유단자가 상주하며 학생들을 감시하는 공포 분위기에서 일시적으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 의한 폭력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억눌린 학교 분위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학교 밖의 사회에서 더 큰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을 초래하는 요인들
학교에 경찰의 무력이 개입되고 학교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이러한 대응책을 실행하기에 앞서, 우리는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을 초래하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어떠한 요인들이 있을까?
첫째, 학생들의 인성과 정서발달에는 무관심한 채 학생들의 성적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학부모와 학교, 그리고 교육 당국이 우리 아이들의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공격적인 아이들로 몰아가고 있다.
둘째,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교사 및 부모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부모와 교사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으며 관계 속에서 대화가 충분한 학생들은 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이 매우 낮다.
셋째, 학업의 부담과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분출구를 건전한 방법으로 찾지 못하고 억눌린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언어폭력과 신체적인 폭력, 선정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영화나 비디오 게임 등 이러한 미디어 컨텐츠들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들이 잔인한 행동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와 고통에 대해 무감각 해 지는 것도 문제이다.
다섯째, 인간의 존엄성이 결여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로 가득한 영화와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내고 청소년들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유혹하는 무책임한 기업들이 폭력적인 청소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섯째, 청소년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어야할 지도자들- 특히, 고학력과 사회적 지위를 자랑하는 정치인과 공인들, 그리고 일부 교사들- 이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폭력사용을 정당화 하도록 만들고 있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제안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학교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우리의 자세
1. 정규 교과과정으로의 사회성-감성-인성 교육 프로그램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청소년들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간 존엄성에 대해 깨닫게 하고,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 및 대화로 갈등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술을 배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학교 폭력을 예방하도록 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시적인 행사처럼 실시하는 것이 아닌, 매주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교육이 필요하다. 작년 7월에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교육계발 정책 제안서를 보면, “창의-인성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인성 교육에 더불어, 대인관계 기술과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사회성-감성 교육이 함께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 방과후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서, 방과후 비디오 게임이나 불건전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휴식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정서발달을 돕는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팀 스포츠, 학교 오케스트라, 바둑 클럽, 텃밭 가꾸기,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을 활성화하고, 지역 사회 봉사자 및 학부모가 재능기부와 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고운말 쓰기 캠페인을 통한 언어 순화
욕설과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세대의 학교에서, 언어 정화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학교와 가정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언론 매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언론매체의 주도하에 국가 차원의 캠페인으로 전개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4. 건전한 놀이 문화 소개 및 보급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출구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휴식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할 수 있는 신체발달이나 사회성 발달에 유익한 건전한 놀이 문화를 소개하고 보급하도록 학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놀이 문화를 소개하거나, 또는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놀이를 개발하도록 권장해, 학교 전체에 건전한 놀이문화를 보급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5. 대학과 지역단체와 연계한 튜터링 프로그램
정서적 불안 및 폭력적인 성향은 학습부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학습 부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학습부진아의 대부분은 학교에서 실패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감정을 겪고 있는 사춘기의 학생들이 계속해서 학교와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폭력적인 성향이나 우울한 성향을 보이게 되며, 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대학생들이나 지역사회 봉사자들이 일대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대화하며 학습지도를 해 주는 교내 튜터링(tutoring) 프로그램은 미국의 많은 공립학교에서 실시 되어 오고 있으며,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학업 향상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기관들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튜터링 프로그램은 학교 폭력 예방책으로도 도움이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 활성화
과도한 경쟁 사회속에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하고 감성이 메말라가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타인을 도울 때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생활을 익히게 하기 위해, 학교는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에 힘써야 할 것이다. 교과과정과 연결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교 주위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리서치하고 학생들이 계획과정부터 봉사 과정까지 참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봉사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시상하는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이를 통해 사회성-감성-인성을 개발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학교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우리의 자세
우리는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응함에 있어, 이들이 폭력적으로 성장하도록 몰아간 우리 자신들의 모습들을 먼저 반성하고 변하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폭력을 예방하는데 학교와 사회 국가가 함께 협력하며 다각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에는, 그 결과에 따른 엄한 처벌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해야한다. 하지만, 처벌 후엔 반드시 사랑으로 품고 안아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사랑과 관심어린 대화의 결여가 있다는 것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나가는 열쇠 또한,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메일 js248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