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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전맹 아동 별이의 통합교육 이야기

#1347 강은희, 호호알멘토 원장 2025.08.20
빛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심각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별이의 교육 활동 사례를 소개하며, 그 이야기 속에서 통합교육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행동이 어눌한 별이는 전맹(빛조차 지각하지 못하는 심각한 시각장애)의 아동이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상상조차 쉽지 않지만, 별이는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목소리도 좋다. 음악시간만큼은 그의 표정이 밝아진다.

 

시각장애 아동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문자 해득이 필요하다. 정안(일반적인 시력을 가진) 아동이 문자를 읽고 수의 개념을 익히는 것처럼, 시각장애 아동에게는 점자 학습이 그 출발점이다. 점자는 매우 복잡하고 분량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각장애 아동은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입학하여 1년 안에 점자를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그래야 2학년부터 교과 수업을 본격적으로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이는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었고, 벌써 5학년이 되었지만, 점자를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더욱이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학습 환경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정안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지만, 학습의 기초인 점자 해득은 여전히 미완이었다.

 

나는 별이가 점자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도록, 특수학급 수업시간에 점자책을 함께 읽는 활동을 시작했다. 점자 교과서는 일반 교과서보다 4~5배 두껍고, 무게도 상당하다. 별이의 점자 읽기 속도는 매우 느렸고, 수업시간은 늘 빠르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매시간 함께 책을 펼쳐 읽으며,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답하고, 숙제를 내주면서 차근차근 나아갔다.

 

어느 날은 마라톤 경기에 관한 글을 함께 읽었다. ‘42.195km’라는 마라톤의 거리를 점자로 읽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숫자와 소수점, 단위를 점자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나조차 점자표를 보며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별이가 이 단어를 읽어 내는 데 10분도 넘게 걸렸는데, 읽고 나선 마라톤이 42.195km의 거리를 달리는 경주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별이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애써 읽어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아는 사실을 굳이 점자로 어렵사리 읽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모르는 것이 배움의 문을 열어준 셈이었다.

 

국어시간, 시를 감상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점자로 시를 읽는 일은 그야말로 고된 작업이다. 짧은 시 한 편에도 생략과 함축이 많아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 문장을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편을 다 읽기도 전에 수업 종료 종이 울렸고, 별이는 “이제 해방이다”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끝내야 하나? 그래도 수업이 끝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시간에는 시를 외워보자”고 예고하며, 미리 숙제처럼 준비해 오길 바랐다.

 

며칠 후 다시 국어 시간이 되었다. 시를 외우는 데 40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2교시부터 시작한 외우기 활동은 4교시를 지나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학습이 중요하다 해도 점심시간을 넘기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별이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을 외치며 함께 버텼다. 특수교육 실무사에게는 별이의 식판을 치우지 말고 따로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5분, 10분,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15분도 채 남지 않았을 때 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 다 외웠어요.” 그리고는 시를 완벽하게 암송했다. 3시간 가까이 끙끙대던 시를 그토록 또렷하게 외울 수 있었다니. 나는 말했다. “지금 가면 밥 먹을 수 있어!” 별이는 쏜살같이 교실로 달려갔고, 실무사는 아이가 벌써 앉아서 밥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전맹 아동이 한 층 위에 있는 교실까지 그렇게 빨리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녀석!

 

별이의 사례는 단순한 감동 이야기가 아니다. 전맹이라는 중도장애를 가진 아동도, 통합교육이라는 장 안에서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살아 있는 사례다. 점자 해득이 미완인 채로 통합교육을 받고 있었고, 교육과정의 기본인 읽기 활동조차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넘는 열쇠는 다름 아닌 ‘지속적인 관계’와 ‘끈기 있는 상호작용’이었다.

 

점자를 정확히 읽게 되면서 마라톤의 거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시를 암송하기 위해 시간을 초월해 반복해야 했던 상황은, 별이에게도, 나에게도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게 했다. 결국 ‘알고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라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별이에게 점자를 읽는 실제 경험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나에게는 통합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의 의미는 아동이 수업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세심한 관찰, 정확한 진단, 그리고 무엇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별이와의 수업 속에서 내가 확인한 것은, 장애가 있는 아동도 ‘알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맞는 ‘환경과 시간이 제공될 때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통합교육의 핵심은 ‘형식적인 배치’가 아니라 아동의 실질적인 학습 참여를 이끌어내는 교육적 실천에 있다는 점이다. 교사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아동의 가능성을 촉진하는 조력자이자 동반자다. 장애가 우리를 주춤하게 할지라도, 그 곁을 지키고 함께 나아가려는 교사의 태도야말로 통합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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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알멘토 원장 강은희

사회복지학 박사(장애인복지 전공)이며 호호알멘토 원장이다. 그 외에 특수교사, 강은희 사회성발달연구소 운영, 강남장애인가족지원센터 운영위원, (사)신복지원 등기이사, 한독교육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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