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전환 2035: 제2의 5.31 교육개혁 청사진(2)] “교육개혁의 실패와 패러다임 전환의 길” (Revised)
| <시리즈> 제목 • 제1회: 5.31 교육개혁의 유산, 그리고 오늘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 제2회: 교육개혁의 실패와 패러다임 전환의 길 (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가) • 제3회: 2035 미래 교육 비전의 핵심 방향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제4회: 교육 대전환을 위한 실행 청사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제2회> 목차
1. 교육개혁 실패의 근원과 병리적 시스템 분석
2. 5.31 교육개혁과 비교한 ‘교육 대전환 2035’의 핵심 특징
1) 교육 대전환의 핵심 요소
2) 5.31 교육개혁과 ‘교육 대전환 2035’의 비교
우리 교육은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는 개혁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한계에 직면해 있다. 입시 경쟁, 서열화, 불평등 등의 문제는 더 이상 단편적인 정책 변화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도전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교육이 직면한 병리적 시스템의 실상을 진단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모색한다.
먼저, 기존 교육개혁이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근본 원인을 ‘교육 외적 요인과의 연계 부족’, ‘정권 교체에 따른 불연속성’, ‘현장의 목소리 경시’ 등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이어서 1995년의 5.31 교육개혁과 비교하며 새로운 교육 대전환의 의미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서열화 및 결과 중심’에서 ‘성장 및 과정 중심’으로, ‘지식 전달’에서 ‘역량 함양’으로 전환하는 등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패러다임 전환 방향을 탐색한다.
한국 교육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행복을 보장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선 근본적인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글은 그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작점이 되고자 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교육은 수많은 개혁 시도를 경험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개혁 실패의 패턴을 끊기 위해서는 문제의 표면이 아닌 근원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한국 교육이 가진 ‘병리적 구조’와 기존 교육개혁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1) 기존 교육개혁의 한계
교육 외적 요인과의 연계 부족: “교육만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입시 경쟁, 교육 불평등 등의 문제는 노동시장, 복지 체계, 지역 발전 정책 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교육 개혁은 주로 교육 내부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지속적으로 시도되었지만, 대학 서열화와 사회 전반의 학벌주의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한, 근본적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
교사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입시제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명문대 선호 현상 속에서 어떤 부모가 자녀의 입시 준비를 포기하겠어요?” 교육 개혁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교육정책의 불연속성: “5년마다 바뀌는 교육, 12년 교육과정은 어떻게 설계할까?”
한국의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정책은 5년 단위의 정권 주기에 종속되어 장기적 비전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교육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7-8년은 걸리는데, 5년마다 기조가 바뀌니 어떤 정책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다. 교육 개혁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10-20년의 일관된 방향성과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교육 정책이 대통령 선거 공약을 기반으로 수립되고 집행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교육 철학과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조직을 타 업무 부서와 통합하여 축소한 사례나,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학교 노동인권교육을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 관련 내용을 삭제함으로써 후퇴시킨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육계 전문가들은 핀란드와 같이 교육 정책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하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란드의 경우, 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과 원칙에 대해 정파를 초월한 합의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었으나, 실질적인 권한과 영향력 부재로 당초 기대했던 정치 중립적 교육 정책 수립과 장기적 비전 제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 교육정책 전문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현 상태로는 그 존재 의의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교육은 한 세대의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영역인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가 합의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교육 거버넌스의 확립이 절실하다.
현장의 목소리와 교사의 전문성 경시: “교실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
기존의 교육 개혁은 ‘위로부터의 개혁’ 방식으로 진행되어, 교육 현장의 실정과 교사,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실질적 변화가 어렵다.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20년 넘게 교단에 섰지만,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사 의견 청취는 대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정책 입안자들이 의견은 듣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고, 교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하향식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는 그저 형식적으로만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문화와 인식의 변화 소홀: “법은 바뀌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제도와 정책의 변화만으로는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 가치관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교육심리학자와의 대화에서 이런 통찰을 얻었다. “법과 제도로 교육을 바꾸려는 것은 강물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려는 것과 같아요. 물은 결국 원래 흐르던 방향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즉 교육 문화를 바꾸는 것이죠.”
교육 개혁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인 마이클 풀란은 최근 자신의 저서 『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6th edition』(2025)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난 60년간 해온 방식1은 이제 중앙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회는 더 복잡해졌고, 기존 방식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구조와,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합니다. 저는 늘 말해왔습니다. 구조2 없는 문화는 뿌리내릴 수 없고, 문화 없는 구조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교육 개혁의 종합성과 체계성 부족: “오른손과 왼손이 다른 일을 한다”
교육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시스템이다. 교육과정, 교수학습 방법, 평가 체제, 학교 운영, 교원 정책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기존의 교육 개혁은 종종 특정 영역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연구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제다. “교육과정은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과 전인적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지만, 평가 체제는 여전히 지식 위주의 선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마치 자동차의 엔진은 최신형으로 바꾸고 바퀴는 그대로 두는 격이죠.” 이러한 불일치는 교육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최근 현장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고교학점제 역시 이러한 구조적 불일치의 전형적인 사례다.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을 표방하지만, 여전히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와 충돌하면서 그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학생들은 입시에 유리한 과목 선택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교사들은 과목별 성취평가제의 공정성 문제로 혼란을 겪는다. 특히 지역 간, 학교 규모 간 교육 여건 차이로 인해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권은 제한되는 실정이다.
한 고교 교사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다양한 교과를 개설하고 자발적 선택권을 보장하여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공부하게 한다는 취지는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과목별로 성취율 40% 이상을 획득해야 학점 이수를 인정하는 책임 교육의 취지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된 학습부진을 고교 교사가 단기 보충 지도를 통해 성취율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요구입니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지도(최성보)는 앞으로 온갖 편법을 동원한 성적 부풀리기를 난무하게 만들 겁니다.”
교육과정, 평가, 입시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적 개혁 없이는,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교육과정의 변화와 평가 체제의 개편, 대학 입시의 정렬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는 또 하나의 형식적인 제도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어느 한 요소만을 바꾸는 ‘절반짜리 개혁’으로는 학교 현장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자원과 여건의 현실적 제약 간과: “이상적 청사진에 발목 잡힌 현실”
현장 교사들의 업무 부담, 학교의 물리적 환경, 학급당 학생 수 등의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한 학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개별 맞춤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실현하라고 하지만, 20명이 넘는 교실에서 교사 한 사람이 수업을 따라오기 어려운 학생을 개별 지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상적 정책은 현장에 부담만 줄 뿐입니다. 1수업 2교사제를 도입하든가, 수업 중간에 학생을 특별 스터디 교실에서 개별지도를 해주는 전담교사를 두든가 해야 합니다.”
혁신교육 정책 역시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프로젝트 학습, 참여형 수업, 과정 중심 평가 등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접근법들이 제안되지만, 이를 실행할 교사의 시간적 여유와 전문성 개발 기회, 적절한 학급 규모와 공간, 행정적 지원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한 교실에 30명의 학생을 혼자 관리하면서 개별화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의 행정 업무를 경감하는 등의 지원 없이는 어떤 혁신적 교육 방법도 표면적 실행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실행의 어려움은 결국 교사의 사명감과 헌신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교육 개혁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개인의 열정에만 기댄 변화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처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 정책은 오히려 교육 현장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개혁에 대한 저항과 회의감을 키울 수 있다.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함께 고려하는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 한국 교육의 시스템적 특성과 구조적 도전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교육은 다음과 같은 특성과 구조적 도전을 가지고 있다.
자기강화적 피드백 루프(reinforcing feedback loop): “악순환의 고리”
예를 들어, ‘대학 서열화 → 입시 경쟁 심화 → 사교육 의존도 증가 → 공교육의 입시 준비 교육 강화 → 입시 경쟁 교육 심화’라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루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한 교육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정책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여러 요소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며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요소만 바꾸려고 하면, 시스템 전체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작용합니다.”
지연된 피드백(delayed feedback)3: “교육은 느리지만 가장 강력한 미래 설계도이다.”
교육에서의 ‘지연된 피드백’이란, 어떤 교육 정책이나 교수-학습 활동의 결과가 즉각 드러나지 않고,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영향력이나 부작용이 가시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오늘 우리가 설계한 교육은 내일의 성적이 아니라, 20년 후 사회의 구조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교육 문제는 즉각적인 원인-결과의 인식이 어렵고, 대응 또한 지연되기 쉽다. 실제로 2024년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청년 실업, 인구 절벽, 사회 양극화 등의 위기는, 단순한 경제·사회 요인만이 아니라, 20~30년 전의 교육 정책과 구조적 선택의 축적된 결과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교육 시스템은 2040~2050년 한국 사회의 인재 구조, 경제 역동성, 사회 통합 수준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즉, 교육은 ‘느린 정책’이지만, 그만큼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의 열쇠이기도 하다.
단일 목표에 매몰된 최적화: “대학 입시만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
한국 교육은 ‘대학 입시 성공’이라는 도구적이고 편협한 목표에 과도하게 최적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창의성, 인성, 시민성, 행복과 웰빙 같은 교육의 다양한 가치와 목적이 희생되고 있다.
한 교육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심장만 강화하고 다른 근육과 기관은 무시하는 것처럼, 한국 교육은 입시 성공이라는 한 가지 기능만 극단적으로 발달시키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학습 동기, 창의성, 인성 등 교육의 본질적 요소들이 약화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시스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경직성과 관성: “변화를 거부하는 구조”
오랜 기간 형성된 교육 시스템은 강한 관성을 가지고 있어, 작은 변화에 대해서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은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교육 정책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표현이 있다. “교육 시스템은 마치 던져도 눕는 오뚝이와 같다. 어떤 변화를 시도해도 결국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강한 경향이 있다.” 이런 시스템적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변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 관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기득권층의 변화 거부다. 현 교육 체제에서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계층은 기존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
특히 공교육 혁신, 대입제도 개선, 대학 서열 완화 등의 개혁이 번번이 좌절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기득권층의 직간접적 반대가 작용한다. 이는 정책의 표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육 시스템의 근본 구조는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진정한 교육 대전환을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의 관성뿐 아니라, 그 관성을 강화하는 사회적 역학관계와 기득권 구조에 대한 인식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깊은 사회적·정치적 함의를 지닌 과제인 것이다.
단절된 교육 개혁의 한계: “교육은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 시스템은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영역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교육 개혁은 종종 교육만의 문제로 접근하여, 이러한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 관점이 부족했다.
교육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에서 얻은 통찰이다. “교육 문제를 교육 내에서만 해결하려는 것은 마치 폭염을 에어컨만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근본 원인인 기후 변화는 건드리지 않은 채 말이죠.” 특히 노동시장과 교육의 연계, 복지 체계와 교육의 관계, 지역 발전과 교육의 상호작용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교육 문제는 교육 내부에서만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
이러한 병리적 구조와 기존 교육개혁의 한계를 직시할 때, 단순한 제도 개선이나 정책 변화를 넘어, 시스템 전체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교육 대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이다.
2. 5.31 교육개혁과 비교한 ‘교육 대전환 2035’의 핵심 특징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 교육의 위기와 구조적 문제들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나 부분적 개선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즉 ‘교육 대전환’이다. 그렇다면 교육 대전환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육 대전환의 진정한 의미: 단순한 개혁을 넘어서
교육 대전환은 단순한 교육정책의 변화나 제도 개선을 넘어, 교육의 목적과 가치, 내용과 방법, 구조와 운영 원리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기존 교육 패러다임의 한계를 인식하고, 미래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교육 연구자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통찰을 얻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교육 개선’이 아니라 ‘교육 대전환’입니다. 마치 한옥을 고쳐서 아파트로 만들 수 없듯이, 산업화 시대의 교육 시스템을 수정해서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어요.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교육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편적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은 이러한 교육 대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들이다.
1) 교육 대전환의 핵심 요소
교육의 목적과 가치 재정립: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기존의 교육이 선발과 경쟁, 서열화를 중심으로 했다면, 새로운 교육은 모든 학생의 잠재력 발현과 전인적 성장, 행복과 웰빙, 사회적 연대와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는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교육학자들이 지적하는 중요한 변화 지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공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행복한 사람’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의 전환은 교육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출발점이 된다.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지식 전달과 암기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미래 역량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과정 전문가의 제안이다. “교과 중심의 분절된 교육과정에서 주제와 역량 중심의 통합적 교육과정으로, 교사 중심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 참여형 프로젝트 학습으로, 결과 중심 평가에서 과정 중심 성장 평가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혁신학교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진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옵니다. 우리는 그저 조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죠.”
교육 구조와 시스템의 재구성: “교육의 작동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중앙집권적, 획일적, 경직된 교육 구조에서 벗어나, 분권화되고, 다양하며, 유연한 교육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확대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와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행정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특히 대학 서열화와 입시 중심 교육, 교육 불평등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 고등교육 다양화와 특성화, 교육 자원의 재분배 등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대학입시제도의 개혁 없이는 교육 시스템 전체의 전환이 어렵다. 현재의 수능은 지나치게 높은 변별력을 요구하며,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수능을 대입 선발 도구가 아니라 기초 학업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과도기적으로 수능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수능을 5등급 절대평가로 운영하거나 더 급진적으로 자격고사화하는 방식도 필요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시험 체제의 변화를 넘어, 학생의 진로 역량 중심 평가, 교육의 다양화, 고교학점제와의 정합성 확보, 공교육 회복 등 전방위적 교육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평가체제와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고는, 학교 수업과 교육과정, 나아가 교사의 교수 행위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주체와 거버넌스의 변화: “누가, 어떻게 교육을 이끌어갈 것인가?”
하향식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모든 교육 주체(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참여와 협력에 기반한 민주적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학생들의 목소리와 선택권을 강화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민주적 학교 운영 모델을 연구하는 학자의 말이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어야 지속가능합니다.”
교육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 설정: “교육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교육은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경제, 노동, 복지, 문화 등 다양한 사회 영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 대전환은 교육 내부의 변화만이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복지 체계 강화, 지역 균형 발전 등 사회 전반의 변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한 교육사회학자의 분석이다. “특히 학벌주의 완화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복지 정책 강화, 지역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균형 발전 정책 등이 교육 개혁과 연계되어 추진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과 미래 교육 환경 구축: “디지털 시대,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은 교육의 내용과 방법, 공간과 시간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AI와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을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교육, 확장된 학습 경험 등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교육공학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얻은 통찰이다. “첨단 기술은 교육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교육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문화와 인식의 변화: “어떻게 교육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인가?”
교육의 변화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입시제도나 대학 서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근본적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일수록 대입시 철폐나 대학 평준화 같은 제도 개편을 해법으로 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 정책의 변화만으로는 교육의 근본적 전환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가치관, 학교와 교실의 문화, 교육 주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부와 별도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 교육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교육 문화 자체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제도 개혁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교육 문화가 함께 형성되어야 하며, 문화의 변화 또한 제도적 기반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교육 개혁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과 가정, 사회 전반에 걸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취하는 한 교육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히 경쟁과 서열화, 결과 중심의 교육 문화에서 협력과 다양성, 과정 중심의 교육 문화로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이런 문화적 변화 없이는 어떤 제도 개혁도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 대전환은 이처럼 교육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장기적인 과정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작해야 할 여정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의 말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어른들은 항상 ‘미래를 위해 공부하라’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행복한 학교생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아이의 말처럼, 우리의 교육은 미래만이 아닌 현재의 행복도 소중히 여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 5.31 교육개혁과 ‘교육 대전환 2035’의 비교
앞서 살펴본 교육 대전환의 핵심 요소들은 1995년 추진된 5.31 교육개혁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는가? 5.31 교육개혁은 한국 교육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으나, 오늘날 우리가 구상하는 교육 대전환과는 시대적 맥락과 접근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두 교육개혁 구상은 시대적 배경, 교육 패러다임, 핵심 가치, 추진 방식, 사회적 맥락 등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다음은 두 개혁안의 주요 특징을 비교한 내용이다.
<도표 1> 5.31 교육개혁과 제2의 5.31 교육개혁의 주요 차이점
| 구분 | 5.31 교육개혁(1995) | 제2의 5.31 교육 대개혁(2035비전) |
| 핵심
패러다임 |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 | 입시 중심에서 교육의 본질과 배움의 가치 중심으로 전환 |
| 교육 비전 |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 | “모든 학습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며,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여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 |
| 교육 목표 |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국가 경쟁력 강화 |
지속가능한 발전과 개인의 행복, 사회 통합의 균형 |
| 교사의
역할 |
지식 전달자, 교육 서비스 제공자 | 학습 촉진자, 코치, 교육과정 개발자,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구성원 |
| 교육 주체 | 교육 소비자로서의 학생·학부모 권리 강조 | 모든 교육 주체(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협력적 참여 |
| 교육과정
접근 |
다양화와 자율화 | 지식의 깊은 이해와 활용(미래 역량 함양) |
| 학교 운영 | 학교 다양화와 자율화,
학교 간 경쟁 |
학교 자율성과 협력 강화, 분산적 리더십 모델 |
| 고등교육 | 대학 설립 준칙주의, 양적 확대 | 대학 특성화와 수평적 다양화, 질적 혁신 |
| 디지털
교육 |
교육 정보화 기반 구축 | AI 기반 개인화 학습,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 |
| 평가 체계 | 서열화 중심 평가 체제
유지 |
성장 중심 평가,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 |
| 사회경제적
맥락 |
세계화·정보화 시대 대응 | 4차 산업혁명, 인구구조 변화, 불확실성 시대 대응 |
| 교육
거버넌스 |
중앙집권적 교육행정 체제 유지 | 분권화, 현장 중심의 상향식(bottom-up) 개혁 |
| 형평성
접근 |
기회의 평등 중심 | 결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적극적 지원 |
| 평생학습 | 평생학습 체제 기반 마련 | 학령기-성인교육 통합, 생애주기별 교육 체제 구축 |
| 추진 방식 |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혁 | 교육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 중심의 거버넌스 |
| 기대 효과 | 교육의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 | 교육의 본질 회복과 모든 학습자의 행복한 성장 |
이 비교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5.31 교육개혁이 국가 경쟁력 강화와 수요자 중심 교육을 핵심으로 했다면, 교육 대전환 2035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 회복과 모든 학습자의 행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추진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기존의 정부 주도 하향식 접근에서 벗어나 모든 교육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에 기반한 교육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디지털 교육, 평가 체계, 형평성 접근 방식이다. 단순한 교육 정보화를 넘어 AI 기반 개인화 학습과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을 지향하고, 서열화 중심 평가에서 학생의 성장과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로 전환하며, 단순한 기회의 평등을 넘어 결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적극적 지원을 강조한다.
이러한 비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 대전환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과거 개혁의 한계와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 교육 대전환 2035의 핵심 과제이다.
교육 대전환은 선발과 경쟁 중심의 낡은 교육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모든 학생의 성장과 행복, 사회적 연대와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결별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관념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시작해야 할 여정이다.
1) ‘서열화 및 결과 중심’에서 ‘성장 및 과정 중심’으로
한국 교육은 오랜 시간 ‘성적’, ‘등수’, ‘결과’ 중심의 평가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다. 학생들은 시험 점수와 상대적 서열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판단받고, 교사와 학교는 수능 성적이나 진학률에 따라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중심 시스템은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과 배움의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 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학습에 대한 소외를 낳는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성장’의 과정이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배움을 이어가며,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성과다. 따라서 교육의 평가도 결과만이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의 노력과 변화, 성찰과 회복 탄력성을 함께 조명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형성적 평가(formative assessment), 포트폴리오 평가, 자기 평가 등을 통해 과정 중심의 교육 문화를 확대해가고 있다. 우리 역시 경쟁과 서열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인간’을 중심에 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2) ‘형식적 기회의 평등’에서 ‘실질적 형평성 구현’으로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하면 공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데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교육 제도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의 출발선 자체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왔다. 지역, 가정 배경, 경제적 여건, 언어 및 문화적 환경 등의 차이가 그대로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는 여전히 공고하다.
이제는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형평성(equity)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상위권 학생 중심의 수업과 학교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 30%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학습 부진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교육 형평성 구현에 큰 장애가 된다.
교육 개혁의 중심은 수업 혁신이 되어야 하며, 이를 구현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개입반응접근법(RTI)을 들 수 있다. 이는 맞춤형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 진단이나 학습부진으로 떨어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층적 지원 체계이다. 즉 ‘지금 당장 개입하고, 반응을 보고 판단하자’는 접근이다.
이러한 RTI 접근법은 질 높은 수업, 정기적 진단평가, 개입에 대한 반응(response)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개입에도 충분한 성과가 없는 경우 1:1 또는 아주 소규모의 강도 높은 개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이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학생의 개별적 필요에 맞춰 수업의 내용, 방법, 빈도, 지속 시간 등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맞춤형 개입을 말한다. 예를 들어 농산어촌 학교나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 이중언어 환경의 학생을 위한 언어 발달 지원, 특수교육과 상담 인력의 충분한 배치 등이 그 구체적 사례이다. 진정한 평등은 모든 학생, 특히 학습 부진 아동에게 형식적 학습 기회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3) ‘학습 중심’에서 ‘학습과 삶 중심’으로
오늘날 학교는 ‘배우는 곳’으로는 인식되지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는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초점이 지나치게 학업 성취와 평가에 맞춰지면서, 학생의 정서적 안녕, 사회적 관계, 삶의 의미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고 갈등을 조정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삶의 공동체여야 한다. 다시 말해, 학교는 ‘학습의 공간’이자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
많은 교사들이 “요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은 하지만, 자신이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현상은 학습과 삶이 단절된 교육 구조의 결과다. 진정한 배움은 삶과 연결되어야 지속가능하며, 아이들은 자신의 삶과 연결된 배움을 통해 의미를 느끼고 내적으로 동기화된다.
이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기술, 정서적 회복력, 관계 맺는 능력, 시민적 책임감 등을 함께 기르는 통합적 접근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설계, 학교 문화, 교사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삶과 성장을 함께 돌보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4) ‘지식 전달’에서 ‘역량 함양’으로
지식 암기와 문제 풀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협업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는 단순 지식 습득보다 지식을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AI가 발전할수록 우리 교육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합니다.” 최근 교육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창의성, 윤리적 판단력, 공감 능력 등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습자 주도성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도 중요한 요소다. 한 혁신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자신의 학습 과정을 성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능력이 갖춰진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5) ‘표준화’에서 ‘개별화·다양화’로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식과 속도로 학습하는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관심, 필요에 맞춘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아이는 서로 다른 강점, 관심사, 학습 유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표준화된 교육은 이러한 다양성을 무시하고, 많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제한합니다. 진정한 교육은 각 아이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성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수준에 맞는 학습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다양성과 선택권을 부여하고, 다양한 능력과 성장을 인정하는 평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개별화 교육이 각 학생에 대한 일대일 개별 지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교육학자 캐롤 앤 톰린슨(Carol Ann Tomlinson)이 강조하듯,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는 현실적인 교실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학습 목표, 내용, 과정, 결과물 등을 다양화하여 서로 다른 학습자 집단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적용에서는 학생들의 준비도, 관심, 학습 프로필에 따라 유연한 모둠 구성을 활용하고, 때로는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한 명시적 설명 방식의 수업도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중요한 것은 모든 학생을 개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필요를 인식하고 이에 반응하는 유연한 교수법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일반 교실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많은 혁신학교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6) ‘경쟁’에서 ‘협력과 연대’로
제로섬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협력적 교육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교육 방법의 변화만이 아니라, 교육의 근본 가치와 목적에 대한 재성찰을 요구한다.
교육사회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왔다. “우리 교육이 ‘승자독식’의 경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한, 학생들의 행복과 전인적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적 교육은 단순히 ‘함께 공부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필수적인 시민 역량이기도 하다.
연대의 가치는 이러한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개념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적 성취뿐 아니라 공동체의 복지와 사회 정의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한 교육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연대의식이란 ‘나’의 성공만이 아닌 ‘우리’의 공동 번영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시민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지향점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연대의식은 교실 내에서의 협력을 넘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집단적 대응과 책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환경 위기, 사회적 불평등, 인권 문제 등에 대해 학생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연대의 가치를 체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협력과 연대에 기반한 교육 방식은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7) ‘학교 중심’에서 ‘교육 생태계’로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과 정규 교육과정에 한정된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전체가 하나의 학습 생태계로 기능하는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교육혁신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학교는 더 이상 배움의 유일한 장소가 아닙니다. 도서관, 박물관, 기업, 시민단체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이 교육적으로 연계될 때, 아이들은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유기적 협력도 중요하다. 학부모는 단순한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니라 교육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지역사회는 다양한 교육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교육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학습 자원과 전문가에 접근할 수 있으며, 학교 밖의 다양한 학습 경험을 인정하고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8) 변화를 위한 출발점: 새로운 교육 비전과 사회적 합의
교육 대전환의 첫걸음은 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합의다. “우리는 어떤 인간을 기르고 싶은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이러한 근본 질문에 대한 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한 교육철학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교육 개혁이 정책과 제도 중심으로만 접근되는 한,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정권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장기적 비전과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든 교육 주체가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개혁 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
교육 개혁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점이다. “진정한 교육 혁신은 소수의 전문가 및 정책 결정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함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변화의 토대입니다.”
교육 대전환은 단순한 제도 개선이나 정책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 문화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길이다.
| <알림> 다음 칼럼은 「교육 대전환 2035: 제2의 5.31 교육개혁 청사진(제3회)」 “2035 미래 교육 비전의 핵심 방향 (어디로 가야 하는가)”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
| [이전 칼럼]
• [교육 대전환 2035: 제2의 5.31 교육개혁 청사진(1)] “5.31 교육개혁의 유산, 그리고 오늘” |
각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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