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학교 사건과 관련 법의 논란을 바라보며
| “유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해당 교사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오랜 기간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에게 비통한 심경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본문 중에서] |
1. 들어가며
지난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40대 여교사가 8세 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피해 아동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교사는 이 학교에서 정교사로 재직 중이며 우울증 등으로 휴직한 후 작년 말에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1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벌써 해당 학생의 이름을 딴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5건의 입법 발의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사노조연맹도 해당 법에 대한 입장문에서 “정신질환을 범죄의 원인으로 단정짓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상당수의 교사가 감정노동에서 비롯된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책들로 인해 교사들은 치료가 필요해도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등,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우려했다. 2023년 교사노조연맹에서 교사 1만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 4명 중 1명(26.59%)이 “5년 이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강혜승 서울지부장은 “사건이 생기면 정작 근본적인 부분은 외면하고 교육관료들이 매뉴얼을 만들고 국회는 의견수렴 없이 법 만들기에 급급한 게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면서 “괴물은 학부모나 교사가 아니라 우리의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이라고 짚었다.2
대통령 권한 대행과 교육부 장관도 재발 방지를 언급하면서 교육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만들 것이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내용들을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2.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
15년 가까이 교육정책을 연구했는데, 이번 사건이 가장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범행이었다. 그간 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아동은 있었지만, 교사의 계획범죄에 의한 살인은 전무후무한 것으로 기억한다. 언론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고, 언론에서 워낙 교사 개인이나 교사 집단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어,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어리고 약한 아동이 교사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유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해당 교사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무엇으로도 해당 학생의 목숨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가족에게 비통한 심경으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2018년 서울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인질극 사태 당시, “과연 학교는 안전한 공간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의 결론은 단순했다. 학교는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이 되기 어렵고, 사실상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범학교 운영, 학생과 외부인의 공간 분리 등 다양한 안전 조치가 시도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제대로 운영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학부모들의 불편함을 이유로 이러한 정책들이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으며, 결국 학교를 마치 교도소나 법원처럼 오직 보안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생들에게 더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보안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실효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학교에 재직하는 모든 교직원과 직원들은 성범죄 경력 조회를 거쳐야 하지만, 매일 학교를 드나드는 다양한 외부 업자들(급식 납품업자, 시설 보수 업자 등)에 대해서는 이러한 조회를 일일이 진행할 수도 없다. 설사 조회를 한다고 해도, 단순히 범죄 이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학교 보안 문제는 단순한 감시나 규제 강화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실질적인 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사건을 두고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해당 교사의 이상 행동에 대한 징후는 교장, 교감, 교육청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교육청 관계자는 이 교사가 동료에게 헤드락을 걸거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는 폭력적인 행위를 했으며, “왜 나만 불행해야 하느냐”라는 불안정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교육청에서는 분리 조치를 요구하고, 해당 교사에게 출근하지 말 것을 통보했지만, 그날 오후 결국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언론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이 부족했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폭력 행위가 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출근 정지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청이 추가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나 교육청은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교사를 강제로 감금하거나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와 정치권에서는 보다 강력한 법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이상 징후가 있는 교사에 대해 강제 휴직을 명령하거나, 복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법이 만들어질 경우 우울증이나 정신적 치료를 받은 상당수의 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즉,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향후 유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학교 관계자들도 이상 행동을 하는 교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현재도 강제 휴직을 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교육부나 정치권은 학교와 교사들에게 더욱 강한 책무성을 요구하며 관련 법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선량한 교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이 곧 예비 범죄자나 예비 살인자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처럼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적절하게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며, 학교나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를 외면하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제2, 제3의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관련 법률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명확하게 공개된 사안이 많지 않다. 교육부는 우울증이나 정신과 처방 이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교원단체의 반발로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국회의원이 휴직이나 복직 결정 과정에 해당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은 많은 교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학교 자치와 학생 자치는 중요하지만, 휴·복직 문제는 의학적 소견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교사 개인의 권리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학생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발상은 현실성과 적절성을 결여한 조치로 보인다.
더군다나, 교사의 건강 상태나 정신질환 이력과 같은 민감한 정보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교사의 휴·복직을 결정한다면,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교사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편견이 조장될 우려가 크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미흡을 넘어, 상당히 폭력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을 무조건 학교 현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통해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적인 접근이 아니라, 의학적 판단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학교에서 왜 상당수의 교사들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에 노출되어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학교 현장이 어려운 환경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그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 먼저이다. 현재 논의되는 구조를 살펴보니,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 왜 힘들어하냐고 다그치며,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든 내보낼 방법을 찾는 상황에 지나지 않는다.
3. 나가며
과거 유명 가수를 의료사고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한 의사가 2018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그리고 위 학생 살해 사건이 발생한 날, 그 의사는 세 번째 의료 사망사고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학교의 학생과 병원의 환자 모두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독 학교와 교사에게는 한 개인의 일탈을 전체 집단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며 비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40만 명의 교사 중 한 개인의 일탈 행위이다.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아니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또한, 현행 법과 제도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특정 범죄를 예측하고 사전에 막겠다는 명목으로 무리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교사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성실한 교사들이 이번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처사다. 과연 우리가 발전한 사회를 지향하는지 의문이다. 선진국일수록 정신과 치료나 우울증을 숨기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법안은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교사를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교육 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서울, 강원 등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했던 질환심의위원회도 법률로 인정받지 못해서, 유명무실해지거나, 교육청이 교사 개인과 법적 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실효성이 부족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질환심의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전문가 집단을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현재 학교장이 직권으로 병휴직을 명령하는 제도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이 병휴직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이미 교권보호위원회나 학교폭력대책위원회도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정신질환과 우울증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예방과 지원을 통해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동시에 심각한 상황에 놓인 이들과의 적절한 분리 및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혐오와 낙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과 대책 마련에 있다. 특정 법안을 이슈몰이하듯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기존 제도와 정책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다만 피해자를 지칭하는 낱말로 ‘여아’ 대신 ‘학생’ , ‘아동’ 등 성중립적인 낱말을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피해자가 남학생인 경우 ‘남아’라고 지칭하는 글은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해당 단어를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