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⑫] 낯선 이와의 대화가 교사의 웰빙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 학습과학은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관한 기존의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교수학습 실천과 연결합니다.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교육계에서 학습과학을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 및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그 첫 시리즈로 쉽고 재밌는 ‘켈리 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
교사 웰빙이 중요한 이유
몇 달 전, 대한영어교육학회(Korea TESOL, KOTESOL)의 다정다감하고 매력적인 동료 시드니(Sydney)와 그리프(Griff)가 내게 교사 웰빙(teacher well-being)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다.
“교사 웰빙? 학생 웰빙(student well-being)에 대한 연구는 해봤지만 교사 웰빙에 대해서는 해본 적이 없는데…… 학생의 웰빙을 주제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자 그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교사 웰빙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이어야 해.”
그렇게 해서 나는 몇 달 동안 교사 웰빙에 대한 자료를 샅샅이 찾았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낯선 사람과의 대화’와 교사 웰빙과의 연관성이었다. 강연을 준비하며 여러 논문을 읽고 유튜브에서 많은 영상을 시청했는데 특히 브리에르튼(Brierton), 팔머(Palmer), 산토스(Santos),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라 머서(Sarah Mercer)와 테미 그레게르센(Tammy Gregersen)과 같은 전문가들의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교사가 학생의 웰빙이 아닌 자신의 웰빙을 챙긴다는 것이 다소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먼저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건강하고 행복한 교사가 학생들에게도 건강하고 행복한 교실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교사의 웰빙이 학생들의 웰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교사 웰빙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과중한 업무와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교사가 학교를 그만두면서 임시 교사의 일당이 일본 대학 교수의 하루치 급여 수준인 약 250달러에 달했고, 심지어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라 머서는 자신이 읽은 글을 인용하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선생님들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교사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교사 자신의 웰빙에 대한 관심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인 것이다.
교사 웰빙을 위한 핵심 요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교사의 웰빙을 보장할 수 있을까? 건강한 생활 습관, 즉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명상, 예방 접종의 중요성도 여기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TED 강연에서 수잔 핑커(Susan Pinker)1는 장수(longevity)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요인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두 가지를 제시한다. 이 요인들은 내가 칼럼의 소재로 자주 다뤘던 사회적 뇌(social brain)와 관련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웠다.
첫 번째 요인은 친밀한 관계(close relationship)이다. 이는 가족, 친구, 동료 등과의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며, 장수(longevity)와 정신 건강(mental health)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두 배 높은 이유도 설명해 준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관계 유지 능력이 뛰어나며, 여성이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사는 이유도 바로 이 능력 덕분이었다. 이 첫 번째 요인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정보라서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두 번째 요인이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2이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상호작용(예컨대, 이웃과 가벼운 인사 나누기, 가게에서 점원과 대화하기 등)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사회적 통합이 가장 효과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 웰빙을 위한 숨은 열쇠
이 개념을 교사들에게 적용해 보자. 교사들은 가족과 친구,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지지를 얻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 시스템의 부족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 이는 교사의 정신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둔 영국의 자선단체(educationsupport.org.uk)에서 제공한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이 연구에 의하면, 팬데믹 기간 동안 교사의 77%가 업무와 관련하여 심각한 불안, 우울, 피로를 호소했으며(이는 84%에 달한 관리자들보다는 낮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어떤 집단보다 높은 수치였다.), 50% 이상의 교사가 사직을 고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꼽았다. 하지만 교사 4명 중 1명(25%)은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가족 및 친구(58%), 배우자나 파트너(52%), 동료(24%)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학교 당국의 지원은 10%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학교 관리자가 교사들에게 더 많은 감사와 지지를 표하고, 자발적 모임을 장려하는 등 교사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요약하자면, 타인과 대화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웰빙에 중요한 요소이며, 여기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도 포함된다. 많은 사람이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꺼리고 심지어 위험하다고까지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낯선 사람과의 이러한 상호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한 행사에서 캠브리지 대학 출판사의 나이젤 맥퀴티(Nigel McQuitty)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호주의 코로나 봉쇄 조치가 막 끝났을 때였는데 그는 다시 밖에 나가 낯선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이야기했다. 또 그는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안녕하세요.”라고 묻는 것보다는 상대에게서 좀 더 길고 자세한 응답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낚시 중인 사람에게는 “오늘 잡으신 큰 고기는 다 집에 가져가실 건가요?”라고 묻는 식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흥미를 느꼈다. 일본에서 가르칠 때, 학생들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모습을 강의실에서 또 캠퍼스에서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에게 소통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다기보다는 아마도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졸업 후에 회사에 들어가면 낯선 사람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직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심지어 낯선 사람들과도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해보라는 숙제를 자주 내주곤 했다(전철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가장 좋다).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법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 후, 나이젤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내게 선물로 보내주었다. 조 코헤인(Joe Keohane)의 책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The Power of Strangers)』이었다.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옛날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하늘이 내린 선물로 여겼다. 당시에는 낯선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과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져다주곤 했고, 그들은 대중 매체와도 같은 기능을 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낯선 이와 대화할 때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보고한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소개되어 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절당하는 것이지만, 그 두려움은 대개 근거가 없었다. 나는 그 책이 너무 흥미로워서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그가 틀림없이 답장을 보낼 거라고 예상했는데,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신을 보냈다.
“호기심을 따르세요. 누군가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거나, 흥미로운 것을 가지고 있거나, 주변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을 때, 이를 화제로 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상대방을 존중하고,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되 절대 이상하게 굴지는 마세요. 누구나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대개는 차츰 마음을 열고 아주 좋은 대화 상대가 됩니다.”
(개인 이메일, 2022년 2월).
그는 또 런던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조지 나이팅걸(Georgie Nightingall)의 팁도 전해주었는데 그것은 ‘숫자로 답하라’는 것이었다. 만약 매장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인사를 한다면 대개 “잘 지내요, 당신은요?”라고 대답하는데 이것은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이보다는 숫자로 대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점 만점에 7점이에요. 당신은요?”라고 답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숫자로 답하면서 대화가 이어지게 된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당신의 역할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사의 웰빙은 학생의 웰빙과 직결되며 필수적이다. 그리고 연구 결과, 교사의 웰빙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단지 가족, 친구, 동료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까지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면 오늘 당장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 이 칼럼은 코리아테솔(Korea TESOL)의 ELT 잡지 <The English Connection>(Summer 2022 Volume 26, Issue 2)에 영문으로 실린 커티스 켈리(Curtis Kelly) 박사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원본은 https://koreatesol.org/content/english-connection-tec에서, 더 긴 버전은 <MindBrainEd Think Tanks>(mindbrained.org)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
• Keohane, J. (2021). The Power of Strangers: The Benefits of Connecting in a Suspicious World. Penguin UK.
각주
- 수잔 핑커(Susan Pinker)는 캐나다의 심리학자이자 작가로서 사회적 관계와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며 대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학습, 행복, 회복탄력성, 장수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서 『The Village Effect(마을 효과)』에서 이 주제를 다뤘으며 TED에서도 동일 주제로 강연했다.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여동생이다.
-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은 개인이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관계에 참여하는 정도를 나타내며, 이는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통합된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수잔 핑커는 이 용어를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고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정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의 사회적 교류’, ‘사회적 연결망 활성화’, ‘광범위한 사회적 접촉’의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커티스 켈리(Curtis Kelly)는 교육학 박사이며, 일본 간사이대학교(Kansai University) 영어과 교수이다. 인생 사명은 "교실에서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로서 50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며, 35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Significant Scribbles(중요한 낙서)』(Longman), 『Active Skills for Communication(능동적 의사소통 기술)』(Cengage), 『Writing from Within(내면으로부터의 글쓰기)』(Cambridge) 등이 있다. 뇌과학과 언어교육을 연결하는 무료 잡지 <MindBrainEd Think Tanks>의 구독을 독자들에게 적극 권유한다. ctskelly@gmail.com

교사의 웰빙, 표면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웠던 과제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교사 입장에서는.
그런데 학생의 웰빙 선행 조건으로 갖추어야 할 것으로 인식하게 되니, 당당하게 또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인식이 됩니다.
인상적인 문구: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숫자로 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