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아보자
| “(이 글에서) 여섯 가지의 제안을 희망으로 그려보는 것은 더디겠지만 민주적 공론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담론화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법제화되어 왔던 우리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
2025년 1월 5일, 오늘이 원고 마감일인데 쓰다만 원고에 커서만 깜박인다. 칼럼 쓰기를 미루고 미루며 기대했던 것은 ‘1월 5일쯤이면 체포는 되었겠지’ 하는 안도였다. 그러나 들리는 소식들이 처참하다. 세상이 기대한 대로 가는 게 이상한 일이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대를 품었던 것은 2025년에는 더 큰 희망의 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3년 교사들의 죽음과 광장에서의 외침은 조금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기대들이 찬찬히 부서지는 걸 보면서 2024년을 흘려보냈다.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교권 5법 개정은 여전히 삐걱대고 있고, 디지털 교과서에 인공지능 명칭만 붙인 AIDT는 교육예산 잡아먹는 괴물이 될 예정이며, 초등 전일제 학교로 추진 중인 늘봄학교는 방과후학교도 돌봄교실도 아닌 무료 프로그램으로 학교 비정규직을 또다시 양산할 예정이고, 유보통합은 국공립 유아학교의 확대가 아닌 사립 유치원의 살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22년을 기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 모두 큰 규모의 예산 투입이 필요한 것이라 학교의 현실은 핍절하다.
그럼에도 상식과 비상식, 민주와 반민주, 애국과 반역, 진보와 퇴행의 끈질긴 싸움이 전면화된 지난 한 달간의 사건들은 희망이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상식, 반민주, 반역과 퇴행의 작은 소용돌이가 거대한 물길을 꺾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오래된 꿈을 다시 꺼내 본다.
‘아동청소년 인권법’ 제정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보적 관계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학생인권법 제정을 둘러싼 논의는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학생’으로만 한정하는 제한적 법령이다. 미래세대는 ‘학생’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더불어 미래세대의 인권을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곳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 사교육 기관, 사회 전반이다. ‘학생과 학교’라는 울타리로 가두는 것 자체가 보편으로서의 인권을 오히려 한정하는 것이다. 2025년에는 학생 인권이 아니라 아동청소년 인권 보장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교원단체 시행령 제정
‘교육기본법’ 제15조는 교원단체 관련 조항으로 교원단체의 조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현재까지도 대통령령은 제정되지 않은 ‘입법부작위 상태’이다. 부칙 조항으로 이미 폐기된 ‘교육법’에 따른 교육회(현 교총)를 교원단체로 본다는 것에 근거하여 교총만이 교원단체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수십 년간 누리고 있다. 2025년에는 부칙 조항을 폐지하고 관련 대통령령이 조속히 제정되길 기대한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포괄적 지원책 마련
위기 학생 뒤에는 위기 가정이, 위기 가정 뒤에는 위기 사회가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문화적 불평등, 발달적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 증가에 따라 변화된 교실의 모습은 담임교사 한 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고 있다. 교육이 가능한 교실, 기본권으로서의 발달권 보장을 위해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을 근거로,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중심에 둔 현장 기반의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법’ 개정
지난 12월 30일 학생맞춤통합지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견인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 등이 필수적인데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조항들이 21대 국회에서는 삭제되어 버렸다. 결국 학교 현장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옥상옥의 법이 될 소지가 커졌고, 시도교육청의 관심과 예산 배분에 따라 천차만별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범부처적 차원의 지원을 의무조항으로,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아도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제자리 찾기
국가교육위원회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추진하여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법률과 시행령의 미비로 정치적 중립성이 아니라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기관으로 전락하였다. 위원회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될 뿐 아니라 회의록 전문도 공개되지 않는 시대에 역행하는 기관이 되어 버렸다. 이런 과오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관련 법률 및 시행령 전반을 개정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개정
2023년 서이초 사건을 겪었다. 2023년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가 3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모는 누구를 아동학대행위자로 지목했을까?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두려워 교육하지 못하는 교실’을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적인 공간인 가정 안에서의 아동학대와 공적 공간인 학교에서의 아동학대를 분리해서 다루어야 한다. 학교 등 공개된 장소에서의 아동학대에 대한 별도의 조항을 만드는 방식으로 아동복지법이 개정되길 바란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사회 전반의 위기가 그대로 투사되어 고립된 교실, 개인화된 문화, 교육 대화가 없는 일상으로 드러난다. 겉으로는 평안하나 어디에서 어떻게 삐걱대고 있는지 ‘감지’되지 않는 불안이다. 언제 어디서 툭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늘도 무사히’의 일상이다.
지난 4개월 동안 학교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며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였고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기에는 불신이 장벽이 높다는 것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생색내기 법 개정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작은 실천이 더 소중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럼에도 여섯 가지의 제안을 희망으로 그려보는 것은 더디겠지만 민주적 공론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담론화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법제화되어 왔던 우리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25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2024년 9월부터 서울항동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한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고문을 맡고 있으며, 『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국어 수업』,『혁신학교 효과』, 『초등학교 1학년 열두 달 이야기』, 『비고츠키 아동학과 글쓰기 교육』을 지었고,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행복한 혁신학교 만들기』, 『성장과 발달을 돕는 초등 평가 혁신』,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4』, 『대한민국 교육, 광장에 서다』, 『‘어른아이’를 만드는 사회』 등을 함께 썼다.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하며 칼럼 잘 읽었습니다^^ 특히 학맞통에 유아까지 포함해야한다는 지점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참 공감 갑니다. 하지만, 그 업무가 유치원 교원에게 전가 될까 우려되는 부분도 곁들입니다. 지금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업무가 각 시도교육청의 행정국이 아닌 교육국이나 정책국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학교의 업무 영역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주 업무로 삼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자리해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 업무를 수행할 주체가 교원인지, 직원인지, 실무사인지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