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챙길 수 있는 ‘사회정서학습’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
| “매년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학생들에게는 ‘마음건강의 날’로 하여 스스로 마음의 힘을 키우도록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 마음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본문 발췌) |
지난 5년(2019~2023년)간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시행하였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의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해 정신건강 검사를 강화하고, 취약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초·중·고 학생의 정신건강 관련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는 결과로 확인되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결과가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정신건강 항목 중 ‘무기력감 경험률’에서 2017년도 2.50%에서 2021년에는 3.94%까지 증가한 것이다. 2023년에는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21년도와 비교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적정 수면시간 충족률’은 2021년 51.65%에서 2023년 51.95%로 나타나, 초등학생들이 충분히 수면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신건강에서 적신호가 켜지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봐온 터였는데, 어린 초등학생들이 무기력감을 경험하고 있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결과이다. 중·고등학생들이라면 입시로 인해 학업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 보려고 하겠지만, 그저 해맑게 놀면서 살아가야 할 초등학생들이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었다니! 대체 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경기도교육청도 지난 8월, 만 19세 이상 경기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학생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전화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보니 학생들을 위한 정신건강 정책에 관한 중요성을 도민들도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리 학생들을 위한 정신건강 정책을 잘 만드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도민들은 학생들의 정서불안, 폭력, 학교 부적응, 일탈행동 등 위기행동 지원과 대응에 ‘Wee 프로젝트’가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담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확인되었으나 상담 활성화 방안에서는 학부모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정신건강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해도 이러한 문제로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는 뜻일 것이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정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모두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사실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와 같은 것이라는 것도 안다. 문제가 벌어지고 난 다음에는 아무리 상담을 받는다 해도 나아지기가 쉽지 않고, 이전의 편안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기도 매우 어렵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들이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 풀지 못한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학생들의 정서행동 문제에 대응하는 1차 안전망은 교내에 있는 Wee 클래스다. 학생들에게 문제가 발생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학교에서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실시하고 있는 ‘마음챙김 동아리’ 활동도 1차 안전망으로서 학교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마음챙김 동아리’ 활동 중 재미있는 것으로 마음약국 운영이 있다. 약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약 처방이다. 마음약국에서는 마음 약을 나눠준다. 몇몇 초등학교에서는 가끔 등굣길에 학생들이 나와 약 봉투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한다. 마음약국에서 나눠주는 약 봉투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초콜릿과 사탕 몇 개가 담겨있다. 마음약국도, 처방 약도 학생들에게는 모두 마음이 즐거워지는 활동이다. 먹고자 하면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초콜릿과 사탕이지만 깜찍한 약 봉투에 담겨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마음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즐겁지 않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몇은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활동을 해도 학교가 가지고 있는 ‘재미없는 곳’이라는 누명을 벗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위해서는 우리가 이 부분을 먼저 인정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재미없는 곳’에서 ‘재미있는 것을 가끔은 할 때도 있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바꿔볼 수가 있다.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직도 개발 중에 있다. 얼마나 재미있는 활동들이 있을까 기대가 된다. 어떤 수업 시간에 할지, 어떤 선생님이 진행을 할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사회정서학습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유머 감각이 있으시면 좋겠고, 레크리에이션도 조금은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진지함 속에서도 심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수업 활동으로 생각해서 수행평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초등학생들이 무기력감을 경험하지 않게 하려면, 오늘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또 재미없겠지? 그런데 가끔 재밌는 날도 있던데? 그날이 언제지?” 하는 그런 기대감! 무기력하다가도 이러한 소소한 기대감이 무기력감을 털어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될수록 학생들은 “내가 이런 걸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었네?” 하며 자기에 대한 새로운 지각과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정서학습의 첫 번째인 ‘자기인식’의 시작이다!
교사들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고 할 때, 무엇을 하면 우리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을 한다.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새워 가며 교육계획안을 만들기도 한다. 사실은 무엇을 하면 학생들이 재밌다고 느낄지도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학교가 갖고 있는 ‘공부’하는 곳의 역할을 지켜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학생들의 마음건강도 지키는 것이라면, 사회정서학습 활동만이라도 학생들이 평가 없이, 점수 없이, 부담 없이 그리고 재미와 흥미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오늘이 바로 ‘사회정서학습’ 수업하는 날이래!” 하고 떠올리면 그날 하루 학교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그 시간을 기다리며 하루가 즐겁고, 그 요일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즐겁고. 그러다 보면 한 달이 즐겁고, 학교가 즐겁게 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학교도 ‘재미없는 곳’이라는 누명을 벗고,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우리 교육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고교학점제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몇몇 학년은 두 가지의 새로운 것들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학교 성적과 대학 진학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학부모는 아이들이 가뜩이나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 기기로 인하여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방식인지 아직 알 수는 없다. 다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신건강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더 이상 스마트 기기를 멀리하게 할 명분은 없어진 셈이다.
때문에 희망과 꿈, 진로와 진학 모두를 잡겠다는 새로운 정책의 시행 안에서 또 다른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건강지원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 마음건강지원법 안에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학생들의 적응 능력과 회복력 증진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개발하고 있는 사회정서학습 활동이 우리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속감도 느끼게 하면 참 좋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활동을 할 때 자신감이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진로를 찾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일 것이다.
학교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생, 교사, 부모, 이들 세 주체가 협력하며 마음을 모아야 한다. 사회정서학습을 운영하는 학교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알리면서 부모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가 학교에서 우리 아이에게 해준다는 사회정서학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도록 하고,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양육 지침을 준다면 학교와 가정의 연계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매년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학생들에게는 ‘마음건강의 날’로 하여 스스로 마음의 힘을 키우도록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 마음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건강이 좋지 않다고,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왔다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모든’ 학생들은 ‘우리’ 학생들이다. 학교는 당연히 모든, 우리의 학생들을 품어야 한다. 사회정서학습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마음건강 문제를 해결해 주는 최고의 방안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선택한 방안이라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학교는 인내와 성실을 배우고,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겪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보는 것을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비하면 초등학교는 학습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지도 않고(그래서 사교육의존도가 높아짐) 놀이 게임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재미 위주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보게 될 것이다. 초등학생 무기력의 원인이 무엇인지 글쓴이의 짐작과 몇몇 학생들과의 인터뷰가 아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해결책이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