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활동에 사회정서학습 적용하기
|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적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수련 활동의 시간을 활용하도록 제안하고 싶다.” (본문 발췌) |
우리 학생들의 삶과 교육에 사회정서학습(SEL)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다. 현재 각 지역의 교육청을 중심으로 사회정서학습 실천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며, 교사 개인의 이해도와 수업 목표에 따라 이미 교과 수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사회정서학습을 학교 활동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일과 중 어떤 시간에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일인 듯하다.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적용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사회정서학습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까? 또한 어떠한 학교 활동과 사회정서학습을 연결하여 적용하면 좋을까?
사회정서학습의 이론을 학교 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첫 번째는 교사의 아이디어와 융통성일 것 같다.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수업 시간을 따로 배정한다거나 본 수업 교과에 굳이 적용하여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도 있다. 그 예로 수련 활동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많은 중고등학교 학사일정 중에는 5월에서 7월 사이에 수련 활동(숙박형 체험학습)이 계획되어 있다. 그 대상은 주로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인데 장소는 가까운 청소년 수련관부터 비행기를 타고 가는 먼 지역까지 여러 곳으로 가게 되고, 보통 2박 3일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일정이다. 학생들은 부모님을 떠나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련 활동에 큰 기대를 품고, 즐거운 활동을 기다린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내도록 인솔과 보살핌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3일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학생과 교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2박 3일의 시간이지만 서로의 생각과 감정은 매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수련 활동의 기간은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온전히 적용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수련 활동으로 주어진 3일의 시간을 사회정서학습의 5개 영역을 체험하도록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도 1학년 학생들이 수련 활동을 다녀왔다. 활동이 재미있었는지 묻는 필자의 질문에 “친구들하고 숙소에서 얘기하는 시간만 재밌었어요.”라는 답을 들었다. 수련 활동을 가기 위해 기대감에 부풀어 짐을 싸고 준비를 했지만, 이미 첫날 돌아본 수련관 근처 박물관은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돌아본 곳이어서 딱히 새롭지 않았다고 하였다.
수련 활동 둘째 날에는 특별 활동으로 머그컵에 그림을 그리고, 열쇠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둘째 날 밤에는 각 반의 장기자랑 시간인데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만 나가는 시간이라 장기자랑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의 장기자랑을 보고 박수를 쳐주는 시간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관점에서 너무도 아쉬운 것은 바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머그컵에 그림을 그리고, 열쇠고리를 만든 그 활동 시간이다.
고등학생들이 둘러앉아 머그컵에 그림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을 보며 느낀 것은 무엇일까? 열쇠고리에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엇보다 이러한 활동들이 고등학생의 흥미와 발달 수준에 맞는 것이었을까? 혹시 힐링 프로그램이었던 것일까?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고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 특별 활동을 진행한 강사도 섭외하였을 것이고, 재료와 물품을 구비하는 비용도 지불했을 텐데. 차라리 그 시간 동안 학생들이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체험했다면 어땠을까?
학교 일과 중에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학습 진도를 나가기에도 급급한 데다가, 대학 입시라는 커다란 관문이 있어 학과 공부 이외의 다른 것들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적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수련 활동의 시간을 활용하도록 제안하고 싶다.
사회정서학습의 5개 영역은 자기인식,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대인관계기술, 책임있는 의사결정이다. 이러한 5개 영역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마음건강을 도와 문제행동을 감소시켜 적응 능력을 향상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수련 활동은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처음으로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숙식하며 생활한다. 충분히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고, 나를 알고 친구를 이해하며, 관계를 확장하는 연습을 하기에 수련 활동만큼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고등학생에게 있어 중요한 발달과업은 자신의 진로 고민과 정체성 탐색을 위한 시간이다. 그동안 학업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이러한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학업에만 집중한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에 나와 자신만의 삶을 꾸리며 살아가야 하는 데 있어 학생들에게 진로와 정체성 탐색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활동도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계획할 수 있다.
수련 활동에서 같은 반 친구가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조를 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인관계기술을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기인식 발달을 위해 지도 교사는 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인생곡선 그리기’로 “나 인식하기”에 대한 활동을 구성해 볼 수 있다. 또한 ‘나의 뇌 구조’를 그리며 객관적으로 자기를 관찰하도록 하면서, 사고에 대한 사고(메타인지) 활동으로 확장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며 자기를 표현하도록 한다. 친구의 발표를 듣는 시간을 통해서는 나와 다른 친구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이 시간을 통해 두 번째 영역인 자기관리의 하나로, 나의 감정을 조절하는 경험도 체험하게 된다. 친구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공감하게 되니 세 번째 영역인 사회적 인식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3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어려운 점은 분명히 있다. 같은 방 친구의 생활 습관이 나와 맞지 않아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공동체 생활을 처음 해 보면서 서로 소소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맞춰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개인의 체험을 친구들과 함께 오픈하고 나누면서 최선의 문제해결 방법들을 찾는 활동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와 맞지 않는 친구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든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어떤 상황에서 친구를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상황은 어떤 경우일까? 등의 주제로 토론하며 다각적인 사고 활동을 하면서 나의 대인관계 스타일을 알게 될 수도 있고, 나와 친구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더 넓게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토론은 학교에서 시간 내어 하기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에 수련 활동 시간에 집단지도나 집단상담의 형식으로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사회적 인식을 넓히고, 대인관계 기술을 체험하며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다른 반 친구들과 활동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다양한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되어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친구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키면서 생활하는 3일간의 시간은 학생들이 자율성을 발휘하고 연습하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안전하고 질서 있는 공동체 경험을 하며,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배우는 시간이 된다.
마무리로 장기자랑 시간에는 우리 조에서 나눈 사회정서학습 체험담을 발표하는 활동으로 꾸며도 좋을 것이다. 연극과 노래, 춤, 뉴스 등 다양한 주제 활동으로 협력하여 학생들이 3일간의 시간에서 경험한 배움과 체험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맡기기만 한다면 다양하고 신박한 창의적 활동으로 탄생할 수 있다.
학생들의 건강한 마음은 사회정서 발달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학업 능력과 사회 적응력에도 도움을 준다. 수련 활동은 숙박형 체험활동으로 학교 교육의 연장선이다. 학교 적응을 잘하는 학생들은 마음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현재 약 100개의 학교에서 마음챙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정서학습의 적용과 실천은 중요하다. 다만 학교 수업 중 또는 일과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면 아이디어를 모아 특별 활동이 주어진 시간이나 수련 활동의 기회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초기에는 도덕 및 윤리 교과에 적용하여 학생들의 인성발달에 주목하였다. 점차 사회, 국어, 영어, 음악과 체육 등의 여러 교과에 확장하기 위한 교육안을 구상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분노조절 훈련으로 개발한 학교폭력 예방과 인성 및 인권교육 프로그램에도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정서학습이 하나의 교과로 인식되어 학생들은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났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고, 교사는 가르칠 것이 더 많아졌다는 업무로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함에 있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습관과 태도가 사회정서학습으로 형성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으로 부담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적용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사회 정서학습은 삶을 통해서 스며들어야 하는것이 아닐지요. 몇일동안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적절한 학교 문화 조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숨쉬듯이 사회 정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