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의원(국회, 시·도의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과 비례정당까지 교사 출신을 공천한 것을 보면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 “이에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 출신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해 몇 가지를 언급한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며
이번 총선 결과 현장 교사를 경험한 적이 있는 후보들이 일부 당선되었다. 과거에도 지방선거(지방의회)와 총선 때마다 교사 출신 의원들이 일부지만 꾸준히 있었으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아쉽게도 현행법상 정교사를 포함하여 공무원 신분으로는 특정 당을 선택해 선거에 나갈 수 없기에 출마를 위해서는 사직해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 여부는 사회적인 논의와 입법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현재 거대 양당에서 교사의 정치기본권 확대 방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결과가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상황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여론은 늘 찬-반이 존재한다. OECD 국가 대부분이 교사-공무원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역사적인 사건에서 비롯, 이들의 정치 참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다.1
그간 교사 출신의 시·도의회 의원, 국회의원들이 일부 있었다. 교사 출신 의원들에는 개인의 자격으로 공천심사를 거쳐 후보로 나가 당선된 이들도 있었고, 특정 단체에서 역할을 하여 특정 당의 섭외(추천)로 전략 공천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군인, 법조계(판·검사, 변호사), 소방관 출신들은 다수가 매번 총선 및 지방자지단체 선거(지선)에서 국회 및 시·도의회나 지방자치단체 장에 진출한다. 정당은 표를 얻기 위해, 또는 이들을 통해 국민을 지원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이들을 섭외(추천)한다. 이들은 의회 진출을 통해, 현장성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정책이나,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구성원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법조계 출신들이 비대했는데, 최근에는 그 외 집단(소방, 경찰 등)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대략 50만 명에 가까운, 대한민국의 단일 직종으로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초·중·고 교사 출신은 정작 선거를 통한 의회 진출 기회가 거의 없거나,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동안 영향력 자체가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작년 S초 사태 이후 2023년 9월에 여의도 광장에서 교권을 위해 모인 30만 명의 교사들의 응집력이 정치권을 놀라게 한 것일까. 이번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과 비례정당까지 교사 출신을 공천한 것을 보면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이에 과거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 출신 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해 몇 가지를 언급해 보려 한다.
2. 교사 출신 의원2이 가진 장점
교사 출신 의원들이 가진 장점은 선명하다. 다른 직종(경찰, 군인, 소방, 법조계)도 그렇겠지만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교육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들은 많지 않다. 초·중·고 교사를 경험한 이들은 이러한 여러 상황을 직접 경험해서 그 어려움을 알기에 자질과 전문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육정책은 현장과는 완전히 괴리된 정책이 주가 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육부가 오판하기도 했지만, 시·도교육청과 관료들의 탁상공론 역시 해가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장을 대변해 주는 이들이 정계로 진출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하다.
또한,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의회로 진출한 교사 출신들은 개인의 자격이라기보다 특정 단체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전국적인 교육 데이터 수집이나 연결망이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정치인보다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지만, 장점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3. 교사 출신 의원의 한계와 우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기에 조심스럽기도 하며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도록 하겠다.3
아쉽게도, 교사 출신 의원들은 위에서 언급한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을 한계로 가지고 시작한다. 현장성은 너무 미시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고, 네트워크는 특정 집단-특정 급-특정 단체에 제한된 네트워크로만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본인이 속한 집단(교원단체나 학교 급 등의 유형)의 경험으로 다른 급이나 단체를 평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특정 단체 출신의 교사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는 등의 행위는 비슷한 경향성을 가진 언론·단체에서만 이슈가 되고, 환영하는 경우들을 빈번하게 목격할 수가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교사 중심의 시각이라는 국민의 비판과 연결되기도 한다. 현장 교사들의 아픔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 교사만 존재하냐는 비판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비교과·공무직원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도 필요하지 않냐는 강력한 요구(저항)에 희석되는 경우도 많다. 더 나아가 특정 단체 소속 출신의 의원은 특정 단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의심되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지, 특정 단체나 특정 이념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 점에 있어서 국민들의 눈높이와 현장 교사들의 눈높이, 교사 출신 의원의 입장이 여러 면에서 상충된다. 교사 출신 의원이라고 본인을 지지해 준 특정 단체의 이념을 대변하는 것이 맞다면, 의원 중 특정 단체 대표들은 늘 자신들의 지지단체를 위해 입법 로비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에, 특정 집단 출신은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교사 출신 의원들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편으로 특정 단체를 대변하지 않으면, 기대하고 지원해 주었던 단체를 무시하는 처사가 되는 것이고, 특정 단체의 입장만을 옹호하면, 교사 출신은 어쩔 수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균형적인 입장을 고수할 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사실, 의원의 자질 중 하나는 여론과 여러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정무적인 감각이며 아울러 다양한 경험과 노련미 또한 필요하다. 아쉽게도 학교 현장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측면이어서 교사 출신이 갖추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교사 출신 의원들 중 훌륭한 이들도 있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던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안 좋은 사례의 특징을 중심으로 적어 보겠다.
첫 번째는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이 주가 되어 판단을 지배하는 경우다. “내가 경험해 봐서 다 아는데…”, “예전에 다 해봤는데…” 등으로 시작하는 화법이 주를 이룬다. 현장의 요구를 담아 개선을 언급하는 순간, 이에 대해 반박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는 어떠한 이야기도 하기 어렵고, 주변인들도 실패의 경험이 많기에 경험적으로 말을 삼간다. 한시적이지만 의원이라는 타이틀이 있기에 권력이나 권위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자세를 고수하는 한 교사건 교육 관료건, 교원단체건 아무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런 이들은 몇 년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겸손하기만 하고, 정작 실제 입법 관련 일이나 정책 조율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지 관리에 집중하느라 직무유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의원 타이틀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를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도 제대로 된 역할을 안 하는 이들이 다른 무언가를 제대로 할 리는 만무하다. 현장 경험만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교육경력 30년, 40년이 넘은 이들은 모두 능력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계에서는 그 조건 자체가 대단하다고 평가받지 않는다. 현장에 있었던 의원이라고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협소한 경험일 뿐이다.
두 번째는, 보좌관(지원인력)에게 과잉 의존하고, 정작 자신의 역할은 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행보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다. 추후 본인이 특정 기관장 자리에 유력하다든가, 특정 자리를 내정해놨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그런 성급한 생각과 발언들이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정 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탐하기 전에, 교사 의원의 고유 역할과 초심을 생각해야 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교사 의원으로서의 역할이지 자리가 아닐 것이다.
또, 주목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현장성을 배제하고, 정치적인 이슈와 논란거리를 중심으로 정쟁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도 있다. 이것이 지나치다 보면 자신의 뿌리까지 부정하기도 한다. 자신은 이미 교사가 아니며, 교사 출신임을 부정하는 것이다.4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도 교사 출신이 교사를 탄압하는 데 더 앞장서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교사 출신이기에 공천(정치입문)을 했을 텐데 상황이 바뀌니 부정하려 드는 상황이 모순적이다.
위와 같은 사례로 인해 교사 출신 의원들은 아쉽게도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았고, 주목받거나 재선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학교 현장과 학부모, 국회에서까지 모두 비판만 받아 임기가 끝난 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4. 나가며
배우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과거 교사 출신 의원들이 어떤 평가를 받았으며, 어떻게 잊혀졌는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의 방향은 단순 현장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되고, 거시적인 사회이슈와 연동되어야 한다. 교사 출신 의원은 ‘교사’ 출신 이전에 국민의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 50만 교사를 대변하려 해서는 안 되고 5,000만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50만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협소하게 접근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도 많았고 오히려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경우도 생겼다.5
우리 곁에 교사 출신 의원들은 늘 있었다. 교육청이나 교육부를 경험한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은 교사 출신의 의원들이 종종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을 경험한 교사 출신 관료(교육전문직원, 교육행정직원 등)들은 교사 출신 의원에 대해 회의적이기까지 하다. 이들로 인해, 어쩌면 그간 교사들의 운신의 폭이 더 줄었고,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어려웠으며, 다른 교사 출신 의원들의 앞길을 막아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이것이 일반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필자 개인의 경험으로만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사 출신 의원들의 향후 역할에 따라 교원단체나 현장에서 그토록 원하는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획득이나, 향후 현장 중심 교육정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도 크고,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바라건대 교사 출신 의원들이 국민의 눈높이와 현장을 대변하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를 견지했으면 한다. 흔한 정치인과 같은 그런 행보는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인을 흉내 낼 것이었다면, 정치인 중에서 공천하면 되지 굳이 특정 집단 출신을 선발할 이유는 없다. 사실 이는 교사 출신 의원들에게도 적용되지만, 다른 직종 출신의 의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과거보다는 진일보하였으면 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학교의 급감 속에서 현장을 경험하고,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는 교사 출신 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주목하였으면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