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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빗나간 부정(父情)과 학교폭력 대응 방안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884 김영식, 덕양중학교 교사 2023.03.16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교육부의 대책도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비뚤어진 부정을 발휘한 공직자의 일탈이 학교폭력 문제 해법을 더 꼬이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본문 발췌)                                                                          

 

 

1. 들어가며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며 사퇴한 일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가해 학생은 전학 이후에 정시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피해 학생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더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응당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일반 상식에 부합한다.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다고 알려진 대학에 가해 학생이 버젓이 입학한 것은 분명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권선징악의 결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결론을 맺었다 해도 찜찜함은 남는다. 문제가 벌어진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가 할 수 있는 교육으로서, 그와 같은 결론은 타당한 것일까?

 

교육부도 부랴부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기한을 10년 정도 길게 늘리는 것과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두 대책은 모두 가해 전력을 은폐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을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크게 주는 것이니 분노한 감정에는 사이다와 같은 대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학교폭력 근절과 가해자의 반성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책이 과연 피해 학생의 삶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가해자의 삶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피해자의 마음은 위로를 받을까?

 

 

2. 빗나간 부정(父情)

 

우선, 분명히 해 두자.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1일 만에 사퇴한 것은, 부모가 자신의 직업적 권력을 동원해서 자녀의 비행을 비호하고,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자녀의 입시 불이익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2차, 3차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자녀의 가해 사실을 덮고, 입시 불이익을 비켜가기 위해 소송전을 불사하는 행태가 일반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법을 다루는 직위에 있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태도로서 적절하다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단순히 자녀의 잘못을 부모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한다는 변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일 뿐이다. 자녀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이 국민을 섬기는 봉사자로서 검찰 공무원의 지위를 망각한 자기 잘못 때문에 사퇴했어야 하는 것이고, 국가 시스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람이 국민을 섬기는 직위에 채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합당했을 뿐이다.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과는 별도로, 이 사건의 본질은 자녀의 잘못을 부모의 권력을 동원해서 은폐하려 했던 빗나간 부정의 발로(父情)에 있다.

 

 

3. 자녀의 가해 발생을 대하는 부모의 올바른 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 학생의 부모가 잘못된 방식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 미성숙한 자녀가 누군가를 괴롭히고 폭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의 잘못에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감당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자녀의 잘못을 부모가 모두 책임지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오히려 해치는 태도다. 자녀의 잘못은 자녀가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제1원칙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해야 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이를 대신해서 가책을 느끼고 사과를 한다면 잘못의 당사자인 자녀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게 되고, 미성숙한 상태에서 저지른 잘못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성인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부모들이 그 일에 잘못 개입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내 자녀가 가해 학생임에도, 가해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워서 부모가 앞장서서 학생을 두둔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내며 소송전까지 불사하게 되면, 가해 학생은 부모의 뒤에 숨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해 학생의 부모가 되었을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가 있다.

 

먼저, 자녀가 한 일을 듣고 잘못한 일을 잘못이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자녀가 혹시 자신감을 잃을까봐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자녀가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에 나설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부모가 함께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의 태도를 보여주고, 피해 학생과 부모를 만났을 때 먼저 사과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자녀도 배우게 된다.

 

세 번째는 피해 학생이 다쳤거나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에 맞는 배상 또는 보상을 해 주는 일이다. 이는 자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자신의 자녀가 피해 학생에게 정직하게 사과하고 반성할 힘을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일이다. 잘못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으니, 본인이 한 잘못에 대해서 바르게 책임지도록 힘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4. 학교폭력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 거론되는 교육부 대책에 대한 평가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교육부의 대책도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기한을 늘리고,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가해자의 실패를 바라는 일반 정서에는 부합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관점에서는 생활교육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분명한 가해 사실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거부하고 유예시키려는 소송은 더 증가할 것이다. 가해 사실이 확정돼서 학생부에 기재되고 10년을 이어간다면 초등학교에서의 가해 사실도 대입에 결정적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부모 입장에서 이 사실을 알면서 가해 확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의 작은 잘못이라도 들춰내서 쌍방의 과실로 몰아가려 할 것이고, 학교 행정 조치의 미흡합을 찾아내서 조치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다.

 

처벌만을 강화하는 조치가 학교폭력을 감소시킬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처벌 강화가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엄벌주의가 강화된 이후로 학교폭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그 간의 정책이 거둔 긍정적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감소는 눈에 띄지 않고,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 폭력과 같은 정서적 폭력, 관계적 폭력 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2%였던 피해응답률은 2022년 1차 조사에서 1.7%로 0.5% 감소에 그쳤다. 반면, 학교폭력 목격 경험은 2013년 7.6%에서 2022년 3.8%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학교폭력이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비뚤어진 대처로 인해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구호만 반복하면서 학생부 기재 유지 기한을 늘리는 것은 학교폭력 감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 교육 중심의 대응방안

 

학교에서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폭력이 일어나면 철저히 조사해서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문제는 그 처벌을 학교와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이다. 범죄 수준의 폭력은 발생 즉시 경찰이 개입해서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훨씬 빠른 접근이 될 수 있다. 집단에 의해 가해지는 폭력, 오랜 시간 지속된 폭력, 성폭력, 단순 갈등의 범위를 넘어서는 악의적인 폭력은 범죄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학교에서 벌어졌다 해서 경찰이 개입을 미룰 이유는 없다. 이는 이미 사회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그에 맞는 사법적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 ‘학교에서의 사건 조사 – 교육 조치 – 학생부 기재 – 당사자 반발 및 소송’ 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이 역시 처벌 중심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경찰이나 법원에서도 회복적 접근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사법 처리 과정에서의 교육적 해법도 어느 정도 모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갈등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초등학생에게서 나타나는 폭력은 범죄 수준의 폭력이라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적 해결 접근을 보다 강화하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학생부 기재와 같은 조치를 폐지하되, 피해 학생을 위한 상담 지원 강화,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조치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의 관점이 아니라 생활 갈등의 대응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서 어린 시절에 발생하는 갈등을 사회성 교육의 기회로 삼아가는 정책이 문제의 본질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학교폭력의 문제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정의’의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의’는 응보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잘못을 했으면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확산되어 있는 회복적 관점에서 보면, ‘정의’는 피해자의 회복, 관계 회복이 이루어질 때 성립된다. 즉 피해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를 이룰 것인가를 놓고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시켜 놓고 가해자의 처벌에 몰두하는 동안 피해자의 목소리, 피해자의 회복은 간과되기 쉽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려주게 할 것인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가해자가 어떤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지가 교육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교육 중심, 피해자 회복 중심의 학교폭력 대응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 안에 갈등 관계를 다루고, 갈등을 교육으로 전환시켜 갈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교원의 양성과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성을 가진 교원이 해당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학교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학교와 교사에게 해당 교육을 요구하는 것은 형식적 대처만 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 사회성 교육 중심으로의 전환

 

학생들의 사회성·공동체성 향상을 핵심 주제로 하는 학교교육으로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학교폭력 대응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를 경계하면서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학생들의 사회성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반면 지금 우리 학생들은 학교가 아니면 어디서도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향상시킬 기회를 갖기 어렵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적절히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교육과정의 핵심 주제로 삼아 지식이 아닌 삶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서의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교육 활동 속에서 친구들과의 다양한 접촉점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나와 다른 생활방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어울리며 공존할 수 있는지를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야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어울림 프로그램과 같은 사회성 강화 프로그램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 교육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를 펼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인지적 교육의 내용을 줄이고, 사회성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 배당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늘 학교교육의 변두리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학교교육이 사회성 교육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입시에 매몰된 교육의 구조다. 학교가 아무리 사회성과 공동체성을 향상시킬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교육의 중심을 만들어간다 해도, 학생과 학부모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 나가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대책을 내놓기에 급급하지만, 대책은 땜질식이고, 문제 해결이나 현실을 개선시키기보다 더욱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가 많다. 자녀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국가수사본부장직 사퇴 사건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찾아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률로 봉사하는 공직자가 자신의 법적 지식과 전문성을 동원해서 자녀의 잘못을 덮고 피해자의 피해를 가중시킨 잘못된 처신의 문제에 집중해서 이를 방지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와 별도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대책도 수립되어야 한다. 비뚤어진 부정을 발휘한 공직자의 일탈이 학교폭력 문제 해법을 더 꼬이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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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중학교 교사 김영식

현재 덕양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다. 좋은교사운동 전 공동대표로, 현재도 그 단체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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