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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발전 방향

#864 김유원, 인천서흥초등학교 교사 2023.02.02
“학습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성 있는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우리 교사들을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사용할 것이다.” (본문 발췌)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작년 10월 교육부에서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계획의 주된 내용은 진단을 좀 더 정밀하고 체계화하는 것과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지도 교사 등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것은 진단에 대한 내용이었다. 학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정확한 진단도구와 지도자료가 있으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서는 기존의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더욱 강화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기초학력 진단 보정 시스템이 잘 개발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은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을 진단하고 보정 자료를 제공하여 부족한 영역의 학습능력을 보충해주는 시스템이다. 내가 소속된 교육청의 경우, 이 프로그램의 사용을 권장하며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월이 되면 3~6학년 학생들은 이전 학년에서 학습한 교과 내용에 대해 지필고사 형태로 시험을 본다. 시험 결과 최소도달기준에 미도달된 학생을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 등록하여 관리하게 된다. 이때 학생 지도를 위한 보정 자료(늘품이)가 제공되며, 지도 계획 및 지도 내용 작성 등 이력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3월 진단검사에서 미도달된 학생은 6월, 9월, 12월 3차례에 걸쳐 향상도 평가를 보며 지속적으로 학습 수준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표준화된 진단지 제공, 보충이 필요한 영역에 대한 지도자료 제공, 지속적인 추적 관리 시스템 등을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그림 1> 진단 결과 확인

<그림 2> 보충 영역 보정학습 자료 제공

<그림 3> 지도 현황 등 지도 이력 카드 작성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내가 게을러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물어봐도 이를 활용하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작년 10월 어느 교원단체에서 전국에 초등학교 441명 교사를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78%의 교사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주된 이유로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아쉬운 점

 

매년 수많은 예산이 사용되고 교육청 등에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홍보를 함에도 왜 현장에서는 이것을 활용하지 않을까?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활용하며 느낀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적어본다.

 

첫째, 진단 내용의 타당성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4학년 학생 중 어떤 학생이 회의 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의 문항을 틀린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회의 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교과 내용을 몰라서 틀렸는지 아니면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틀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국어 교과 학습을 위해서 학생은 기본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알게 된 사실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교과 내용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기가 힘들다. 또한 영어 교과 학습을 위해서도 읽고, 쓰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 진단은 25문제 중 17문제가 듣기 문제로 듣기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 결과 6학년임에도 파닉스가 안되어 낮은 수준의 단어나 문장조차도 읽지 못해 수업 중 애를 먹는 학생들이 꽤 많다.

 

둘째, 진단 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하다. 진단 결과 최소도달기준에 따라 학생의 수준은 도달과 미도달로 분류된다. 최소도달기준은 현재 맞은 정답의 개수로 제시된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4학년에 어떤 학생은 연산 영역이 모두 틀렸음에도 다른 영역에서는 모두 맞아 도달로 판정되었다. 연산 영역은 수학 학습에서 핵심이다. 연산을 잘하지 못하면 수학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위의 학생의 경우 진단 결과 도달로 분류되었지만 수학 시간에 지속적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보였다. 그 결과 담임교사는 다른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의 수준을 다시 진단하고 보충지도를 하였다.

 

<그림 4> 4학년 학생의 수학 영역별 정답 여부1

셋째, 보정 자료의 효과성이 부족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서는 학생이 틀린 문항과 영역에 대해서 보정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학급 회의 절차라는 학습 주제의 문항을 틀린 학생의 경우 학급 회의에 대한 개념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형태로 보정 자료가 제공된다. 학생이 정말 학급 회의에 대한 교과 내용에 대해 결손된 것이라면 보정 자료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읽기 이해능력이 부족해 문제를 틀린 학생이라면 보정 자료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세 자리 × 두 자리 문항’을 틀린 학생도 여기에 대해서만 연습할 수 있는 보정 자료가 제공된다. 수학의 경우 위계성이 강하여 더 낮은 수준부터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지도해야 효과가 있는데 보정 자료는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림 5> 학급회의 문항을 틀린 학생에게 제공되는 보정 자료

<그림 6> ‘세 자리 수 × 두 자리 수 문항’을 틀린 학생에게 제공되는 보정 자료

 

더 나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점

 

먼저, 기초학력의 수준을 진단하는 도구를 매우 체계적이고 예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우선 기초학력의 범위에 대한 설정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진단도구에서 설정하는 기초학력의 범위는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한 교과학습 내용을 점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학생의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전처럼 학교는 교과 내용을 곧이곧대로 지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교사들이 학습자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재구성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큰 틀에서의 학습의 주제는 같을 수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지역, 학교, 반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분절적인 교과 내용의 지식보다는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이 다양한 학습 상황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좀 더 본질적인 학습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특히 여러 연구에서는 읽기 유창성, 연산 유창성 등과 같은 기본 기술이 학습 성취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학생이 이러한 기본 기술을 얼마나 잘 갖췄는지를 확인하게 되면 학생의 학습 곤란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과 내용의 확인은 수업 중 교사의 관찰, 형성평가, 단원 평가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이것이 학습 결손 상황에서 교사가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음으로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 제작이 시급하다. 현재 진단 보정 시스템에서는 1~3학년 학습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제공되지 않는다. 3학년의 경우 3월초 3R’S 검사가 제공되지만 이후의 학습 내용에 대한 진단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일수록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학습 결손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하다. 조기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저학년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효과성 높은 보정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보정 자료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학생이 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세 자리 수 × 두 자리 수 문제를 틀린 학생이 단순히 계산 실수가 문제인지 아니면 더 낮은 수준인 곱셈구구단에서부터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지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같은 얘기지만 결국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현상에만 빠지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지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보정 자료에 대해 꾸준한 효과성 검증을 해야 한다. 지금의 보정 자료는 이렇다 할 객관성을 갖춘 효과성 검증이 없다. 지속적인 효과성 검증을 통해 보정 자료에 대해 수정 보완해 나간다면 학생들은 더 효과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며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진단 결과에 따른 보정 학습을 PC 또는 모바일과 연계하여 할 수 있다면 보정 자료 활용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용이할 것이다.

 

<그림 7> 배이스 캠프 홈페이지 모습과 배이스 캠프 내 공부방 개설 모습2


효과가 있으면 사용하게 되어 있다

 

딸 아이가 작년 9월부터 기침과 콧물 증상이 한 주 걸러 계속 발생하였다. 그때마다 병원에 가 보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다 지인이 추천해준 병원에 별다른 기대 없이 가보았고 결과는 대만족이였다. 다른 병원과의 차이점은 진단이 상당히 꼼꼼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했지만 덕분에 정확하게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을 처방할 때도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입증된 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우리 가족은 병원 갈 일이 있을 때 우리 집으로부터 꽤 거리가 있음에도 이곳을 간다.

 

학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도는 체계적이고 검증된 증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학습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성 있는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우리 교사들을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사용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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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다른 영역에서는 정답률이 높지만 곱셈과 나눗셈 등 수학 핵심 기술 영역에서 오답이 발생하고 있다. 이 학생의 경우 최소도달기준 이상이라 도달 수준이 나와서 진단 결과만 놓고 보면 보충 지도 등의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산 영역의 결손 때문에 이후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2. 현재 배이스캠프(https://www.plasedu.org)를 통해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다. 배이스 캠프에서는 학습 자료 및 지도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배이스 캠프와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과 별개로 작동한다. 즉,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에 회원가입이 되어 있어도 배이스 캠프에서 다시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학생 수준 결과와 연동되지 않아 교사가 일일이 학생에게 필요한 과제를 찾아서 안내해야 한다. 보충이 필요함에도 여러 여건 상 지도 받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지도 영상과 학습 자료가 제공되는 온라인 기반의 학습 제공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천서흥초등학교 교사 김유원

현재 인천서흥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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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chera 수정 삭제

    안녕하세요
    우선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또한 기초학력 보장 제도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말씀해주신 개선사항에 관해 동의하는 바입니다.

    관련하여 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데
    [1] 25년 8월 기준, 기초학력 보장 제도 진단 – 보정 사이트 내 개선사항이 있었는지,
    [2] 개선 사항이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아동의 개별 학습을 돕는데’ 효과적이었는지,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chera 수정 삭제

      하기 이메일로 답변 주시면 더욱 감사드리겠습니다.

      shalomcha9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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