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3)

#824 강태중,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22.11.02

[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이 기획칼럼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다루며, 격주로 연재합니다. 구태에 갇힌 ‘개편’ 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공론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교육을 ‘술책의 게임’으로 전락시켜 온 대입제도를 되짚으며, 학교와 교육의 의미도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요약]

앞선 두 꼭지의 연재 글을 이어가면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예상을 일차로 매듭짓고 있다. 앞에서 했던 부분적인 예상들을 함께 엮어 전반적인 체계를 전망하면서, 세 측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① 흔히 학생부 위주 전형이니 수능 위주 전형이니 논급하는 전형 범주와 ② 수시니 정시니 논란하는 전형 시기에 대해 개편이 어떻게 갈지 예견하고, 끝으로 ③ 이제까지 해놓은 예상들이 빗나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있다.

 

 

앞선 두 꼭지의 글에 대한 정리

 

2028학년도 대입제도가 어떻게 되어갈지 예상해 보고 있다. 지난 두 연재 글에서 학생부와 수능이 어떻게 개편될지 예상했었는데, 요컨대, 현재 학생부와 수능이 품고 있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학생부의 기록 항목들이나 기록 내용(양)을 단출하게 만드는 조치가 취해질 듯하지만, 그런 조치가 현격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듯하고, 무엇보다도, 학생부가 당락 판정에 사용될 수 있는 전형 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교학점제에 전제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성취평가제’가 학생부 기록과 대입전형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리라고 짐작했다.

 

수능도 획기적으로 개편되지 못하리라고 보았다. ‘미래형 대입제도’라는 슬로건에 ‘서·논술형’ 시험이 따라붙기는 하지만 그런 형식으로 옮겨가는 데 한계가 있을 듯하고, 2022 교육과정 개정의 ‘공통’과 ‘선택’ 구획에 연계되는 ‘이원화’ 또는 ‘자격고사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보았다. 이번 수능 개편에서도 논란은 선택 범위에 어떤 과목을 포함시킬지 다투는 데로 모일 듯하고, 결국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과목 구도로 귀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화가 크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것은, 개편안을 확정하는 데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은 데다가, 변화를 위해 축적해 놓은 정책 기반이나 자원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납득이 필요하다.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대입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식을 바꾼 후에야 개편이 과격하더라도 수용될 터인데, 그런 준비는 해두지 못했다.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가지고 ‘숙의’한다는 계획은 무리이다. 게다가, 서·논술형이 됐건 이원화가 됐건, 제도 관성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그것에 상응하는(새로운 양식의 출제, 시행, 채점 등에 동원해야 할) 물적 인적 자원도 미리 갖추어야 한다. 이런 준비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1

 

이상과 같이 정리할 수 있는 앞선 두 꼭지의 글에 이어서, 여기에서는 앞에서 했던 부분적인 예상들을 함께 엮어 전반적인 체계를 전망해 보면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예견을 일차적으로2 매듭짓고자 한다.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우선, ① 학생부 위주 전형이니 수능 위주 전형이니 이야기하는 ‘전형 범주(track)’와 ② 수시니 정시니 논란하는 ‘전형 시기’에 대해 정리하고, 끝으로 ③ 이제까지 해놓은 예상들이 혹시(다행히도) 빗나가진 않을지 생각해 보겠다.

 

 

대입전형의 범주에 변화가 있을까?

 

현재 제도에서 대입전형의 종류는 공식적으로 “학생부 위주, 논술 위주, 실기/실적 위주, 수능 위주”로 나뉜다.3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전형에 사용되는 주요 자료를 반영하는 구분이다. 전국 수준에서 선발 인원 규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학생부를 활용하는 학생부 위주 전형, 수능 점수를 활용하는 수능 위주 전형이 대종을 이루고, ‘대학별고사’(논술고사)를 부과하는 논술 위주 전형과 “어학, 수학, 과학 등 특기자 중심”으로 선발하는 실기/실적 위주 전형이 대학에 따라 비교적 소규모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학생부 위주 전형은 교과별 성취도를 주목하는 ‘교과 전형’과 학생부 기록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종합 전형’으로 더 세분되고, 이 두 전형을 포함해서, 모든 전형의 실제 절차나 자료 활용 방식은 대학에 따라 다르다.

 

전형의 범주가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크게 달라질까? 그렇지 않을 듯하다. 이전에 살펴본 대로, 학생부와 수능이 대입제도의 핵심적인 요소로 남아있게 되는 게 거의 확실하다면,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역시 핵심적인 전형 범주로 유지될 것이다. 물론, 정도가 크지 않더라도 학생부 기록과 수능 자체에 변화가 없지는 않을 터이므로, 두 종류의 전형이 실지로 시행되는 양식이나 상대적인 비중 등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지금 익숙해져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는 정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형 범주와 관련해서 관심이 제법 쏠리고 논란이나 변화가 비교적 크게 일어날 듯한 소지는 학생부 위주 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에 있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지난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다소 위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여겨지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해 견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정성적으로’) 고려할 만한 학생부 기록이나 자기소개서와 같은 자료의 쓰임새를 제약했었다. 2028학년도를 위한 개편에서도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학생부 종합 전형이 좀 더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의 변화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를 근간으로 하는 전형이 대입제도의 중요한 축으로 남는 것이 확실하다면, 종합 전형과 교과 전형이 각각 어떤 비중으로 나뉘어야 하는지는 개편과정에서 표준적으로 선 그을 사안이 되지 못한다. 대학들이 나름의 전략으로 구체화하게 될 대안이 되는 것이다. 학생부를 전형에 활용하는 데서 대학들은 이제까지 꽤 긴 경험을 축적했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 교과-종합의 상대적 구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학이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 가지고 있을 듯하다. 특히, 종합 평가를 채택해 온 주요 대학들도 모종의 관성을 구축해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추어, 이번 개편이 학생부의 항목과 기록에 다소 변화를 주더라도, 학생부 위주 전형의 형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논란이 좀 더 크게 일면서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은 학생부 위주 전형보다는 논술 위주 전형에 있다. 교육부는 꾸준히 논술고사를 제어하려고 해왔다. 지난 개편에서도 논술 위주 전형을 줄여 수능 위주 전형을 확대하라고 시행 대학들에 주문했었다. 2028학년도를 위한 개편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가 변화 폭을 좌우할 것이다. 대학의 자율권 이슈 역시 함께 엉켜서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논술 위주 전형은 현재 대학 재량이 가장 크게 발휘될 수 있는 전형이다. 그리고 그 전형을 채택하고 있는 대학들은 학생 충원에 자신감을 지닌 대학들이어서,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대학들에게(그리고 아마도 사회적으로도) 논술고사는 단순히 특정한 속성의 학생을 선발하는 기능적인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논술고사를 시행하느냐 여부는 대학의 위상을 드러내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어떤 대학들이 그 시험을 시행해 왔는지 살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교적 유력한 대학들이다. 이른바 주요 대학이나 거점 대학들은 체면상 논술 위주 전형을 유지할 이유도 있다. 또한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전형료 수입이 크기 때문에), 재정 측면에서도 논술전형은 해당 대학들이 놓아버리기 아쉬울 것이다.

 

학생 쪽에서 보아도 선호할 이유가 없지 않다. 논술 위주 전형은 ‘로토’의 기회처럼 여겨진다. 문이 좁기는 하지만, 학생부와 수능 모두에 얽매임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창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대학도 그런 기회의 여지를 열어두고자 할 듯하고, 그동안 축적해 놓은 논술고사 시행 경험도 있어서4 제도를 유지할 욕심을 낼 수도 있다. 이런 계제가 없더라도, 시기의 정황상5 대학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자율권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논술 위주 전형 논란은 좀 더 일반적으로 대학별 전형의 여지를 더 넓게 인정할지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이 가능성이 어떻게 열리느냐에 따라 대입제도 개편의 폭이 제법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수시-정시 구도에 조정이 일어날까?

 

전형 시기 이야기는 으레 수능의 비중 논란으로 점철되고 있다. 대입전형이 어떤 시기에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할지 자체를 논의해야 할 이유는 충분한데도, 그런 의제는 부상하지 않는다. 지난번 대입제도 개편에서 부각했던 이른바 ‘정시 비중’ 논란은 여전히 대입 이야기의 중심에 있고, 그것은 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 논란과 다름없다. 이번 개편에서도 정시 입학(수능 위주 전형) 정원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지가 가장 주목받을 사안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수능 위주 전형이 학생부 위주 전형보다 공정하다는 주장이 거셀 뿐만 아니라, 그렇게 믿는 이해 당사자들의 수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만만찮다고 확인된다. 시험을 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학교 성적/활동 서류나 교사 의견 등을 바탕으로 선발하는 제도보다 공정하다는 생각이 사회적인 수긍을 얻고 있다. 물론, 학생부 종합 전형과 관련된 ‘특권층’의 편법 행위들이 수사나 고발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런 인식은 더욱 강화됐다.

 

관심이 쏠리는 사안인 만큼, 과연 정시 비중은 2028학년도에 더 커질까? 이 질문에 대해 답해 보려면, 수능 위주 전형이 학생부 위주 전형보다 공정하다는 주장이 여론을 얼마나 장악할지 먼저 예상해야 한다. 변수가 많고 복합적이어서 예상하기가 어렵지만, 개편은 정시 비중을 지금보다 높이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우선 정치적인 요인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다. 학생부보다 수능을 선호하는 집단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더 여유 있는 집단이다. 정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울의 이른바 강남 지역에서 높게 나올 뿐만 아니라, 소위 ‘N수’를 통해(두 번 이상 수능에 응시함으로써) 대학 진학 기회를 호전시키는 경우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그런 지역에서 훨씬 빈번하게 보인다. 이런 대입 전략은 ‘가정 배경’의 뒷받침을 요구한다. 그리고 여유를 가진 집단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지니기도 하거니와, 현재 정부는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그런 목소리에 호응할 가능성이 더 크기도 하다. 수능 위주로 이루어지는 정시 전형의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여러모로 힘을 받을 듯하다.

 

정시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집단에 속한다고 해서, 거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에 반대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역설적이게도(결과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데도), ‘배경’이 약한 집단에서도 ‘한판의 시험’으로 기회를 결정하는 게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보다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시험은 누구나 ‘맨몸으로’ 달려드는(배경의 작용을 최소화할) 경쟁 기회라는 전통적인 통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할 것이고, 어쩌면 ‘종합적인 고려’ 상황이 마련되었을 때라고 해서 불리했던 집단이 배려받는 것을 본 기억이 없기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공정성 강화’의 기치 아래 이루어졌던 지난번 개편에서 정시 비중 확대 의견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던 것도 같은 연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건대 예상은 이렇게 된다 쳐도, 전형 시기 문제를 여론의(또는 정치적인) 흐름대로 맡겨두어도 될지는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수시와 정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교육 측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형 시기가 어디로 잡히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에 차거나 이우는 부분이 생겨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논의는 이런 문제를(‘비중’이 아닌 시기 자체의 문제를) 묵과해 왔다. 관련해서 짚어야 할 점들이 많지만, 그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어 둔다. 요컨대 여기에서의 예상이 빗나가면 다행일 텐데, 이 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꼭지로 다루기로 한다.

 

 

개편이 미지근하게 가면

 

전형의 범주와 시기 등이 현격하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보면, 2028학년도에 가더라도 대입제도의 총체적인 기제나 그것의 역학을 결정할 주체들의 행위 역시 지금과 크게 달라질 리 없다고 짐작하게 된다. 학생부와 수능을 위주로 수시와 정시를 나누어 대입전형이 이루어진다면, 그 안의 세부적인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대입제도를 둘러싼 학생이나 학교 그리고 대학 등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질 소지가 없다. 그렇게 요란하게 떠벌려져 온 개정이니 개편이니 하는 작업이 정말 현상 유지를 위한 수사적 ‘터치’에 그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이번 개편 시도가 실지로 그렇게 머문다면 우리 교육이나 사회에는 큰 불행이다.

 

한 번의 대입제도 개편으로, 그것도 준비도 충실하지 못한 채 가고 있는 마당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무리이다. 교육제도는 관습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만큼, 기본적으로 더디게 움직이게 마련이다. 때로 과격하게 움직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곧 뒷걸음질 치고 다시 방향 잡는 조정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개혁의 시도는 법제적 기제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의의를 두기보다, 그 계기로 사회의 버릇과 통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게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성찰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더 합당하고 탄탄한 제도를 마련하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런 쪽의 기대를 할 때 우리는 혹시 모를 ‘예상 밖’ 변화에 대한 미련을 쉬이 거두지 못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대입제도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고 또 정부 규제 아래 운영되리라는 점은 예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2028학년도를 위한 대입제도 개편 자체를 교육부가 이끌고 있고, 그 움직임은 이제까지의 정책 관성을 이어가고 있고, 변함없는 고등교육법의 근거를 따르고 있다. 대입제도를 운영하는 데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정부의 수족 역할을 하지만 그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입제도가 계속 정부 규제 아래 있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무엇보다도 대입제도가 견지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가치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 된다. 언어로는 흔히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 간소화, 공정성” 등으로 표방되는데6, 이런 말들은 대입제도의 맥락에서 특정한 뜻을 지닌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의 경우, 두 목표가 묶여 있다는 사실이 그 의미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학생들에게 대입 준비가 학교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해져서, 사교육비를 지출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향의 초점은 ‘교육 정상화’에 있기보다 ‘사교육비 절감’에 있다. 학교 교육이 대입 준비에 충실한 수단이 되는 게 ‘정상화’인 것은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정상화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간소화’도 사실은 사교육비 문제를 의식하는 데서 나온 가치이다. 대학마다 전형이 복잡해지면서 대입 준비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게 불가피해진다는 판단에서 간소한 전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요구는 대학에 허용되는 전형의 종류를 6가지(수시 4가지, 정시 2가지) 이하로 제한한다든가, 학생부와 수능 가운데 어떤 자료를 ‘위주’로 전형할 것인지 명백히 밝히도록 하는 등의 규제로 나타난다.

 

‘공정성’은 최근에 와서 대입제도의 핵심 가치이어야 할 것이라 인식되고 있다. ‘특권층 대물림’을 둘러싼 논란 같은 게 그런 인식을 강화했다. 논란의 소용돌이가 크고 또 여러 맥락으로 번지기도 해서 그 의미를 간명하게 정리하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대체로 그 말의 뜻은 모든 전형이 표준적(획일적)이고 투명하며 객관적이길 요구하는 것이다. 전형의 실제와 관련해서는, 이를테면, ‘정성적’이기보다는 ‘정량적’인 사정 양식을 요구하고, 전형의 절차와 방식(공식) 그리고 전형 결과 등에 대해서 명료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를 옹호하는 경향으로도 작용한다.

 

 

제법 큰 개편의 가능성은?

 

정부의 규제와 그 규제에 함축된 지향에 뚜렷한 변화가 없다면, 계속 얘기해 왔듯이, 2028학년도 대입제도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전형유형이나 수시-정시 시기 구분이 여전하리라고 예상할 때, 대학이 채택하게 되는 실제 전형 모형이 달라질 여지는 거의 없다. 그래도 제법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면, 현재로서 그 여지는 크게 두 방향으로 갈 때라고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① 학생부와 수능과 같은 자료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방향과 ② 대학이 독자적으로 전형 모형을 개발하고 적용하도록 재량을 넓혀주는 방향이다. 이런 방향의 변화는 물론 원칙적으로 억제될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정부가 견지해 온 원칙이나 관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려면, 정부가 제도 개편에 전제하는 가치(특히 공정성의 의미)에 큰 동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최근 대입제도 이야기가 흐르는 경향을 보건대, 공정성에 빗대서 제기될 가능성이 큰(그래서 공정성에 대한 통념이 바뀌게 만들 수도 있는) 사회적 원성은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에 관한 것이다. 적어도 학생 학부모나 사교육 업계에서는 ‘침공’이란 통속적인 규정을 대체로 합당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그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7 대입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면, 해소해야 할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쟁점을 제도 개편 주체가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면 그 파장은 제법 클 수 있다. 일차적으로 수능에서 선택과목을 구성할 때 문·이과 구분의 통념을 분명하게 부수려는(이를테면 여러 교과를 버무린 ‘통합과목’을 만들거나 통합교과적 또는 자격고사형 수능을 도입하는)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 아니면, 전통적으로 구분되어 온 시험 과목들은 유지하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소위 문·이과 경계를 넘어 선택하도록(고등학교에서도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도록) 유인하는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대학들에게 통합적인 전형(교과 이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나 모집(‘광역/개방 모집’, ‘융합 모집’ 등)을 시도하도록 재량을 주며 유도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방향의 가능성은 2028학년도 개편에서 어쩌면 가장 개혁적이고 뜨거운 의제로 부각되면서 의외의 제도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문·이과 이슈에는 정부가 그동안 줄곧 외쳐 온 두 방향의 슬로건이 합류한다. ‘미래 교육’과 ‘선택 중심’(또는, ‘학습자 중심’, ‘국민 중심’ 등등)이 그것이다. 미래를 위해 ‘통합적인 인재(역량)’를 키우겠다는 선언과 학생의 선택이 중심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 당장 현실에서는 문·이과로 구분돼 온 전통적인 진로 행태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의 문제로 귀속될 수 있다. 더욱이 이미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기제로서 수능의 구도에 강고한 연동을 보일 터라, 수능과 학생부(교과 선택과 평가 방식)를 아우르는 날 선 분쟁을 낳을 것이다. 선택은 권장되어야 하나, 대입제도는 확산될 선택을 포용하기에 옹색할 수밖에 없다. 대입 준비 부담을 늘리지 않아야 하고, 간소하고 투명한 전형 양식을 근간으로 하는 제도이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는 만들기도 어렵겠지만, 그런 제도가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또는 전략)을 포용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이와 같은 궁경(窮境)을 적극적으로 타개하려고 나선다면 이제까지 여기에서 예견해 온 양상과는 사뭇 다른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대입제도를 개편하기에 이르게 된(특히, 교육과정 개정과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릴) 이유를 절실하게 받아들인다면,8 기존 대입전형의 범주와 시기 구도를 크게 흔들려고 달려들 수도 있다. 대입제도가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되도록 그나마 시간 여유를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학생과 학부모의 저항이 조금은 이완된 양상으로 일어날 수 있기에) 정부의 모험 가능성을 다소 높여주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런 가능성이 열린다면, 수능(국가 수준의 시험)의 성격이 크게 바뀌고 대학의 재량이 대폭 커지는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
이런 ‘만약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뒤에 더 이야기하기로 한다. 다음 글에서는 어쩌면 일어날지 모를 기대 이상의 개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교육과 학교에 대해 새로운 방향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대입제도 개편을 넘어 더 멀리 그리고 더 깊게 교육 발전을 모색하려는 뜻에서, 이번 개편 결과로 설사 고무적인 변화가 일어난들 대입제도가 지닌 원천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아울러 교육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더 해가야 할지 풀어가 보려고 한다.

 

 

[이전 칼럼]

• [기획칼럼-‘2028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2)

• [기획칼럼-‘2028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1)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 인쇄(Print)하기

각주

  1.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한 후 시행까지 3년 남짓한 시간이 남아있게 되어, 개편안에 대한 준비가 현재 미흡하더라도 메울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적용될 터라(개편되는 제도에 대한 실감이 절박하지는 않을 수 있어서), 제도 개편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이 막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이 개편 시도가 과감해질 수 있는 여지를 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까지의 예상은 제법 빗나갈 수 있다.
  2. 일단 현실적인 정황에 비추어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예상 밖’ 개편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기대에 조금이나마 다가들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얘기하기로 한다.
  3. 이런 범주는 물론 활용하는 전형 자료를 기준으로 가른 것이다. 다른 중요한 범주로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이 있기도 하다. 지원 요건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별도로 전형 경로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지는 ‘일반’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전형과 구분해서, ‘사회적인 배려’나 예외적인 고려가 요구되는 대상들에 대해 마련되는 전형을 ‘특별전형’이라 이름한다(‘고른기회전형’이나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 등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 두 범주에 대해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듯하기도 하고, 또 일반전형이든 특별전형이든 그 실제 전형 양상은 거기에 활용되는 전형 자료가 결정하므로, 여기에서는 일반-특별전형의 구분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4. 시행 대학 대부분이 논술 위주 전형을 ‘수능 최저기준’으로 보완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대학들이 논술전형 운영에 자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대학이 자율권을 더 넓게 확보하게 된다면, 논술 위주 전형보다는 다른 범주의 전형에서 확대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논술 위주 전형은 위축되거나 크게 변형될 수도 있다.
  5. 등록금이나 대입전형 등에 대한 정부의 대학 통제가 현실적인 한계에 이르고 있는가 하면, 국제적인 교육 이동이나 비교 등을 통해 대학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대학 자율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뀐 점도 자율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6. 전국 모든 대학의 대입전형을 규제하기 위해 매년 내놓는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서 대입전형이 명심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7. 이런 인식은 문과 이과 구분이 고등학교 교육 실제에서 엄연히 그어지고 있고 또 대입전형도 그 구분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는(또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이를테면 수학이 유별나게 영향력을 지니게 되는 변화를 문제로 보면서, 수학이 그런 영향력을 지녀야 마땅하다는 대안적인 주장(흔히 얘기되듯, 미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감안할 때, 수학을 중시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눈감는 셈이다. 이런 점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상식이 달라질 것이다.
  8.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에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사실과 새롭게 들어선 정부가 이전 정부가 힘을 기울인 고교학점제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정부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강태중

‘교육사회학’ 선생으로 일했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가 교육과 학교에 대해 어떤 신화(상식)를 만들고 품는지, 그리고 그런 신화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사회의 구분을 따라, 교육의 관습과 제도로 드러나고 또 변전해 온 신화들을 캐며 비교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댓글 1

  1. 교사 수정 삭제

    3회에 걸친 교수님의 깊은 분석이 돋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수시-정시 구도에 관해서 생각해 볼 때, 각 전형이 다른 전형의 ‘약점’을 상쇄하는 효과에 근거하여 각 전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평가’의 근본적인 틀인 ‘신뢰도’와 ‘타당도’의 면에서 두 전형을 비교해 보고 싶은데, 둘 다 완벽하지 않습니다만, 수시 즉 ‘학생부’기반의 전형은 근본적인 평가의 근간을 생각 할 때 너무 기반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상기한 바와 같이 표준화 시험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들어 학생부 기반의 수시를 옹호합니다만, 평가의 틀로서 학생부(생기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정도입니다. 일선 학교에서 느끼는 생기부 작성에 대한 느낌은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교사나 학생 모두 오로지 ‘잘쓰여진’ 생기부에만 몰입해 있고, 과정으로서의 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사실 상 당위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직도 교육청 단위에서 실시하는 교사대상 연수에서 생기부의 경쟁력 운운하면서 잘 쓰여진 샘플위주로 이렇게 쓰면 된다는 식의 연수를 진행하는 행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생기부 내용이 나올 수 있도록 어떻게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서로간의 경쟁의식에서 자신들의 교육적 성과가 동일하게 ‘잘’쓰여져야 한다는, 교사는 그래서 잘 써줘야 한다는 그런 당위론적인 의식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점에서 학생부 기반의 수시 전형은 그 자체로 근본적인 결함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일종의 미국식의 ‘결과적 정의’론에 해당하는 얘기는 ‘수시’를 지켜서 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협의와 공감을 통해서 ‘정시’로도 얼마든지 이루어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전글 에듀테크와 인간: 교사를 더 고용하자! 다음글 ‘만들어진 학습 부진아’의 틀에서 벗어나기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