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육 제자리 찾기: 아동에겐 페다고지를 적용해야 한다
지식과 기술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적응하려면 사람들은 평생 동안 계속 배워야 한다. 과거 변화가 더딘 사회에서는 일정 시기에 한번 배운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 달라졌다.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습득한 후 사회 경험을 가진 성인들은 자신의 흥미와 현실적 필요에 따라 학습내용을 정하여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아동들이 교육내용과 방법에 대한 전문가인 교사로부터 그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방법으로 학습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아동들에게는 교사가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가르치지만 성인들에게 교사는 함께 학습계획을 세우고 함께 공부하는 학습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동과 성인은 발달단계가 다르고 지식과 경험 면에서 차이가 큰 만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성인 대상의 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이 전혀 달라야 한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4년에 당시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였던 말콤 노울즈(Malcolm S. Knowles) 박사가 저서 <무시당하는 성인학습자>(Adult Learner: A Neglected Species)에서 주장한 성인교육학의 필요성에서도 확인이 된다. 당시 아동을 위한 학교교육론만 존재하던 시기에 그는 성인교육론을 제시하면서 아동교육학을 페다고지(pedagogy)로,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성인교육학을 앤드라고지(andragogy)로 구분하였다. 그가 성인학습자(adult learners)가 무시당한다(neglected)는 표현을 책 제목으로 사용한 이유는 연령이나 경험이나 지식 수준 면에서 아동과 엄연히 다른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아동 대상의 교육과정과 교수법,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유형을 그대로 적용했던 당시의 상황을 비판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는 교사주도 교육, 미래에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교과 내용, 지식 전수를 위한 교사의 설명식 수업을 강조하는 페다고지와는 달리 성인 대상의 앤드라고지에서는 학생 주도 학습, 현재의 실생활에서 과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내용, 경험을 활용한 토론이나 프로젝트 등의 활동중심 수업, 학습결과를 스스로 평가하여 환류하는 성인학습자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울즈의 앤드라고지 발표 이후 어떤 학자들은 인지적 발달단계에 따라 초·중등학교 단계의 아동들에게 적용되는 페다고지와 중등학교 이후의 성인들에게 적용되는 앤드라고지는 교육내용이나 방법에서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다른 학자들은 초·중등 단계의 학생들 중에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의 학생들이 있고, 성인들 중에도 교사가 교육내용과 방법을 결정하여 책임지고 가르쳐야할 수준의 성인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페다고지를 하위 수준의 교육으로, 앤드라고지를 상위 수준의 교육으로 분류하여 앤드라고지를 더 바람직한 교육으로 인정했다. 노울즈는 페다고지와 앤드라고지는 학습자의 발달단계와 학습준비성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되 초·중등 학생 대상의 학교교육은 페다고지를, 기본 학력과 사회 경험을 가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앤드라고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페다고지와 앤드리고지 중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교육 유형인가에 대한 논의는 현재도 계속되는 것 같다. 페다고지나 앤드라고지라는 전문적인 용어 대신에 교육주의와 학습주의, 교사중심 교육과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개별 교과 중심의 교과서 지도와 실생활 주제 중심의 통합 지도, 인지적 측면의 지식 교육과 인성 위주의 역량 교육, 강의 중심의 지식 전수와 토론 등 활동중심의 체험 교육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논의에서 페다고지보다 앤드리고지를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하는 미래교육 논의에서는 아동이나 성인을 고려하지 않고 페다고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앤드리고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아동과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혁신학교 논의에서 조차 페다고지에 대한 비판이 강하여 지식보다는 역량을, 교사지도보다는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을, 교과서보다는 주제 통합 내용을, 강의 위주의 지식전수보다는 활동 위주의 프로젝트 수업을, 학습내용에 대한 지필평가보다는 학습과정에 대한 수행평가를 권장하고 있다. 교육정책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지식중심 패러다임으로부터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페다고지보다는 앤드라고지 유형의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에서 앤드라고지 유형을 선호하는 미래교육과 혁신학교는 정부차원의 교육정책이나 시·도교육청 수준의 교육시책에서 중심 주제이고, 학교현장의 교원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의식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대세를 이루고 있다. 페다고지 유형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반혁신, 비교육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을 일컫는 편승효과와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나 이론만을 인정하는 경향을 뜻하는 확증편향이 우리 교육계에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교육을 강조하거나 교과서 활용, 설명과 이해중심의 수업, 지필평가 실시 등을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
하나의 정책은 대안 설정, 집행 그리고 평가와 환류의 과정을 거친다. 평가와 환류가 의사결정이나 집행만큼 중요하기에 어떤 교육정책이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할 때는 그 원인을 파악하여 수정하거나 종결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학력저하 현상과 대책을 보면서 페다고지와 앤드라고지 유형을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측면인 지식교육에서 기본학력의 하락이 심화되어 있는데도 미래역량을 이야기하면서 지식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앤드라고지 유형을 지향하는 혁신학교 확대와 내실화에 기대는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초·중등 교육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령이나 경험 면에서 성인들과 다르며, 인지적 발달단계나 학습준비성 면에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육을 받아 기본 학력을 갖추고, 사회적 경험을 통해 학습이 필요하여 교육에 참여하는 성인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앤드리고지를 기본 학력과 역량이 확보되지 않은 아동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동들은 성인들 못지않은 학습욕구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전문가인 교사에게 의존하여 배우고 싶어 한다. 아동들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에 교사가 학습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효과적으로 가르쳐 주기를 바란다. 아동은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사가 평가하여 전문적으로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 하는 교사도 지적으로나 경험 면에서 성인에 비해 부족한 아동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페다고지 유형으로 교육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이상은 학생들의 미래 핵심역량 제고에 두면서 현재 아동들의 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교육방식을 적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약 50년 전 노울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페다고지를 성인에게 적용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앤드라고지 이론을 개발하여 적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육에서 무시당하던 성인들에게 질 높은 학습을 보장해 주었고, 성인교육자들에게는 효과적인 학습지도 방안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제는 철저한 연구와 문제 분석도 없이 미래교육과 혁신학교라는 유행에 따라 아동 대상 교육에 맞지 않지만 적용하고 있는 앤드라고지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대다수 아동들이 앤드라고지 유행 때문에 교육에서 무시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어리고 지적으로 부족한 아동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들의 발달단계와 학습준비성을 고려한다면 페다고지 유형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체계적으로 개발된 교육과정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 지식을 차례로 학습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아동들이 기본학력을 확보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계속적인 자기주도 학습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계의 가장 중요한 고민인 학력저하 대책을 위해서도 페다고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았으면 좋겠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독어교육을 전공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포여고를 비롯한 중-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화순고 교장, 한국외대-조선대 강사, 전남교육청 장학관-정책기획 담당관과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2017년 목상고 교장으로 정년 후 교육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며 목포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강사로 있다. 2016년 제3회 대한민국공무원상을 수상했다. 논문으로 "한국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 "21세기 핵심역량으로서의 국어 문해력 논의", "혁신학교 운동의 성격 변화 과정 분석과 전망" 등이 있다. 공저서로 <수능영어 독해전략>, <평생교육 방법론>, <국어사전 활용교육> 등이 있으며, 최근 번역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가지 교육 미신>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