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의 용어 변화, ‘진정한 변화의 추구’인가, 단순한 ‘말바꿈’인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현 교육과정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하는 표현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역량 함양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역량 함양”이 바로 그것이다. 종전 같았으면 ‘역량중심 교육과정’ 혹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이라고 쓸 것을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일관되게 ‘역량(의) 함양’으로 바꿔 쓰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역량중심 교육과정’, ‘역량기반 교육과정’이라는 용어 사용이 “내용지식 중심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 성취기준은 여전히 지식과 기능 중심으로 서술된 점, 역량이라는 용어만 요란히 존재했고 실체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점, 역량중심교육이라는 개념이 교육 행위로 수행능력을 기르는 데만 초점을 두는 점, 교과역량은 맥락의 특수성으로 인해 전이가 어렵다는 점, 피상적인 참여와 피상적인 상호작용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점, 사회정의와 불평등의 완화 필요성 등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점 등 역량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한계와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왜 이런 변화를 꾀했을까? 그 이유를 지금 시점에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는 단순한 ‘말바꿈’일 수도 있고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번 새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서는 ‘역량(의) 함양’과 ‘깊이 있는 학습(deeper learning)’,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가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이는 ‘역량이 어떻게 함양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깊이 있는 학습, 개념적 이해를 통해 역량이 함양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필자의 해석이 맞고 교육부와 책임 연구자들 역시 이런 의도를 가지고 ‘역량중심’, ‘역량기반’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역량 함양’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다면 이는 그동안 지식과 역량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질 높은 지식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사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의 함양이 역량 그 자체의 지도를 통해 가능한 것처럼 인식된 측면이 있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와 달리 전이 가능한 역량은 교과 지식에 대한 개념적 이해(일반화된 지식)를 통해서 함양이 가능하다는 인식 혹은 접근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변화를 내용체계와 성취기준에서 잘 뒷받침한다면 이는 역량교육에 대한 큰 진전이고 역량교육의 실체에 접근하는 일이기에 환영할 만하다. 이런 변화는 세계 역량교육의 진화 방향과도 일치한다. OECD의 Education 2030 연구의 한 중간 보고서1는 역량 교육이 “개념에 초점을 둔 지식·역량 통합 교육(concept-focused content-competency integrated)”의 접근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핵심역량 6가지를 명시적으로 도입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의 하나로 지식 대신 역량을 가르치자는 것으로 잘못 해석한 경우도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 당시 핵심역량 6가지를 총론에 명시한 목적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연구자(황규호, 2016)의 말처럼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나 ‘학습경험의 질이 개선된 상태의 특징’을 구체화해주는 방안의 하나로 역량의 개념을 활용하거나, 교과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학습자의 능력과 자질의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초점을 명료화하기 위한 것이지 지식 교육을 대체하자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사항(시안)을 꼼꼼히 읽어보면 여전히 ‘역량중심’ 혹은 ‘역량기반’이라는 용어만 사라졌지 역량중심교육의 망령은 좀비처럼 살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교과교육의 목표를 ‘역량’으로 삼거나 “역량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 추진”과 같은 표현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시안(10쪽)에서처럼 이번 개정이 ‘깊이 있는 개념적 학습과 탐구 능력 함양’을 강조한다면 그리고 내용 체계에 ‘이해’를 핵심 요소로 포함시키기로 했다면 “역량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 추진”이라는 표현의 사용은 교과교육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신에 “‘개념적 이해’나 ‘고등사고력’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 추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직 총론이 확정되고 각론이 개발된 것이 아니며 성취기준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속단은 이르지만, ‘역량중심’이나 ‘역량기반’이란 어휘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역량 함양’으로 바꾼 것의 의도와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역량에 대한 어정쩡한 혼돈과 방황의 시기를 끝내고 교과교육의 목표(지향점)를 ‘역량의 함양’이 아닌 ‘전이 가능한 개념적 이해(빅 아이디어, 일반화된 지식)’에 무게 축을 두기를 촉구한다. 이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에서 개념기반(concept-based) 교육과정이나 이해중심(understanding by design: UbD) 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역량은 지식처럼 실체(entity)가 있는 것이 아니며 지식처럼 직접 역량 자체를 가르치기도 어렵다. 더욱이 학습자의 머릿속에 넣어두었다가 문제를 해결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래 인용처럼 역량은 과제를 해결할 때만 발휘되고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역량을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는) 자산(asset)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건(event)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역량은 자동차처럼 어떤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스킬이 해결해야 할 특정 과제와 마주할 때만 존재하는 것이다” (Krogh and Roos, 1996).
교육부가 ‘역량 함양’이라는 용어의 도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면 실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교실수업이 현재의 연역적 교수·학습에서 탐구활동을 통한 귀납적 교수·학습으로 바뀔 수 있는 여건의 마련과 함께 로드맵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다. 후속 작업에서 내용체계나 성취기준에 ‘개념적 이해’를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번 용어 변경은 단순한 ‘말바꿈’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역량중심’이나 ‘역량기반’이란 어휘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역량 함양’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 단순한 ‘말바꿈’에 그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교육부와 연구 책임자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개념적 이해’ 강조가 단순한 ‘말바꿈’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고 강조하는 ‘개념적 이해’는 너무나 중요하고 한국의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변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섬세히 준비해서 반드시 현장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성취기준에 개념적 이해 목표를 심는 일, 단원의 빅 아이디어를 매력적인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일은 많은 학습과 훈련, 시행착오가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학생, 생각하는 교실”과 같은 슬로건 아래 튼실한 인프라를 만들어 흔들림 없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면 오랫동안 꿈꿔왔던 새로운 교육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여건의 마련이 필요하다.
1. 수능을 포함한 대입전형 체제 전면적으로 바꿔야
현재 수능을 포함한 대입 제도는 교육과정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새 교육과정을 반영한 새로운 대입전형 체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구와 논의도 없었다. 다음과 같은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 추진 일정만 밝힘으로써 그 책임을 다음 정부로 미룬 상태이다.
| • 고교학점제,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미래교육 정책 추진에 따라 학교 수업의 다양화·개별화, 공교육을 통한 자기 주도적 진로 설계 등 역량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 추진 ※ 주요 논의사항(안) :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 수능 시험과목 및 출제 범위, 수능 및 대입전형 체계, 공론화 방식, 교사 전문성 강화와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등 현장안착 및 사전준비 방안 등•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발표를 위해 ‘미래형 평가-대입 모델’과 함께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 중·장기 실행 로드맵과 추진체계 설계 등 준비 절차 필요 – 정책연구 결과 종합 및 국가교육위원회 검토 등을 통해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23.上)하고, 이후 본격적인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24.2.) |
특히 수능에 대한 청사진이 빠진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반쪽의 개정에 불과하다. 수능을 포함한 대입전형 체제를 바꾸지 않고 교육과정만 바꿔서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정 개정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서도 이와 조응하기 어려운 수능을 강화한 조치는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부담 상대평가 수능시험을 저부담 절대평가 자격고사(논·서술형을 포함한)로 바꾸지 않고는 ‘깊은 학습, 개념적 이해’는 단순한 ‘말바꿈’에 불과할 수 있다.
2. ‘깊은 학습, 개념적 이해’가 가능한 수업 여건 만들어야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실체 없는 역량에 집착하지 않고 ‘깊은 학습, 개념적 이해’라는 질 높은 지식교육을 강조하고 나섰다. 필자는 이것이 단순한 ‘말바꿈’으로 끝나지 않고 이것이 가진 긍정성을 반드시 살려냈으면 한다. 이를 잘 구현할 수만 있으면 이는 단편적 지식과 기능의 습득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한국 교육에서 벗어나 21세기를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고등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학습, 개념적 이해’가 가능한 수업 여건은 무엇일까? 우선 수능이나 중간/기말 고사 같은 고부담 시험을 저부담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처럼 수능이 고부담인 한 탐구 중심의 깊이 있는 학습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대입전형의 대 변화를 요구한다. 유럽의 주요국들에서 사고력 중심의 학교 수업이 가능한 것은 대입시험이 자격고사이거나 시험 자체가 고등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형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깊은 이해를 위한 수업이 가능하려면 한 학기나 1년에 다룰 핵심 개념(big idea) 수와 교과서의 단원 수를 지금보다 대폭 줄여야 한다. 아니면 교과서를 참고자료로 인식하고 교과서의 내용을 100% 다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은 성취기준 자체가 개념적 이해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지식·기능의 습득이라는 2차원에서 지식·기능·이해라는 3차원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 2차원 지식기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 3차원 개념기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
|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파악한다. | 지리적 환경과 천연자원이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을 형성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파악한다. |
(출처: Lynn Erickson, 2017 변형)
마지막으로 ‘깊이 있는 학습, 개념적 이해’를 위한 수업 설계와 수업 원리 그리고 이와 조응하는 정성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역순설계( backward planning)를 요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단원에 대해 핵심 개념(big idea)을 핵심질문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실제 경험한 교사의 말에 의하면 첫 2-3년은 좌절로 점철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탐구적 학습과 개념적 이해에 바탕을 둔 질 높은 지식 수업을 잘 하고 있는 IB 교육이 국내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것의 경험을 일반학교로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3. 변화의 원리(교육개혁의 접근법)부터 바꿔야
교육과정의 개정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이다. 교육과정 개정 추진의 이면에는 교육과정이 잘 개정되면 학교 현장에서 과거보다 더 바람직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런데 교육의 변화는 그렇게 간단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더 나은 교육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면 먼저 변화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원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자들과의 의미의 공유(shared meaning)이다.
교육개혁의 접근법에는 ‘합리적-구조적 패러다임’, ‘인간중심 접근/공동체적 접근’ 등이 있는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교육개혁의 원리로 ‘합리적-구조적 패러다임’을 취해 왔다. 이는 에반스(Evans, 1996)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인간 자체보다는 구조, 기능, 과업, 역할, 규칙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변화의 목적이 합리적이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따를 것이라고 가정한다. 또한 이 접근은 인간이 사회문화적, 제도적 맥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그 결과 변화 주체들의 마음을 얻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한다. 이런 접근은 교사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주관적 현실과 변화에 대한 주관적 의미(예: 치를 대가, 혼란, 부담, 냉소, 불신, 두려움)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Fullan 2017, 김인희 2008).
이제 선형적 인과관계에 기반한 개혁보다는 세상을 복합성과 다중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태론적(ecological) 혹은 시스템적(systemic) 접근을 취해야 한다. 시스템적 접근은 교육을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를 바탕으로 학교가 처한 환경과 교사들의 주관적 현실을 고려하여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개혁에 있어서 인간중심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 실천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교사에 달려 있다. 인지적 학습이론에 따르면 교육의 변화는 교사들의 동기와 행동의 변화로부터 온다. 교사들은 외부적 자극인 교육부나 교육청의 새로운 정책을 그대로 따라 반응하기보다는 그 자극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과 해석 즉 ‘주관적 의미’에 따라 반응한다. 또한 교육변화는 교사들의 성장과정이며 이러한 성장은 변화과정에서 이뤄지는 학습으로부터 온다.
교육변화의 원리와 관련해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마이클 풀란은 ‘교육 변화의 의미(the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육변화의 성패는 교육자와 학생, 기타 학습자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과 학습방식에서 얼마나 개인적인 의미(meaning)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 의미(personal meaning)뿐만 아니라 집단적 의미(collective meaning)까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의미이며, 집단의 구성원들 간에 공유될 수 있는 의미(shared meaning)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책2을 쓴 목적은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개인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특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동시에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의미란 어떤 모습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Fullan, 2016)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 교육부가 부여하는 의미와 현장 교사들이 부여하는 의미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 대부분의 현장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초래할 부담, 불확실성, 혼란, 냉소, 불신, 두려움 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리더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 자신과 조직이 얻게 될 모든 이익에 집중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며 변화를 통해 얻게 될 보상보다는 치러야 할 대가에 더욱 집중한다.” (Jellison, 2006)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실천의 주체인 현장 교사들과 의미를 공유(shared meaning)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의 공유는 교육과정 개발에 교사를 참여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연수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변화 성공의 열쇠는 ‘의미의 공유’와 새로운 방법에 대한 헌신(commitment)이기 때문이다.
나가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서 새로 추구하거나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변화의 추구’인가, 단순한 ‘말바꿈’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열려 있다. 총론에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면 이제 각론이 이를 잘 살리는 쪽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다. 남은 기간이 매우 촉박한 일정이다. 총론과 각론의 확정고시가 2022년 하반기이니까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다. 이 동안에 연구자들이 깊은 연구를 통해 질 높은 개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역량’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거두고 ‘개념적 이해’라는 전이 가능한 높은 수준의 지식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때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제 ‘개념적 이해’에 조응하는 교육과정, 성취기준, 교과서, 내신 평가, 수능평가가 설계될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더 나은 교육의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량의 함양’과 ‘개념적 이해’의 강조가 새로운 교육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한 ‘말바꿈’에 불과할지는 전적으로 교육부 교육과정 정책 결정 책임자들과 총론 개발과 총론과 각론의 연결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자들의 인식, 전문성, 개혁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된다. 미래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개선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므로 정책결정자, 연구자, 실행자들의 깊이 있는 토론과 협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통해 역량의 모호한 실체에 대한 혼란에서 벗어나고 전이 가능한 질 높은 지식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 교육부 (2021). 보도자료.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의 신구 대비표(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총론 주요사항 마련을 위한 연구 공청회 자료집.
• 김인희 (2008). 학교교육 혁신론. 한국학술정보(주).
• Fullan (2017).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 이찬승·은수진 옮김. 교육을바꾸는책.
• Jellison (2006). Managing the dynamics of change. New York, NY: McGraw-Hill.
• Lynn Erickson et al. (2017). 생각하는 교실을 위한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온정덕, 윤지영 공역. 학지사.
각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개념적 이해’에 조응하는 교육과정, 성취기준, 교과서, 내신 평가, 수능평가가 설계될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더 나은 교육의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다.”란 대표님의 말씀처럼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교바사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 진로교육프로그램 개발자인데요. 아래의 인용문의 출처를 정확히 알고 싶어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역량 관련하여 더 읽어보고 싶어서요. 저도 그동안 역량개념이 많이 어려웠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 기대가 됩니다.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역량을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는) 자산(asset)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건(event)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역량은 자동차처럼 어떤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스킬이 해결해야 할 특정 과제와 마주할 때만 존재하는 것이다” (Krogh and Roos, 1996).
Krogh and Roos, 1996
송선생님~
제가 원문을 번역할 당시 참고한 자료를 참고문헌으로 남기지 않아 저도 못찾겠네요.ㅠ
Google에서 서치해보니 Managing Knowledge:Perspectives on Coorperation and Competition라는 책을 Krogh and Roos가 1996년에 썼고 이책 p100의 단원 제목이 “Arguments on Knowledge and Competence”인데 여기서 다루고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 이상 정확히 확인해드릴 수 없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