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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현장 체험, 현장에 의한 현장을 위한 정책을 향해

#412 나정, 동국대학교 교수 2018.12.19

서울 시장이 강북 옥탑방에서 여름 한 달을 지내더니 서울시 교육감이 고등학교에서 일주일간 교육현장 체험을 했다.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책임자들이 현장체험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진짜 공부를 하고 있구나.
정책의 시작과 끝이 바로 현장에 있구나.

 

대학 교수로 오기 전 4년 동안의 쉬는 기간에 현장 유치원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사를 보면서 느낀 것이다.

 

이런 느낌이 올 해 다시 들었다. 어린이교육문화비평학회의 현장연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였다. 올 4월부터 매달 한 번씩 이루어진 현장연구 세미나가 12월 15일 토요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현장에서 개최하는 이 현장연구 세미나는 놀이를 중심으로 유아교육/보육을 실행하는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실행자인 교사들이 직접 사례를 발표하고 교실을 개방하고 그 교실 안에서 질의, 응답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매회 수십 명의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그리고 교수들이 참여하였다. 발표를 했던 교사들은 대부분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여 말하였다. 과거의 자신은 사전에 꼼꼼하게 계획안을 작성해서, 주제를 통합한 활동을 통해, 교육/보육과정 내용을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다고 토로하였다. 교사들이 그렇게 하도록 정부가 주도하여 지속적인 연수가 이루어졌으니 하라는 대로 실행한 성실한 교사들이었다.

 

발표에서 교사들은 본인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보면서 달라졌고,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보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본인이 계획하여 가르치려는 것을 내려놓고, 결과로 기대하던 것을 내려놓고 아이들한테 놀이를 하게 해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보이고 부족하게 여겨졌던 아이들의 역량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교사를 만난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오는 것이 즐겁다. 당연하다.

 

현장연구 세미나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교사들 간에도 차이가 느껴졌다. 아이들의 놀이를 “보는” 교사와 놀이를 “같이 하는” 교사들 간의 차이였다. 놀이를 보는 교사는 교사인 나와 내가 가르치고 지원해 주어야 하는 아이들 간의 경계가 분명했다. 반면에 놀이를 함께 하는 교사들은 그 경계가 희미했고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위치 이동이 유연했다. 놀이를 함께 즐기고, 궁금증이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등 교사와 아이들은 함께 배우고 생활하는 공동체의 구성원 그 자체였다. 이런 교사들은 내일이 기대되고 출근이 즐겁다고 했다.

 

교사인 내가 계획적으로 제공해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그것을 배울 것으로 기대하는 교사. 교사인 나의 지원을 받아 놀이하면서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의미있는 것을 배울 것으로 기대하는 교사. 아이들이 교사인 나와 함께 놀이하면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모종의 배움을 창출해가기를 기대하는 교사. 교사들은 이쪽으로 조금 이동했다가 저쪽으로 조금 이동했다가 마치 출렁다리의 줄을 타듯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위치를 옮기는 것 같았다.

 

생활의 달인, 극한 직업, 체험 삶의 현장, 병원 24시와 같은 다큐 프로그램들은 드라마보다도 더한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감동은 소설 토지나 태백산맥이 주는 감동과 유사할 것이다.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서술해가는 볼거리나 읽을거리들은 더 깊은 감동과 공감, 그리고 나의 삶을 성찰하도록 안내하여 나의 길을 찾는데 길라잡이가 되기도 한다.

 

교육에서의 현장은 이 모든 것들의 위에 있다.

 

전문가 집단에 속하는 교수나 연구원, 행정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아주 오래전 대학 졸업한 직후에 경험한 1, 2년의 현장이야기를 20년 넘게 하는 분들이 있다. 현장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 현장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매우 가치있는 경험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의 핵이 되는 학생과 교사들은 예전의 그 학생, 교사들이 아니다.

 

오늘의 학생, 교사들을 보기 위해 정책을 기획하고 실제로 실행해야 하는 교육감이 현장체험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 또 서울 시장이 강북의 옥탑방에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지냈다는 이야기도 홍보를 넘어선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현장 경험이 있는 교육청이나 시청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섬세하고 정교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구를 할 때, 현장에 실제로 가보고, 심층 면담을 하고, 여러 차례 조사를 하고, 질문지를 한다. 현장의 문제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좋은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교수와 연구원들은 연구년 제도에 의해 일정 기간을 근무하면 일년 또는 반년을 쉬기도 하고 연구에 정진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을 이용해서 실제로 연구도 하고 자신의 전문성도 더 높이고 또 자녀를 위해 외국에 나가기도 한다.

 

과거 연구소에 근무할 때 연구년을 맞이하면서 연구년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책을 연구한다면 연구년의 절반 정도는 현장에 가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대학에 오기까지 4년 동안의 쉬는 기간에 대부분의 시간을 유치원 교실에서 보냈다. 교사들을 보고 아이들을 보았다.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보고 하루를 지내는 일과 흐름을 보았다. 교실 안을 보고 교실 밖 놀이터를 보았다.

 

유치원 현장에서 교실과 놀이터와 아이들과 교사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동안 보려고 노력했지만, 겉만 본 것 같다고. 내가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유아교육 정책의 시작과 끝이 여기 아이들과 교사가 만나는 현장, 교실에 있다고.

 

매우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은 현장에 가보지 않고 현장을 체험하지 않아도 현장에 깊이 공감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좋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할 때 배고픔, 아픔, 사랑, 행복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보는 것은 알고 이해하게 할 수는 있지만,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시장, 교육감이 한 것처럼 교육정책에 관여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현장에 자주 가 보는 것을 넘어서 일정 기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제도화되기를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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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 나정

유아교육 전공으로 한국교육개발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유아교육정책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동국대(경주)에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 OECD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국가조정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유치원교육과정 개정 등에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정책 제안은 유아교육-유치원-교육부, 보육-어린이집-복지부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단일부처로 통합하자는 것이며, 이 안은 지금까지도 미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최근에는 미래를 위한 배우기와 익히기에 쏠려있는 유아기를 아이들이 주도하는 생동하는 놀이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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