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고 대통령이 상황 수습에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면 자신이 무엇을 바르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If you don’t know what you are doing wrong, you can never know what you are doing right.) -Chen Xinhua
2022년부터 적용될 대입체제 개편에 대한 최종안이 이달 말 발표되겠지만 별로 기대할 것은 없을 것 같다. 교육개혁 관련 졸속이 졸속을 부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공론화에 의한 대입개편을 계기로 그 졸속이 극에 달했다. 교육부는 더 잃을 신뢰라곤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관료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융단 폭격 수준의 비난을 받음으로써 자신감도 잃고 앞으로 어떤 일에도 나서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커질 것이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교육개혁을 제대로 해온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그동안 연속적으로 교육개혁에 성공함으로써 대중으로부터의 신뢰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새로운 교육목표를 설정할 때 4가지 목표 중 한 가지를 ‘대중으로부터의 공신력 강화(Enhancing Public confidence)’로 잡았다. 교육부가 공신력을 잃게 되면 해체 얘기가 나온다. 교육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게 부족하니 공론화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을 공론에 붙이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입체제 개편 관련 교육부 장관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또 교육부가 공신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부 장관의 치명적 잘못 2가지
1. 공론화로 풀 문제와 공론화로 풀지 말아야 할 문제를 구분 못함
지금까지 문제해결 관련 축적된 연구에 의하면 문제는 원인 규명과 해결의 용이성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적 문제’(technical problem)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는 문제의 원인 규명과 해결책의 도출이 비교적 간단하며 따라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적응적 성격의 난제’(adaptive challenge)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는 문제의 구조가 복잡하여 원인 규명도 어렵고 해결은 더욱 어렵다. 이 둘의 주요 특성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표1> 해결방법과 특성별 문제 유형

헬싱키디자인연구소의 한 연구보고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가 ‘일시적 현상’(status quo)에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고착된 사실’(static fact)처럼 뿌리가 깊어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인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리 원자로의 계속 운영과 중단에 관한 판단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입전형 체제를 고안하는 문제는 전형적인 복잡계에 해당되는 문제로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 신념, 뿌리 깊은 사회 관습의 변화를 요한다. 위 표의 ‘적응 성격의 난제’에 해당되는 내용 중 ‘경계를 넘어 수많은 곳의 변화를 동시에 요함’이란 특성은 대입전형 체제 모색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2030년을 향한 교육비전(교육이 나아갈 큰 방향), 고교학점제 도입, 교육과정 개정, 교과서의 재구조화, 내신평가, 고교체제 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대입전형만 떼 내어서 공론화를 통해 비전문가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하려고 했다. 이는 치명적인 잘못이다. 앞으로는 세계의 주요국들처럼 증거기반(evidence-based), 리서치기반(research-based)으로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대신에 교육부 장관은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다.
“공론화를 통한 정책결정 방식은 촛불 민주주의로 탄생한 우리 정부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방식”(동아일보 2018 8월 8일)
이는 교육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며 자기합리화로 들릴 뿐이다. 장관을 비롯해 교육부가 자기 성찰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입전형과 같은 고도의 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를 짧은 기간 안에 일반인이 공부해서 결정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수많은 사람과 언론이 비판했다. 적응 성격의 난제는 위 표의 내용처럼 교육부가 ‘새로운 역량을 키워야’ 풀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교육부도 핀란드가 최근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쓴 방식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사회의 각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문서로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팀이 초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최선을 다해 반영한다. 반대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다. 개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충실하면 자기 의견이 100% 그대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마이클 풀란은 의미의 공유(shared meaning) 과정이라고 부른다.
2. 중장기 방향 부재와 원칙 없는 문제해결
교육부 수장은 입각하자마자 학교교육이 나아갈 큰 방향 즉 비전을 설정하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했다. 아울러 대입전형체제 개발에 앞서 아래 <표 1>과 같은 기본 원칙을 먼저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회적 논의를 하게 했어야 했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교육과정 개발이나 대입전형의 새로운 체제를 모색할 때 적용할 가치와 철학이 반영된 기본원칙을 먼저 설정한다. 기본 원칙이 없으면 논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세계 주요국들처럼 원칙 있는 개혁을 했으면 한다.
<표 2> 대입전형체제 개발을 위한 기본 원칙(예)

위와 같은 원칙에 대해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대체로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법으로 말하면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이 있었더라면 서로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교육부가 적용한 프로세스를 보면 대부분이 우측의 내용에 위배된다. 원칙 없는 문제해결의 극치를 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주요국들이 교육정책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라.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란 비전 문서를 먼저 개발하고 이를 사회와 충분히 공유하고 공감 속에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학습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사고력을 키우는 학교 만들기’(Thinking schools for Learning nation)를 비전으로 삼고 이를 학교교육에 그대로 반영하고자 노력했으며 일본은 ‘살아가는 힘’을 비전으로 삼고 학교교육의 목표를 이에 긴밀히 연계시키고 있다. 또한 일본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되는 ‘대입 공통시험’도 철저히 이런 비전에 연계시켜 새롭게 만들었다. 왜 한국은 이렇게 하지 못하는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면서 교육비전 하나 제시 없이 대입전형만 따로 떼어내서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려다가 온 사회를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교육개혁의 기회만 놓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장관은 응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내부 성착과 개혁(조직 개혁 포함), 교육변화에 관한 치열한 학습을 통한 역량 개발, 변화 리더십의 확보, 대중으로부터의 신뢰 회복 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이 교육 문제를 섣불리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임기 내 교육 개혁이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우리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신의 주요 교육 공약이 서로 충돌하거나 부실했으며 임기 내 실현하기 불가능한 것들이 많았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이를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상황 수습의 첫 걸음이라 생각된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 판단의 시기를 놓치면 교육변화에 있어서 역대 가장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장관의 자신 사퇴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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