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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2019 브리티시컬럼비아 유아교육과정에 침투한 대안담론(alternative discourse)과 언어적 전환(linguistic shift)

#606 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2021.02.17

영유아기 아이들이 갖고 있는 독특함을 유능성(richness)과 풍요로움(resourcefulness)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영유아기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성인에게 매우 중요한데, 교육과정 실행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0~50대를 중심으로 정치·경제·문화가 움직이는 성인중심사회에서 청소년기는 대학준비기간으로 간주되고, 유아기는 가장 초기단계로, 그들의 삶은 ‘학령기 전 준비단계’라는 이름하에 쉽게 소외된다. 혹은 마냥 귀엽고 순수해 보이고 아직 돌봄이 필요하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갖고 있는 외형적 특성은 이들이 세상과 관계 맺으며 놀면서 배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을 미화시킨다. 이와 더불어 교사의 교육실천 자체도 ‘Romanticized Curriculum(Geneshi, 2006)’으로 불리며 역시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유아교육을 연구하는 학계 또한 아주 오랫동안 성인 중심의 시각과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유아를 대상화하여 연구하다 보니 유아존재(being)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론에, 표준에, 규정에, 범주에 맞추어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발달심리학에 근거한 이론과 해석들이 최근 대안 연구에서 비판을 받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러 국내외 비판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유아교육을 지배해온 이론, 철학을 비롯하여 경제논리 중심의 신자유주의 등이 유아교육현장에서 강력하게 물질-담론으로 작용하여 열린 체계인 유아의 되어가기(becoming)를 보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어 왔다.

 

최근 이에 저항하는 교육운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4년부터 유아교육분야의 이론, 철학과 현장을 덮고 있는 지배담론에 도전하는 여러 저서들을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해왔는데 그 자료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국외에서는 『Contesting Early Childhood』가 주축이 되어 Dahlberg과 Moss(2005)의 Ethics and Politics in Early Childhood (유아교육의 윤리와 정치)를 시작으로 유아교육분야에서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대안적 담론과 실천을 소개하는 장을 열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역서를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Moss (2021/2019) Alternative Narratives in Early Childhood (유아교육과 대안적 내러티브)
• Pacini-Ketchabaw, Sylvia & Kocher (2021/2017) Encounters with Materials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물질과의 새로운 만남)
• Sellers (2018/2013) Young Children Becoming Curriculum (어린이의 교육과정 되기)
• Davies (2017/2014) Listening to Children (어린이에게 귀 기울이기)
• Taguchi (2018/2009) Going beyond the Theory/Practice Divide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들뢰즈와 내부작용 유아교육: 이론과 실제 구분 넘어서기)
• Olsson (2017/2009) Movement and Experimentation in Young Children’s Learning (들뢰즈와 가타리를 통해 유아교육 읽기: 운동과 실험)
• Rinaldi (2005) In Dialogue with Reggio Emila (레지오 에밀리아와의 대화)

 

Moss(2019)는 이를 저항운동으로 칭하며 유아교육분야에 계몽적인 읽을거리가 제공되어 현재의 지배담론과 그 역할을 되돌아보고 비판적 사유를 통해 유아교육지형을 새로이 구상해볼 수 있는 공유된 힘을 기를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필자 역시 번역에 참여하면서 생산적이고 실천적이며 구체적인 변화들에 놀랐고 이에 주목하면서 한국 유아교육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물론 어떤 이론과 담론에 대해서든 비판적 견지를 유지해야 되겠지만 유아교육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과 동시에 실천에 대한 다양한 실험 가능성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읽어볼 것을 제안한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2019 개정 누리과정」 고시문, 해설서와 현장지원자료인 ‘영유아기 아이들을 둔 학부모를 위한 교육 자료개발 연구’라는 정책과제에 참여하면서 국내외 교육과정의 변화와 새로운 놀이담론의 변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OECD 2030 Project를 비롯하여,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교육과정에서도 학습자의 유능성에서 출발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배우며 지식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사의 페다고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여러 나라의 교육과정 중에 가장 큰 지형적 변화가 보이는 문서는 2019 브리티시컬럼비아 유아교육과정이었다. 앞서 소개한 유아교육의 저항운동의 일환인 대안담론들이 곳곳에 녹아 있으며 기존 교육과정의 규범적, 지시적 언어들이 사라지고 유아와 교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윤리적이고 관계중심적인 대화를 문서 전체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앞선 칼럼에서 이찬승(2020)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초중등 교육과정의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개편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특징을 크게 7가지로 정리하였는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핵심역량을 교육과정에 도입, 자기주도적 학습자 양성을 위해 개인화된 학습(personalized learning) 지향, 유연한 학습환경(flexible learning environment)마련, 확장된 개념의 문해력(literacy)와 수리력(numeracy)개념을 도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교육과정이 학습자 중심과 역량중심으로 개편되면서 기존의 교과, 개념, 지식중심 교육을 확장된 개념으로 새로이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9 브리티시컬럼비아 유아교육과정에서도 역량을 강조하고 있으나 개편의 중점은 다른 곳에 있다. 앞서 언급한 대안담론을 담고 있다 보니, 실험, 운동, 리좀과 같은 기존의 교육에서 다소 생소하고 난해한 언어와 그에 대한 개념 설명이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깊어 전체를 다루지는 못하고 본고에서는 2019 브리티시컬럼비아 유아교육과정에 침투되어 있는 대안담론과 언어적 전회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대안담론

 

– 유아교육분야에서 지배적인 발달이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론과 관점을 강조

Section one

• Early Learning Framework is an invitation to re-envision early care and learning spaces, education systems, and society. It is intended to promote dialogue about understandings of childhood, knowledge, education, and learning.…However, many scholars and educators are challenging the dominance of developmental theories and argue that the values and assumptions embedded in them arose from particular social and political contexts. Child development theories privilege certain voices, knowledges, and understandings by suggesting universal ways of thinking about children, educators, and communities, while other perspectives are marginalized or silenced (Pacini-Ketchabaw et al, 2015, p. 24). By critically reflecting on the assumptions embedded in developmental theories, educators can explore different theories and different perspectives. (p.11)

개정의 중점 1

 

• ELF는 영유아기 아이들의 학습 공간, 교육제도와 사회에 대해 새로운 상을 그릴 수 있도록 초대한다. …

그러나 많은 학자와 교사들이 발달이론이 지배하는 것에 대해 도전해왔다. … 아동발달이론은 아동, 교사, 지역사회에 대한 보편적 방식의 사고를 제시함으로써 특정 목소리, 지식과 이해가 특권을 갖도록 했으며 교육에 대한 다른 관점들을 소외시키거나 침묵시켰다. 발달이론에 내포된 가설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교사는 다른 이론이나 다른 관점에 대해서 탐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에 근거한 경청의 페다고지를 강조

The early childhood educator as researcher“is open to the other, striving to listen without grasping the other and making the other into the same”(Moss, 2006, p. 37). p. 17 연구자로서 유아교사는 “타자를 파악하려 하거나 타자를 동일자로 만들지 않으면서 경청하려고 노력하며, 타자에 대해 개방한다.”

 

Educators work with a pedagogy of listening to notice the many ways children express themselves, recognizing that intentional, open listening is the basis of a reciprocal relationship (Rinaldi,2001, p. 80).

 

“Listening is not easy. It requires a deep awareness and at the same time a suspension of our judgments and above all our prejudices; it requires openness to change. It demands that we have clearly in mind the value of the unknown and that we are able to overcome the sense of emptiness and precariousness that we experience whenever our certainties are questioned”(Rinaldi, 2001, p. 80). p.18

경청의 페다고지와 함께 하면서 교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경청이란 의도적 행동임을 인정하며, 개방적 경청은 상호관계의 기초가 된다.

 

경청은 쉽지 않다. 깊은 인식과 더불어 판단과 무엇보다도 편견의 유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개방이 요구된다.

 

2) 언어적 전환

 

– 의도적인 새로운 언어의 사용

What’s Changed in the Revised Early Learning Framework

• Introduces language that may be new to some educators. The use of this language is intentional as it helps in expressing new ways of thinking about the complexities of childhood care and learning. Using new language can offer different ways of seeing, which can inspire new conversations.

 

개정의 중점

• 일부 교사에게 새로울 수 있는 언어들이 소개된다. 이와 같은 언어의 사용은 의도적이며 영유아기 보육과 학습에 대한 복잡성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언어의 사용은 다르게 볼 수 있게 하여, 새로운 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B.C. Ministry of Education (2019). British Columbia early learning framework, p. 5

 

– 교육과정 목차에 드러난 언어적 전환: 교수학습에서 배움과 페다고지로

원문 번역
Section one:

Exploring the Early Learning Framework

1. vision

2. Principles of Learning

3. Context

4. Legislation, Frameworks, and Human Rights Agreement

5. Building Professionalisms of Educators

1장. ELF 탐구하기

1. 교육비전

2. 학습원리

3. 맥락

4. 법, 프레임워크, 인권조약

5. 교사 전문단체 구축

Section two:

Rethinking Learning and Practice

1. What is a Pedagogy of Listening?

2. What is Critical Reflection?

3. What is Collaborative Dialogue?

4. What is Pedagogical Narration?

2장: 학습과 실천을 재고하기

1. 경청의 페다고지란 무엇인가?

2. 비판적 성찰이란 무엇인가?

3. 협력적 대화란 무엇인가?

4. 교육적 내레이션란 무엇인가?

Section three: Living and Learning together

1. Well-being and belonging

2. Others, materials, and the world

3. Communication and literacies

4. Identities, social responsibility and diversity

5. Examples of engaging in the process of pedagogical narration

3장. 함께 살아가고 함께 배우기

1. 안녕과 소속감

2. 타자, 물질과 세계

3. 의사소통과 문해력

4. 정체성, 사회적 책임과 다양성

5. 교육적 내레이션 과정 참여 사례

 

위의 목차구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교수-학습(teaching-learning) 패러다임에서 배움과 페다고지(learning and pedagogy)로 유아교육과정의 지형적 토대를 재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는 기존의 교육을 지배하던 실증주의와 인식론에 거리를 두고 유아, 유아교육, 교육과 교사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을 관계론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과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으로 옮겨 그곳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유아, 교사, 교육자료, 대화 등이 하나의 개체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각 존재자들이 얽혀서 현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실천행위는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경청의 페다고지(pedagogy of listening), 교육적 내레이션(pedagogical narration),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 협력적 대화(collaborative dialogue) 등으로 구성된다. 개별 존재의 특이성으로 나타나는 존재성과 그들이 순간 맺는 관계와 사건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바라보면, 가르쳐야 할 대상인 유아, 가르칠 내용을 준비하는 교사와 같은 이분법적 분리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교사의 성찰과 윤리적 실천, 공동체 속에서의 대화와 공유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대안담론을 채택하고 교육과정의 언어를 바꾼다는 것은 문제의식, 강력한 사회적 책임감과 철학적 공유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철학은 행위주체성을 살리며 교육의 윤리와 정치를 바꾸는 강력한 토대가 됨을 강조하며 본고를 마무리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이찬승(2020).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새 교육과정이 한국 교육과정 개정에 주는 시사점. http://21erick.org/column/5397
B.C. Ministry of Education (2019). Britisch Columbia early learning framework. Victoria, B.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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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교수 이연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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