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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9월 신학년제’ 의제화 시도 중단해야

#549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2020.06.17

1. 3월 신학년제와 9월 신학년제의 의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치권이 갑자기 9월 신학년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전 금감원장)이 가장 먼저 제안을 하였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이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까지 가세하면서 교육 이슈로 급부상하였다. 가을 신학년제를 한 개인이 이슈화 했다기보다는 여당 내에서의 교감을 바탕으로 여당이 이슈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학계를 포함한 일부 언론들이 비판에 나서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금은 이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안과 달리 일부 언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계속 이 문제를 다루면서 이슈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보다 앞서 총리까지 나서서 9월 신학년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반발에 따라 도입 논의를 중단했다.

 

9월 신학년제 도입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9월 신학년제와 3월 신학년제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도 2학기는 9월에 시작하므로 9월 학기제는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도입하고 있는 학기는 1학기(3월-8월), 2학기(9월-차년도 2월) 각각 6개월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학기마다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의 방학이 있다. 2학기가 2월 말까지 이어지다보니 겨울 방학을 마치고 다시 2주 정도의 봄 학기를 운영하고 있어서 교원 인사, 학생 배치, 신학년 준비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래서 많은 교육청들이 2학기 수업을 1월 중순까지 모두 마치고 학생들이 1개월 반 정도의 겨울 방학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교원 전보 등 인사도 서둘러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9월 신학년제는 1학기(9-12월. 4개월), 2학기(1-5월 중순. 4개월 반)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일부 주의 경우는 3개월 단위의 4학기제로 운영하는 등 9월 신학년제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1학기에는 추수감사절과 연말의 짧은 방학이 포함되어 있고, 2학기에는 2주 정도의 봄방학이 포함되어 있다. 5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약 3개월 반은 학교가 아닌 가정이 학생들을 책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5월 중순 이후부터 8월 말까지 교사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다. 그 기간 동안 교사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물론 교사가 원하면 연봉을12개월로 나눠 지급하기도 한다. 소위 선진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싱가포르, 호주(남반구)만 9월 신학년제를 따르지 않고 있다.

 

 

2. 9월 신학년제 도입과 논의 역사

 

서구 근대 교육제도를 도입한 대한제국은 서구의 제도를 본떠 ‘가을 신학년제’를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일본 강점기에는 일본의 학기제에 따라 4월 시작의 3학기제로 변경되었다. 해방 이후 미군정하에서는 1학기는 9월에 시작하고, 2학기는 3월 1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949년 공포·시행된 첫 ‘교육법’은 새 학년을 4월 1일에 시작하고 다음 해 3월 31일에 종료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1952년 제정된 교육법 시행령이 처음으로 ‘학기’를 법제화하면서 1학기를 4월 1일, 2학기를 10월 1일에 시작한다고 명시했다. 현행의 3월 1일 신학년제는 1962년 박정희 정부 때 도입되었다. 당시 정부는 3월 학년제를 도입하는 이유로 방학으로 인한 학습 중단 폐해와 과중한 숙제 부담 철폐, 입학시험·졸업식 등 사무 처리 원활화, 극한기인 1∼2월을 방학하여 월동비 절약 등을 들었다(이효석, 2020).

 

그 이후에도 9월 신학년제는 정권이 바뀔 때면 의제로 다뤄지곤 했다. 1997년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의제로 다뤘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2006년에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2011년부터 9월 학기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으나 정책상의 혼선,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에는 경제정책 방향의 하나로 교육 국제화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 도입의 필요성과 여러 가지 효과를 제시했지만 핵심은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3. 9월 신학년제 이슈화 과정과 의도 분석

 

코로나19로 교육계가 진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여당은 왜 갑작스럽게 가을 신학년제 도입을 이슈로 부각시켰을까? 지난 3월 27일 아침 JTBC 「맞장토론」에 나온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도입 반대 입장으로 참석한 나에게 “가을 신학년제는 그동안 나온 모든 보고서, 학계와 정치권 모두가 도입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비용을 비롯한 부수적인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과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까지도 도입을 원하는 정책이어서 여건만 성숙되면 쉽게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토론의 분위기로 보아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확대 해석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여당의 교육의제 설정팀이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생각이 가진 한계를 보지 못한 채 생각을 증폭시켜 가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비용이었다. 2008년에 수행된 교육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9월 신학년제로 바꾸고자 할 경우에 시설과 교원 증원으로 인해 허비되는 예산은 무려 23조원이고, 2014년에 발간된 ‘9월 신학년제 실행방안’에 따르면 허비되는 예산은 최소 1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므로 아예 2020년 1학기를 건너뛰고 9월을 신학년으로 한다면 추가 비용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 주장은 자칫 큰 모험이 될 수 있다. 9월 신학년제를 하겠다며 1학기를 무효화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가을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어찌 할 것인가? 치료제나 예방약이 나오지 않는 한 9월에도 코로나19 사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에는 교육 대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만일 가을에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교육감들까지 가세하며 이슈를 살려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교육정책 관련 저술활동도 하고 있는 전주완산고등학교 박제원 교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이 9월 신학년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더 깊은 곳에 맥이 닿아 있다. 9월 신학년제 도입을 단초로 하여 유초중등 학제를 개편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하여 중등학교로 만들 때 유럽처럼 인문계 학교와 실업계 학교로 진로를 정해 이원화 하고자 하는 의도와 연결되어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대학입시 및 대학평준화’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큰 그림이 아니라면 굳이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9월 신학년제 도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박제원 교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러한 학제 개편은 노동시장에서 노사정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 축소와 같은 대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리해서라도 가을 신학년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속내는 노동시장 개혁은 힘들기 때문에 교육체제를 먼저 바꾸고, 이를 발판 삼아 양극화 이원화되어 있는 노동시장을 깨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순한 추론이고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만일 그러한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때 이 시도는 교육을, 그리고 미래 시민을 희생 제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사한 다른 시도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키기 어렵게 되자 학교가 경쟁교육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며 학교교육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학교에서 경쟁을, 그리고 경쟁의 수단이 되는 상대평가를 비롯한 평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과도한 경쟁은 무한경쟁 승자 독식의 실력주의 사회가 가져온 문제이다. 그러한 사회 시스템은 손대지 못한 채 학교 내에서의 경쟁을 없앰으로써 사회의 경쟁을 무력화시키겠다고 하면 부모 배경에 따른 실력 격차 심화, 그에 따른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소위 진보집단의 이러한 시도는 하위 소득계층과 그 자녀들을 더욱 몰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쟁 제거 교육 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이다.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9월 신학년제가 3월 신학년제보다 교육적으로 더 바람직함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4. 9월 신학년제 기대효과 재분석

 

9월 신학년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주장되는 기대효과에는 다른 나라 학기제와 일치, 이를 통한 국제 교류 활성화, 긴 여름 방학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활동 활성화, 사회 진출 6개월 앞당김, 그리고 2월의 짧은 학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결 등이 있다.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유학을 가거나 유학을 오는 학생과 부모들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 바탕에는 박근혜 정부 때 경제정책 방향의 하나로 9월 신학년제 도입을 시도했던 것처럼 국제 통용성을 높임으로써 유학생 유치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면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외국 학생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게 될까 아니면 빠져나가는 학생이 늘어나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흐름을 통해 유추해보면 국제적 통용성을 늘린다고 하여 교수학습언어로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초중고와 대학에 외국 학생들이 밀려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고속철이 만들어지면 국토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퀴효과에 의해 도시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울러 대입에서 학생부종합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초중등학생 시절부터 몇 학기만이라도 해외 학교에 다니고자 하는 부유한 집안 아이들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를 비판하거나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가 민주시민,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과 의식을 높여주며 사회의 역동성을 높여주게 될지, 아니면 반대로 사회 계층 고착화에 기여하게 될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국제 통용성 기대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작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학 총장 시절 대학생 대상 국제교류를 실시해보니 겨울 방학을 이용한 해외 대학 단기 체험 혹은 실습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현재의 제도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겨울방학 동안 외국 대학은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1-2개월 정도 외국 대학 프로그램 체험이 용이했다. 그렇지 않으면 방학을 이용한 해외체험이 단순한 여행이나 어학공부 정도로 끝나게 된다. 우리 학생들이 외국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만이 아니라 외국 학생들이 우리 대학으로 와서 학생들과 더불어 단기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학기 운용의 차이 덕에 더 용이했다.

 

그렇다면 긴 여름 방학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활동 활성화라는 기대효과는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까? 부유층 자녀들에게서는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체험을 시키든 사교육을 시키든 장기 계획을 가지고 충실하게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할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기간 방치이다. 국가 차원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여름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공언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아 이는 지키기 어려운 공약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유층 부모가 제공하는 수준의 고급 여름 프로그램을 국가가 나서서 저소득층 자녀에게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00일이 넘는 긴 휴가기간은 교육적 관점에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에서 근대교육제도가 확립되던 시절 5월 중순부터 8월까지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던 이유는 집에서 농사일을 돕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농사일 자체는 심신교육에도 크게 보탬이 된다. 부모도 바라고, 교육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농경사회가 아니다. 자기 관리력이 부족하거나 성장 동기가 강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긴 시간을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서 그동안 닦아 왔던 기본 생활 습관, 학습 습관마저도 그들의 몸과 마음에서 사라지고, 배웠던 것마저 사라지게 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 교사들과의 면담에 따르면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만인 아니라 길러주었던 행동과 습관 등 모든 것을 거의 잊고 돌아오기 때문에 9월 새학년이 되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반복된다고 한다. 잘 아는 것처럼 공부는 부단히 노를 저어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유사한 활동이다. 중단하면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류로 떠내려간다. 학교를 떠나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면 학생들이 상류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 장기간 떠나 있다 보니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 우거져 더 이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학생, 즉 중도 탈락생 비율이 미국처럼 높아질 가능성마저 있다. 집에서 뒹구는 자녀를 100여 일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던지 미국에서는 9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온 마을 엄마들이 집밖으로 나와 만세를 부른다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진풍경도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진출 시기를 6개월 당겨서 다른 나라와 같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가? 우리 초중등교육법 제13조 ①항에 따르면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입학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9월 1일에 입학하게 한다면 일부 학생들은 기대한 것처럼 6개월 먼저 입학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실시하고자 하는 9월 신학년제는 2020년 3월에 시작된 1학기를 아예 무효화하고 9월에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현 초중등 재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사회 진출이 6개월만 늦어졌던 것이 오히려 1년이나 늦어지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12년이나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관련 법을 고쳐 “만 5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입학”하도록 한다면 다른 나라보다도 6개월이 더 빨라지므로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교육학적, 아동발달 심리학적 관점에서 깊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2월의 짧은 봄학기로 인해 생기는 제반 문제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늦어도 1월 중순까지는 모든 수업을 마치도록 하여 해결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교육청이 늘고 있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9월 신학년제 실시에 따른 기대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문제점만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 더 고려할 것이 있다. 자연의 리듬, 인간의 생체리듬,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리듬과의 조화이다. 하루의 생체리듬은 대체로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도록 맞추어져 있다. 일 년의 생체리듬은 새해가 되고 봄이 다가오면 한 해를 시작하여 열심히 살다가 연말이 다가오며 겨울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다시 새해를 준비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1년 단위의 생체리듬에 맞추어 우리 사회 전체도 굴러가고 있다. 그래서 국가와 민간 모두 1월에 시작하여 12월에 끝나는 주기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3월 신학년제는 그러한 점에서 9월 신학년제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제도라고 했던 유럽 대학 교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인 늦봄에 1년을 끝낸 후 방학에 들어가게 하고, 이제 서서히 마음을 정리해야 할 시기인 9월에 새로운 각오로 새 학년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다른 나라가 한 밤중에 하루를 시작하므로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는 것처럼 조금은 억지스럽게 들린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꼬리를 세계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잘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같다. 이 논의를 위해서는 정말 잘라야 할 것인지, 굳이 잘라야 한다면 꼬리 자르는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미국은 국가 회계가 10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해도 국가 운영 시스템과 신학년제가 맞아떨어진다. 교육 분야를 흔들기 전에 미국처럼 9월이나 10월에 국가회계를 시작하도록 하는 국가 회계 제도 개편을 먼저 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새해의 시작점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고, 3월 신학년제에 맞춰 제반 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9월 신학년제가 몰고 올 거대한 사회적 혼란을 반드시 염두에 두며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5. 제언

 

학기제 이슈화를 시도할 때 유념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교육도 사회체제의 일부분이므로 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정책과 제도를 다룰 때에는 교육적 효과와 부작용, 교육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세대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미래세대를 희생의 제물로 삼는 결과가 초래된다.

 

학기제 이슈화 시도가 자칫 개인과 사회가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화급하게 다뤄야 할 교육의제나 교육 본질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교육 인프라 문제, 교사와 학부모의 온라인 교육력 문제,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력 문제, 온라인 학습 약자 문제, 등교개학 파행 문제 등 당장 해결에 에너지와 예산을 쏟아야 할 이슈가 많다. 그리고 좀더 길게 보면 미래 사회 대비 교육 내용과 교육방법론 등 본질적인 문제도 산적해있다.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 폐교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거대한 추경예산에 교육예산을 거의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화급한 문제를 뒤로 한 채 9월 신학년제 이슈로 정부와 사회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바람직할지는 모르지만 교육적으로 보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9월 신학년제는 쉽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지금은 갑작스럽게 그처럼 무모하게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다. 정치권은 9월 신학년제를 정치 의제화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그정도로 만족하길 바란다. 지금은 교육 당면 과제 극복에 교육계와 정치권 그리고 정부의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경수 지사도 입장을 천명한 것처럼 일단 사태 진정 후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치권의 계산과 달리 9월 신학년제로 바꾸고자 할 경우에 허비될 예산은 10조원이 넘는다. 국가 예산이 남아돌고, 소비 진작을 위해 학기제 개편에 예산을 쓰고 싶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고민해야 할 터인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정책의제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이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므로 10년 혹은 15년 뒤에 이를 실시하고자 한다면 소요되는 예산은 크게 줄 것이다. 1997년에 논의를 시작했을 때 10년 혹은 15년 뒤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이미 9월 신학년제는 정착이 되었을 것이다. 9월 신학년제로 바꾸자는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루고, 그 시점부터 시작하여 최소 10년 후를 목표로 차근차근 추진해 가길 바란다.

 

참고자료

 

박남기(2014.12.29.). 9월 신학기제 도입 논의를 위한 제언.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42839
이효석(2020.03.17.). ‘어라! 4월 개학 처음이 아니네’…3·4·9월 오간 개학일 변천사.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317171800004
한국교육개발원(2014).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 포지션 페이퍼 2014-06.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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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박남기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행정학(석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교육행정 정책학과(박사)를 졸업하였다. 1993년부터 광주교대에 근무하면서 학급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을 역임 중이다.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교대총장협의회의장직 수행)하면서 초등교원양성교육 개혁을 위해 노력하였다. 저서로는 교육전쟁론,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등 10여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한국교육 경험을 통해 세계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마르퀴스 후즈 후 인더월드와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사전(IBC) 두 곳에 등재되었다. 블로그 <그들이 말하지 않은 우리교육 이야기>(http://ngpark60.blog.me/) 운영 등을 통해 한국교육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제자들과 함께 <교육나눔운동본부>를 설립하여 소외계층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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