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3] 미국·영국의 정당별 교육 공약을 살펴본다.
1. 시작말
각 정당들은 지금 대선 후보들이 내걸 공약 개발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래에 적합한 양질의 공약이 도출되면 좋겠다. 구호만 요란한 것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실제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공약들이면 더욱 좋겠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소 걱정된다. 대규모 변화를 수반하는 새로운 교육정책을 도입해서 성공적인 효과를 낸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정책은 대부분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분야 세계적 대가인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자신의 책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2016)』에서 실패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혁이란 단순히 최신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교실과 학교, 학구, 대학 등의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다.”
“실상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다.”
“대규모 개혁은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는 의미에 관한 것이며, 개인과 사회의 동시 변화를 요구한다. 복잡한 시대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는 그 속성상 언제나 본질적으로 이뤄내기 어렵다.”
“사회 개혁의 주된 실패 원인은 추구하는 변화가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경험되고 있는지 검토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공약의 제안자이든 실행자이든 아래 공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교육개혁의 성공요인 = 의지 + 역량 + 여건’
풀란의 분석에 더해 필자는 한국의 교육정책이 대부분 다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만 있었지 이를 성공시킬 ‘역량’과 ‘여건’을 갖추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다르게 싱가포르는 준비가 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침을 삼고 있는데, 이는 본받을 만하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최근 어떤 교육 공약을 내걸었는지를 살펴보면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2. 미국의 교육 공약

두 후보의 공약은 대조를 이룬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시장주의 색체가 농후하다. 가능한 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고 싶어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학교선택제와 챠터스쿨이다. 트럼프는 이 두 가지를 적극 지지한다. 한편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은 차터스쿨을 지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나 어정쩡하다. 오바마 정부 역시 교육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온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가 교원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는 학교선택제(school choice)를 교원노조가 반대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주공통핵심성취기준(CCSS)의 도입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미국의 경우 PISA 성적이 저조하자 대부분 주의 성취기준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 그리고 평가를 늘리는 것 등이 주요 목적이다. 이 체제를 모든 주(州)가 가입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표준화 시험을 강화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연방 수준의 표준(standards)은 연방 수준의 표준화시험을 도입하게 된다. 한국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둘러싼 호불호가 미국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가가 너무 많다는 것에 대한 미국 학부모의 불만은 매우 크다.
참고로, 트럼프가 유세 때마다 교육에 관해 “우리는 실패하고 있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구출할 것입니다. 그들의 학부모를 도와 자녀들이 더 안전한 학교를 선택해 다닐 수 있게 하겠습니다.” 와 같은 약속을 했다. 이는 학교선택제 강화를 매우 잘 포장한 표현이다.
차제에 오바마 정권의 주요 교육 공약을 소개하기로 한다(각 공약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기본 컨셉은 “학교와 함께 노력해서 아동·청소년들에게 좀 더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 이었다.
• 장애아동지원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 관련 예산을 충분히 지원한다.
• 매년 아동의 교육과 발달을 위한 조기개입용 예산으로 연간 100억불을 투자한다.
• 장애아동들에 관해 또 그들이 직업세계나 대학에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한 종합적 연구에 착수하겠다.
• 최고를 향한 경주(RTT)의 자금을 이용해 조기교육도전기금(Early Learning Challenge Grants)을 조성해서 취학전 아동을 위한 교육과 학부모에 대해 지원을 지원하겠다.
• Early Head Start 및 Head Start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자금을 두 배로 늘려 이들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겠다.
•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양질의 아동보육을 실시하겠다.
• 아동낙제방지법(NCLB)을 개선하겠다.
• 연방 차터스쿨 프로그램에 지원금을 두 배로 늘리고 책무성도 강화하겠다.
•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수학과 과학 교사의 채용을 돕겠다.
• 학업중단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중도 탈락 문제를 해결하겠다.
• 방과후 프로그램을 위한 기금을 두 배로 늘리겠다.
• 교사 채용을 위한 수행평가를 개발해서 희망자들이 활용하게 하겠다.
•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 부임하는 교사를 위한 주택임대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
• 교사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수업계획 수립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겠다.
• 재정보조금을 신청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겠다.
• 사립대학에 재학하는 학생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해서 학생들의 개인 채무 확대로부터 보호하겠다.
• 고교 졸업률을 개선하겠다.
• 고교생이 대학 수준의 과정(AP)을 더 많이 수강하도록 장려하겠다.
• 대학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학생과 학생의 가족에 제공해 돕겠다.
•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대학 등록금 보조(Pell grants)를 확대하겠다.
• 학업성취도가 낮고 범죄발생률이 높은 최빈곤지역을 위한 ‘약속의 이웃(Promise Neighborhoods)’ 프로그램을 20개 시에 도입하겠다(Harlem Children’s Zone을 모델로 함).
• 학교와 예술 단체 간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
• 젊은 예술가 단체를 결성해서 학교를 돕도록 하겠다.
•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려하겠다.
• 대학에 지원금을 늘려 대학생들에게 리서치 기회를 확대하겠다.
• 고교생들의 지역사회 봉사활동 시간을 연간 50시간으로 늘리겠다.
• 지역사회에서 개인지도 등 대학생들의 공적 봉사활동을 강화하겠다.
• 고등사고능력 신장을 위해 과학 과목의 평가를 개선하고 우선순위를 높이겠다(차세대 과학의 도입).
• 평생학습, 평생훈련을 강화하겠다.
• ‘아동을 위한 1차 의제(Children’s First Agenda)’를 사업을 시작하겠다.
[주] 이는 0-5세 사이의 아동을 가진 가정을 대상으로 아동의 돌봄, 학습,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 대통령조기학습위원회(Presidential Early Learning Council)를 설치, 운영하겠다.
• 10년 내 대학등록금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여 2020년까지 대학졸업생 수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
3. 영국의 교육 공약
영국은 2015년 5월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는데 노동당과 보수당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단일집권이 가능한 331석을 차지한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때 주요 정당들이 건 교육 분야 공약을 살펴보겠다. 영국에서는 교육이 5대 공약 의제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시된다.
(1) 보수당
영국의 보수당은 읽기와 산수 소양 즉 리터러시를 매우 중시한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교는 아카데미라는 일종의 계약학교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전환이 활발해서 아카데미(미국의 차터스쿨에 해당)로 전환한 학교 수는 3,500개가 넘는다.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 설립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편 16-17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2) 노동당
집권하면 보수당과 달리 교육 예산을 최소한 물가인상률만큼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최고 인원수를 30명 이하로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또한 초등학생들에 대해서는 8am – 6pm 사이의 보육을 약속했다. 한편 대학등록금을 6,000파운드로 제한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16-17세 아동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도 집착이 크다.
(3) 자유민주당(Lib Dems)
교육예산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걸었다. 아카데미나 자유학교를 포함해서 모든 학교에 양질의 교사와 핵심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더 많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2세의 아동들에 대해서는 무상 보육을, 16-21세 사이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버스비 할인도 약속했다. 자유민주당은 모든 선거에서의 선거권을 16세부터 주는 것을 공약으로 걸었다.
(4) 영국독립당(UKIP)
더 많은 영재학교(grammar school) 설립과 7세 이하의 아동들에 대한 성교육 폐지를 약속했다. 또 STEM(sciences, technology, engineering, maths)을 수강하는 빈곤층 학생들에 대해서는 수업료 면제를 공약으로 걸었다. 또한 직업교육 강화를 약속했고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비중으로 30%로 높일 것도 약속했다.
(5) 녹색당
교원의 급여를 성과와 연계시키는 것의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 한편 학교평가를 담당하는 교육표준청(Ofsted)을 폐지하고 교육의 탁월성을 추구하는 국가 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아카데미와 자유학교들은 지방 교육청 소속으로 둘 것을 약속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폐지하고 16-17세의 투표권 부여를 찬성한다. 대학의 등록금도 폐지하고 무상교육을 지향할 것을 주장한다.
4. 맺음말
미국과 영국의 선거공약의 특징은 매우 실제적인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들도 매우 실질적인 것들을 공약으로 제시한다. 혁명적인 수준의 공약들이 많은 한국과는 매우 대조를 이룬다. 영국의 녹색당도 교육표준청 정도의 폐지를 주장하지 교육부 자체를 폐지하는 등의 큰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처럼 학교교육이 지나치게 주입식 문제풀이 교육으로 경도된 경우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는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공약들이 나오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시작말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런 혁명적인 변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교문화가 변해야 하고 개인과 사회가 동시에 변해야 하는 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변화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역량과 여건의 마련이 뒤따라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공약들 중에 이런 역량과 여건을 고려한 것은 매우 드물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교육과 관련해서 어떤 공약을 제시할지 매우 궁금하다. 이번 공약은 그 성격이 좀 달라야 한다. 산업시대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현재의 학교제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교육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교육을 거부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교육공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아래의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존의 학교체제를 그대로 두고 최적화(optimizing)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근본적인 재설계(redesigning)를 할 것인가?”
“기존의 표준화된(standardized) 획일적 교육을 조금씩 개선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의 표준화를 과감히 유연화해서 개별화된(differentiated) 교육을 지향할 것인가?”
이번 대선에서는 기존의 틀에 갇힌 낡은 공약들은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숲과 나무 모두를 균형 있게 보는 공약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한 교육주체나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조사를 바탕으로 공약이 도출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사회 변화를 바르게 조망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실현을 중심에 두는 공약이었으면 좋겠다. 특히 예산의 배정에 있어서 필요기반예산배정 모델(needs-based funding model)을 도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예를 들면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나 행동문제 평가를 해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접근을 말한다. 즉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 예산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네델란드가 소수민족 출신 학생에게 1.9를, 노동자 계급 아동들에게는 1.25를, 불리한 위상이 아닌 아동에게는 1.00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대선이 한국의 학교교육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