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에 대한 단상
온라인 수업 준비 완료
아침 인사가 바뀌었다. 아침에 센터에 오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기보다 우선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일이 되었다. 아니다. 어쩌면 체온 측정이나 ‘손부터 씻고 오세요.’라는 말을 먼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결코 놓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이미 학교 등교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므로 어느 정도는 안정 단계에 들어선 것이 사실이다. 초반에는 장비도 부족한 데다 아직 익숙치 않은 수업방식에 적응하느라 모두가 진땀을 뺀 게 사실이다. 툭하면 끊기는 와이파이 문제도 문제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는 일을 도와주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는 말씀에 아버님 본인의 온라인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셔서 한참을 헤매야 했던 경우도 있다. 특히 소통이 어려울 수 있는 다문화 가족들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유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과 같은 경우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센터의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들 중 일부 학교는 재량휴업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고, 또 일부 학교에서는 평소처럼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이를 일일이 확인하며 부산을 떨어야 했다. 그에 더하여 다른 근무자들 없이 혼자 근무해야 하는 근로자의 날에 아이들이 많이 온다면 과연 온라인 수업을 잘 지원할 수 있을지 은근히 긴장도 되었다.
그런 염려를 미리 털어놓은 덕분인지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아이들이 센터에 등원하여 평소보다 여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오후 늦게 한 아이가 전날 온라인 수업을 빼먹었으니 집에 들어오면 혼날 줄 알라는 아버지의 톡을 받고 울상을 짓는 일이 벌어졌다. 전날이면 공휴일로 가족들이 함께 있었을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울상을 짓고 있는 아이를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니 정말 수업을 듣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다급하게 아이를 재촉하여 수업을 듣게 하였다. 다행히 접속이 되어 아이나 나나 한시름을 놓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 세부적인 관리에 바짝 신경이 곤두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학습은 커다란 관리 체계로 돌변하여 수업을 아직 듣지 않았다든지, 과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는 관리 소홀 사항이 수시로 전달되고 있다. 거기에 과학이나 미술 같은 활동 재료가 있는 수업은 활동 재료를 챙겨주어야 하고, 수업을 듣기 전후로 과제를 기록장에 기록을 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과제를 수행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으로 첨부해야 하는 일 등등 세부적으로 요청되는 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관리 방식 중 일부는 은근한 방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OOO 학생이 아직 과제를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놓고 말하기보다 우리 반에 아직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이 몇 명이 있다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알려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은근한 메시지에서도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분은 따로 계시는가 보다. 어느 날 학부모님 한 분이 자신의 아이가 숙제를 안 했을지도 모르니 한 번 봐달라는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혹시 과제물이나 온라인 수업 관련하여 담임교사에게 문자가 오면 일일이 그걸 챙겨서 다시 알려주시지 말고, 아예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이쪽으로 바로 연락을 주실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제야 속내 말씀을 하신다. 즉,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지만 돌고 있는 이야기가 우리 아이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으니 한 번 확인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듣고 확인을 해보니 예감이 적중했다. 아이는 언젠가부터 기록을 하고 나면 그걸 사진으로 찍어 영상으로 올리는 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 그 몇 아이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냐고 하니 그냥 어느 날부터 안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을 관리 받지 못하자 어느 틈에 아이는 그걸 놓쳐버린 모양이다.
온라인 수업 적응기
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손이 가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알아서 아침에 일어나 일찌감치 온라인 수업을 다 챙겨듣고 홀가분하게 센터에 나오는 아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학년이 어리거나 학부모님들께서 직장 문제 등으로 아이를 직접 돌봐줄 수 없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런 아이들을 한 명씩 챙기다 보면 아이의 면면이 도드라져 보인다. 아버지에게 엄포를 들었던 아이는 유명한 개구쟁이다. 온라인 수업을 듣게 하는 일도 몇 번이나 지청구를 하고 주의를 주어서 겨우 끝낼 때도 많다. 가만 들여다보면 수업을 그냥 듣는 법이 없다. 화면에서 무엇이라 내용이 나오면 그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를 저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있다. 워낙에 호기심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하니 그런 측면이 온라인 수업에서도 도드라져 보인다.
“와! 나는 정말 이거 몰랐다!”하고 큰 소리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냥 아무 소리 안하고 깨닫는 일은 아이에게 무척 힘든 일인 듯 보인다. “그래? 정말이야?”하고 늘 소통을 추구하는 성격답게 온라인 학습에서도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에 반응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옆에 있는 센터 교사이다. “OO아. 좀 조용히 해주겠니? 네가 그렇게 계속 큰 소리로 떠들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겠지?” 엇박자의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아니면 아예 센터 교사를 자신의 관심사에 끌어들이려 시도한다. “샘. 이것 좀 보세요!”하며 대놓고 함께 보자 유혹한다.
그러나 아이가 몰입하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음, 음” 하는 틱 증상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교실에서는 왁자하게 떠들며 늘 자신의 말에 반응해주는 옆의 아이들 때문에 아이는 교실에서는 이런 몰입 상황이 덜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반각성의 상태에서는 틱 증상도 덜 나타날지 모를 일이니 그런 교실이 아이에게는 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늘 다른 사람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삐치거나, 기분이 나쁘다는 반응을 자주 보이는 아동이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이 되지 않거나 조금만 맘 상하는 일이 벌어져도 정말 못 견뎌하는 아이다.
그런 아이에게 온라인 수업은 잘 맞는 매체이다. 워낙에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만지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데다,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거나 혹은 괜히 자극받을 수 있는 소지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으로 학습에 적응하는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람 관계가 학습의 전 과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 역시 학습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예들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다 과제 중심적인 아동들은 학습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여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사람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홀로 학습하는 상황을 힘들어하며 주위에 누가 없는지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온라인 수업에 개별적으로 맞추어가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 같이 하루의 수업 분량을 끝내고 나면 “다 했다!”라며 홀가분하게 여긴다. 따라 하라는 영어 노래를 하건, 안하건 시간만 흘러가면 모든 게 끝나버리는 게 온라인 수업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수업에 관한 작은 제언
이런 상황에 적응하느라 모두가 힘든 게 사실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여 교사들은 급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 또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온라인 수업 방식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해하기 힘든 일들 중 하나는 국가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서 왜 모든 교사들이 각자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사의 개별적 교육과정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또 다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 체계를 꾸려내는 일은 별도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온라인 수업은 어쩌면 보다 효과적으로 표준이 되는 과정을 정부에서 일목요연하게 지원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온라인 교육과정을 제대로 잘 소화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질문이나 추후의 활동이 필요하지 않은지 등등의 일을 지원하는데 교사의 역할 비중이 더 주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는 교육을 잘 모르는 문외한으로 하는 이야기다. 또 당장은 개학을 앞두고 있으니 이런 고민을 실질적으로 지속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옆에서 지켜본 교육 체제와 교사의 역할에 답답함을 느껴 하는 말이다.
어째서 교사들은 끊임없이 모처에 앉아서 부탁만을 해오는가 말이다. 과제를 안했다고,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문자를 통해 부탁을 해오는 것 이상의 일을 별로 보지 못했다. 물론 초반에 아이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전화를 하신 선생님들도 계시긴 했지만, 또 그런 소통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떨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게 관리만을 부탁하는 교사들은 정말 답답하다.
보다 나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위해 교사들은 부탁만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을 찾는데 좀 더 노력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째서 어떤 아이들은 계속 숙제를 하지 않는지 교사들도 궁금할 터이니 말이다. 아무튼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답답한 마음에 공연한 생각만 자꾸 떠오른다. 우리들도 교사들에게 부탁을 하고 싶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