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와 100만 촛불집회: 민주시민교육의 관점
시민성의 각성과 강화를 목표로 삼는 민주시민교육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무슨 게이트라고 명명되는 대형 불의와 비리가 터질 때마다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이 실시된다. 민주시민교육은 오랫동안 신문과 방송, 서적과 정간물을 통해 일방향적으로 제공돼왔지만 이제는 점점 더 카톡, 페북, 트위터 등 SNS와 아고라 등 온라인 토론 공간에서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주사회의 학교교육은 교과목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성격을 갖는다. 사실 민주시민교육은 알게 모르게 평생 동안 주변을 따라다닌다.
가끔은 광장이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장이 된다. 특히 지난 12일 사상 최대의 100만 촛불집회는 그 자체로 최고의 민주시민교육이었다. 광화문 광장은 국민주권이 용틀임하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거기서 민심의 바다가 크게 출렁이자 배가 뒤집혔다. 조타석의 박근혜가 용수철처럼 튕겨 나와 늦가을 밤 낙엽처럼 굴러 떨어졌다. 투표결과에 대한 묵시적 동의와 국민의 정치적 의무가 그 순간 해제됐다. 이로써 박근혜는 더 이상 누구의 대통령도 아니게 되었다. 3주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날의 광화문 광장은 유난히 평화스럽고 따뜻했으며 자유로웠다. 여기저기서 밤늦도록 시민자유발언과 토론이 이어졌으며 낯선 시민들이 ‘하야가’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등을 부르며 자유와 저항의 시민의식으로 하나가 됐다. 이날 유난히 많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광장이 떠나가라 함께 내지른 ‘하야하라’ 함성과 촛불파도타기의 장관은 평생 못 잊을 추억이 될 것이다. 오직 100만 시민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런 역사의 현장만큼 훌륭한 민주시민교육의 장은 만나기 어렵다.
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3주 넘게 활짝 열리면서 시민들이 전대미문의 규모로 민주시민교육, 특히 헌법교육을 받고 있다. 4천만 성인시민이 지난 3주간 꼬박, 최소한 하루 2시간 이상 관련 뉴스와 해설에 매달렸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총 16억 시간이 넘는 천문학적인 국민시간이 민주시민교육에 투입된 셈이다. 그 시간은 시민들이 충격과 분노, 참담함과 수치심으로 몸을 떠는 시간이자 동료시민들과 어울려 100만 촛불집회의 장엄행진으로 나아간 시간이었다. 동시에 국정원과 검찰, 언론과 재벌을 정권의 수족으로 부려온 박정희 스타일의 통치유산을 청산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가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확인한 시간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의 대종을 차지하는 것이 법교육, 특히 헌법교육이다. 박근혜 게이트의 전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헌법적 논란은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처럼 야당 지명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내외치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명목상으로만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과연 헌법상 용인되는지를 놓고 벌어졌다. 대통령의 탄핵, 궐위나 유고로 말미암아 공식적으로 대통령권한대행이 된 총리가 아닌 이상, 내각제의 총리처럼 내외치 전권을 행사하거나 이원집정부제의 총리처럼 내치를 전담하는 것은 헌법상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헌법상의 국무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박근혜는 헌법상의 권한과 임기를 내세우며 자진사퇴나 2선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 유린의 장본인이 헌법조항을 방패와 피난처로 의탁하는 이율배반의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자는 ‘깨끗한 손’으로 법에 호소해야 한다는 오랜 법원칙에 비춰볼 때 이는 명백한 법위반이다.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가 자진사퇴하고 무혈 명예혁명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결정적인 범죄 혐의, 둘째, 야3당의 찰떡공조와 비박계의 탄핵지지, 셋째, 광장민주주의의 굳건한 지속.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광장의 힘이다. 강한 의회와 강한 야당을 만들려면 강한 광장이 먼저다. 그래서 호소한다. 오는 19일과 26일에 다시 한 번 백만 시민의 위용을 보여주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촛불집회에 나서자. 그것이 지금 우리 각자에게 꼭 필요한 민주시민행동이자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자.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