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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성공적인 원격수업 설계를 위한 핵심요소 5

#538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05.06

다행히 온라인 개강 중이던 초중고가 오는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교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 몇 주 간은 원격수업에 대한 어떤 선생님의 소감처럼 ‘위기 상황에서 ICT를 활용한 수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하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선 글(→ “교사들의 훌륭한 원격수업 대응과 수업혁신 가능성”)에서 밝힌 것처럼 오프라인 개학을 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려 병행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이제 온오프라인을 겸한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무엇보다도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학습이 가능한 시대를 열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한 앞으로 원격수업의 디자인 원리에 대한 학습동아리 활동이나 연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27일부터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 좋은교사운동이 공동으로 실시 중인 ‘원격교육에 대한 교원 인식 조사’ 설문에 따르면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수받고 싶은 분야로 교사들은 <원격수업 디자인 역량 향상, 동영상 강의 제작 스킬, 피드백 스킬, 학생 주의를 집중시키는 스킬 등>이라고 답했고 그중에서 ‘원격수업 디자인 역량 향상’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한숨 돌리며 차분히 한 가지씩 해결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글에서는 원격수업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격수업 설계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핵심요소1. 가르칠 내용의 우선순위 정하기

 

원격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모든 내용을 다 가르치기는 어렵다. 핵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때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오코너(O’Connor, 2020 4월 17일 Webinar)는 교수학습에서의 우선순위로 <① 학생과의 관계와 신체적·정서적·사회적 건강, ② 학습, ③ 평가>를 언급했다. ‘① 학생과의 관계와 신체적·정서적·사회적 건강’은 학습할 기분이 들게 하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면대면 교육이나 원격수업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으로, 학습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정답게 인사하고 교사의 사적인 근황도 얘기하고 학생들의 기분이나 근황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 유머나 스트레칭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것, 매우 새롭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학습할 내용을 정하는 과정은 가장 먼저 학습목표를 정하고 성취기준을 선정하는 일이다. 우선순위가 높은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은 어떤 것일까? R.E.A.L. 기준이란 것이 있다. 이는 Readiness, Endurance, Assessed, Leverage에서 첫 문자를 따서 만든 약자다. ‘준비도(Readiness)’라는 기준은 다음 수업, 다음 과정, 다음 수준의 준비로 꼭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선정하라는 것이다. ‘지속적 효용이 있는 것(Endurance)’이란 단 한 번의 평가나 특정 한 단원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 교과 학습에 두루 소용이 되는 지식과 스킬을 말한다. 어떤 읽기 글감에서 주제문과 핵심개념을 찾는 연습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평가 대상(Assessed)’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어서 학교시험이나 전국단위 표준화 시험에 출제될만한 지식과 스킬을 학습할 내용으로 선정하라는 것이다. 끝으로 ‘영향력(Leverage)’이라는 것은 범교과적으로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원리다. 어떤 데이터를 도표로 나타낼 때 적절한 도표를 선정하고, 그리고 분석하는 지식과 스킬 같은 것이 좋은 예다.

 

 

핵심요소2. 점진적인 학습책임의 이양(GRR)

 

‘점진적인 학습책임의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GRR)’이란 수업 모델이 있다. 이는 수동적이었던 학습자를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학습자로 변화시키는데 매우 유용한 수업 운영 원리다. 일명 ‘모든 학생의 성공을 위한 수업 모델(Model for Success for All Student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시범 보여주기(modeling), 학습 목표에 대해 명확히 소통하기, 안내하기(guiding), 스캐폴딩(scaffolding), 협동학습을 통한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近接發達領域]) 제공하기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독립된 학습자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교수학습모델로서 잘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다. 여기서 ‘책임’이란 수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활동의 주도성을 말한다.

 

GRR 4단계는 아래 <표 1>처럼 교사주도에서 점진적으로 학생주도로 나아가는 구조이다. 단, GRR 수업이 엄격히 이런 4가지 단계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50분짜리 수업 동안 이 4가지 단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학습할 내용에 따라 수업은 1.2단계 위주일 수도 있고 1.2.4 단계 혹은 1.3.4단계의 결합일 수도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4단계의 활동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으로 1단계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식이다.

 

<표 1> 점진적 학습책임 이양 모델(GRR)

각 단계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I do it”(=I do, you watch) 단계
교사가 과제를 수행할 때의 절차를 설명하거나 시범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과제 수행의 목표를 공유하고 자료의 내용 이해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원격수업에서는 모든 성취기준을 충실히 다루기 어려우므로 핵심을 추출하여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를 위해서도 핵심의 추출은 매우 중요하다.

 

2) “We do it”(=I do, you help) 단계
안내를 기반으로 하는 수업지도 과정이다. 이때 교사는 과제 수행을 위한 방향과 힌트를 제공하고 질문을 하면서 참여를 이끌어낸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제공하며 교사와 학생 간에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 학습자의 역할 비중은 약 40% 정도가 된다.

 

3) “You do it together”(=You do, I help) 단계
교사의 안내에 따라 동료들과 함께 자료의 이해도를 높이고 과제를 수행한다. 아울러 문제 해결의 기회를 탐색하며 토론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교사는 다양한 스캐폴딩과 피드백을 제공한다.

 

4) “You do it alone”(=You do, I watch) 단계
배운 지식과 기능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연습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며, 때로는 정보를 종합하고 개념을 전환하며 이해를 공고히 함으로써 능동적이고 능력 있는 학습자가 되게 한다. 필요할 때 교사는 격려한다. 이 단계에서 학습자는 수업의 90% 이상을 주도한다.

 

원격수업은 학습자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탐구하고 모니터링하며 조절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물론 이번 원격수업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 GRR 수업 모델을 제대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격수업에서도 온라인 콘텐츠와 수행 과제 제시를 넘어 더 활발한 상호작용과 모둠 학습은 물론 수준 높은 개별화 학습, 자기주도학습의 단계로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원격수업은 학생 스스로 학습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가 주도하는 ‘I do it’ 단계에서는 모델링(modeling) 즉 교사의 ‘시범 보여주기(예제 풀이 등)’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구체적인 모델링 방법은 과목마다 다를 수 있다. 수학이라면 학생이 풀어야 할 과제와 유사한 것을 푸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교사의 머릿속에서 작동했던 풀이 과정을 말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이때 학습자는 두려움 없이 또 인지과부하 없이 새로운 문제 풀이에 착수할 수 있다. 또 영어 읽기에서 주제문을 찾기 수업을 한다면 “주제문은 대개 문단의 첫 번째 문장이나 두 번째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로 제시한 이 단락의 경우는 첫 문장은 흥미를 끌기 위한 도입문이고 두 번째 문장이 주제문이 됩니다. 주제문의 요건을 잘 갖춘 예라 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모델링이다.

 

한편 ‘함께 학습하는 지도(We do it)’는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시간 양방향 강의의 경우나 과제 수행과 결합된 학습자료의 경우 개인 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호작용이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내가 따르는 협력학습(You do it together)’은 어떤가? 마침 Zoom과 같은 실시간 양방향 강의 수업 도구는 학습자를 소그룹으로 묶어서 토의를 시키고 활동을 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 수업에서도 모둠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습은 사회적이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배울 때 더 효과적이다. 앞으로 원격수업에서도 학생들 간 협업도 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진화시켜야 할 것이다.

 

끝으로 ‘독자적 학습(You do it alone)’은 어떤가? 독자적 학습이라고 완전히 학생에게 맡기고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교사의 안내나 발판 제공(scaffolding)을 할 수 있다. 다만 교사의 이런 도움은 전체 수업 중 1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사가 자료만 제공하고 어떤 안내나 스캐폴딩도 없이 바로 “You do it alone”을 기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좋지 않은 수업방식이다. 영어 읽기 수업이라면 “이 단락의 첫 문장은 흥미를 끌기 위한 도입문일까요? 아니면 두 번째 문장이 필자의 주장을 담은 주제문일까요?”처럼 살짝 힌트를 주는 것도 딛고 올라갈 발판(scaffolding)의 예가 될 수 있다. 스캐폴딩의 한 예를 든다면 영어 읽기 수업에서 “왜 주제문이 두 번째 문장일까요?”나 “두 번째 문장이 글의 주제와 그 주제에 대한 세부사항을 개괄적으로 담고 있나요?”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 역시 훌륭한 발판 제공이 된다. 답을 제시하지 않고 도움을 주어 스스로 한 단계 위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요소3. 피드백(feedback) 제공하기

 

교사들은 학습자가 자기주도학습 역량과 학습 동기를 갖추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런데 학생의 이런 역량과 학습 동기는 교사의 질 높은 피드백 제공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교사는 적시의(timely) 질 높은 피드백을 통해 학습자가 지금 자신이 어떤 지점에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이런 상황은 학습자가 자기 학습을 자기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해주며 학습 동기까지 유발한다.

 

피드백을 제공할 때 교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수업의 목표를 분명하고 구체적이며 도전적일 때만 형성평가와 피드백도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학습자가 현재의 위치를 안다는 것은 도달할 목표와 현재의 수준 차이를 안다는 뜻이고 형성평가와 피드백의 궁극적 목표는 학습목표와 현재의 위치 간의 갭(gap)을 줄이는 것에 있다. 피드백을 줄 때 교사는 형성평가의 3가지 요소(목표, 현재의 위치, 목표와 현재의 위치 간의 차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피드백에 대한 큰 오해가 있는데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피드백이란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죤 해티(John Hattie, 2019)는 가장 강력한 피드백은 학생으로부터 교사에게로 향하는 피드백이라고 강조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더 설명이 필요한 것 등에 질문과 요청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질문을 이끌어 내고 마음껏 질문해도 창피당하지 않는 교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교사가 제시하는 수업자료와 교수법에 대해 학생 의견을 묻고 경청함으로써 교수법을 수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피드백의 요소다. 학생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는 교사의 교수법이나 수업자료를 개선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학생으로부터 교사로 향하는 피드백에는 이런 것 말고도 많다. 학생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신체언어(body language), 행동, 회피전략, 이해와 관련된 끄덕임, 눈빛과 얼굴 표정, 학습 동기도 모두 학생으로부터 교사를 향한 피드백이다.

 

피드백의 핵심 역할은 교사·학생이 교수·학습법을 조정해 학생이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데 있다. 아울러 형성평가는 성적산출(grading)의 과정이 아니라 피드백(feedback) 제공을 위한 정보수집 활동(이해 정도, 진전도, 학습 필요성 파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양질의 교사 피드백 없이 학습자가 훌륭한 자기주도 학습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격이다.

 

피드백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는 개요만 소개하고 더 자세한 내용을 별도의 칼럼에서 다루기로 한다.

 

 

핵심요소4. 참여 이끌어내기

 

참여(engagement)는 모든 수업의 핵심성공요인이다. 원격수업에서 학생들은 틈만 나면 핑계를 대며 학습을 회피하거나 딴짓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온라인 원격학습은 학습자가 게임 등 더 재미있는 다른 콘텐츠를 곁눈질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원격수업은 면대면 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사가 학습자에게 통제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원격수업에 성공하려면 학생의 참여(engagement)를 이끌어 내고 학생 주도성(student autonomy)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하게 하려면 가장 먼저 학생들이 좋아할 다양한 메뉴를 맛깔스럽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어떤가? 현재 중고교의 경우 ‘인지적 학습에 초점 두기, 입시준비를 위한 시험 성적 향상에 초점을 둔 수업, 영상 자료에의 과다 의존, 일방적 콘텐츠 제공에만 집중, 인강 문제 풀이 및 해설 위주의 수업 제공’ 등이 위주이기에 몰입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초등의 경우도 EBS 영상 학습 자료나 e학습터 자료 역시 교과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교사의 자문자답식 해설 위주, 인강 문제 풀이식, 영상을 보고 과제 해결하기 등의 메뉴는 학습자를 몰입시키는데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원격수업은 면대면 수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의 집중이 어렵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모둠 학습, 체험 학습, 프로젝트 수행 등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특히 사고력을 키워주는 과제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제는 학생의 실생활과 관련된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예방이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는 어떤 수준까지 제약할 수 있는가, 개인의 동선(動線)을 자세히 공개하는 것은 다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것인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중단되어야 하는가?’, ‘원격수업이 학력 격차를 심화시킨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 또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고 불평등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아니면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주제로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짧은 논술문을 쓰는 활동도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다. 지금이 이런 주제로 가르치기에 딱 좋은 시기(teachable moment)다. 온라인 원격수업에서도 사고력 수업은 변함없이 강조되어야 한다.

 

지난 몇 주 간은 이런 것에 신경 쓰기 어려웠다. 그동안은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술 익히기, 접속 시스템의 안정, 출결 확인, 과제의 전달, 질문 받고 답하기 등 시스템적으로 작동 가능하도록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학생의 능동적 참여와 자주적 학습을 유도해 실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흔히 학생의 참여가 저조한 것을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기 쉽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는 오히려 교사의 역할에 달린 면이 크다.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① 내가 배울 가치가 있는 내용인가?”, “② 나는 해낼 수 있는가?”, “③ 나는 지금 수업에 참여할 기분인가?”라는 학생이 스스로에게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3가지 질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Yes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학습할 내용으로 어떤 것을 선정하고 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학습 난이도와 속도 그리고 학습자의 준비도(readiness)의 문제다. 수업 초기에 배경지식을 제공해야 기초가 부족한 학생도 수업을 따라 갈 수 있다. 자기 수준보다 너무 높은 내용에는 학습자가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세 번째 질문은 교사가 평소 학생에 대한 인정과 학생에 대해 갖는 기대 수준, 학습 분위기 연출능력 등과 관련된다.

 

학습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교사 수업에 대해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자기성찰(reflection)과 함께 교수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원격수업에 대해 어떤 것이 잘 작동했고 어떤 것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자료나 과제가 가장 학생들 마음에 들었는지, 학생들이 어떤 자료나 과제 수행을 가장 힘들어했는지, 학생들이 수업에서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업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학생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개인별 지원과 피드백의 제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전화, 웹 회의, 이메일, 기타 소통 수단으로 가능할 것이다.

 

 

핵심요소5. 평가 – pass/fail 방식의 총괄평가와 자기평가 실시

 

원격수업의 경우 형성평가는 필수적이지만 총괄평가나 성적을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처럼 성적에 민감한 나라에서는 성적의 불공정성에 대해 많은 불만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마다 사용하는 기기의 차이, 어려움에 봉착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의 차이, 학교마다 혹은 교사마다의 제공하는 학습 자료의 차이, 난이도의 차이 등이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학습 목표의 달성 여부만 가리기 위해 pass/fail 방식의 총괄평가는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원격수업 상황에서 진행된 총괄평가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격수업에서 면대면 수업에서 나가는 진도를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면대면 수업만큼 온라인 수업에 오래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가르칠 내용의 우선순위 정하기’의 R.E.A.L. 기준을 적용해 꼭 알아야 할 것들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격수업에서도 총괄평가가 이루어질 때 등교개학 후 지필 형태의 총괄평가, 교사의 구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기 방식의 구두 평가(oral defence), 배운 것을 적용해보는 수행평가 등을 볼 때 공정성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총괄평가는 하나의 중요한 외적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원격수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평가의 하나는 자기평가(self-assessment)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과 과제 수행, 목표 설정, 실천 계획 등에 대해 스스로 살펴보는 일이다. 성찰, 루브릭, 그래픽 오거나이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것도 좋다. 아니면 교사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수업 전: ‘나의 학습 목표는 무엇인가?’, ‘나의 학습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 수업 중: ‘나는 나의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가?’, ‘나는 계획대고 하고 있는가?’, ‘나의 수업 및 학습 전략은 효과적인가?’
• 수업 후: ‘나는 나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가?’, ‘내 계획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맺음말

 

이번 갑작스런 원격수업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도전과 기회를 제공했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지만 그 짧은 기간에 감동적인 협업 정신을 발휘해 모든 교사들이 훌륭히 적응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알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늘어날 것이다. 벌써 문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개선할 점들도 많다. 이참에 원격수업의 설계원리를 학습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간다면 향후 등교수업이든 온라인 수입이든 대한민국의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소개한 ‘성공적인 원격수업 설계를 위한 핵심 요소 5’를 기존의 원격수업에 보강한다면 교사와 학습자의 만족도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이런 원격수업의 실험이 한국 학교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좋은교사운동(2020). 원격수업에 대한 교원 인식조사
• Sunan M. Brookhart(2017). How to Give Effective Feedback to Your Students. ASCD
• Andrew Miller(2020). Summative Assessment in Distance Learning. Edutopia.
https://www.edutopia.org/article/summative-assessment-distance-learning
• Emily Wray(2011).
• https://threeteacherstalk.com/tag/shared-instruction/
• http://www.emilywray.com/rise-model

• https://www.slideshare.net/paulinabiwan/feedback-ppt-51314475
• https://www.teachermagazine.com.au/articles/the-importance-of-instructional-scaffolding
• https://docs.google.com/forms/d/1owndxi0NNRm52Tfde0_Fwq73Y8IgAQtcHDry04kkVy
• http://chenzheng.info/formative-assessment-templates/formative-assessment-templates-the-visible-learning-effects-of-formative-assessment-and-feed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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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oritizing the Standards Using R.E.A.L. Criteria
https://absenterprisedotcom.files.wordpress.com/2016/06/real-standards.pdf
• https://sites.google.com/a/mcoeapps.org/grr/home
• https://twowritingteachers.org/2014/01/22/teachingreminder/
• https://www.tes.com/lessons/IaOTyGQN9RNN-Q/gradual-release-model
• https://www.badiggers.org/beginning.html
• 7 Tips for Remote Teaching

My New Ed Week Video: “7 Tips For Remote Learning”


• Six Steps To Prepare for Remote Teaching
https://eltexperiences.com/six-steps-to-prepare-for-remote-teaching/
• Ten Ways to Engage and Instruct Students Remotely
https://www.connectionsacademy.com/news/releases/coronavirus-and-teaching-from-home-ten-ways-to-engage-remotely
• 5 Remote Teaching Tips from an Online Teacher
https://everfi.com/insights/blog/5-remote-learning-tips-from-an-online-teacher/
• Teaching Strategies for the Remote Classroom
https://www.wgu.edu/heyteach/article/teaching-strategies-remote-classroom19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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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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