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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된 문이과통합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97 김정빈,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연구원 2014.09.30

지난 9월 24일 교육부는 ‘2015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공청회 때 내용과 같다. 핵심은, 고등학교과정에서 현 선택형 교육과정을 수정하여, ‘선택과목’ 외에 문이과 구분없이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공통과목’이 새로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공통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실험 포함), 한국사 등이며, 사회와 과학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개발된다.

 

이는 작년 10월 교육부가 ‘문·이과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기로 확정 발표한 이래 근 1년만이다. 이번 개정의 출발은 원래 교육과정 개정이 아니라 ‘융합형 수능’ 개편이었다. 그런데 수능을 바꾸려면 기존 국가교육과정부터 이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공론이 형성됐고, 이에 따라 융합형 ‘교육과정’으로의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교육과정 개정 논의가 시작되고 나니 ‘융합’이라는 모토가 과욕이었음이 밝혀지고,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초부터 슬그머니 ‘융합’이 아닌 ‘통합’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엔 ‘통합’이라는 말도 힘을 잃어가면서, 아예 ‘통합’이라는 말도 빼고 그냥 ‘2015 개정 교육과정’이라 부르자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 9월 12일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제목엔 ‘통합’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정작 주제발표의 세부내용을 보면 ‘통합’이라는 말은 없어지고 “2015 교육과정 개정”으로 기술됐다. 그러고 나서 이번 발표에서는 ‘문이과통합’이라고 발표됐다. 그야말로 난맥상이다. ‘용두사미’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이런 난맥상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작년 8월 교육부가 ‘문·이과융합형 수능(안)’을 2017학년 수능(안)으로 처음 제시했을 때, 교육정책 전문가들 안에서는 과연 이 안이 현행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된 안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교육과정부터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것도 초·중학교 교육과정까지 손대는 전면개정으로 됐다. 그리고 개정된 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시행은 2021학년으로 늦춰졌다. ‘수능’을 바꾸려다가 안 되니까 원하는 수능안에 맞춰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바꾸게 된 ‘거꾸로’ 정책과정이 시작됐던 것이다. 정말 거대한 ‘땜질’이 시작됐다.

 

결국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시안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문·이과 공통필수 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수능에서도 이를 문·이과 공통필수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도입하겠다는 방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필수과정으로 있었던 제7차교육과정 및 2007개정교육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이명박정부는 2007개정교육과정을 시행하기도 전에 졸속으로 2009개정교육과정을 강행했는데, 이번 개정에 의해 2009년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셈이다. 현 정부가 원래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게 됐다. 지나간 교육과정과 수능에 대한 교육부의 ‘무지’에서 출발한 이번 ‘문이과통합’ 개정은, 지난 6개월여 간의 연구개발 과정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문이과통합’이라는 잘못된 목표에 발목 잡혀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이번 발표로 학교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정부의 ‘문이과통합’ 의지는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 교육문제에 ‘임기 내 실적’이라는 정치논리가 여전히 개입돼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그야말로 ‘시안’이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이제라도 이 ‘시안’을 두고 다시 논의를 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엔 ‘추진력’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다. 정치적 목적과 시간에 쫓겨 일방적으로 강행하다 보면, 지난 이명박정부처럼 실패하고 만다. 작년에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발표한 교육정책 대부분이 지난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을 폐기하는 것 아니었는가? 지금 만드는 새 교육과정은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계속 추진되고 시행될 수 있는 그런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 정부의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보완사항을 짧게나마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첫째, ‘문이과통합’을 계속 강조하고자 한다면, 문이과 공통과정이 ‘시안’에서 예정하고 있는 1년이 아니라 최소한 2년 정도는 돼야 한다. ‘시안’처럼 공통과정을 1년으로 하고 선택과정을 2년으로 한다면, 문서상으로 아무리 문이과 구분이 없다고 강변해도 학교현장에서는 1학년 공통과정 후 2학년 때부터 문이과 ‘분리’ 과정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문이과통합’의 핵심은 결국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인 만큼, 그 교과서 개발과 교사연수, 그리고 창의적인 통합교과 수업을 위한 기획 등에 충분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충분한 기획·검증과정 없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이전처럼 결국 각 교과별 교사가 ‘따로따로’ 번갈아 들어가는 ‘짜깁기’ 수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공통과정과 선택과정이 병존하는 이번 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능을 한 번이 아닌 두 번 치르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공통과정이 1년이든 2년이든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곧바로 ‘공통수능(수능Ⅰ)’을 치르고, 이후 선택과정이 끝나는 3학년 말에 ‘선택수능(수능Ⅱ)’을 치르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봄직하다. 수능과 학교교육이 ‘일치’해야만 수능에 의해 학교교육이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통수능’은 ‘절대평가’로 하고, ‘선택수능’은 ‘상대평가’로 하면 좋겠다. 물론 양자 모두 ‘등급제’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절대평가로 확정된 한국사나, 절대평가로 방향을 잡은 영어도 ‘공통수능’ 안에서 치러지도록 하면 될 것이고, 따라서 절대평가 여하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재수할 경우엔 ‘선택수능’만 다시 보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번 발표 시안만 보면 무엇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이고 무엇을 위한 수능개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설익은 아이디어 수준의 졸속 정책으로 인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여전히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의 전철을 더 심하게 밟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이과통합과정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향후 교육과정 개정과 수능체제 개편 논의과정에서는 현 정부의 보다 진정성 있고 진솔한 자세를 기대해 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기 내 실적’을 위한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이 글은 <여성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재구성한 글이다.

 

※ 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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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연구원 김정빈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회운동을 했다. 30대 중반부터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선생님이 되기위해 서울대 사범대에 다시 들어갔다. (사)한국교육연구소와 인연이 되어 최근까지 15년간 연구위원, 부소장으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관심 방향을 교육정책으로 돌리게 됐고,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으로 동국대 석박사과정에서 교육정책, 교육사회학을 전공했다. 그 후 대학강의와 교육정책 연구활동을 하던 중에 이찬승 선생님을 만나, 지금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교육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과 프랑스의 대입논술시험제도 비교 연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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