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24) – “가르침은 교사의 내면에서 시작된다”
– Parker J. Palmer, 『The courage to teach: Exploring the inner landscape of a teacher’s life (20th anniversary ed.)』 (Jossey-Bass, 2017) 비평

『The Courage to Teach』의 국내 번역서 소개: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한문화, 2005)
교사는 왜 번아웃에 빠지는가. 흔히 과중한 업무, 낮은 처우, 관료적 통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파커 파머(Parker J. Palmer)는 교사의 소진을 이러한 외부 조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과중한 업무와 관료적 통제의 이면에서,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이유와 의미로부터 멀어지는 ‘자기 자신과의 단절’에도 주목한다.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내면과 아무런 연결 없이 이루어질 때, 교사는 교실 안에서도 서서히 소진된다는 것이다.
『The Courage to Teach』는 1998년 출간 이후 미국의 수많은 교사에게 읽힌 교직 성찰의 고전이다. 저자는 미국 퀘이커 교육 전통에 뿌리를 둔 교육철학자로, 이 책은 교수법이나 수업 설계보다 먼저 교사의 내면세계로 들어간다. 제목의 ‘용기(courage)’는 라틴어 ‘cor’—곧 심장, 마음—에서 왔다. 용기 있게 가르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 중심에서 가르친다는 뜻이다.
이 책이 말하는 것
파머가 이 책에서 끝까지 붙들고 가는 주장이 있다. 가르침의 질은 교사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만이 아니라, 교사가 어떤 사람이냐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의 첫 장에서 “좋은 가르침은 기법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교사의 정체성과 온전성(identity and integrity of the teacher)에서 나온다”고 선언한다. 이때 정체성이란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에서 의미를 느끼는지를 알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온전성이란 그러한 내면의 가치와 실제 삶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것을 뜻한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물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째, 교사는 왜 두려움 속에서 가르치는가. 둘째, 앎이란 무엇이며 교사는 앎의 대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셋째, 교사 공동체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파머는 교실을 ‘두려움의 공간’으로 묘사하는 데 서슴없다. 학생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낼까 봐 두려워하고, 교사는 교실의 통제력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학생은 질문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교사는 정답과 통제를 앞세우게 된다. 이 두 두려움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 대안으로 파머는 ‘환대의 공간(space of hospitality)’을 제안한다. 열려 있되 경계가 있고, 학생을 받아들이되 아무런 규범도 없는 것은 아닌 공간이다. 학생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무지와 혼란, 미완성의 생각을 가져올 수 있는 교실을 뜻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을 여는 것은 특정한 수업 기술만이 아니라 교사의 존재 방식이다.
파머는 수십 년 동안 학생들에게 ‘좋은 교사’를 묘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학생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방법보다 교사의 존재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좋은 교사는 연결의 능력을 지닌다. 자신과 주제, 학생 사이에 복잡한 연결의 그물을 짤 수 있으며, 그 덕분에 학생들도 스스로 세계를 짜는 법을 배운다.”
좋은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고, 그 주제를 학생의 삶과 연결하며,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과 세계에 연결되도록 돕는다. 파머에게 가르침은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교사와 학생과 주제 사이에 살아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파머는 또한 앎의 방식을 새롭게 바라본다. 근대 이후 서구 교육은 앎을 ‘분리된 관찰(disconnected observation)’로 이해해 왔다. 객관적인 지식을 얻으려면 관찰자가 대상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머는 이러한 인식 방식만으로는 앎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연결된 앎(connected knowing)’을 강조한다.
그에게 진정한 앎은 대상을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주제를 사랑해야 한다. 식물학자가 식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 세심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듯이, 사랑은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는 감정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로 이끄는 인식론적 태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파머는 이 모든 논의의 바탕에 놓인 교사의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우리 중 많은 이가 마음의 이유로—어떤 주제에 대한 열정과 사람들이 배우도록 돕고 싶은 마음으로—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중 많은 이가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마음을 잃는다.”
파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바로 그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는 길을 교사들과 함께 탐색하기 위해서다.
한국 교육의 맥락에서 읽으면
이 책의 문제의식은 한국 교실에도 낯설지 않다. 한국의 많은 교사가 임용 이후 비교적 빠르게 소진을 경험한다. 수업 혁신 연수를 받고 새로운 방법을 배워 돌아와도 교실에서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파머라면 그 이유를 교사의 기술 부족에서만 찾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법이 교사 자신의 교육적 신념이나 가르치는 이유와 연결되지 못하면, 연수에서 배운 방법도 교실의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볼 것이다. 배운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는 왜 가르치는가’, ‘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만나게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사 교육과 연수에서는 교수법과 수업 모형은 많이 다루면서도 이러한 물음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물론 수업의 변화가 더딘 이유를 교사의 내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입시와 평가, 과도한 교육과정, 행정업무와 생활지도의 부담도 교사의 시도와 자율성을 크게 제약한다. 따라서 파머의 문제의식은 구조적 조건을 대신하는 설명이 아니라, 구조적 설명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교사의 내면과 가르침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게 하는 관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교육의 또 다른 문제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주제와 맺는 관계다. 입시 체제 안에서 교사는 교과 내용을 시험을 위해 전달해야 할 정보로 취급하도록 구조적인 압박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파머가 말하는 ‘주제에 대한 사랑’이 자랄 여지는 좁아진다.
그러나 수학 교사가 수학의 아름다움을, 문학 교사가 언어의 감촉을, 과학 교사가 자연현상에 대한 경이로움을 수업 안으로 가져올 때 학생은 다르게 반응한다. 교사 스스로가 그 주제의 진정한 탐구자일 때 교실에는 다른 에너지가 흐른다는 것이 파머의 주장이다. 이는 학습과학이 말하는 교사의 열의(enthusiasm)와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의 효과와도 만난다.
교사 공동체에 대한 파머의 제안 역시 한국 교육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는 교사들이 서로의 내면을 나누는 ‘신뢰 서클(Circle of Trust)’을 오랫동안 실천해 왔다. 전국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교사 학습공동체와 교과 연구모임도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교사 공동체가 수업 자료와 방법을 공유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언제 학생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가’,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고 두렵게 하는가’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파머는 그러한 공동체가 교사 회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책은 빛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파머의 언어는 아름답고 울림이 크지만, 구체적인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는 추상적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환대의 공간을 만들라’는 요청은 강렬하지만, 한 학급에 20명이 넘는 학생이 있고 수행평가와 학교폭력 사안 처리로 분주한 한국 교사에게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는 독자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또한 이 책은 교사의 내면 성찰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구조적 조건의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한다. 교육과정 과부하, 경쟁적인 입시와 평가 체제, 교사의 과도한 업무와 낮은 자율성은 교사 개인의 각성과 성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교사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가르침의 의미를 회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잘못 사용되면, 구조가 만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미 지쳐 있는 교사에게 더 성찰하고 더 헌신하라고 요구한다면, 『The Courage to Teach』의 메시지마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교사의 내면 회복과 교육 구조의 개선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다. 둘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맺으며 – 바꾸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킬 것
파머는 책 곳곳에서 교사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이 일을 시작했습니까.” 그러나 한국의 교사들에게 이 질문을 던질 때는 신중해야 한다. 교사가 처음 품었던 뜻을 잃었기 때문에 입시 중심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해진 교육과정과 진도, 시험 범위와 성적 산출, 학부모의 요구와 과중한 행정업무는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제한한다. 이러한 조건을 외면한 채 교사에게 내면의 변화만 요구한다면, 소진된 교사에게 또 하나의 책임을 얹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The Courage to Teach』를 한국 교육에 적용한다는 것은 입시 교육에서 당장 벗어나거나 모든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라는 뜻일 수 없다. 파머의 메시지는 오히려 바꾸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교사가 무엇을 잃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시험을 준비시키면서도 과목을 정답과 문제 풀이 요령의 묶음으로만 다루지 않는 것, 진도를 나가면서도 학생에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한 번 더 묻는 것, 틀린 답을 곧바로 지우기보다 그 답이 나온 이유를 함께 살펴보는 것, 수업의 한 대목에서라도 교사가 그 내용을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 들려주는 것. 이러한 작은 선택까지 입시 체제가 완전히 빼앗을 수는 없다.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면, 더 열정적으로 일하거나 구조적 한계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당장은 바꾸기 어려운 것을 구분하고, 한 시간의 수업에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자신의 무능으로 돌리지 않고, 동료들과 수업의 어려움과 의미를 나누며, 학교와 제도가 마련해야 할 조건을 함께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작은 실천이 입시 중심 교육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파머가 강조하는 내면 성찰은 교육과정 과부하, 경쟁적 입시, 평가 체제와 교사의 업무 부담을 바꾸는 제도 개혁을 대신할 수 없다. 그의 논의는 구조 개혁의 대안이라기보다, 바꾸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교사가 자신의 교육적 중심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언어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
좋은 가르침은 교사의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내면의 힘만으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교실에서 살아남으려면 동료의 지지와 학교의 신뢰, 교육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교사에게 필요한 용기는 모든 현실을 혼자 바꾸겠다는 용기가 아니다. 자신이 지키려는 교육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교실에서 가능한 만큼 실천하며,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요구하는 용기일 것이다.
| <교실 적용 팁>
파머의 철학을 한국 교실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으로 옮겨 본다면 다음과 같다.
① ‘왜 가르치는가’ 글쓰기 (학기 초 교사 자신을 위해)
② 수업 시작 3분, ‘두려움 줄이기’ 루틴
③ ‘내가 이 주제를 좋아하는 이유’ 수업 도입
④ ‘연결된 앎’ 수업: 관계 맺기 과제
⑤ ‘내면 나누기’ 소규모 교사 모임 (월 1회) |
참고 문헌
• Center for Courage & Renewal. (n.d.). Courage & Renewal touchstones for creating trustworthy space.
• Frenzel, A. C., Goetz, T., Lüdtke, O., Pekrun, R., & Sutton, R. E. (2009). Emotional transmission in the classroom: Expl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eacher and student enjoyment.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01(3), 705–716.
• Palmer, P. J. (2017). The courage to teach: Exploring the inner landscape of a teacher’s life (20th anniversary ed.). Jossey-Bass. (초판 1998년 출간).
• Symons, C. S., & Johnson, B. T. (1997). The self-reference effect in memory: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21(3), 371–394.
|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