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업 참관기

2013년 1월 뉴욕의 한 공립학교 4학년 교실, 스무 명의 학생과 두 명의 교사가 원 모양으로 둘러앉아 있다. 교사는 모든 학생에게 각각 길이가 다른 털실을 한 가닥씩 나누어 준다. 그리고 각자에게 주어진 털실을 힘껏 잡아당겨 끊어 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몇 번 힘을 주어 당기자 털실은 쉽게 끊어져 버린다. 어떤 아이들은 단번에 털실을 끊어내기도 한다. 털실을 끊으며 무엇을 느꼈는지 교사가 아이들에게 묻자 많은 아이들은 실이 너무 쉽게, 시시하게 끊어져 버렸다고 말한다.
곧 이어, 교사는 모든 학생들에게 또 다시 털실 한 가닥씩을 나누어 준다. 이번에는 모두에게 나누어 준 털실을 다시 한데 모아 스무 가닥의 털실 양끝을 묶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데 묶인 털실을 끊어 보도록 지시한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오자 있는 힘껏 털실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털실은 잘 끊어지지 않는다. 모든 학생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안간힘을 써 보지만 결국 털실묶음은 끊어지지 않은 채 교사에게로 돌아온다. 이번에도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느꼈는지 물어본다. 학급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남학생은 쉽게 끊어질 줄 알았던 실 묶음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 한 여학생은 약한 털실들도 여러 가닥이 함께 모이면 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털실 실험에서 본 것처럼 우리도 혼자는 약하지만 함께 뭉칠 때 강해질 수 있으므로 서로 돕고 협력하며 나아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 활동을 마무리한다.
곧 이어 새로운 활동에 들어가며, 교사는 학급나눔 (class meeting)을 진행할 자원자가 있는지를 묻는다. 곧 한 남학생이 지원을 하자 교사는 이 학생에게 간단한 지시사항을 알려준다. 진행자가 된 학생은 급우들을 향해,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감사나 사과를 표할 것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곧 한 여학생이 손을 들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급우들의 이름과 그 상황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곧이어 다른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그리고, 그 학생은 최근에 자신이 친구들을 귀찮게 하고 화나게 한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사과의 말을 들은 학생이 먼저 사과해 준 데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자신 또한 화낸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한다. 다른 학생들도 연이어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한동안 머뭇거리던 한 남학생이 자신이 그 일로 다른 친구와 그 여학생의 험담을 뒤에서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자, 험담의 대상이 된 여학생은 당황하여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감동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 학급에서 가장 유머러스해 보이는 한 남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 학생은”I love you all”이라고 외치며 남학생, 여학생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며 모두에게 포옹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학생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이 남학생의 포옹을 받아 준다. 모두들 활짝 웃으면서 서로에게 “I love you.”라고 말한다. 필자까지 포함한 학급의 모두와 포옹을 마친 후 이 학생은 “We are all united under God. We are all brothers and sisters. I love you all”(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이고, 모두 형제자매야. 나는 모두를 사랑해.) 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이 남학생의 행동은 하나의 공동체가 용서와 화해를 통해 사랑으로 하나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학급 나눔의 끝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해 주었다.
이 장면은 미국의 한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에서 행해진 사회성-감성교육 수업의 모습이다. 수업을 참관한 후에 수업을 담당했던 교사와 대화해 본 바에 따르면, 이 학급의 담임교사가 학급 학생들 간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학급 내의 갈등에 대해 토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학급 나눔 활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렇게 쉽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아이들의 솔직한 행동과 태도에 무척이나 감동받았으며, 특히 모든 학생들에게 포옹을 나누고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던 남학생의 행동에 감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수업을 마치고, 교사와 학생들 모두는 훈훈한 가슴을 안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고 있었던 여학생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을 것이 틀림없다. 이 수업을 참관하고 필자가 느낀 점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쉽게 타인을 용서하는 마음과 능력이 어린 학생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만 해도 아이들은 마음에 불편함으로 남아 있던 일들을 쉽게 용서하고, 화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공립학교 대부분에서 이렇게 학급 전체가 함께 갈등을 해소해 나갈 기회조차 거의 제공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교육자들이 이러한 사회성-감성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개개인의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갈등해결 능력을 높이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협동심을 키워갈 수 있는 수업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수업 외적으로도 그런 능력들을 연습하고 발달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학입시를 대비시키고 시험을 치르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는 많은 학교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삶의 기술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그러한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한 연습과 기회의 장을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 가는 학교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메일 js248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