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예비교원을 위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

#1318 최서윤,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2025.07.02
교사는 사회정서교육을 이끌어 가는 교육자인 동시에 역할 모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예비교원 양성과정의 단계에서부터 사회정서역량을 키워줄 것을 강조합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시행과 함께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24년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실시하기에 앞서 “교실 혁명”을 내세워 사회정서교육을 이끌어 갈 선도교사를 선발하여 우선 교육하였다. 선도교사들은 사회정서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모델이 되어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교육현장을 보면서 “교육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한 장 자크 루소(Rousseau)의 말이 떠올랐다.

 

교사라면 ‘내가 교육하는 아이가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를 고민할 것이다. 또는 ‘어떤 인간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교육할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실은 교사 자신이 ‘어떠한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가?’를 자문하며 고민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더 앞서서 예비교원들은 ‘왜 교사가 되고자 하는지, 내가 바라는 교사상(像)은 무엇인지,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이 교육 현장에서 갖는 의미와 그 영향력은 이전부터 연구되어 온 중요한 주제이다. 우리는 교사의 사회정서역량과 직무 만족, 교사 효능감, 학생과의 관계, 학생의 학업성취도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은 학생의 자기이해와 정서 표현, 관계 맺기, 학습 몰입에 있어 교사와의 좋은 관계 형성 및 교사의 지지적 태도를 유도하며, 학생의 사회정서 발달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선도교사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 교사의 역량이 몇 번의 교육으로 쉽게 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사회정서역량은 개인의 발달 과정에서 오랜 기간 영향을 받으며 키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교사가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더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시행은 교사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게 하는 전환점이다. 교실 혁명의 취지에서 볼 때,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 공감하며 사회정서교육을 이끌어 가는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역할 모델이다. 그렇다면 그 준비를 어떻게, 언제,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바로 ‘예비교원 양성과정의 단계’에서부터라고 제안하고 싶다.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회정서교육’(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을 쉽게 표현하자면, 자기이해와 감정 인식 및 조절, 사회적 인식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 건강한 관계 형성을 길러주는 통합적 교육 접근이다. 이를 통한 교육적 분위기는 교사의 수업 역량뿐 아니라 학급 분위기, 학생과의 관계, 학부모와의 소통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교육현장은 공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성 존중과 긍정적인 상호 교류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또래 간 갈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학교폭력 증가와 학교 부적응, 관계 실패, 학습 결손, 마음 건강 문제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더욱 강조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 속에서 교사는 ‘지식만 잘 전달하는 사람’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감정을 다루고, 관계를 이끄는 리더십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 자신의 자기이해, 감정 조절, 사회적 관계 형성 등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자기이해, 타인 존중, 공동체 의식 향상 및 마음 건강 등 사회문화적 맥락에 적합한 SEL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자기이해’는 감정 인식과 표현, 조절을 포함하는 역량으로, 사회정서교육의 첫 단계이자 중요한 초석이다. 따라서 교사의 사회정서역량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리터러시’를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예비교원 양성과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예비교원 단계에서 시작하는 사회정서역량 골든타임

 

예비교원들은 임용에 합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 사회정서와 관련된 영역은 경험하지 못한 채, 어려운 고시에 합격하여 교사가 된다. 교사가 되고 난 후에는 어렵게 공부했던 교육학 이론을 활용하기는커녕, 주로 학생 생활지도와 학생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즉,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 교사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회복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교단에 서는 경우가 많다. 정작 교사가 되기 위한 교원 양성과정의 교육은 이론 중심과 지식 습득에 치우쳐, 사회정서 발달을 위한 교육이나 자신의 마음을 살펴 스스로 사회정서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표현하는 정서는 습관적인 경우가 많고, 발달 초기부터 형성되어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표현하며 조절하는 정서 관리 역량에는 꾸준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자신이 소속된 직업적 특수성과 상당 부분 관련성이 높아, 사람과 관계하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하다. 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언행, 감정 반응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 학생들과의 관계, 동료 교사와의 관계 등의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자동화된다. 자동화된 부정적 감정 인식과 표현은 교사의 급진적인 소진과 교사 효능감 저하, 마음 건강의 적신호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예비교원 시기부터 자신은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 성찰하고, 감정의 습관을 인식하여 건강한 표현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 교사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정서적 소진’과 ‘관계 갈등’이다. 직장 내에서 온종일 많은 사람과 만나 관계하는 직업인 교사들은 자신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사회정서역량은 이를 예방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가 되며, 교직 진입 후 사회 적응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예비교원 과정에서부터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를 맞이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교사와의 관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회정서교육은 학생의 발달 특성과 정서 상태를 반영한 따뜻한 수업 설계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 즉, 학생의 정서적 요구에 민감한 수업을 실현하게 해 줄 수 있다. 이는 교원 양성과정에서부터 배움을 경험하고, 교육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즉시 적용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는 이러한 골든타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교사를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사회정서역량을 위한 교원양성 교육과정

 

현재 사범대와 교대의 교육과정에는 사회정서교육이 정식 교과로 개설되어 있지 않다. 교직 필수 과목으로 편성된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생활지도 및 상담’ 교과는 한 학기에 각각 2차시씩만 편성되어 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마련된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 함양을 위한 ‘디지털 교육’은 한 학기에 1차시만 지정되어 있다. 새로운 교육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직에 있는 교사 교육뿐만 아니라, 교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원 교육과정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정책이 현장에 연계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매년 임용고시가 실시되고, 신입 교사는 지속적으로 학교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정서역량을 위한 교육과정이 교직이론 이수 과목 중 정규 교과로 개설될 필요가 있다.

 

예비교원의 사회정서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교수 방법의 변화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각 학교 급별로 6차시의 실습 중심 참여형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가르침과 교육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실습하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나눔을 체험할 때 사회정서교육이 지닌 목표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준비는 일상 속 습관으로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교수 방법의 방향은 이론 중심이 아닌 실습과 체험 중심의 참여형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자기 성찰을 위한 저널 쓰기, 감정 인식과 표현 훈련, 학생 모의 상담, 집단 활동 등의 경험 기반 학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의 역량 기준과 운영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한다. 각 대학의 교원양성기관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정서교육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래 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공감’, ‘관계’, ‘회복’을 제안하고 싶다. 학생의 마음을 살피는 교사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비교원에게 사회정서교육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역량을 학습적인 접근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학교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학생과 함께 동반성장하며 ‘좋은 교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함께 여는 일이다. 보편적 마음교육이 학생에게 시행되기에 앞서, 예비교원 과정에서부터 먼저 체험되고 내면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교사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인쇄(Print)하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최서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삶의 길은 하나뿐인가? ‘병렬 경로’를 여는 미국의 직업 및 기술 교육 다음글 성과 없는 성과급, 도대체 언제까지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