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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중고등학교 도서관을 밤 10시까지 열자!

#1187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5.01.08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교육 거버넌스가 학교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단위 학교의 자율권 확대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예산에서부터 학교 자율권을 확대해 보자.” [본문 중에서]

 

 

이 글의 제목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처럼 들린다. 일반 학교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 중에서 일부는 이미 실행하고 있고, 어떤 일반 고등학교는 자율학습을 위해 도서관은 아니지만 교실이나 학교 공간 일부를 밤까지 열어두기도 한다.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도서관을 밤 10시까지 개방하는 중학교는 없다. 대개 고등학교도 밤에는 도서관을 개방하지 않는다. 필자는 도서관을 1층 중앙 현관 옆으로 옮기고 밤 10시까지 개방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도서관의 개념과 역할을 확장해 보자. 책을 모아두고 빌려주며 꺼내 읽는 곳을 넘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배우고 탐구하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학교는 올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는 학교가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이 질문을 확대하면 다른 질문으로 변한다. 올해 교육부는, 교육청은, 교사는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까? 교육부와 교육청이 올해 무엇을 할지를 알아야 학교도 이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학교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예산 소요가 거의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은 드물다. 학교 운영비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운영비이지 더 좋을 교육을 위해 투자할 정도의 돈이 아니다. 학교가 뭔가를 하려면 어딘가에서 돈을 받아와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청이 학교에 총액 개념의 통 예산을 일정액으로 주고 학교가 학생을 위해 어디에 투자할지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교육청도 나서지 않으니 학교 자율권은 요원한 일이다. 지금 현실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새로운 사업을 많이 펼치면 학교가 새롭게 뭔가를 더 추진할 여력이 없고, 교육부가 마비되고 교육청이 작년 사업을 반복해도 예산이 없는 학교는 새롭게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없다. 학교가 뭔가를 스스로 결정하여 집행할 수 없는 현실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이를 당연한 현실로 내면화하여 학교가 자율적 의지를 갖지 못하고 감사와 규정을 걱정하며 방어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가 올해 무엇을 할지 논의하려면 먼저 교육부와 교육청이 올해 어떤 상황에 놓일지를 고려하여 어떤 범주의 일을 할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A. 교육부와 교육청이 추진하는 사업을 학교의 필요에 맞춰 수행한다.
B. 교사가 올해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의 지원을 얻는다.
C. 교사가 학교 자체 자원으로 올해 새로운 일을 추진한다.

 

A가 학교의 현실이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 개별 학교의 상황에 맞게 집행한다. B는 바람직한 형태지만, 학교가 마음대로 쓰라고 돈만 주는 교육청은 없다. 교육청은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할 때 돈을 준다. 학교는 학교가 하려는 사업의 담당자에게 예산을 문의하면 부정적인 답이 돌아온다. 다만 운이 좋으면 하반기에 일부를 얻을 수는 있다. 대개 교육청을 설득하여 돈을 받아올 수 있는 교장은 드물다. C는 교사 그룹이 기존 예산 외 추가적인 학습공동체나 소수 학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처럼 작은 규모로 단기성 완결 사업을 추진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교사 개인이 나서면 혼자 영혼을 갈아 넣거나 업무가 늘었다고 주변에서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교사와 교직원에게는 새로운 업무 부담이 발생한다. 교사와 직원의 업무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도 학생을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최선이다. A, B, C는 그저 선택지일 뿐이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학생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교장과 교사들이 올해 새로 무엇을 할지 고민할 의지가 있다면 ‘B 범주’에서 논의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B 범주 내에서 찾으려면 먼저 올해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환경부터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교육부는 멈췄다!

 

1월 3일 공수처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들고 대통령을 체포하러 갔으나 경호처에 막혀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개인에 의해 민주공화국의 법치가 마비된 지금은 국가적 위기이자 권력과 정책의 공백 상태이다. 이 위기가 언제 마무리될지 당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혼란 수습의 기준이며, 헌법재판소가 4월 이전에 탄핵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올해 펼쳐질 교육부의 정책 상황은 헌재 판결 즉 조기 대선 일정 확정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정부와 새 정부 사이에서 과거 정책을 수습하고 새 정책과 맞추는 일이 올해 교육부의 거시적 상황이다.

 

교육부가 연초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올해 업무 보고는 당연히 없다. 대행의 대행이 형식적으로라도 업무 보고를 받으려면 영장 집행 후 국가 통치 체제가 대행 체제로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의 영장이 집행되면 사실상 조기 대선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올해 업무계획은 국무회의를 거쳐 구정 후 부처별 자체 발표로 갈음될 수 있다. 올해 교육부의 정책은 거의 예측할 수 있다. 작년 11월 19일 보도된 「윤석열 정부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에 담긴 내용 외에 새로운 정책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 발표되는 문건처럼 만들어진 「윤석열 정부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에는 9대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여기서 고등교육 분야 3개 및 교육부 개혁 1개를 제외하면, 유초중등 영역에는 5개 과제(유보통합, 늘봄학교, 함께학교, 교실 혁명, 입시 개혁)가 남는다. 교육부는 이 5개 과제를 위해 만들어진 예산 중에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예산은 늦추고, 늘봄학교처럼 이미 세팅된 사업이나 운영 예산은 조기에 집행할 듯하다.

 

그런데 정작 교육부가 상반기에 당면한 큰 과제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문제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이다. 디지털교과서는 법률에 따라 교과서 지위를 상실하였으므로 학교는 이 교육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교사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교육부는 새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요청하였지만,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디지털교과서는 사실상 올해 3월에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로) 사용되지 못한다. 교육부의 법률안 거부권 요청은 추후 소송에 대비한 변명 쌓기로 보인다. 어쩌면 관료들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고 그 후속 조치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후속 조치란 결국 디지털 수업 및 학습자료 플랫폼이 될 듯하다. 26학년도 의대 정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미 이슈가 정치화되어 교육부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과연 현 상황에서 누가 이 이슈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교육부가 24학년도 정원으로 다시 감축한 후 원점에서 의대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교육부는 시간을 보내며 새 정부가 들어와 수습하기를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에서 먼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 사안은 대선 이후로 논의가 미뤄지고, 그러는 사이에도 대학 입시 시계는 계속 흘러가 27학년도 정원을 논의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기존 안을 고수하면 누구의 손해인가. 교육부인가, 의료계인가, 의대인가, 전공의인가, 의대 학생인가. 다만 국민의 피해는 분명하고 확실하다. 이렇듯 교육부가 직면한 올해의 두 과제는 학교 현장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아니다. 학교 현장을 위해서라면 교육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교육청이 만드는 온라인학교와 추가 인건비 정도 외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이다. 교원 증원, 교과목 개발, 대학 입시와의 충돌 해소, 나이스 개편은 의제에 오르지도 못하고, 논서술형평가지원센터 등은 2년이 지나도록 무소식이다. 이 상황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견디는 일뿐이다. 교육부는 학교를 도와주지 않는다.

 

교육부는 새로운 정책도 없고 이미 발표된 정책을 추진할 동력도 없으므로 단지 선별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며 새 정부를 기다리게 된다. 새 정부가 들어와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더라도 그것을 집행하려면 새로운 예산과 사람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올해 우선 과제는 정책, 인력, 예산의 정리 정돈과 새로운 계획 수립이다. 올해는 교육부로 인해 학교 현장이 영향을 받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교육청은 올해 어떤 정책 기조를 가져갈까.

 

 

교육청은 기존 사업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연말 전국 교육감들은 신년사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25년 계획을 밝혔다. 신년사의 미사여구 속에서도 새로운 대학 입시, 온라인학교, 공유학교를 키워드로 하는 경기도 교육감의 신년사는 기억에 남는다. 곧 발표한다는 새로운 대입 제안도 기다려진다. 올해 3월 새 교육과정 시작에 맞춰 여러 교육청의 온라인학교 서비스가 시작된다.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사업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에게 도움이 되고 사교육 수요를 해소해 주려면 한번 만들어 놓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수업을 추가하고 삭제하고 개선해 나가는 사업으로 지속해야 한다. 공유학교도 특별한 소수가 아니라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열린 공유학교로 만들어져야 한다. 올해 교육감들의 신년사에서 읽을 수 있는 전국 교육청의 기본 기조는 지금까지 추진했던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새로운 사업이 없다. 또 내년에는 지방 선거가 있다. 내년을 위해 올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돈을 써서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교과서에 쓰기로 예정된 예산은 대기 중이고, 고교무상교육 예산도 정부 부담이 3년 더 연장되어 예산 상황이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교육청은 소확행 사업을 새로 추진할 수 있지만, 제도의 변화처럼 큰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교육청이 성과를 만드는데 협조하여 무엇을 하거나(A), 새로 교육청에 제안하여 뭔가를 할 수 있다(B). 앞에서 말했듯이, A는 이미 고정된 사업이므로 B만을 놓고 얘기해 보자.

 

 

학교는 올해 무엇을 할까?

 

올해 새 교육과정이 시행된다. 학교는 새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기 위해 더 많은 과목을 개설하고, 교육청이 좋은 온라인학교를 만들었다면 학생들에게 이를 잘 안내하여 적극적으로 수강하게 하며, 학생 주도성을 키우는 수업 개선과 논서술형문항 평가역량 제고에 나서야 한다. 올해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필자의 제안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선으로 줄이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생 개인별 학습 및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일이다. 2025년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6세 인구(2018년 출생)는 33만 4,145명으로, 전년(36만 4,740명)보다 3만 595명(8.39%)이 감소했다. 초등학교 학년에 따라 학급당 인원을 조정하면, 모든 학교까지는 아닐지라도 많은 학교에서 초등 1학년 학급당 15명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학생을 돌보고,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들부터 초등학생 정서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받는 것이다. 즉 외부 기관과 연결하여 전문가의 지원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 재교육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행해 보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청이 체계적으로 확대한다면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앞에서 얘기했던 중·고등학교 도서관 1층 이전과 개방이다. 1층 도서관 옆으로는 데크와 차양을 만들어도 좋다. 돈이 들고, 교사의 업무가 늘어나는 일이다. 도서관 내부 공간 구조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사서 교사가 퇴근한 후 누가 밤까지 남아서 공간을 관리할지, 남은 아이들 밥은 어떻게 할지,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시설 관리는 누가할지 등이다. 이 제안의 목적은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함이다. 왜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는지는 굳이 조목조목 열거하지 않더라도 학교 선생님들이 아시리라 믿는다. 다만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사교육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을 오래 학교에 붙잡아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으나, 학원과 PC방보다는 학교 도서관이 더 좋지 않을까. 도서관을 1층으로 이전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책들은 교실 옆 복도로 옮겨놓자. 많은 책이 분실되거나 훼손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책은 장식품이 아니고 독자 곁에 있어야 생명력이 생긴다.

 

 

학교 자율권이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저널 편집진이 필자에게 준 질문은 학교 교육의 아쉬운 점과 개선 방향이다. 올해 학교는 무엇을 할까. 이 질문은 우리 사회의 교육 거버넌스가 학교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변화와 실행의 주체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위 학교의 자율권 확대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학교 내 교육은 학교가, 학교 안팎 행정은 교육청이 맡아서 학교를 지원하는 구조가 인구감소 시대의 초고령화 사회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 볼 수 있는 교육 거버넌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에서부터 학교 자율권을 확대해 보자.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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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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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양은숙 수정 삭제

    대한민국 내에서도 학교현장의 환경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서울, 부산처럼 큰 도시의 중심지에서는 과밀학급으로 올바른 교육과정을 구현하지 못하지만, 동시에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모자라 복식학급을 운영하다보니 올바른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교육환경으로 획일적으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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