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4년을 정리하는 특집호를 내면서
| “소위 저널이란 피륙을 짜며 저희가 놓쳤던 거칠고 성긴 구석을 확인하며 부끄러웠지만, 새해로 가는 자성의 자리에서 감수해 마땅한 몫이라 여깁니다. 새해에는 부끄러움을 줄여가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꾸준히 독자 여러분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본문 중에서] |
학교 교육의 근간이 무너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2024년에 분명하게 확인했습니다. 모르던 바도 아니었고 못 느꼈던 바도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극적인 사건들로 그 현실이 통렬하게 드러났습니다. 늘 위태롭던 민주화의 길은 양극단 무리의 ‘부족적’(部族的) 쟁투로 함몰되었고, 교육을 이끌어야 할 선생의 위엄은 ‘교육 시장’의 점원이거나 ‘교육 소비자’의 노비 자리로 팽개쳐진 현실을 두 눈 똑똑히 뜨고 보아야 했습니다.
민주 시민사회를 잃고는 교육이 가능할 수 없으며, 선생을 제자리에 세우지 못한 채로 교육은 교육일 수 없을 터입니다. 정반합으로 구르는 논의가 무한하게 그리고 속박 없이 허용될 수 있는 민주 사회는 교육에 불가결한 환경이며, 기지(旣知)에 안주하는 사람의 생리를 거슬러 미지(未知)로 학생을 이끌 선생의 존재는 교육의 전제 조건입니다. 이념적인 부족(部族) 싸움이 시민사회를 온통 불사르고,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상업이나 마찬가지인 행위로 규정하는 사태에서 학교 교육이 지탱될 여지는 남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스스로 벌여 놓은 핵심 사업에 대해 이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힘으로 사회 난제 해결’이라는 비전 아래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목표로 교육개혁 과제를 총 3대 분야 9개 과제로 설정하여 속도감 있게 추진해 오고 있다.” 심각하고도 수두룩한 교육 난제는 도외시하면서 사회 난제를 들먹이고 있고, 사람 됨이나 공공선의 요건은 안중에 없이, ‘맞춤’의 이름으로 ‘수요자’의 비위를 먼저 살피고 있습니다. 또 ‘속도감’은 웬 수사이며 부언입니까? 무심코 내뱉는 언사들에서 교육을 망각한 대중 영합의 습성을 봅니다. 속도는 비위 맞추기의 미덕일지 모르지만, 교육에는 천적의 악습입니다. 교육은 완미(玩味)와 축적에 힘써야 하는 과업일 것입니다.
교육 정책이 길을 잃은 사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정권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특정 단체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반세기 이상 혼미해져 온 과정이고, 역사를 따라 변전해 온 우리의 상식과 여론이 빚어낸 현실입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우리 상식과 여론 그리고 정책 논리를 평론하며, 우리 교육이 바른길로 돌아서는 데 이바지하고자 나름 애써왔습니다. 2024년에도 이 점에서 달라진 데는 없었습니다. 다만, 충격적인 사건들을 맞닥뜨리며,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설익게, 저널을 정제되지 못하게 꾸렸으리라 자성합니다.
여기 내놓는 특집호는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 자성의 실마리를 찾는 소소한 시도이며, 오늘의 교육 전복(顚覆) 사태에서, 독자께 새삼 관심을 청원하는 제스처입니다. 교육부가 내건 ‘교육개혁 9대 과제’ 가운데, 초중등 교육으로 범위를 좁혀, 네 개 사안에 대한 비평 원고를 받아 실었습니다. 한 번 더 짚어보아야 하리라 여긴 사안들에 관한 글들로, 늘봄학교, AI 디지털 교과서, IB 도입, 입시제도 개혁 등을 다룹니다. 각 사안에 주목하며 적극적으로 논의해 오신 분들께 청탁했습니다. 독자께서 한 번 더 눈여겨 살피실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도, 펼치신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받아낸 원고들에서 더 나은 안목을 구하고자 합니다.
끄트머리에는 한 해 동안 저희 저널에 실었던 글들을 추려서 ‘이슈’를 중심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소위 저널이란 피륙을 짜며 저희가 놓쳤던 거칠고 성긴 구석을 확인하며 부끄러웠지만, 새해로 가는 자성의 자리에서 감수해 마땅한 몫이라 여깁니다. 새해에는 부끄러움을 줄여가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꾸준히 독자 여러분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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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제4의 길> 편집실에서는 논급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하여 적절한 형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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