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⑦ – 교사는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전문가 : 학습의 새로운 정의
| “실제로 기대하는 학습이 학습자의 장기 기억 뇌 신경망에 물리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가르치는 것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교수·학습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본문 발췌) |
목차
1. 학습은 뇌 신경망의 물리적 변화
2. ‘기억에 남는 수업’을 위한 교사의 수업 전략
1) 신경가소성에 대한 믿음 심어주기
2) 새로운 정보의 패턴 탐색과 의미 이해 돕기
3) 가시적 학습의 구현
4) 기억에 남는 교수·학습 전략 12
5) 정보처리이론 기반의 ‘6단계 학습 모델’ 적용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Teaching is the art of changing the brain.)(Zull, 2002)
“교사는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
(Teachers are brain changers.)
교사의 제1역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국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다수의 교사들은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라는 가설을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가르친다고 학습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교실의 가장 큰 위기는 가르치는 행위(teaching)는 있으나 학습(learning)이 일어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뇌는 변화의 조건을 갖추었을 때만 변한다.
가르치는 것이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정의부터 바꾸어야 한다. 교사를 ‘가르치는 사람’ 대신에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정의하면 어떨까? 이 두 정의로 인한 차이는 매우 크다. 교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정의할 경우 교사는 열심히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교사를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정의할 경우 교사의 책임은 열심히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기대하는 학습이 학습자의 장기 기억 뇌 신경망에 물리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가르치는 것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교수·학습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학습을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나 그 잠재력의 변화.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학습과학 연구 결과의 수업 적용 분야에서 선구자의 한 사람인 레슬리 하트(Leslie Hart)는 학습을 아래 도표처럼 새로운 정보의 패턴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과정(1단계)과 이를 반복 연습을 통해 자동화하는 과정(2단계)으로 정의한다.
<도표 1> 학습의 2단계 과정
| 1단계
(input) |
패턴의 탐색과 의미의 부여 (Pattern Seeking and Making Meaning) |
① 패턴의 감지와 식별
② 패턴의 의미 부여 및 패턴 간의 관계 파악 |
| 2단계
(output) |
(이해한 내용을 사용하는) 프로그램 구축
(Program Building) |
①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② 반복적 연습을 통해 자동화 및 장기기억에 저장됨. |
학습에 대한 하트의 정의에 따르면,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보의 패턴 탐색1과 의미 부여2의 과정이 필요하다. 뇌는 선천적으로 패턴 탐색기(pattern-seeking device)이다. 사람의 뇌는 우리를 둘러싼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패턴을 탐색한다. 즉, 새로운 정보를 유사성이나 차이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규칙이나 구조를 인식한다. 이 과정을 통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능력 덕분에 인간은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뇌의 이러한 패턴 탐색 능력은 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습은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입력에 대한 규칙이나 일반적인 구조를 파악할 때 일어난다. 이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뇌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비슷한 패턴이나 규칙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고 범주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패턴화(patterning)를 통해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과거의 경험과 연결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언어를 배우고, 학생이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며, 음악을 감상하거나 문학 작품을 창작할 때 모두 패턴 인식과 분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습과학에서는 지식·기능을 ‘가르치는 것(teaching)’을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 혹은 기예(art)로 보고 ‘학습(learning)’을 뇌의 물리적(생물학적, 신경학적) 변화로 설명한다.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해 호주, 영국 교육부의 경우 ‘학습은 장기 기억의 변화이다(Learning is a change in long-term memory)’라는 문구를 공식화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 교사의 역할도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학습과학에서는 ‘교사는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사실 교직은 매일 학생들의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업으로 하는 매우 특수한 직업이다. 학생들의 뇌 변화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교사는 학습과학에 기반한 효과적인 가르침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 지도와 학습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교육자들로 하여금 교육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학습과학의 세계적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신경과학자 주디 윌리스(Judy Willis)는 교사가 하는 일을 “무혈의 뇌 외과 수술(bloodless brain surgery)”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란 관점에서 보면 교사는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또 자신의 책 『Research-based Strategies to Ignite Student Learning(2006)』에서 교육이란 학생들의 행동 패턴, 인지 패턴, 의사소통 패턴을 늘려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패턴화(patterning)는 뇌가 감각정보를 인지하고 그 정보를 기존지식과 연결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이해 가능한 단위로 묶어(chunking) 기존에 사용하던 인지 패턴에 연결함으로써 패턴을 식별하는(정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행동 패턴, 인지 패턴, 의사소통 패턴을 늘려주는 일이다. 이러한 패턴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확장됨에 따라 집행기능이 향상된다. 학생들이 정보 간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시한다면 (뇌에 새로운 신경연결이 생기면서) 뇌 세포의 활동이 증가하고 장기기억으로의 저장과 회상이 더 잘 이루어진다.”
(출처: 수업혁명2 동기유발 편 42쪽)
학습은 생물학적 및 신경학적 관점에서 보면 뉴런과 시냅스 수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변화 과정이다. 사람의 뇌에는 860~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일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을 맺어 세포 간에 연결망이 형성된다(Fire together, wire together). 새로운 학습은 이렇게 일어나며 이 연결망이 자주 활성화될 때 새로 학습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접합부를 시냅스(synaps)라 부르는데, 새로 학습한 정보나 기능을 사용하거나 연습할 때마다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은 더 단단해지고 그만큼 회상도 쉬워진다. 이렇게 학습과 경험에 따라 신경세포 간의 연결의 강도가 변하는 능력을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 한다. 뇌는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한다. 즉, 인간의 지식을 구성하는 신경망은 새로운 학습과 경험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은 숲속에 새로운 길이 나는 것과 유사하다. 길은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길의 흔적이 또렷해지고 그 길을 따라 걷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그 길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길에는 다시 잡초가 우거지고 길의 흔적이 사라지듯이 신경세포들의 연결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기억했던 정보는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해진다(Use it or lose it). 학습에서 반복적 연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학습과학에서는 “연습은 완전하게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는 격언 대신에 “연습은 학습한 것을 영속적이게 만든다(Practice makes permanent.)”라는 격언이 자주 회자된다.
가르치는 것이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가장 먼저 뇌가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깊이 인식시켜야 한다. 그 후 기억에 남는 수업을 위한 교수법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1) 신경가소성에 대한 믿음 심어주기
교사가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려면 가장 먼저 사람의 지능은 태어날 때부터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깨줄 필요가 있다. 특히 “나는 머리가 나빠서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에게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3을 이해시키고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자신은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을 해내는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를 계기로 “뇌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신경세포가 학습에 의해 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실험 결과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발표하는 활동도 이런 신념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학생이 어떤 과제를 잘 해냈거나 행동이 개선되었을 때 “봐, 벌써 뇌의 회로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네!!” 등과 같은 격려의 말을 통해 뇌가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의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해 줄 필요가 있다.
이어서 기억에 남는 수업을 위해, 레슬리 하트가 정의한 학습의 두 가지 단계(새로운 정보의 패턴 탐색과 의미 이해를 돕기, 자동화)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새로운 정보의 패턴 탐색과 의미 이해 돕기
학습이 일어나게 하려면 교사는 학습의 1단계 즉,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기존의 지식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1) 연결하기와 배경 지식 활용하기
새로운 정보의 패턴 탐색과 의미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브레인스토밍과 사전 지식의 활성화가 효과적인 전략이다.
① 브레인스토밍: 수업 시작 전에 주제와 관련된 학생들의 배경 지식과 경험을 이야기하게 한다. 이는 새로운 주제와 관련된 기존 지식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정보를 쉽게 연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② 사전 지식 활성화: 새로운 주제를 도입할 때, 관련된 이전 수업 내용을 간단히 복습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와 기존 지식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인지 구조에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며, 정보의 패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 시각적 도구와 그래픽 오거나이저 활용하기
시각적 도구와 그래픽 오거나이저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작업기억의 인지 부하를 줄이고, 학습자가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고, 관계를 명확히 하며, 패턴을 인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① 마인드맵: 정보를 구조화하고 패턴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인드맵을 사용한다.
② Venn 다이어그램: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는 Venn 다이어그램을 통해 정보를 분류하고 조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보의 패턴을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3) 구조화된 질문하기
발견 질문과 “왜”라는 질문은 새로운 정보의 패턴 탐색과 이해를 효과적으로 돕는 도구이다. 발견 질문은 학생들이 스스로 개념과 규칙을 발견하게 하여 능동적 학습과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왜”라는 질문은 이유를 추론하고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심화된 학습을 유도한다.
① 발견 질문: 학생들에게 개념이나 규칙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으로, 예를 들어, “이 두 가지 현상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러한 질문은 개념들 간의 관계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여, 새로운 정보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② “왜”라는 질문: 학생들에게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이상과 같은 교수·학습을 통해 정보의 패턴이 파악되고 의미가 이해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이해한 정보를 반복 연습을 통해 자동화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4) 반복 학습 기회 제공
① 연습 문제와 퀴즈: 주기적인 연습 문제와 퀴즈를 통해 학생들이 패턴을 익히고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한다.
② 프로젝트와 활동: 장기 프로젝트나 실습 활동을 통해 개념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 보도록 한다.
(5) 피드백 제공
① 즉각적인 피드백: 학생들의 연습 결과에 대해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여 잘못된 개념을 바로잡고, 올바른 패턴 인식을 강화한다.
② 자기 평가 및 성찰: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6)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하기
① 다양한 예시 제공: 동일한 개념을 다양한 상황과 예시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하여 학생들이 패턴을 일반화할 수 있도록 한다.
② 타 교과목 연계: 여러 교과목에서 동일한 패턴을 탐색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연계한다.
(7) 자동화된 학습 도구 활용
① 교육 기술: 학습 앱이나 온라인 툴을 활용하여 반복 연습을 자동화하고 개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교사는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에 대해 효과적으로 패턴을 탐색하고 의미를 이해하며, 또 반복 연습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가르치는 것이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또 다른 전략들이 필요하다. 가시적 학습(visible learning)의 구현, 기억에 남는 교수학습 전략, 그리고 정보처리이론 기반의 ‘6단계 학습 모델’ 적용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가르치는 것이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가시적 학습(visible learning)의 구현, 기억에 남는 교수학습 전략, 그리고 정보처리이론 기반의 ‘6단계 학습 모델’의 적용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3) 가시적 학습의 구현
존 해티(John Hattie)의 “가시적 학습(Visible Learning, 2008)”은 교육 연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적 개입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연구이다. 해티의 연구는 800여 개의 메타분석과 5만여 개의 연구를 종합하여 학생 학습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의 효과 크기(effect size)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교육 전략을 도출했다. 효과 크기는 특정 교육적 개입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데, 해티는 효과 크기 0.4를 기준으로 삼아, 이 값을 넘는 개입을 “의미 있는 학습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값은 한 해 동안의 평균적인 학습 성장을 의미한다. 해티의 연구는 학습 효과가 큰 몇 가지 중요한 요소로 피드백, 메타인지 전략, 교사-학생 관계, 명시적 지도(explicit teaching)를 제시하고 있다.
가시적 학습은 지도(teaching) 중심에서 학습(learning) 중심으로 초점을 이동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데 이는 학습, 교사의 영향, 학생들의 진전, 피드백 등의 가시화(making visible)를 말한다. 가시적 학습의 창시자 존 해티는 가시적 학습의 빅 아이디어로 “너 자신의 영향을 알라”(Know thy impact!)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교사들이 기억해야 할 명언이다.
(1) 학습의 가시화(making learning visible)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명확한 목표 설정은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해하게 되면, 뇌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극을 받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높은 기대는 심리적인 효과를 통해 학습 동기를 증진시킬 수 있다.
학습의 가시화를 위해서는 교사 명확성(teacher clarity)4과 학생 명확성(student clarity)5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 교사 명확성(효과크기 0.75) | 학생 명확성(효과크기 1.33) |
| 1. 배우는 내용(what)
“무엇을 배울 것인가?” 2. 배우는 목적(why) “이것을 왜 배우나?” 3. 성공의 기준(success criteria) “성공적으로 배웠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
1. 배우는 내용
“무엇을 배울 것인가?” 2. 학습의 진전 “나는 잘 배우고 있는가?” 3. 나아갈 방향 “다음 단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2) 교사의 영향 가시화(making the teacher’s impact visible)
최근의 뇌과학 연구는 교사의 행동과 접근 방식이 학습자의 뇌에 미치는 심리적 및 생리적인 변화를 입증하고 있다. 교사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자극이 풍부한 학습 환경 조성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성과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의 영향을 정기적으로 확인·평가하고 교수법을 개선해야 하며, 교사가 수업 지도가 학생에게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평가를 수업지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피드백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3) 학생 진전의 가시화(making student’s progress visible)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진행 상황을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이 매 수업마다 자신의 학습 내용과 이해도를 기록하고 성찰할 수 있는 학습 일지를 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교사는 학생들이 가르친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학습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진전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교사는 다수의 학생들이 이해한 것을 확인한 후 다음 진도로 나아가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4) 피드백의 가시화(making feedback visible)
최신 뇌과학 연구는 효과적인 피드백이 학습자의 뇌에서 학습 및 기억 강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피드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예: 그래프나 차트) 구체화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개선할 방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이 문구 형태일 경우에도,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학습 목표에 직접적으로 맞닿은 내용을 시각적으로 강조하여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의 장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색으로 구분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시적 학습(visible learning)을 위해 우선적으로 교사 명확성과 학생 명확성의 구현에 힘쓸 필요가 있다. 이 둘은 효과크기가 각각 0.75와 1.33일 정도로 학습의 성과 향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4) 기억에 남는 교수·학습 전략 12
전통적인 교수법에는 신경세포들 간의 소통을 막거나 세포 간의 연결이 잘 일어나지 않는 교수·학습 방법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교사가 주도적으로 설명하고 학생은 필기하고 암기하는 수업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수업은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에 비해 신경세포 간에 흐르는 전기화학적 신호가 너무 약해서 신경망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연결이 되더라도 연결 강도가 너무 약해서 금방 끊어진다(배운 내용을 잊는다).
가르친 내용이 학습자의 장기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정보처리이론을 기반으로 한 기억의 원리에 충실한 교수·학습이 필요하다. 이의 실천 도구인 ①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 ② 분산학습(spaced learning), ③ 교차학습(interleaving), ④ 감정의 활용(engaging emotions) ⑤ 사전지식의 활성화(activating prior knowledge) ⑥ 심층적인 탐구 질문(elaborative interrogation), ⑦ 풀이된 예시(worked examples) 및 구체적인 예시(concrete examples), ⑧ 이중 부호화(dual codding), ⑨ 적시 피드백(timely feedback) ➉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⑪ 충분한 시간 주기(adequate time) ⑫ 오감의 활용(engaging five senses) 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1) 능동적 학습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토론, 문제 해결, 그룹 활동 등을 통해 학습 내용을 직접 경험하고 탐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된다. 또 이는 뉴런 간의 강력한 연결을 촉진하여 기억 형성을 강화한다.
(2) 분산학습
분산된 학습 시간은 해마에서 기억이 장기 저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촉진한다. 이는 잊혀지기 전에 반복하여 기억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3) 교차학습
교차학습은 다양한 주제나 과목을 번갈아 가며 학습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는 뇌의 인지적 부담을 증가시켜 더 깊은 처리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주제 간의 차이점을 더 잘 이해하고, 다양한 문제 해결 상황에서 정보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4) 감정의 활용
감정과 인지는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감정은 주의를 어디에 기울일지를 결정하고(When you touch emotion, you hold attention.), 주의는 인지기능을 작동시키며, 인지작용은 기억의 회로를 만든다. 이렇게 긍정적 감정과 정서는 학습과 기억작용에 필수적이다.
새로운 정보가 강한 감정과 결합될 때 감정은 편도체를 자극하여 기억 형성을 강화한다. 청혼이나 자동차 사고와 같이 인생에서 특별하거나 비극적인 순간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억에 깊이 새겨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법으로 강조하거나 외울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긍정적 수업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안전한 수업 분위기와 긍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학습 활동은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학습 동기를 높이고, 장기 기억 형성을 촉진한다. 이에 반해, 공포,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면 뇌는 싸움, 도망, 또는 얼어붙음 반응(fight, flight, or freeze response)으로 인해 상위뇌로 향하는 통로가 막히고 학습이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5) 사전지식의 활성화
사전지식의 활성화는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기 전에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관련 정보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기존 지식 간의 연결이 일어나면 새로운 정보의 패턴이 파악되고 기억이 강화된다.
(6) 심층적인 탐구 질문
학생들에게 “왜?”, “어떻게” 등의 질문을 통해 학습 내용을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는 뇌의 인지적 부하를 증가시켜 더 강력한 신경 연결을 만들어 장기 기억에의 저장을 촉진한다.
(7) 풀이된 예시 및 구체적인 예시
풀이된 예시는 학습자의 인지적 부하를 줄이고, 패턴 인식 그리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 전략 습득을 촉진한다. 또 구체적인 예시는 이해를 돕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한다.
(8) 이중 부호화
정보를 시각적 자료와 텍스트로 동시에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정보를 두 가지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어 기억을 강화하고 인출을 용이하게 한다.
(9) 적시 피드백
학습 과정 중에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뇌의 강화 학습 메커니즘을 자극한다. 또 적시 피드백은 오류를 수정하고 학습의 질을 높이고 기억을 강화한다.
(10) 인출 연습
배운 내용을 테스트 등을 통해 자주 인출하는 것은 뇌의 기억 회로를 강화한다. 인출 연습은 해마와 전두엽을 활성화하여 기억을 장기적으로 전환하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11) 충분한 시간 주기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고 기억할 시간을 주는 것은 뇌의 신경 연결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시냅스의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다.
(12) 오감의 활용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는 것은 뇌의 여러 감각 처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는 정보의 다중 경로 저장을 강화하여 기억 형성과 인출을 쉽게 한다.
5) 정보처리이론 기반의 ‘6단계 학습 모델’ 적용
Bryan Goodwin, Tonia Gibson, Dale Lewis가 쓴 책, 『Learning That Sticks: A Brain-Based Model for K-12 Instructional Design and Delivery(2020)』는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모델을 교실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6단계로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기억에 남는 학습’(Learning That Sticks)이 말해주듯이 학습이 실제 일어나게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다. 이는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⑥ – 정보처리모델로 수업 혁신하기 : ‘6단계 학습모형’ 적용”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6단계 학습모형’의 학습 단계별 빅 아이디어만 소개한다.
<도표 2> 6단계 학습 모형과 빅 아이디어(Goodwin, B. et al., 2018, 2020)

| 순서 | 학습 단계 | 빅 아이디어 |
| 1 | 관심 갖기
(Become interested) |
학생들의 본능적 호기심을 끌어내어 학습을 촉진하라. |
| 2 | 학습에 전념하기
(Commit to learning) |
학습의 동기부여를 위해 ‘무엇’과 ‘왜’를 연결하라. |
| 3 | 새로운 학습에 집중하기
(Focus on new learning) |
새로운 학습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보고, 자신의 말로 표현하고, 학습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하라. |
| 4 | 학습의 이해
(Make sense of learning) |
학습의 이해를 위해서는 사전지식과 연결 짓고 패턴을 탐색하는 데 시간을 쓰라. |
| 5 | 새로운 학습의 연습과 성찰
(Practice and reflect) |
기억되게 하려면 새로 배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되돌아보라. |
| 6 | 확장, 적용 및 의미 찾기
(Extend, apply and find meaning) |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확장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풍부한 정신 모델(mental model)6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라. |
이제 한국의 교육계도 “학습은 장기 기억의 변화”이며, “가르치는 것은 뇌를 변화시키는 기술”이고 “교사는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의 학교 수업은 기존의 직관에 의존한 방식에서 벗어나, 앞서 소개한 교수법들을 활용하여 실제 학습자의 뇌 신경망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는 지도(teaching)에서 학습(learning)으로의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을 의미한다. 학습과학의 교실 수업 적용은 한국 학교교육 혁신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수업 설계는 기본적으로 학습자 각자의 수준에서 숙달 학습(mastery learning)을 지향하기 때문에 학습 부진을 예방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교육의 격차는 사전지식의 격차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사전지식의 활성화와 구축, 이해를 돕고 작업기억에서의 인지 과부하를 막기 위한 정보의 구조화, 그리고 자동화를 위한 효과적인 연습 등은 수업 설계 때 가장 신경 쓸 부분이다.
아울러 6단계 학습 모형의 마지막 단계인 “확장, 적용 및 의미 찾기”(Extend, apply and find meaning)를 통해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확장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풍부한 정신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 및 창의적 사고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는 2022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깊이 있는 학습과 역량의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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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이찬승 (2023). 학습과학 새 연재(12) : 교사는 학생의 뇌를 변화시키는 사람
http://21erick.org/column/10214/
• 이찬승 (2024).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⑥ – 정보처리모델로 수업 혁신하기 : ‘6단계 학습모형’ 적용http://21erick.org/column/12857/
• Goodwin, B. et al., et al. (2018, 2020). Learning That Sticks: A Brain-Based Model for K-12 Instructional Design and Delivery. ASCD/McREL.
• John Hattie (2008). Visible Learning. Routledge.
• Judy Willis (2006). 『수업혁명②』(이찬승, 김계현 옮김) 교육을바꾸는사람들.
각주
- 정보의 패턴 탐색(pattern-seeking) – ‘정보의 패턴 탐색’은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규칙성이나 반복되는 구조를 찾아내는 과정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 ‘learn’, ‘learned’, ‘learned’ 같은 동사의 변화 형태를 접하고, 이러한 변화가 규칙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이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새로운 동사도 유사한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 의미 부여(meaning-making) – 새로운 정보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기존의 지식과 연결시키고, 그 정보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역사 수업에서 특정 사건,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을 배울 때, 학생들은 단순히 사건의 날짜와 주요 인물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왜 중요한지, 그로 인해 사회와 정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의미 부여의 과정이다.
-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 뇌의 구조와 기능이 경험, 학습, 손상 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특정 시냅스의 강도나 효율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 교사의 명확성(teacher clarity) –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는 물론 이런 것들을 성공적으로 학습했는지를 측정할 때 의거할 평가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아울러 학생 각자가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와 다음에 나아갈 방향까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 학생 명확성(student clarity) –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목표와 기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학습 진도와 성과를 평가하며, 다음 단계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왜 그것을 배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포함한다.
- 정신 모델(mental model) – 개인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형성한 내면의 인지적 틀이나 사고의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정신 모델은 우리의 경험, 지식, 신념 등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이러한 모델을 통해 우리는 복잡한 정보를 간단히 처리하고 예측할 수 있다. 스키마(schema)라고도 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