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학습자는 여전히 새 학기 적응 중
|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 본 고에서는 일 년 내내 새 학기의 기분으로 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교실 분위기 형성과 활동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본문 발췌) |
새 학년이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마도 교사들에게는 일 년 학사일정 중 지난 3월이 가장 바쁜 달이었을 것이다. 학생들 한 명 한 명 파악하느라 상담도 해야 하고, 학부모 총회도 해야 하고, 참관 수업도 준비하며,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교사의 교육 방향도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도 교사 못지않게 새 학기가 바쁘다. 친구 이름 익히고, 준비물 챙기고, 수업 활동에 참여하느라 매일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 달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환경 적응을 하는 데 주어진 시간으로 개인 입장에서는 나만 혼자 적응이 어렵다고 느끼기 쉬우나 사실상 모두에게 긴장되고 부담이 된다.
그러나 느린학습자 아이들에게는 한 달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친구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기도 하고, 특히 얼굴과 매칭하기 어려워 이름은 외웠지만 그 친구의 이름인지 다른 친구의 이름인지 헷갈리기도 쉽다. 함께 놀이는 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 행동이 빠르지 못하고, 사회적 눈치를 발휘하기 어려워 놀이 활동에 끝까지 참여하여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도 어렵다. 여전히 새 학기 적응 중인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 본 고에서는 일 년 내내 새 학기의 기분으로 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교실 분위기 형성과 활동에 대해 제안해 보고자 한다.
우리 반에도 느린학습자가 있다
느린학습자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특성은 개인마다 차이가 커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더라도 선별을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 상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발달이 느린 것이려니, 공부에 흥미가 없는 친구이려니, 친구 사귀기에 관심이 없는 아이겠거니 생각하며 넘기게 될 수도 있다. 경기도는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과 사회적응 등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시작한다(경기일보. 3월 9일 보도자료). 경기도의 이러한 시도는 선별이 어려워 그동안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우리 느린학습자들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이미 경기도 내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끝났고,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여 이들을 선별하겠다는 방안이다. 필자는 위 기사를 보며 매우 반가운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느린학습자로 선별되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우선 교사가 우리 반 친구 중에도 있을지 모르는 느린학습자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느리다’는 감(感)으로는 느린학습자의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들이 느린학습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지식을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교사들이 느린학습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수록 교육의 방향을 잡고, 교수 방법을 설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학기 초부터 시작하는 공감 훈련
문제 상황이 발생했다면 누구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인부터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여기고 다음을 기약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큰 상심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을 위해 미리 예방하는 교육은 학교 장면에서 특히나 필요하다.
우리 반 사회성·감성 교육을 위한 교사의 계획이 바로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비책이 될 수 있다. 그 예방책이 바로 “공감” 훈련이다. 공감은 학기 초 아이들이 새 친구를 만난 첫날부터 시작되어야 배려하는 우리 반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공감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설명된다. 초등 전과목 어휘력 사전에서는 ‘함께 느낌. 남의 감정이나 의견, 주장에 자신도 함께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해요. 공감은 특히 대화할 때 필요해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는 대화를 하면 서로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친구의 입장에 대해 나도 같은 생각과 기분이라는 것을 친구에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친구와 내가 서로 공감을 표현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금세 친해지기 쉽고, 사이가 틀어졌다 하더라도 회복할 기회가 많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의 공감 교육을 배우고 반 친구들에게 표현하기 시작한다면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존중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공감은 배려와 소통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한 번 습득했다고 하여 계속 표현하는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대상에 따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야 능력이 지속될 수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장면에서 응용할 수 있으려면 공감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습득될 때까지 교육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좋은 것은 어릴 때 배울수록 그 배움이 빠르고 오래 간다. 공감 훈련도 저학년일수록, 새 학기 시기에 시작할수록 사회적 능력의 신장에 도움이 된다. 저학년이 아니어도 고학년과 중고등학생이라도 교사의 교육 방향에 따라 공감 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존중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우며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서로는 존중하는 배려와 소통 : 존중하기
학기 초부터 시작된 학급의 공감 분위기는 우리 반 친구들의 특성을 알고 서로 친하게 되면서 큰 힘이 발휘된다. 특히, 느린학습자 친구를 만났을 때 “너 이것도 몰랐어?” 하는 말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표현으로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열어 줄 수 있으며, 느리다고 놀리거나 무시하기보다 친구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친구를 존중하기 시작하면 친구도 나를 존중하게 되고, 친구가 나를 존중하면 나도 친구를 존중하게 되는 선순환의 특징이 있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존중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공감”이다. 공감으로 배려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존중의 교실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반의 느린학습자를 도와주는 것이 배려가 아니라 친구들 모두가 함께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느린학습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나와 같은 친구이지만 나보다 못하는 것이 있다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다 같은 친구들의 입장으로 본다.
모든 학생은 동등하게 교육을 받고 학교생활을 경험할 권리를 지닌다. 느린학습자들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학교 교육을 받으며 친구들을 존중하고, 친구들에게 존중받는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친구들처럼 능숙하게 빠르게 하지 않더라도 느린학습자를 기다려주는 배려의 분위기부터 시작한다면 반 아이들 모두가 교실 장면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 다른 곳에서도 배려를 보이는 존중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교육의 효과가 아닐까!
느린학습자는 천천히 그러나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중
교사의 눈에 느린학습자는 손이 많이 가는 학생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느린학습자 아이들은 새 학기 적응 중이라 마음이 부산스럽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한편으로는 교사 혼자서 느린학습자를 이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 친구들과 함께 서로 협력하며 도와줄 수 있다는 분위기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우리 반을 위한 “공감 훈련”으로 친구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느린학습자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 느린학습자도 다른 친구들을 존중하는 표현을 하며 자존감을 회복하여 학교 적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우리 반에 느린학습자를 어떻게 도와줄까 염려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반 아이들 모두가 “공감 훈련”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면, 느린학습자의 적응도 돕고 다른 친구들의 사회적 역량 향상을 위한 준비도 될 수 있다.
우리 반 느린학습자는 여전히 새 학기 적응 중이지만 천천히 그러나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꼼꼼하게 배우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오히려 단계적인 학습 준비도로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 잘하기가 어려워요. 어떤 부분은 내가 조금 더 잘 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다른 친구가 더 잘 할 수도 있어요.
친구와 내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에요.
느리고 못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친구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어려울 수도 있지. 힘들었지?”
“난 이 부분이 어렵더라. 네가 도와주면 좋겠는데. 괜찮니?”
“너 힘들어 보여~ 내가 도와줄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