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4-04-16 15:23
| “핀란드에서 문해력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에서 문해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독서 문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 그리고 핀란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독서 증진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는 말
• 문해-력(文解力) 「명사」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최근 몇 년간 문해력에 관한 수많은 기사와 미디어 자료가 쏟아졌고 문해력 증진을 외치는 학원들도 줄지어 생겨났습니다. 문해력 자가진단 테스트가 마치 코로나 진단 장비처럼 지식인과 비지식인을 가르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지인의 5학년 자녀가 EBS 문해력 테스트에 응시했는데 평균 수준 이하가 나왔다면서, 그럼 나는 바보인 거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문맹(文盲;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어렸을 적, 늘 아침마다 배달되었던 신문에는 읽기 어려운 한자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옆에서 무슨 이야기인지 물어보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해 주시던 부모님이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88년 최초의 한글 전용 가로쓰기 신문(한겨레신문)이 창간되고 1995년부터 모든 일간지가 한글 전용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자신의 이름은 반드시 한자로 쓰고 뜻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부모님 덕에, 한자의 음과 뜻으로 단어 뜻을 유추하고 문장을 이해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 세대는 책을 가까이 하셨을까요?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 부모님 대부분은 자신들의 가난과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악착같이 일하셨고, 자녀는 오로지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들이 책을 읽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도 그 당시에 우리는 적어도 학생들의 문해력을 운운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에서도 문해력 증진 노력이 한창입니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PISA에서 읽기 능력과 수학 능력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약 인구 550만의 작은 나라에 공공 도서관 723개(2022년 기준), 성인 인구 1인당 평균 1년에 약 15권의 책을 읽는1 나라입니다. 반면 2021년 한국의 성인 1인당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입니다2. 핀란드 청소년과 아이들의 읽기 능력, 독서량, 그리고 읽기에 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 노년층의 독서(중장년 포함)는 여전히 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주요 신문과 일간지 등도 빠르게 디지털화되었지만, 여전히 종이 신문을 선택하고 있는 국민이 많은 편입니다. 또한, 핀란드어를 배우는 많은 이민자를 만났을 때, 사용하는 어휘만 들어도 그들이 읽기(reading)를 통해 정확히 언어를 배웠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문법과 단어의 오류가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어체(Puhekieli; Spoken language)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핀란드에 온 외국인이 핀란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핀란드 뉴스를 보고 기사를 읽는지에 따라 그들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핀란드에서 문해력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2023년 10월, 핀란드 문해력과 독서 증진에 앞장서는 주요 3개 기관과의 인터뷰, 헬싱키 북페어(Helsinki Book Fair) 관람 후기, 그리고 최신 뉴스를 바탕으로 핀란드에서 문해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독서 문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 그리고 핀란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독서 증진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2. 핀란드 국민이라면 100% 기본 문해력이 있다
Lukukeskus(루꾸케쓰꾸스; The Reading Center)는 핀란드인들의 읽기와 문해력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협회입니다. 문학 잡지 2개를 발행하고 작가들이 학교나 공공 도서관에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또한, 정부에게 직접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부의 정책을 실제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중간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협회 본부는 헬싱키 또올론 호수 바로 앞의 약 100년 넘은 건물에 있으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작가들이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림 1] Lukukeskus 건물 외관

출처: lukukeskus.fi
다음은 협회 회장인 Emmi Jäkkö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질문 1) 핀란드에서는 문해력 혹은 읽기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답변 1) 문해력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핀란드 국민이라면 100% 기본 문해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문해력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 읽는 것을 배우기(Learn to read). 둘째, 기능적인 문해력(사회적 기능 목적의 문해력, Functional literacy). 셋째, 고급 문해력(Advanced literacy)입니다. 현재 핀란드 교육의 중점은 두 번째 기능적인 문해력 증진에 있으며, 특히 읽기 자료와 매체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중문해력(Multiliteracy: 비디오, 미디어, 이모티콘 등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또한, 마지막 고급 문해력에 관해서는 국민 모두에게 이 단계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질문 2) 핀란드에서는 국민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답변 2) 핀란드 역사에서 언어는 이미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핀란드가 러시아의 긴 지배에서 독립했을 당시, 고유 언어(핀란드어)와 교육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심지어 그 당시 교육을 받지 않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었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핀란드에는 평등성을 기본으로 모든 학교에서 누구나 동등한 지원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2018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문해력 증진 프로그램3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선으로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문해력 증진에 힘쓰고 있습니다. 국민 간의 문해력 차이를 줄이고 모두가 높은 수준의 문해력에 도달하기 위해 파일럿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질문 3)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의 낮은 수준의 문해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답변 3) PISA 2022 결과를 살펴보면, 1~2단계의 낮은 문해력이 전체 아동의 약 3.5%, 6–7천 명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취미 시간이나 가정 내 독서 시간이 감소하는 것을 주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 읽기 능력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단순한 읽기를 넘어선 학문적인 목표(academic goal) 달성이 중요하지만, 이에 맞는 교사 교육 수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직접 책을 고르는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 약 200권의 책이 있으면 고급 문해력 성취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으나, 그만큼 가정 내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독서 문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논쟁
Suomen Kustannusyhdistys(Finnish Publishing Aasociation; 핀란드 출판협회)는 약 100개의 핀란드 출판사가 속해 있는 협회 조직으로서 1858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협회는 출판사 및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로비스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 소속된 출판사들은 일정 금액의 회원비를 지급하는데, 협회는 이 금액으로 출판사의 법률적 지원과 동시에 출판사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이 정부에서 받아들여지도록 정치인들에게 로비(lobby;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다) 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로비로 인해 다시 출판사가 이익을 얻게 되고, 출판사는 이익에 비례하여 회원비를 차등적으로 지급합니다.
논쟁 1: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
• “핀란드의 수백 개의 서점이 사라졌고, 여전히 그 흐름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1월 13일, 핀란드 공영뉴스 YLE)
온라인 산업구조 중심으로 출판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전체 사회 시스템(출판 업계, 마케팅 전략 등)과 소비자 구매 패턴이 변화하면서 핀란드에서는 지난 40년간 약 300여 개의 서점이 사라졌습니다(Laura Karlsson, 핀란드 서적 상조합회 CEO). 이제는 핀란드 내 서점 체인 업계가 전통 서점보다는 쇼핑센터 혹은 대형 마트에서 판매대를 운영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소비자들이 책에 관한 관심이 적어져서, 혹은 종이책보다는 전자물이 값싸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2021년 이전 정부가 의무 무상교육을 고등학교 교육까지 확대하고 교과서를 무상으로 공급하면서 변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학생들이 직접 교과서를 서점에서 구매해야 했고, 그들이 서점에 방문하면서 기타 필기구와 사무용품, 액세서리 등을 함께 구매했습니다. 당시 교과서 판매량이 매년 도서 판매량의 25~30%를 차지했으니, 그 피해는 더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2] 2018-2022 종이책과 전자물 판매량 추이
출처: 핀란드 출판협회
[그림 2]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전자물(electronic publications) 판매량이 증가하고 종이책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2022년 현재까지 종이책 판매량이 전자물을 앞서고 있습니다. 출판협회 대표인 Sakari Laiho는, “앞으로 전자물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전통 서점의 수와 종이책 판매량의 하락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우려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논쟁 2: 오디오북의 대세(大勢): 저작권료는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
• 성우와 작가 사이의 분쟁 (2023년 1월 11일, 핀란드 공영뉴스 YLE)
핀란드 출판협회와 서적상협회(Suomen Kirjakauppaliitto; The Booksellers’ Association of Finland)의 발표에 의하면, 핀란드인들의 독서 형태는 확연히 종이책에서 디지털 책과 오디오북으로 변화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학교 교재들이 디지털화되거나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유도 있지만, 종이책에 비해 전자물이 저렴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핀란드 도서 가격은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현 10%인 세율을 14%까지 올리려고 하고, 많은 도서 출판 업계는 세금 인상이 곧 도서 가격의 인상, 그리고 도서 판매량의 저하와 국민의 문해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합니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그림 2]와 같이 전자물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전체 도서 판매량은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종이책 1권을 판매할 때 작가가 얻는 이익은 오디오북 3권을 판매하는 수익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원작가들은 소비자들이 도서관에서 오디오북 1권을 대여할 때마다 0.31유로(한화 약 450원)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디오북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책을 실감나게 읽고 전달하는 성우와의 이익 분담이 새로운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성우는 보통 1시간의 녹음을 마치면 약 90유로(한화 약 13만 원)를 받는데, 오디오북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추가 이득은 얻지 못합니다. 따라서 작가 협회(Author’s Union)’과 성우 협회(Actor’s Union) 사이에서 새로운 법적 분쟁이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위의 2가지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가?’에서 시작된 물음은 실제로 사회 전체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가족들이 책보다 디지털 기기(휴대전화, 태블릿, PC 게임 등)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학교에서는 종이책보다 디지털 자료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어휘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긴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어른들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종이책을 구매하기보다는 전자물을 선호합니다. 이로 인해, 창작의 이득을 둘러싼 분쟁과 전통 서점의 쇠락 문제점 등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핀란드에서는 국민의 문해력과 독서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4. 핀란드 국가 문해력 증진 프로그램 (The National Literacy Program)
2017년 핀란드 교육 문화부는 국가 문해력 포럼을 개최하여 문해력 관련 전문가 집단을 초대했습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핀란드 아이들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락하고 있는 문해력 수준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국가적인 문해력 전략 정책 2030이 설립되었고, 하위 프로그램으로는 ‘책 읽는 학교(Reading school)’, ‘책 읽는 지역사회(Reading municipality)’가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책 읽는 유아교육(Reading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프로그램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국가적인 프로그램과 더불어 각 지역사회 및 출판협회 등은 자체적인 문해력 증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모두의 권리(Everyone’ right)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가. Reading for a Dog (강아지에게 책 읽어주기)
2017년 지방 도시의 공립 도서관과 연계하여 시작된 활동이며, 활동에 참여하는 강아지는 최소 2년 이상의 훈련을 거쳐서 선발됩니다.
[그림 3] 탐페레시 공립 도서관에서 추진하는 Reading Dogs 프로그램 팸플릿

출처: tampere.fi
한 예로 현재 탐페레시에서 공립 도서관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평소 책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 읽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나. 핀란드 국공립 도서관과 각 지역의 온라인 시스템 통합 운영(National E-Library)
• “핀란드에서 수많은 전자책, 오디오북 및 디지털 잡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가 열립니다.” (2024년 3월 20일, 핀란드 공영뉴스 YLE)
이번 달(4월 23일)에 그동안 각 지역사회와 도서관들이 소망했던 핀란드 통합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현재까지는 전자 형태의 자료를 일부 개인 도서관 (사립)에서는 무료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누구나 (도서관 회원 가입에 상관없이 모바일 신분 인증 후) 원하는 디지털 자료를 핀란드어, 스웨덴어, 영어 및 기타 언어를 포함하여 접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200개 이상의 지역(핀란드 전체의 85% 이상)이 이 서비스에 참여하였습니다. 한 핀란드 도서관 관장은 온라인 자료의 통합 서비스가 각 지역의 일부 정책 결정가들(policy maker)에게 ‘도서관 건물이 더는 쓸모없다’라는 인상을 주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 책으로 흥미를 느낀 독자는 반드시 종이책을 찾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 문학 치료(Literacy therapy)
문학 치료는 예술 치료의 오래된 형태로 최근 몇 년간 핀란드에서 다양한 코스와 훈련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혼, 다문화 가정,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일과 직업에서의 어려움, 질병 등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고비를 문학 치료로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문학의 장르는 자서전, 시, 소설 혹은 논픽션 등 다양합니다. 문학 치료의 뿌리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치고 장애를 얻은 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했더니 그들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이 분야에 관한 첫 번째 출간물은 1920년대 미국에서 발행되었고, 초기 문학 치료는 시로 이루어졌습니다. 핀란드에서 문학 치료법이 도입된 것은 1920년대부터로, 주로 병원, 기관, 학교 그리고 교도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핀란드는 1981년 유럽에서 최초로 문학 치료 독립기관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라. 책방에서 책을 판매하는 직원을 위한 공식 학위과정 Libristitutkinto
Libristitutkinto(리브리트또뚣낀또)는 2022년 4월에 시작된, 서점에서 책 판매에 관한 전문적인 자격증(학위과정; Librist Diploma, Professional Qualification in Sales for Bookstores)으로 12개월 동안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독자 참여를 유도하는 실제적인 방법, 기업의 경제적 원리와 소비자 보호에 관한 기본 이해, 문학 장르, 서점의 제품 범위, 작가의 작업 및 도서 중재 운영 방법 등을 배우게 됩니다.
마. 젊은 층을 겨냥한 틱톡 홍보와 랩 하는 국어 수업
• “틱톡이 책 판매를 늘리고 작가를 스타로 만듭니다 – 독자가 아닌 사람도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23년 6월 17일, 핀란드 공영뉴스 YLE)
소셜미디어를 통한 책 홍보는 이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광고입니다. 현재는 개인 블로거들이 자전적 방식으로 책에 대한 짧은 리뷰를 촬영하고, “20대에 추천할 만한 책”, “핀란드에서 가장 멋진 서점” 등의 제목으로 짧은 영상을 올립니다. 블로거들은 스스로를 책을 사랑하는 독서광들이며, 책 읽는 것을 마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책은 재미있고, 무겁지 않고, 멋진 것’이라고 소개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구독자를 책에 흥미를 갖게 할 수는 있지만 실제 읽기(reading)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는지, 혹은 구독자가 다른 사람의 눈으로 책을 접하고 오히려 진짜 책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책은 읽지 않고 책 리뷰만 살펴본다’는 비판적인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소셜 미디어가 독서와 문해력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 Sanat Haltuun(말을 내 것으로 만들기) 프로젝트 : 핀란드 읽기 센터(Lukukeskus)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읽기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랩(노래)을 통해 읽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국어 수업의 일종
작년 EBS에서 [책맹인류]라는 제목으로 총 10부작의 다큐멘터리4를 방영했습니다. 10부에서 핀란드의 특별한 국어 수업을 다룬 적이 있는데, 15세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랩 가사를 직접 녹음실에서 녹음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영상에서는 현직 교사들이 ‘많은 학생이 이제는 텍스트를 읽지 않는다’, 특히 ‘직업 고등학교의 경우 단 1권의 책도 끝까지 읽지 않는다’ 등의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Sanat Haltuun 프로젝트는 직업 고등학교(vocational high school)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읽기에 관심이 없다는 문제점에서 시작했습니다. 단적으로, 내 (기술) 직업은 읽기 능력이 필요하지 않는데 왜 읽어야 하는지, 읽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핀란드 읽기 센터와 정부는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관심을 읽기로 돌릴 것이며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제 관심 주제는 무엇인지 경청하였고, 많은 청소년들이 글은 읽지 않아도 대부분 음악을 듣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특별한 국어 수업은 음악(랩 중심)에서 출발합니다. 가사 역시 시의 일종으로 운율이 있고 비유적 표현이 많은데, 음악을 듣고 활용하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문학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국어 수업 형태로 만들기 이전에 파일럿 워크숍(Pilot workshop)을 운영했습니다. 1시간 30분으로 이루어진 워크숍에서, 우선 자신들이 좋아하는 랩 등의 음악 가사를 프린트된 글자 형식으로 읽습니다. 그리고 가사에 사용된 은유법(Metaphor)를 찾아봅니다. 신기하게도 짧은 수업 후 설문에서 참가자의 약 15%가 읽기에 대한 관점 변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느꼈고, 40%는 읽기 자체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30%는 가사 이외의 새로운 텍스트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물론 단 1회의 수업으로 청소년들의 읽기 능력과 문해력을 단숨에 향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CEO는, ‘청소년들이 인생에 읽기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를 구별하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5. 맺음말
2023년 10월 27일, 헬싱키 북페어 행사장에 당시 대통령 후보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대통령 후보자들: 어떻게 문학이 힘(power)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었나?]이며, 힘은 곧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책을 소개하고 문학과 리더십에 관한 토의를 이어갔습니다. 토의장은 마치 유명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는데, 핀란드인들이 대통령과 그리고 책에 관한 관심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핀란드 읽기 센터장에게 물었습니다. “왜 핀란드인들에게 대통령 후보자들이 읽는 책이 중요한가요?”, “사회 지도자가 새로운 정책을 펼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기대합니다. 표현은 곧 사고의 반영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즐겨 읽는 책을 통해, ‘국제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우리가 처한 상황을 통계를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가정의 웰빙을 위해 일부가 아닌 모두가 높은 수준의 문해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혐오나 인종주의를 선동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림 4] 헬싱키 북페어: 대통령 후보자들 행사 모습

사진촬영: 2023년 10월 27일
북페어 행사장에서 인터뷰한 핀란드 출판협회 Sakari Laiho에게, “왜 북페어 행사를 날씨가 좋은 늦봄이나 여름에 열지 않고, 겨울이 다가오는 10월에 개최하나요?”라고 웃으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Sakari Laiho는, “핀란드에서 지금부터 12월까지 책 판매량이 가장 많은 달입니다. 그 해의 베스트셀러를 기다리기도 하고, 연말 선물을 책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출판업계가 이 시기에 모든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외 관광객을 위해서는 날씨 좋은 여름에 개최하는 게 좋겠지만, 그때는 핀란드인들은 오두막(cottage) 등으로 휴가를 갔을 거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행사장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이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카트를 가져오거나, 학교에서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오는 등 정말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 사회에서 문해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독서 문화 및 출판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핀란드 사회의 다양한 노력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핀란드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물리적인 독서 환경은 매우 좋습니다. 국공립 도서관, 사립 도서관, 학교 도서관 등 아주 가까운 곳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으며, 북놀이터, 북카페, 뽀로로 도서관 등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책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도서 가격 정착제로 소비자들은 세금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도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성인의 독서량에 비교하면 청소년, 초등학생의 독서량은 많습니다(연간 약 11권).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조부모님 세대처럼 일하느라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인생을 더 살아온 어른들이 아이들의 질문에 빈번히 구글 검색으로 직접 설명을 대신하거나, 디지털 매체로 언어를 익히길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교육을 국가발전의 기초라고 하면서도 토의와 토론장에서 낮은 수준의 문해력을 선보이는 일부 정치가들에게 과연 우리 교육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곧 ‘나의 삶’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가사를 읽고 생각해 보는 경험, 소리 내 읽기가 두렵지만 나의 소리를 조건 없이 들어주는 강아지가 있어서 또다시 읽기에 도전하는 용기,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한 문장의 글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기회는 곧 우리의 삶을 빛내 줄 빛이 될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도서관디자인연구소 (2023.1.17). [핀란드] 도서관 이용 현황, 인구 3명 중 1명만이 도서관을 이용. https://library.re.kr/
• Gustafsson, M (6 March 2024). Kysyntä kirjallisuusterapialle kasvaa – kursseja löytyy jokaiseen elämän kriisihetkeen [문학 치료 수요 증가-인생의 모든위기의 순간을 다루는 코스]. YLE News. https://yle.fi/a/74-20077207
• Lukukueskus (The Reading Center; 읽기 센터). Director: Emmi Jäkkö.
• Sundqvist, J (17 July 2023). Tiktok nostaa kirjojen myyntiä ja tekee kirjailijoista tähtiä – ”Sellainenkin, joka ei ole vielälukija voi innostua kirjoista” [틱톡이 책 판매를 늘리고 작가를 스타로 만듭니다 –”독자가 아닌 사람도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YLE News. https://yle.fi/a/74-20040918
• Suomen Kaustannusyhdistys (Finnish Publishing Association; 핀란드 출판 협회). Director: Sakari Laiho.
• Suomen Kirjakauppaliitto (The Booksellers’ Association of Finland; 서적상협회). Director: Laura Karlsson.
• Tuunila, M (20 March 2024). Suomeen avautuu palvelu, jossa on ilmaiseksi valtava määrä e- ja äänikirjoja sekä digitaalisia aikakauslehtiä [핀란드에서 수많은 전자책, 오디오북 및 디지털 잡지가 무료로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가 열릴 것이다.]. YLE News. https://yle.fi/a/74-2007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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