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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은 정부조직법 개편부터!

#1276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5.04.30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많은 교육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제안의 하나가 아닌 정책을 보는 관점을 다루고 있으며, 교육 개혁의 시작으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개편을 제안합니다.                                         

 

 

대선이 시작되니 여기저기서 교육 공약 제안이 쏟아진다. 어쩌면 이 글도 그런 제안의 하나로 읽힐 수 있지만, 실은 정책을 보는 관점을 다룬다.

 

우리는 대개 좋은 의도를 갖고 ‘무엇’을 하자고 제안한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정책 사업으로 전환되어 예산이 붙는다. 그런데 예산을 써서 채택된 정책을 실행하다 보면, 제안의 좋은 의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고교학점제가 그렇다. 모두가 환영하는 정책은 없고, 모든 제안은 필연적으로 ‘현실’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거기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더 크고 새로운 정책과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작용을 해결하기보다는 정책의 힘을 줄이고 폐기하는 순서를 밟는다.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은 행정적 부담만 남기고 다음 정부에서 사라진다. ‘현실’을 바꾸려는 좋은 정책이 오히려 ‘현실’에 막혀 쉽게 무용지물이 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국가 정책의 관점에서 ‘현실’은 법률과 규정이고, 그것이 규정한 행정 지배 구조이며, 지배 구조를 작동시키는 인식과 관념이다. ‘무엇’과 ‘어떻게’,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의식 구조라는 힘의 결합이 ‘현실’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정책은 이렇게 구분된다.

 

① 현행 법률과 규정 체제 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정책
② 법률과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정책
③ 법률, 행정 지배 구조, 의식 구조를 바꿔야 하는 정책

 

③번 정책을 제안했는데 이 세 가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채택되지 못하고, 채택되더라도 실패가 예정되어 있다. ②번 정책도 법률이 달라지지 않으면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작동하다가 사라진다. 공약 제안은 대개 이 세 개의 범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무엇을 채택할지는 대통령과 주변 인물의 현실 인식, 역사 인식, 철학, 진정성에 달려 있다. 국가 정책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다만 시기에 따라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별하는 안목이 요구되며, 대개 ③번 정책이 필요한 상황은 별로 없다. 하지만 두 번의 탄핵을 겪은 지금은 ③번을 국정의 기본 축으로 설정할 때이다.

 

법률과 규정, 행정 지배 구조, 인식과 관념 사이에 무엇이 우선하는지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식의 전환이 우선이니 인식이 달라진 후 법률과 지배 구조를 바꾸자는 주장, 지배 구조를 그대로 두고 법률을 먼저 만들거나 바꾸자는 주장,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지배 구조를 바꾸자는 주장 모두 현실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현실 여건을 고려한 정책이 아니라, 현실을 바꿀 정책이 필요하고, 법률, 지배 구조, 의식이 모두 달라져야만 현실이 바뀐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도 그것을 실행할 환경과 동력이 없다면 오히려 현실에 부딪쳐 좌초한다. 우리는 대개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을 제안할 뿐, 실행 계획 즉 정책 환경과 동력까지를 설계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실행할지가 빠져 있다. 그래서 늘 그렇듯 이번에도 사람들은 선출될 대통령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 우리가 ‘무엇’을 말하면 그가 이루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바꾸겠다고 나서는 대선 후보가 있다면 현실이 바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책 제안들은 부질없는 일로 끝난다.

 

현실을 바꾸려면 개헌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물론 기존 체제가 흔들리니까 당분간 혼란이 따라온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정치적 분열, 달라진 인구 구조와 산업 구조에서 새로운 미래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빠른 변화를 제도(institution)가 쫓아가지 못하는 지체(lag 혹은 retardation) 상태에 놓여있다. 개발 경제, 박정희 체제, 극우적 망상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고, 무엇을 할지 모른 채 현상 유지에 급급해도 생존을 위한 개혁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 개헌 논의는 현 대선 정국에서 사라졌다. 6월 이후에 다시 시작될지, 아니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개헌은 민심에 달려 있고, 다음 대통령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진정성이 없는 대통령은 개헌을 논의하는 척하면서 힘만 빼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도 임기 하반기에. 만약 다음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정부의 교육 정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먼저 교육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난 정부가 남겨놓은 ① 의대 정원, ② 디지털 교과서, ③ 유보통합이고, 여기에 더하여 다수가 고통받는 사교육비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교육비 대책은 못 본 척하거나 국회와 다른 기관으로 떠넘기면 사실상 정책 과제가 되지 않는다. 조사와 연구보고서, 몇몇 행사와 엄포로 성의 표시를 할 수는 있다. 지난 정부가 남긴 문제도 대충 수습할 수 있다. 공공의료를 확충하려면 의대 정원은 늘려야 하지만, 보건복지부 직속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로 일단 넘기고 결과를 기다린다. 그리고 의과대학과 상의하여 재정지원책을 마련하면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어차피 국회가 ‘교과서’ 지위를 떼어 줄 듯하니 다시 「디지털수업플랫폼」으로 돌아가는 탈출구가 있고, 추가로 교사 정원과 처우를 재논의하며 민심을 다독이는 방법도 있다. 유보통합에서는 보육과 유아교육을 따로 떼어내 별개의 방식으로 지원하되,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확충은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으로 떠넘기고 예산 핑계를 댄다. 교사 양성과 자격증은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이 외에도 새로운 예산 사업을 발굴하기보다 기존 사업에 약간의 초(?)를 쳐서 표지 갈이를 하면 아무도 불만이 없다. 현실을 바꿀 의지가 없는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조용히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가는 교육부가 된다. 대통령 탄핵 후 새 대통령이 들어왔는데 교육 정책이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한다면, 국민의 삶은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하고, 갈등은 깊어지며, 미래 성장 동력은 꺼져갈 뿐이다.

 

현실을 바꾸려는 대통령의 진정성은 머나먼 개헌 과정보다 당장 6월의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알 수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만으로도 공고했던 현실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편을 경제 분야, 국방·외교·통일 분야, 사회 분야로 구분했을 때, 필자가 제안하는 사회 분야 내 교육부 개편안은 다음과 같다.

 

① 현 국가교육위원회법 폐지
② 교육부의 영유아보육부터 중등교육까지의 업무를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
③ 교육부(고등교육, 평생교육), 고용노동부(고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의 결합
④ 새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시·도 교육감 참여
⑤ 대입 정책을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하고 산하에 대입공정관리기구 설립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개편안은 헌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교육 관련 법률과 규정에 영향을 주고, 행정 지배 구조가 자율과 분권으로 전환되는 기점이 되며,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후속 과제를 정비해 나가면 우리의 의식 구조도 달라진다. 다음 대통령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는 현실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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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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