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01-31 17:26

| “이번 칼럼은 과학적 독서법에 대한 연재의 마지막으로 독서의 목표인 ‘텍스트에 대한 이해’에 대해 쓰고자 한다.” / “뇌가 기억을 깊게 하는 방법은 반복적으로 기억을 끄집어내는 방식밖에 없다.” (본문 발췌) |
독서는 뇌의 정보 처리와 처리된 정보들이 통합되어 응고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다독이나 정독 등 독서법의 종류가 아닌, 뇌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독서법이 문해력에 효과적이다. 이번 칼럼은 과학적 독서법에 대한 연재의 마지막으로 독서의 목표인 ‘텍스트에 대한 이해’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이해는 대뇌 피질에서 일어나는 정신 작용이다
책을 읽는 목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목표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이며 이해는 대뇌 피질에서 일어나는 정신 작용’이다. 그러므로 뇌에 기능성 장애가 없으면 작업기억에서 인지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책을 읽어야 한다. 인지과부하는 뇌에서 측두엽에 인접한 해마와 관련되어 있다. 해마는 작업기억 용량이 평균적으로 4∼5개 청크이고 해마로 들어온 정보는 보통 15∼30초 정도만 유지되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들어온 정보가 작업기억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즉 전두엽이 해마에 처리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고 신호를 보내면 해마는 덜 중요하다고 여긴 정보부터 즉시 폐기한다. 요컨대 그 누구라도 문해력을 높이려면 인지과부하를 피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즉 문해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작업기억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책을 읽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보자. 책을 읽으면 지난 원고에서 밝혔듯이 주의를 집중한 내용만이 뇌의 시상으로 들어가며 시상을 둘러싼 시상하부를 거쳐 시각중추인 후두엽의 1차, 2차, 3차, 4차 시각 피질에서 ‘색깔’, ‘선’, ‘경계’, ‘전제 윤곽’, ‘형태’, ‘색채’ 등으로 구분되어 분석된다. 그 후에 바로 옆에 있는 연합영역으로 이동하여 과거 경험과 비교되면서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그 이미지가 이미 장기기억에 있으면 전두엽 앞쪽인 전전두엽은 즉시 그 이미지를 끄집어내어 정보를 이해한다. 그러나 처음 후두엽으로 들어온 정보는 바로 연합영역으로 가지 않는다. 편도체와 상호 교류하면서 내 후각 피질을 거쳐 해마의 치상핵, CA3, CA1을 지난 후에 연합영역으로 이동한다. 이 때 측두엽과 두정엽이 맞닿은 부위에 있는 각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연합영역에서 이미지로 출력된 낱말을 음절에 이어 음소로 세분한 후에 다시 결합하여 소리말로 바꿔 준다. 이후에 소리로 바뀐 낱말은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으로 옮겨져서 그 의미는 파악되며, 이후에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으로 보내져서 글의 구조에 맞춰서 문장 단위로 해석된다.
<그림1> 대뇌피질의 구조

그러므로 이 과정이 잘 되도록 하는 책 읽기 방식이 곧 과학적 독서법이며 부모나 교사가 아이가 읽는 책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따라야 할 원칙이다. 관련된 몇 개의 세부적인 툴을 소개한다.
1) 능동적으로 청킹을 해야 한다
‘청킹(chucking)’은 뇌의 기저핵이 작업기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규칙이나 순서에 맞춰 처리하는 인지 기술이다. 전화번호 01024××55××이 있다고 하자. 총 11개의 숫자가 있으므로 작업 기억의 용량을 고려하면 3번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010–24××-55××’처럼 숫자를 3개의 덩어리로 묶으면 한 번에 처리될 수 있다. 특히 뇌는 인간 진화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정보를 연결해왔으므로 청킹에 익숙하다.
청킹의 특별한 유형으로 범주화인 ‘조직화’와 비 범주화인 ‘정교화’가 있다. 조직화는 특정한 범주를 기준으로 여러 정보를 연결하여 묶어내는 기술이다. 예컨대 소, 책상, 사과, 소파, 체리, 사자, 말, 의자, 복숭아, 침대라는 10개 단어를 사과·체리·복숭아는 과일, 소·사자·말은 동물, 책상·의자·침대는 가구로 묶는다. 정교화는 정보의 의미 간에 밀접하든, 무관하든 범주를 쓰지 않고 기존의 정보에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anniversary를 결혼 20주년과 연결하여 “벌써 결혼 20주년이 되었구나!”라고 기억하거나, 낙타와 사과를 연결하여 “낙타는 사과를 먹는다.”라고 하거나, 태양 위성의 이름을 첫머리 글자인 ‘수·금·지·화·목·토·천·해·성’으로 연결하여 기억한다.
책을 읽을 때 청킹은 문장에서 몇 개의 어절을 묶어 읽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독자가 청킹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2∼3학년 시기에 청킹을 따를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홍인재 교장은 2015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교육부가 발간한 교과서 편성을 비판한다. 즉 “아이들은 의미 단위가 아닌 어절 단위의 띄어 읽기를 재미있어 하는데 아이의 언어 발달과 사용 실태를 모르는 저자에 의해 교과서는 띄어 읽기를 의미 단위로 가르치고 배우도록 되어 있다”라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발달에 맞춘 교육과정이므로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가르쳐야 한다.”라고 촉구한다. 이 쟁점과 관련해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누가 더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있는가?”라는 문장을 보자.
창민: 수컷∨사슴벌레는∨큰턱을∨가지고∨있어요. (어절 단위 읽기)
민경: 수컷 사슴벌레는∨큰턱을 가지고 있어요. (의미 단위 읽기)
내 생각은 홍인재 교장선생님과 좀 다르다. 이 문장을 보면 창민과 민경의 글을 읽는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문장이 한 시선으로 처리할 수 있는 청크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수컷과 사슴벌레를 띄어 읽거나, 붙여 읽어도 작업 기억이 정보를 이해할 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문해력 수준이 비교적 높은 아이의 경우에 의미 단위로 끊어 있는 방식이 잘못된 읽기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글을 읽는 습관을 본격적으로 기르는 이 시기에 의미 단위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어절 단위로 읽는 습관을 들이면 잘못된 습관 탓에 문해력 향상을 방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나 교사는 책을 읽기 전에 아이에게 책 내용 일부를 요약해 보라고 하면서 문해력 수준을 파악하는 독서지도가 효과적이다. 또 아이에게 글에 연필이나 형광펜으로 이해하는 만큼 사선을 치면서 책을 읽게 하면 아이 수준에 맞는 최적의 읽기 단위를 찾아낼 수 있다. 보통 문해 수준이 낮을수록, 학교급이 낮거나 같은 학교급이면 저학년일수록 어절 단위로 읽고, 문해 수준이 높을수록, 학교급이 높거나 같은 학교급이면 고학년일수록 2∼5어절이 묶인 구나 절 단위로 읽는 방식이 좋다.
2) 책을 읽을 때 딴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옆에 앉은 두 승객이 대화중이면 그들의 말소리와 책 내용을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 뇌는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바꿔서 이해하므로 책을 읽더라도 시각정보가 청각정보로 바뀐 탓에 뇌의 입장에서는 두 소리를 듣는다고 받아들인다. 이를 ‘양분 청취’라고 하는데 측두엽의 구조 탓에 일어난다. 알다시피 측두엽은 좌뇌와 우뇌에 나눠 있으므로 좌뇌쪽에서 우뇌쪽에서 각각 청각 피질을 통해 동시에 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청각 정보를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좌측 측두엽에만 있으므로 청각 정보로 들어온 모든 정보는 측두엽 한쪽에만 있는 베르니케 영역 쪽으로만 몰림으로써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여러 길에서 달리던 차량이 한쪽 길로만 가야 하는 상황에서의 차량 정체를 생각해 보면 된다. 이 문제를 전두엽 좌측 부위에 있는 하전두회가 해결한다. 하전두회는 측두엽으로 들어온 여러 청각 정보 중에 한 정보만이 베르니케 영역을 통과하도록 허용하고 나머지 청각 정보는 버려지게 한다. 그러므로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때 각회는 그 내용을 소리 덩어리인 청각 정보로 바꿔서 베르니케 영역으로 보내지만,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계속 들리면 전두엽의 하전두회는 책 내용과 대화소리 중에 어느 한 정보는 베르니케 영역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그리고 여러 개의 글이나 소리 등이 동시에 뇌에서 처리되는 ‘멀티태스킹’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뇌는 작업 기억 용량이 제한된 탓에 집중력이 요구되는 여러 인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 식사 중에 대화하거나, 샤워 중 노래를 부르거나, 운동장을 달리면서 과제를 떠올리는 것은 멀티태스킹이 아니고 습관과 관련된 선조체에서 무의식적으로 매개되는 자동반복적인 반사일 뿐이다.
독서 중에는 모르는 단어 등을 찾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지 않아야 한다. 주위가 시끄럽거나, 책 읽는 중에 음악을 듣거나, 여러 시각 자극이 섞여 들어오는 곳에서 책을 읽으면 인지과부하만 초래할 뿐이지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조용한 곳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으면서 뇌가 순차적으로 책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이 문해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면 그 내용이 더 잘 이해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럴듯하지만 거짓말이라고 봐야 한다.
3) 이미지를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림(이미지) 정보는 인지 과정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사과 그림을 보면서 사과 단어를 듣게 되면 사과 정보를 쉽게 기억하듯이 이미지와 함께 들어오는 음성 정보는 인지 부담을 줄인다. 그런데 뇌는 이미지를 먼저 처리하므로 글과 그림이 있는 책을 읽을 때 글보다 이미지에 먼저 주목한다. 즉 익숙한 이미지가 함께 있는 책(그림책)을 읽으면 문해력에 도움이 된다. 전두엽은 익숙한 이미지 정보일수록 인지부담을 덜 느끼므로 문해에 유익하지만 낯선 이미지는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독서 초보자일수록 자주 본 듯한 그림이 들어있는 그림책을 읽는 방식이 좋다.
그림책은 독자가 인지과부하 없이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삽화를 넣은 책으로 아직 읽는 능력이 부족한 유아기, 미취학 아동,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 글을 읽는 능력은 한 번에 발달하지 않고 시기를 두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모든 그림책이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글 내용과 밀접하지 않은 삽화가 많이 들어간 그림책은 피해야 한다. 예컨대 생각하지도 못한 깜찍한 캐릭터,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그림, 주제와 무관하지만 흥미로운 그림은 아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이런 그림들은 뇌의 인지 부담을 줄이지 못하며 글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비주얼 씽킹에 대한 우려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교수학습에서 그 기법이 무용하다가 아니라 남용되었거나 오용되었을 때 오히려 학습을 방해한다는 의미로, 화폐로 비유하면 양화(良貨)가 아닌 악화(惡貨)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주제와 관련된 여러 장의 삽화를 중복적으로 넣은 그림책도 피해야 한다. 글자보다 그림을 통한 학습이 주제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만, 한 번에 한 그림씩만 뇌에서 처리되므로 인지 부담을 피할 수 없다. 그래프나 표가 많이 들어있는 그림책도 아이일수록 권장하지 않는다. 그래프나 표는 순수한 이미지만이 아니라 숫자와 글자 등으로 체계화된 그림이고 아직 그들의 전두엽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아이의 뇌는 글과 도표가 동시에 들어올 때 생기는 인지적 병목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림책이 초등 고학년, 중학교 단계에서 중심적인 책으로 읽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서는 뇌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인지 활동이 아니다. 뇌가 글을 읽으려면 낱말의 철자를 소리 철자로 바꿔야 하고, 이 소리 철자를 결합하여 하나의 소리 낱말로 재구성하며, 무슨 의미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독 경로가 주어져 있고, 초등 고학년 대부분은 난독증이 없다면 해독 경로가 발달되어 있으므로 책을 줄 글 중심으로 읽도록 권장해야 한다. 또한 교과서 등도 줄 글 위주로 되어 있으므로 그림책에 길들여지면 책을 읽는 속도는 더디어지고, 책을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꼭 그림이 있어야만 책의 글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책에 그림을 넣은 목적은 어휘력 부족 등 읽기 발달 단계를 고려하거나 글의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시키는 데 있다.
4) 반복만이 살길이다
해마는 작업기억의 중추이며 생존에 필요한 정보만을 처리하여 장기기억으로 이전하는데 같은 정보나 비슷한 정보를 반복하면 우선 처리해야 할 정보라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반복하여 책을 읽어야만 작업기억의 인지부담을 줄일 수 있다.
뇌과학에서 정보를 반복하는 행위를 시연(rehearsal)이라고 하며 ‘기계적 시연’과 ‘부호화 시연’이 있다. 기계적 시연은 단순 암기이다. 이 방법으로 정보를 기억할 수 있지만, 정보의 바다라는 전체 흐름 속에서 기억되지 않으므로 오래 기억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 등 절차적 지식이나 단순 정보인 국어의 자모, 화학기호, 구구단 등의 이해에는 효과적이지만 추상적 개념, 단어, 복합적 아이디어 등의 이해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부호화 시연은 새로운 정보를 장기기억에 있는 기존의 정보에 연결하거나 연합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적용해야 할 인지기술이다. 우리는 얼핏 보기에 뇌에 정보가 들어오면 무작위로 받아들이고 순서대로 처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기존 정보 간에 연관성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더 나아가 이전에 형성된 패턴으로 새 정보가 어떤 패턴을 만들지도 예측한다. 그 이유는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적은 에너지로 생존에 적합한 최적의 행동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보로부터 어떤 패턴도 발견하지 못하거나 예측할 수 없으면 쓸모없는 정보로 취급해버린다. 부호화에는 ‘조직화’, ‘정교화’, ‘심상 형성’, ‘청킹’, ‘자기 참조법’, ‘기억술’ 등이 있다. 조직화는 정보를 범주로 묶는 것으로 도표, 개념도, 위계도 작성하기 등이 있다. 정교화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것으로 요약, 노트필기, 유추나 사례 제시 등이 있다. 심상 형성은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책을 시체와 피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전쟁 영화를 상상하며 읽는 것이다. 청킹은 정보를 쪼개서 일정한 틀로 묶는 것이다. 자기 참조법은 정보를 개인의 경험에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환율 관련 책을 읽는다면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에 자녀의 학비나 생활비를 해외로 송금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기억술은 책을 반복적으로 읽을 때 여러 가지의 기억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약문법은 문장을 임의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각 단어를 보고 암기내용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 참! 이마에서 사마귀가 나돌아 다니다니.”라는 문장을 이용하여 신라 왕 칭호의 변천 순서인 ‘거서간-차차웅-이사금-마립간’을 암기하는 것이다. 약어법은 어떤 주제나 개념을 한 단어 또는 한 구절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첫 글자만 따서 ‘아나바다’로 기억하는 것이다.
독자는 뇌가 책 내용에서 패턴이나 연관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항상 부호화하면서 반복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며 부호화 습관을 기르도록 아이들에게 연습하게 하는 독서지도는 문해력에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는 청소년기에 특정 패턴을 제시하고 오직 그 형식을 따르라고 지도하지 않아야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의 뇌에는 패턴 구성 능력이 한층 발달하므로 다양한 패턴의 시냅스가 만들어지도록 부호화 방식을 바꾸면서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 뇌의 시냅스도 강화되고, 전두엽 자체도 두꺼워지며, 후두엽도 발달함으로써 뇌 전반이 활성화된다. 즉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이 글의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사이에 놓여 있는 일정한 패턴을 찾으면서 책을 읽는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부호화 능력이 부족한 아이라면 글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부호화 방식을 알려주면서 책을 읽도록 장려해야 한다.
5) 배경지식이 많아야 한다
책을 읽으면 전전두엽은 똑같은 지식, 또는 비슷한 정보가 뇌에 저장되었는지를 검색하고 새로운 정보에 연결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과거의 정보와 똑같거나, 비슷한 정보가 들어오면 쉽게 받아들이고 더 오랫동안 기억한다. 잘 아는 정보일 경우 0.1초∼0.2초 사이에 장기기억으로 남아있던 배경지식이 활성화되지만 잘 모르는 정보일 경우에는 0.2초에 한 번 꼴로 배경지식이 활성화되고, 0.4초에서 한 번 더 폭발적으로 배경지식이 활성화된다. 즉 2단계 과정을 거치므로 장기기억을 인출할 때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배경지식이 적은 독자는 작업기억에서 인지과부하를 일으키므로 새로운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EBS에서 출간된 <당신의 문해력, 2021>이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는 바이블처럼 유행했는데 그 책의 키워드는 ‘어휘력’이었다. 즉 “많은 낱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경우에 문해력이 높다.”가 요지였다. 맞는 말이고 바로 배경지식이 많아야 하는 점을 지적한 책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중에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사전에서 그 의미를 찾으면서 읽어야만 인지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혹자는 책을 읽을 때 사전을 활용하는 방법이 비효율적이라고 충고한다. 시간이 부족하고, 낱말 뜻이 문맥에 따라 달라지므로 글의 앞뒤 문장을 통해 짐작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다. 이런 충고를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낱말 하나하나는 원래 모호하며 종이사전이든 전자사전이든 모든 맥락을 고려한 의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예컨대 “철수는 우유를 바닥에 쏟다.”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이때 ‘쏟다’의 의미는 다음 문장에 따라 달라진다. 다음 문장이 “선아는 걸레를 가져오려고 급히 일어났다.”라고 되어 있으면 ‘쏟아진 우유로 인해 바닥이 어지러워질 것’이라는 의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철수는 그녀에게 다시 우유를 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라고 하면 “쏟아진 우유의 양이 적다.”라는 의미를 보여준다. 즉 ‘쏟다’의 의미는 특정한 맥락에서 정해진다. 다만 맥락은 두 개의 사건과 관련된 것이므로 한 문장에서 모르는 낱말을 알게 해주지는 않는다. 즉 낱말의 폭과 깊이가 부족한 아이에게는 맥락적 읽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추론 등 독해 전략으로 글을 이해하라는 충고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는 있지만, 어휘력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에는 문해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글에서 맥락은 독자들이 의도된 추론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음의 글을 보자.
성훈이가 자는 방의 창문을 통해 외계인 둘이 들어왔다. 그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지구를 방문해서 성훈의 방을 그들의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그들은 전자총으로 성훈을 쏴서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여러 가지 조사를 얼마 동안 하고 그곳을 떠나려고 하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다시 성훈을 살리기로 했다. 이미 성훈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목욕탕으로 가서 수도꼭지를 통해 물을 받아 충분한 양의 탄소를 추출하고 그것으로 다시 성훈을 재구성하여 살려낸 후에 지구를 떠났다. 다음날 성훈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에서 깨어나 일상생활을 한다.
이 글은 외계인이 전자총으로 성훈을 죽였지만,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하여 성훈이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문장과 문장의 의미를 연결하는 문맥을 통해 이 글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독자가 글쓴이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 않다. 글에서 전자총으로 제거된 철수를 탄소 원자로 재구성하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생활을 하게 한다는 것은 “인간의 정신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물리적 속성을 복원하면 정신적 속성도 완벽하게 복원된다.”라는 가정이 숨어있다. 이처럼 글에는 글쓴이가 생략한 정보가 있으므로 글의 맥락에만 기대면 오독할 위험성이 있다. 설령 독자들이 낱말이나 글을 맥락을 활용하여 문단을 이해하더라도 문단과 문단을 결합하여 전체적인 의미 통합에는 실패할 수 있다. 즉 일관성이 없는 글이라면 글쓴이의 의도를 명료하게 찾아낼 수 없다.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은 인하대 신명선 교수와 함께 ‘어휘력 부족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한 실험을 했다. 실험 대상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로서 제작진은 글을 읽다가 모르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읽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먼저 단어 사용에서 오류가 있는 글을 읽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실험에 제시된 단어는 핵심어는 아니지만,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비핵심어까지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문해력에 끼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제작팀은 2020년 9월 21일 ≪동아 사이언스≫에 게재된 ‘개미 사회에도 감염병에 맞선 치열한 투쟁이 있다’라는 글의 곳곳에 부적절한 단어를 넣어 학생들에게 읽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단어에 머무는 시선을 관찰했다.
다음은 실험에 제시되었던 글을 발췌한 것이다.
유래(유례)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인류가 당황하고 있다.
동충하초 균류는 개미 몸으로 들어가 감염된 개미를 조장(조정)한다.
동물사회가 질병의 확충(확산)을 줄이기 위해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였다.
그랬더니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부적절한 단어가 나와도 주목하지 않았고, 아예 모르는 단어나 확실히 아는 단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어휘력이 높은 학생들은 부적절한 단어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이 길었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가도 다시 부적절한 단어로 돌아와 주목했다.
두 번째 실험은 단어의 난이도가 다른 두 개의 글을 제시했다. 그리고 시선 추적 장치를 통해 어려운 글을 읽을 때와 쉬운 글을 읽을 때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했다. 예컨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라고 표현한 글과 ‘지방질을 다량 함유한 식품’이라고 표현한 글은 같은 의미이지만 어휘의 난이도에 차이가 있다. 실험에서 어휘력 점수가 낮은 아이들은 쉬운 어휘들로 이루어진 글은 끝까지 잘 읽어갔다. 그러나 ‘산패(酸敗)’와 같은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가 나타나자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결국은 끝까지 읽지 못하였다. 반면에 평소에 독서량이 많고 어휘력 점수도 높은 아이들은 흔들림 없이 일정한 속도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나아가 쉬운 어휘보다 어려운 어휘로 된 글을 더 쉽게 이해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까지 있었다. 시선추적 관찰도 첫 번째 실험처럼 아이들의 어휘력 차이가 글을 읽는 태도와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려운 단어를 접했을 때의 태도, 비핵심어까지 세밀하게 읽고 해석하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났다.
결국 부모나 교사는 추론에만 의존하지 말고 아이의 어휘력이 올라갈 수 있도록 독서지도를 해야만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어른들도 책을 읽을 때 깊은 독서를 하려면 어휘력을 늘리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 예컨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하고,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아 낱말과 관련된 많은 용례를 보도록 해야 한다.
6) 맥락을 만들어줘야 한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고든과 배들리(Godden & Baddeley) 연구팀은 기억이 맥락에 의존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한 팀의 잠수부들에게 바닷속 6m 깊이에서 자신들이 제시한 단어 목록을 외울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그 잠수부 팀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어제 입수했던 바닷속 6m 깊이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했고, 남은 한 그룹은 육지에 남겼다. 그 후에 연구자들은 각각의 그룹에 어제 외웠던 목록 중에서 몇 개의 단어를 외우고 있는지를 물었다. 연구팀은 육지에 남겨진 그룹이 단어 목록을 더 잘 외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험 결과는 예측을 빗나갔다. 바닷속 6m 깊이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간 잠수부들이 육지에 남은 잠수부들보다 35% 이상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해낸 것이다. 잠수부들 모두가 바닷속에 들어갔던 날, 그들 중 누구도 단어를 외울 때 푸른 바닷물, 화려한 색깔의 산호초, 열대어들에 집중할 것을 요청받지 않았다. 하지만 푸른 바닷물, 산호초, 열대어들에 대한 정보들이 미리 약속된 것처럼 모두 잠수부의 기억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바닷속으로 다시 들어간 잠수부들이 육지에 남은 잠수부들보다 단어들을 장기기억으로부터 불러내는 데 훨씬 유리했다. 즉 외부환경을 굳이 의식하지 않았어도 정보를 입력할 때와 인출할 때가 같았으므로 더 많은 단어를 떠올렸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엘리노어 맥과이어 박사는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 구조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살펴봤다. 런던에서 택시 운전사를 하려면 수천 개의 장소를 헤매지 않고 찾는 훈련을 한 후 시험을 통과해야 하므로 약 2년 동안 길 찾기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 뒷부분이 일반인보다 더 커져 있었다. 특히 운전경력이 긴 운전사일수록 길 찾기 훈련으로 뇌세포가 그만큼 늘어나서 더욱 컸다. ‘공허 응시’라는 현상도 공간과 기억이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피실험자에게 자전거, 금관악기, 뱀 등 여러 개의 이미지가 사방에 흩어져 있는 화면을 보여준 후에 이미지를 모두 없애고 텅 빈 화면을 보여주며 다음의 질문을 하는 실험을 했다. “뱀은 어떤 색이었나요?” 그랬더니 모든 피실험자는 이미지가 사라졌는데도 텅 빈 화면의 오른쪽 아랫부분으로 시선을 이동시켰다. 즉 해마는 뱀 이미지가 놓였던 위치를 함께 기억한 것이다.
기억이 맥락에 의존하는 까닭은 기억이 만들어지는 해마의 특성 탓이다. 해마는 단지 들어온 구체적인 정보만 처리하지 않는다. 즉 텍스트 내부의 정보만 기억하지 않고 위치를 파악하는 장소세포로 가득 차 있으므로 주변 환경과 자기 위치정보를 저장한다. 예컨대 우리는 어떤 곳을 찾아갈 때 종종 주변을 보고 눈에 띄는 물체나 지형을 통해 길을 찾는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해마가 그 길을 저장해 놓는 탓에 이런 지표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목적지에 도달한다.
책을 읽을 때 기억이 맥락에 의존하는 구조를 활용하면 인지부담을 줄일 수 있다. 즉 공간의 기억을 끄집어내거나 예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신속하게 장기기억으로 옮길 수 있다. 예컨대 공부방이든, 도서관이든, 교실이든 한 곳을 정해놓고 그 자리에서 계속 책을 읽는다. 또한 목차는 책의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를 예측하라는 저자의 암시이고, 장기기억에서 비슷한 틀을 끌어낼 준비하라는 워밍업(warming up)으로 볼 수 있으므로 목차를 기억한 후에 책을 읽으면 앞으로 전개될 글의 구성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인지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한 곳에서만 책을 읽으면 낯선 공간에서 책을 읽을 때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기억에 저장된 어휘 등 배경지식을 쉽게 떠올리도록 다양한 공간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
맥락을 넓힐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어떤 새로운 기억도 개인적 경험인 일화 기억에서 출발하여 보편적 지식인 의미 기억으로 발전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개념적 지식이 만들어지므로 지식의 전이에 유용하다. 예컨대 도서관에서만 책을 읽던 아이는 ‘책은 꼭 도서관에서만 읽는 텍스트’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집이나 학교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면 동기가 잘 유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책과 관련된 시험을 치르더라도 도서관 이외의 장소에서는 좋은 성취도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집, 도서관, 학교 등에서 번갈아 가며 읽는 학생은 3개의 일화 기억이 형성되므로 ‘책은 어떤 곳에서나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받아들이게 된다.
7) 시간 간격을 두고 읽어야 한다
망각곡선을 발견한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가에만 관심이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사물을 오랫동안 기억하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간격을 정해 여러 단어를 외우면서 망각곡선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러다가 학습 시간을 짜는 방식과 기억력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다.
<그림 2>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한 번에 오랜 시간을 들여 학습하는 방식은 짧은 기간 동안 기억력을 높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망각곡선이 곧장 나타났다. 반면에 몰아서 학습하지 않고 학습시간을 나누는 분산학습을 했더니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요컨대 분산학습이 집중학습보다 기억에 더 효과적이었다. 더 나아가 시간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방식보다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학습 간격을 길게 하는 방식이 더 높은 회상률을 보였다. 그러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학습 간격의 수나 각각의 시간 등은 없으며 상황에 따라 늘 바뀔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술이든지 간에 고도의 숙련이 목표라면 처음 계획한 시간 간격보다 훨씬 더 많은 휴식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분산학습이 기억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 한 곳에서 긴 시간 동안 학습할 때는 변하지 않는 하나의 맥락에서만 이루어진다. 오직 하나의 탁자, 하나의 공간에서 나는 냄새, 소음, 그리고 신체적 감각에만 묶인다. 그러나 시간 간격을 두면 공간 등 맥락이 달라지므로 더 깊고 참신한 의미 기억들이 형성되며, 결과적으로 더 쉽게 기억을 끄집어낸다. 꼭 잊지 말아야 해서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뇌가 기억을 깊게 하는 방법은 반복적으로 기억을 끄집어내는 방식밖에 없다.”라는 점이다. 뇌는 반복을 특정한 정보를 빈번하게 사용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망각 대신에 보유를 우선순위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분산학습으로 장기기억에서 반복적으로 정보를 끌어내게 되면 기억은 더욱 단단하게 고정된다. 반면에 분산학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정보로 인한 간섭에 취약해지고, 필요할 때 끄집어내기도 어려워지는 탓에 새로운 정보는 기억되었더라도 쉽게 망각될 뿐이다.
결국 독자는 한 번에 끝까지 책을 읽기보다 소주제가 들어있는 내용 문단, 즉 절 단위로 읽을 범위를 나눈 후에 도서관, 집, 교실 등 장소를 바꿔가며,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읽으면 오랫동안 책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 그래야만 작업 기억의 인지 부담은 줄어드는 탓에 정보처리(이해)는 빨라지며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배경지식 또한 늘어남으로써 문해력은 높아진다.
책을 읽는 목적은 ‘후마니타스(Humanitas)’를 기르기 위해서이다
문해력에 대한 칼럼 연재를 마치면서 독서의 목적, 곧 문해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를 덧붙이고자 한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책을 왜 과학적 독서법으로 읽어야 할까? 문해력이 왜 중요할까? 디지털 세상, 속도의 시대에 인터넷이나 AI등으로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책을 읽겠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어쩌면 바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답을 로마 철학자이자 라틴어 작가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에서 찾고자 한다. 즉 책을 읽는 목적은 그가 말했듯이 “인간에 대한 진심 어린 호의인 ‘후마니타스(Humanitas)’를 기르기 위해서이다.”라고 생각한다. 추한 자신에서 벗어나 위대한 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해, 세속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문명을 상상하기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책을 읽고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인간다움을 잊지 않고 서로 대접하고 대접받는 차별 없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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