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01-31 16:49
|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는 마음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본 고에서는 남아있는 방학기간 동안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사회성·감성 활동에 대하여 나눠보고자 한다.” (본문 발췌) |
방학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방학에도 집 안에서 답답하고 지루한 방학을 보내야 했던 아이들은 이번 방학을 들뜬 마음으로 맞이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방과 후 교실이 열리고, 지역사회 내 문화센터 강좌도 개설되어 방학 중에도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는 마음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본 고에서는 남아있는 방학기간 동안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사회성·감성 활동에 대하여 나눠보고자 한다.
가정중심 사회성·감성 교육 시작하기
학교에서의 활동은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성 감성을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경험이 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 발달이 촉진되고, 친구와 마음을 나누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와 타인을 인식하고 더 넓은 세상을 배워 나간다. 사회성·감성 교육이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이야말로 사회성·감성 교육의 기본이 실천되고 있는 곳이다. 길고 긴 방학 동안 가정에서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발달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➀ 자기관리와 의사결정 능력을 돕는 방학 계획표 짜기
방학 전 수업 활동으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방학 중 생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준다. 동그란 시계 그림 안에 나의 하루 일과 생활 계획을 시간대로 나누어 선을 긋고, 활동별로 색칠도 하고 여러 가지 그림도 꾸며 넣는다. 방학 때도 마치 평상시와 같이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낼 것처럼 멋진 계획표를 만든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금세 깨닫는다. 내가 지키지 못할 계획을 세웠구나! 그리고나면 계획표는 그저 책상 앞에 붙여놓은 아무것도 아닌 그림처럼 취급되고, 계획표와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고 잘 지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계획을 기억하고 지킬 수 있는 쉬운 계획표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가 방학생활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이를테면, 장기목표와 단기목표, 세부목표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우선, 장기목표로 방학 때 가장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 본다. 당장 지키고 수행해야 할 것이 아니라 방학 중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으로 세우면 된다. 가족 여행, 악기 배우기, 스포츠 활동 등 방학 중 꾸준히 하는 활동이나 특별한 활동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한 주간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이미 방학 전부터 다니고 있던 학원 스케줄에 따라 시간에 맞게 활동을 적고, 그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 대한 계획을 함께 만들어 본다. 장기목표에서 세웠던 것과 관련된 특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여유 있게 놀이를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 해야 할 일, 지킬 수 있는 일, 변경될 수 있는 일 등을 확인하고 수정해 보게 한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배울 수 있으며, 자기관리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방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습관이 잘 형성된다면 자기관리와 책임감이 기본이 되어 자기효능감(self-efficacy)도 함께 발달할 수 있다.
➁ 관계기술과 사회적 인식을 돕는 체험활동
방학이 즐거운 이유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학기 중보다 시간이 많아 친구들과 함께 여유롭게 놀 수 있다. 우선,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하여 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주는 것이 좋다. 평상시에는 각자의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기 어려웠던 친구도 초대하여 시간에 쫓기지 않고 놀다 보면 서로를 깊이 알게 되는 시간이 되어 단짝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 반대로 친구 집으로 놀러 갈 수도 있다. 서로의 집을 왔다갔다 하며 자연스럽게 방문 예절을 습득할 수 있으며, 편안한 공간에서 놀이하며 관계기술을 연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각 지역사회 내 청소년문화원 또는 청소년수련관이나 복지관에서는 저렴한 교육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시간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으며, 특강 형식이라 단기간에 배우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다른 학교 친구들과 만나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확장된다.
가족들과 함께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요즘 많이 즐기는 여러 가지 보드게임은 재미와 함께 전략 설정, 문제해결, 의사소통과 사고력 확장을 촉진하며, 가정에서 아이들의 관계기술과 사회적 인식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활동은 방학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은 방학 시간 동안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체험활동이 될 수 있다.
➂ 자기인식을 돕는 늘어짐의 시간, 대화 그리고 책
부모들은 방학이라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못마땅한 마음이 크다. 게을러 보이고,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어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 생각에 게으름도 늘어짐도 사실상 방학 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데 이해 못 하는 부모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부모들이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을 딱 1초만 참고 이러한 일상을 대화의 재료로 활용한다면 서로 간 마찰을 줄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보낼 수 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에게 늦잠 자서 기분은 괜찮은지, 하루 일과의 계획을 지키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다른 계획으로 수정해야 할 것은 없는지 등 아이의 하루 생활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아이가 늦게까지 잠을 잔 이유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는 시간도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방학 중 부모와 아이는 학기 중보다 많은 시간을 마주 앉아 있을 수 있다. 특히, 여유 있는 식사 시간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조용히 밥 먹는 행동을 예절이라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육아 전문가들은 서로가 바빠 함께 모이기 어려운 요즘에는 식사 시간을 가족 간 이야기 나눔의 시간으로 갖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오늘 메뉴는 어떤지, 다음 식사 메뉴는 무엇이 좋은지 결정하면서 아이의 의견을 들으며 자기표현을 도울 수 있다. 더불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요리하게 된다면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서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나누다 보면 자기인식의 폭넓은 지각과 정서적 공감을 표현하며 느낄 수도 있다. 좋은 시간 동안의 대화 중에 아이의 일상생활을 나누며 더 괜찮은 행동으로 바꿔보도록 부드러운 충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자기인식 확장 활동은 책읽기이다. 스마트 기기에 빠져 사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종이책을 읽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책을 읽히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조건을 걸어 약속하고, 심지어 갈등 상황에 놓여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것이 마치 부모의 숙제가 된 듯하다. 부모들은 선생님이 가정통신문에 방학생활 지침으로 강조한 책을 읽히기에 방학이야말로 정말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방학이 되었으니 책 읽기 목표를 정해 무작정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많은 아이들이 책읽기를 지루해하며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현실적인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권하는 이유는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시간조차도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도록 한다. 책을 읽도록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의견보다는 일단 아이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아이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는 시간이 처음에는 지루하고, 빨리 해치워야만 그 다음의 재미난 활동을 할 수 있는 과제가 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짧지만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바로 자기인식이 일어나는 순간이 된다. 단 한 줄을 읽어도 괜찮다. 아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방학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또는 바빠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으니 부모와 아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된다.
아이들이 부모 마음에 드는 괜찮은 활동을 하고 있을 때에만 자기인식이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지루함을 견딜 때, 재미로 몰입할 때, 집중하여 놀이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흥미가 있는 활동과 지루한 활동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이러한 경험 중에 자기인식 능력이 발달한다.
일상에서 사회성·감성 활동하기
사회성·감성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 부모들은 특별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이미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아이가 서로에게 갖는 관심만으로도 아이들의 사회적 인식 능력은 발달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나누는 마음의 표현은 공감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집안일을 도우면서 관계기술이 촉진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면서 의사결정에 책임감을 갖게 되고, 자기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자신의 다양한 행동과 모습을 자각하게 되면서 아이는 자기인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가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방학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좋은 의미로 남기기 위해 방학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방학을 충분히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면 가정에서의 사회성·감성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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