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2-11-02 15:27
기차는 마차를 모방하고, 인쇄된 책은 손으로 쓴 필사본을 모방하고, 로봇은 인간의 손발과 감각을 모방하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다. 대개 새로운 사물은 기존 사물의 모방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새로운 사물은 곧이어 기존의 사물을 대체한다. 기계는 인간의 기능을 모방한다. 인간의 기능을 모방한 기계는 인간의 직업과 직업의 일부 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기계로 대체된 직업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재 이유가 기능과 직업일 때 더욱 그렇다.
사실상 이미 모든 학생이 태블릿을 이용할 수 있고, 학교에 깔린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질도 좋아졌다. 그리고 이제 곧 에듀테크 상품이 본격적으로 학교를 통해 학생에게 제공된다. 여러 교육청은 인공지능 활용 교육, 디지털 교육, 스마트스쿨을 새로운 업무 추진 과제로 내놓았고, 기존의 혁신 교육은 디지털 교육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새 정부는 8월 10일에 「교육 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발표했고, 8월 22일에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 계획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국무회의에 보고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8월 22일)에서 “(에듀테크)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인공지능 보조교사(초중등), 인공지능 튜터링(대학)-을 지원(2024~)하고, 디지털 교과서 및 콘텐츠-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등-을 지속 확대·보급”한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정부 정책의 초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 시스템과 학습 콘텐츠에 맞춰져 있고, 별도로 교육청을 통해 사이버 학교도 추진되고 있다. 누가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가. 학교에 들어올 에듀테크 기업의 상품들이다. 그 상품은 교사를 보조하는 기능을 넘어서게 된다. 왜냐하면 교사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중앙일보 기고문 「시험의 시대 끝났다…맞춤교육으로 창의성·인성 키워야」(2022.02.15.)에서 이렇게 말한다.
“AI 보조교사와 같은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모든 학생에게 맞춤학습 기회를 제공하면서 교사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교사는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며 학생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프로젝트 학습 등에 집중하여야 한다. 교사의 역할은 강의보다는 코칭·멘토링·학습 디자인 등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동안 학생 평가가 학습과 분리돼서 입시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고통을 주었다. 그러나 AI 기술은 데이터 기반으로 학생에게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사에게는 큰 부담 없이 개별 학생의 성취를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하거나 빈번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학습과 평가의 통합으로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일 수 있게 되면 수능과 같은 고부담 시험은 1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다. [……]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하느냐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나려면 정부는 에듀테크 산업의 발전과 교사의 역할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디지털 디바이스·콘텐트·플랫폼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스타트업 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에듀테크를 사교육으로 보고 거부하면서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부터 에듀테크 산업을 지원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 기고문의 여러 단어는 정부 문건에서도 발견된다. 비록 ‘선언적’이지만, 교육부의 윤리 선언은 새로운 상품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를 제어하려는 듯하다. 기존 에듀테크 상품이 ‘인간 교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교사’를 ‘인공지능 교사’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기업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인간 교사’의 도움 없이도 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인간 교사’의 역할이 없는 에듀테크는 교사의 전문성을 해치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훼손하며 교육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을 방해한다. 광고 문구와 달리, 학습자의 주도성을 만들어낼 에듀테크 상품도 매우 제한적이다. 수학 기초가 없는데 로봇을 통해서 프로그래밍과 코딩을 배울 수 있을까. 공부할 의지가 없는 ‘수포자’에게 수학 실력을 갖추게 만들어 주는 상품이 있을까. 기존 상품은 이미 수학을 공부할 의지와 기초 실력을 갖춘 학생을 위한 상품이다. 반면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에듀테크 기업의 상품이 학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고 믿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식과 현실의 차이를 메울 방법이 없다. 연수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에듀테크 기업이 만든 상품이 학교 현장에 밀려오는 현실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학습 환경에서 교사 역할의 일부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의 교과 학습 상품을 이미 경험했다. 전통적인 교육산업은 학원 같은 사교육, 학습지 같은 통신 교육, 교재 및 교과서 출판, 교육 기자재와 교구 등이었는데, 여기에 인공지능과 정보통신(IC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학습을 수행·평가·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한 에듀테크 기업이 등장하면서 교육산업의 구조도 달라지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진보적인 교육 상품과 시장의 세계적 경향을 보여주는 「Metaari’s 2020 Advanced Learning Technology Research Taxonomy」 연차보고서는 전통 방식의 표준화된 이러닝산업(Self-paced eLearning market)의 쇠퇴와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새로운 ICT 융합 에듀테크 기업의 성장을 추적한다. 이 보고서는 2018년부터 새로운 학습 기업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 AI-based Learning: 디지털 교육 콘텐츠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
▪ Mixed Reality Learning(Simulation, AR, and VR): 시뮬레이션에 기반하여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보다 한 단계 진화된 혼합현실(MR)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 Game-based Learning: 자신 또는 타인과의 경쟁을 통한 ‘게임 플레이’를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게임처럼 보상 및 패널티 시스템을 포함
▪ Cognitive Learning(behavior modification): 통찰력, 기억력, 이해력, 공감능력, 문제해결능력, 추론능력 향상 등 행동 수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 Mobile Learning: 모바일 장치를 통해 접하는 지식 콘텐츠 프로그램
▪ Location-based Learning: 실제 공간정보와 AR, VR 등 가상공간에 대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 Education and Training Bots(both physical and virtual): 프로그래밍 교육 로봇, 인공지능 기반 로봇 등 교육용 로봇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특히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의 지향점을 일대일 학생 맞춤형 학습(one-on-one tutoring)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이 교육의 성배(Holy Grail of teaching)로 표현한다. 우리나라의 세 통신기업이 5G를 통해 만드는 가상 세계도 세계 시장 추이의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기존 이러닝 산업이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이라면, 에듀테크는 교육부의 발표처럼 일대일 개별화를 추구한다. 이 기업이 성장하면 아마도 지역의 중소규모 학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반면 국가가 구매한 무상 에듀테크 상품이 기존 사교육 서비스를 대체되면서 명목상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있다. 당장 닥친 문제는 아니지만, 미래에 학교와 교사도 존재 이유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게다가 만약 표준화된 교육과 평가, 표준화된 대학입시 체제가 유지된다면 국가 교육 시스템이 에듀테크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부는 우리의 현실이 이제 이러닝이 보편화되는 단계라서 인공지능 교육 상품이 학교를 대체하는 상황은 과도한 우려라고 말하겠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이제 정부가 에듀테크 상품을 구매할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그 상품을 구매하면 학생들은 무상으로 에듀테크 상품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22일부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를 주최했고, 전국 교육청이 이를 후원했다. 정부가 나서서 에듀테크 기업의 상품을 구매자인 교육청에 소개해 주는 시장(市場)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열린 박람회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이며, 이런 시장은 전국 및 지역 단위로 내년에 더 많이 열리게 될 것이다. 에듀테크 기업으로서는 정부가 상품을 사줄 뿐만 아니라 돈을 벌면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꽃길에 들어선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에듀테크 상품의 필요성은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상품의 효용성도 입증되지 않았으며, 누구를 대상으로 누가 활용하는지도 아직 모른다는 점이다. 에듀테크 상품이 될 학생 개인별 맞춤형 학습 시스템과 학습 콘텐츠가 사이버 학교, EBS 강의, 기존의 온라인 공동 수업 플랫폼, 학교 정규 수업과 활동, 학교 행정 시스템(NEIS)과 어떻게 결합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교사 대부분은 어떤 상품이 있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지, 업무는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이 추가되는지 모를 개연성이 크다. 학생은 무엇을 하고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학생에게 맡겨서 자율적으로 배우고 활동하고 기록할지 아니면 교사가 옆에 붙어서 하나씩 챙길지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에듀테크 상품이 학교에 도입되면 교사의 업무는 당연히 더 늘어난다. 기존 업무가 줄지 않고 새 업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교육과정과 2028학년도 대입의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현실적으로는 에듀테크보다 학교 현장에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 사안들이다. 자사고 확대 정책처럼 혼란과 파열에 이르지 않으려면 매우 힘든 정책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에듀테크를 공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와서, 지금부터라도 정책을 정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러닝, 메타버스, 스마트스쿨 & 기자재, 디지털 영어, 평생교육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교육산업이 기존 학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에듀테크 기업이 만든 학생 개인맞춤형 온라인 강의, 학습 단원별 평가와 추수 지도, 학생 상담과 대학입시, 학생 활동과 동아리 활동 관련 상품이 학교에 들어왔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1) 학교 교육이 완전히 달라진다.
2) 상품은 실행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3) 상품이 실행되지 않는다.
1)은 최상의 결과이고, 2)는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결과이며, 3)은 교사의 반발로 인해 에듀테크 거부 운동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세 선택지는 어떤 요인에 의해서 결정될까. 그 첫째는 학교 현장 즉 교사와 학생의 수용성이고, 둘째는 새로운 교육과정과 맞물린 2028 대입제도의 변화(특히 수능 응시영역 대폭 축소)이며, 셋째는 교사 증원과 재교육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조화롭게 갖추어지면 에듀테크는 학교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에듀테크 상품의 종류나 정부의 정책 추진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상품을 활용하여 기초학력 향상 및 창의성 계발이라는 효과를 내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려면, 교사와 학생의 동기(motivation)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상품을 활용하는 기술적 숙련도가 핵심이 아니므로, 교육청이 연수를 많이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기와 의지가 있을 때 연수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의 동기와 의지를 끌어낼 수단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교육부가 그것을 찾아서 에듀테크 상품과 함께 학교로 보내지 않으면 1)의 결과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행에 따라 교육청과 학교가 기초학력이 모자라는 학생에게 특정 제품을 쓰라고 하고 교사에게는 교육과 상담 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하면 당연히 2)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경우 에듀테크는 단순히 행정 업무만 늘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교사가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을 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교사가 학생 개인별 커리큘럼을 설계하여 맞춤형 학습을 하도록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므로 새롭게 배워야 하며, 필연적으로 교사의 업무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교사의 행정 업무가 완전히 사라지고 본연의 업무를 재조정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에듀테크 상품은 정상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 이보다는 교사 정원 확대가 차라리 쉽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정시가 확대되어 학교 교육이 수능에 얽매이게 되어도 마찬가지로 2)의 결과로 이어진다. 학교 정규 수업이 수능에 맞춰지면 에듀테크 상품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도입의 명분인 학생 맞춤형 교육과 창의성 계발도 사라지며, 상품은 상품의 수요자에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품은 실행되지만,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에듀테크 상품이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을 침해해서 교사의 존재 이유가 위협을 받으면 3)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에듀테크 도입 정책은 교원 정책과 커플링이 되어 있다. 교육부가 기재부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에듀테크 도입은 실패한 정책이 되고 대통령의 교육개혁은 말로만 그치는 공염불에 그친다. 에듀테크를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이 좋아지면, 그것은 현 정부의 역사적 치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교사 정원 감축을 멈추고, 교원을 더 고용하고 수능 응시영역을 축소하는 결정만이 에듀테크와 학교 교육이 상생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사람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극소수 기업가만 이롭게 하면, 다수 사람은 직업과 존재를 잃어버린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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