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특집] 모두를 위한 교육을 소망하며

by gyobasaNPO | 2022-09-26 10:50

너무 무섭고 외로웠구나! 이제 다시는 혼자두지 않을게, 콩아. (이준형, ‘강아지 콩이’ 中)

 

• “모든 학생의 성장을 믿는 책임 교육” (2022 서울시교육청 중등 기본학력 보장 지원 비전)
•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중등 기본학력 지원” (2022 서울시교육청 중등 기본학력 보장 지원 목표)

 

코로나 공백으로 인해 더 벌어진 학력 격차는 최근 학교 현장의 중점 이슈 중 하나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를 시작, 기초학력 향상에 대한 책무성 강화에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 학교에서 여러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글쓴이의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학력 격차의 현황, 학습 부진의 원인,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력과 애로사항, 개선되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코로나보다 더 큰 위기

 

올해부터 전면 대면 수업이 가능해졌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썰렁했던 학교가 아이들의 목소리, 웃음소리로 가득 찼을 때의 감동이란! 선생님들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더 아끼고, 더 열심히 가르쳐야지.’, 아이들은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지.’ 결심하며 신학년의 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누적된 학습 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우리 학교는 3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한 과목 이상 학습 부진인 학생 비율이 약 25%! 코로나로 인한 학습 공백과 학습 격차를 실감했다. 선생님들은 손발을 걷어붙이고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왜 공부를 못할까?

 

기초학력 책임지도 다중지원팀 첫 모임. 아이들의 명단을 가운데 펼쳐 놓고 기초학력 담당 부장, 진로상담 부장, 기초학력 담당 교사, 국어·영어·수학 교사, 전문 상담사가 둘러앉아 학습 부진의 원인을 찾았다. 보통 경제적 환경이 열악할수록 학습 부진률이 높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학습 부진 학생 중, 교육복지 대상 학생 비율은 14.2%였다. 오히려 심리정서적 요인으로 인한 학습 부진 학생이 상당수이며 그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엑스레이, MRI, 초음파 검사 등으로 신체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후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학습 부진을 해소하는 것도 이와 같다. 기초학력 진단 검사는 하나의 방법일 뿐, 타고난 지능, 성향, 후천적 장애, 환경, 특정 계기 등에 대해 최대한 꼼꼼하게, 한 명 한 명 살펴봐야 한다.

 

다음 이야기는 본교 학습 부진 학생 10명에 대한 것이다. 학생들의 아픈 부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이번 기회에 학습 부진 현황을 생생하게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더 많은 논의와 지원들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작성했다.

 

이 학생들을 본인이 1년 동안 가르친다고 가정하고 읽어봐 주시기 바란다.

⦁ A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자라면서 충분한 학습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것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교육복지 대상 학생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학습 보충, 1:1 맞춤형 상담 등을 성실히 받았고 꾸준하게 성적이 오르고 있다.

 

⦁ B는 초등학생이었을 때 지능검사에서 ‘언어이해영역(후천적 지능)’ 최하위 판정을 받은 이후 중학교에 와서는 각종 진단 검사들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 한부모 및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며 양육자가 정신과 치료 중이라 조부모가 주 양육자 역할을 하고 계신다. 조부모는 손주가 가여워 훈육을 못하신다. 초등학교에서 학원, 방과후수업 센터 등을 권유했으나 손주가 싫다고 하니 내버려두었다. 그 결과 중학교에 들어와 심각한 학습 부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본교는 조부모와 B를 적극 설득했고 현재 B는 복지관에서 한글 수업 등 보충 학습을 하고 있지만 누적된 학습 결손이 너무 커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많이 벅차다.

 

⦁ C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지만 부모 이혼 이후 조부모, 한 부모와 살고 있다. 양육자가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시키면서 가족 갈등이 깊어졌고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인다. 낮은 집중력으로 인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며 정서행동특성과 인터넷 과의존 검사에서 ‘주의’ 판정을 받았고 현재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 D는 정서행동특성 ‘관심군’이며 학업을 강요하는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다. 부모님은 학원도 보내고, 학교 방과후수업도 보내는 등, 아이의 학습에 적극적이신데, 아이는 정작 전혀 공부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E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학교의 기초학력 프로그램과 정규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한다. 그런데 이해력이 매우 떨어져 수업을 따라가는 속도가 급우들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중증 장애인인데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형제에게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어서 E는 혼자일 때가 많다.

 

⦁ F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으며 정서행동특성 ‘주의군’이다. 만성 우울증 약을 복용중이고 학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점심도 먹지 않고 학교에서 제공한 디벗(1인 1 테블릿)으로 일과 내내 그림만 그리다가 하교한다.

 

⦁ G는 화목한 가정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고 있다.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학교생활도 성실하다. 그런데 인터넷 과의존 검사에서 ‘관심군’ 판정을 받았다.

 

⦁ H는 ADHD와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다. 심한 인터넷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인다. 전 과목에서 심각한 학습 부진을 보여서 담임교사의 권유로 검사를 실시했고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았다. 특수교육지원대상이지만 본인과 부모님이 원치 않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 I는 초등학교때는 특수교육 대상자였는데, 일반 학교를 다니고 싶어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 조용하고 성실해서 학교생활은 잘해 보이나 언어 장애로 인한 의사소통능력 저하 때문에 학습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읽기·듣기의 이해 활동은 무난하게 하는데, 쓰기·말하기의 표현 활동에서 많은 어려움을 보인다. 이로 인해 교우관계가 어렵고, 조별 활동, 발표 및 글쓰기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부모님께 종합심리검사를 부탁드렸는데 부모님께서 결과를 알려주지 않으셔서 학교에서는 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J는 모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한다. 그런데 성취도는 늘 E이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을 데려다 놓은 듯, 매사 바르고, 성실하다. 각종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고 가정 환경도 평범하다. ‘저렇게 열심인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필자에게는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학생이었다. 전문 상담사님께서 추가 검사를 의뢰하셨고 ‘청각 장애’ 판정을 받았다. 소리는 잘 듣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가? 지도의 한계점과 개선점은 무엇이 있을까?

 

10명의 대략적인 이야기만으로도 한 교실 안에 얼마나 다양한 수준, 배경, 성향, 동기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위에서 언급한 학생들에 대한 본교의 지원 현황과 개선을 위한 필자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A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학습 부진을 제도적 지원이 극복해준 사례이다. A는 자발적 성장 의지가 있는 학생이다. 학교의 여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 교육복지 예산, 기초학력 책임지도제 예산 등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보충·문화체험·상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경제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B는 집안 어른들에게 지지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누적된 학습 결손이 너무 커서 이제 시작한 복지관 수업으로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정규 수업 중에 B를 개별지도하기에는 급우들과의 학력 격차가 너무 크다. 별도의 보충수업 시간이 필요하다. 본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국어, 영어, 수학 방과후학교 무료 프로그램이 학년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B는 보충수업 기회를 거부하고 있다.
☞ B와 같이 누적된 실패의 경험을 통한 무기력증을 가진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취감을 통한 자존감 향상이다. 본교는 B에게 주 2회 2시간씩 1:1 학습 튜터 지원을 시작했다. 친구들 앞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던 B가 1:1 수업에서는 더듬거리며 글을 읽기 시작했다.
☞ 학습 자존감을 잃은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상대적인 서열 정보를 제공하는 규준 참조 피드백이나 성취기준과 비교하는 준거 참조 피드백 대신 자신의 과거 수행이나 기대에 비추어서 평가하는 자기 참고 피드백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참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중심 피드백」, 김선, 반재천
☞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은 학생이 하루하루 조금씩 작은 성취의 기쁨을 쌓아가도록 아이의 수준을 고려한 과제를 주고 다양한 비계(scaffolding)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C는 한부모 가정, 아빠와의 갈등, 인터넷 과의존이라는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심리적 불안감에 의한 집중력 저하가 학습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고 판단하여 현재 위 클래스에서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원예, 도자기, 음악치료, 방학중 개별 상담 등을 하고 있다.
☞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학습 부진을 일으킨 경우, 어떤 원인을 먼저 제거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 같은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 교과, 업무, 아이와의 관계 등에 따라 아이의 학습 부진 원인을 제각각 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종합심리검사(지능, 심리정서 등 다양한 상태를 파악)등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 전문적인 검사 도구들은 대부분 유료이다. 학부모가 비용을 지불할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검사비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필요하다.

 

D는 엄마와의 갈등 말고는 별다른 원인을 찾기 힘든 학생이다. 경제적 어려움도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하다. 엄마의 권유로 학원도 다니고 방과후학교 수업도 듣고있지만, 공부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 학습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었는데 본인이 의지를 상실한 학생들이 최근 종종 보인다. 심리정서적 요인이 학습부진을 일으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어 갑갑하다.
☞ 소아청소년 심리상담사, 청소년 전문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직접 섭외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교육청에서 인력풀을 구성하여 필요한 학교와 연계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는 사각지대 안에서 방치된 학생이다. 부모님은 장애를 가진 다른 형제를 돌보느라 E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신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교육복지 학습보충 프로그램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E는 이해가 느려 수업 시간에 친구들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본교에서는 교육복지 지원학생은 아니지만 E의 상황을 고려하여 방과후 기초학력 수업과 원예치료 프로그램 등의 심리정서 활동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E는 수시로 상담실에 와서 보드게임도 하고 선생님과 대화도 하며 지내고 있다.
☞ 맞춤형 심리정서 프로그램 지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E와 같이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정규 교과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한 명의 교과교사가 모든 학생들의 수준과 속도에 맞추어 진도를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경우, 도움이 필요한 학생 옆에 붙어서 개별 학습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협력강사 운영을 지원하고 있고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 협력강사를 활용한 1교실 2교사 제도가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인력풀 구축, 채용-관리 등에 대한 교원업무부담 감소, 협력강사 전문성 신장 교육 등의 과제들이 남아있다.

 

F는 중학교에 들어와 실시한 정서행동특성 검사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치료를 통해 심리정서적 문제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학업에는 관심이 없다.
☞ 특정 검사에서 주의 판정을 받은 경우,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적절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학습 부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적기에 받는 검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무리 무기력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들이 열정을 보이는 영역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시행된 디벗 사업으로 1학년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가 제공되었다. F는 그 기기를 가지고 하루종일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렸고 그 모습이 교사들에게 발견되었다. 학습 부진 학생이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 기초학력 책임지도의 목적은 단순히 국,영,수 등의 교과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잘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키워주고, 지속적인 성장을 스스로 도모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데 있다. 학습 부진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전에, 각각의 학생들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잘하는지 물어보자. D는 미술 전공을 목표로 미술 관련 동아리, 미술 관련 방과후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과의존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 G는 전문 상담사님과 인터넷 중독 치료를 위한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다. 하지만 G에게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G와 같이 인터넷 과의존 검사에서 ‘주의’가 나온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 과의존은 게임 중독, SNS 중독 등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하려면 어떤 유형인지, 왜 중독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때 상담자와 학생 간의 래포가 중요하다. 본교는 전문 상담사님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 G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 게임에 빠진 유형이다. 공부를 했을 때 느끼는 좌절감과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잊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한다. 앞의 사례에서도 언급했듯이 학업 성취에 대한 무리한 부담감이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과의 비교 또는 평균 점수 도달에 대한 기대 대신,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H와 I는 가장 심각한 유형의 학습 부진 학생들이다. 경계선 지능이라 중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집중력, 이해력, 암기력, 추론 능력 등이 모두 떨어진다. 게다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특수교육대상자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도 지속적인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두 학생 본인과 부모님 모두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와 특별 교육을 거부하고 있다.
☞ 특수교육대상자인데 정규교육을 받고 싶을 경우, 개별학습 도우미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미술치료, 언어치료를 위한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반 학교 중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학교에서 오전에는 특수학급에서 특별 수업을, 오후에는 정규학급에서 정규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자의식이 커지는 중학생들은 이런 특별 교육을 거부하기도 한다. H와 I의 경우는 부모님들까지 거부하고 계신다. 이런 경우, 학교에서 나서기가 어렵다.
☞ 손주가 가엽다는 이유로 적절한 훈육을 하지 못해 학습 공백을 오랜 시간 방치했던 B의 조부모, 자녀가 특수교육대상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H와 I의 부모와 같은 양육자들에게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학교, 학생, 학부모 3주체가 합심하여 이루어질 때 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학습 부진의 유형별 부모 교육 프로그램과 해당 학생의 부모님이 꼭 수강하시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J는 중학교 입학 후, 담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의 요청으로 받은 추가 검사에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일반적인 청각장애와 달리, 소리는 잘 듣지만 뇌로 연결되는 단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려웠다. 학생이 자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J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성향이 아니다. 뒤늦게 발견된 이 장애는 선행 사례를 찾기 어려워서 구체적으로 도와줄 방법에 대해 현재 본교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
☞ 본교는 J에게 협력강사(영어, 수학)를 지원하고, 수업 중 개별 도움을 주고 있다.
☞ J는 네 마디 이상의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뇌로 입력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타인의 말을 조금씩 끊어서 듣고 되새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 J는 방과후 기초학력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녹음한 파일을 가지고 네 마디씩 끊어서 듣고 받아적는 두뇌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J의 증상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정확한 원인이 발견되었다. 이런 학생들이 한두 명이랴! 학습 부진은 조기 발견이 될수록 원인의 해소가 쉽다. 중학교에 와서 이런 학생들이 발견되면 아무리 애를 써도 학습 공백을 메꾸고 기초 학업 역량을 키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정말 마음이 아프다. 공교육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어린 나이에 아이의 학습 준비 상태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2021년 기초학력 보장법, 2022년 교육부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이 나왔다. ‘한 아이를 한 마을이 키운다.’라는 말처럼, 모든 학생들이 교육 제도 안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머리와 마음을 모아보자.

 

“모두를 위한 교육, 불가능해 보이지만 공교육이 실현해야 할 공동의 목표로 삼고 한 걸음 한걸음 실현해 보자!”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8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