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9-09-04 13:45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시범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학점제가 정말 실현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교사의 업무 변화, 대학입시와 연계 부족, 학교 시설과 공간 부족, 학교 교육과 학교 밖 교육의 연결 부족도 장애이다.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가 학교 현장에 닿으려면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는 단순히 학생의 교과 선택권만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 – 대학입시 – 대학교육으로 이어지는 일체화된 교육개혁의 한 부분으로서, 학생이 각자의 소질과 관심에 따라 역량과 잠재력을 계발하는 학생 맞춤형 학교 교육과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정책이다. 학교 현장에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려면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필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추진하길 제안한다.1
1.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새로운 2025 교육과정을 만들어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교육부와 협의하자.
1.1. 지역이나 학교 여건에 따라 실제로 개설되어 이수하는 과목에는 차이가 있지만, 현재 일반고 학생들이 이수 가능한 과목 편제는 아래 표와 같다.

과거에는 특목고와 특성화고 학생이 전문교과를 이수했다면, 현재는 일반고 학생들도 특목고의 전문교과Ⅰ과 특성화고의 전문교과Ⅱ 뿐만 아니라, 대학 수준의 과목도 이수할 수 있다. 제도와 규정은 허용되어 있으나, 아직도 교원 수급, 시설, 교육과정, 학생 이동, 학교 밖 지원, 경직된 학교 문화 등 현실 여건은 미흡하다. 학생의 수요가 있고,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수업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다른 학교나 대학에 개설되어 있으며, 수업의 질 관리와 평가의 신뢰성을 점검하는 행정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 고교학점제 실현을 위해 교육부가 설정한 1단계 준비가 완료된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제 막 고교학점제 준비를 시작했다. 계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여전하지만, 과거와 달리 새로운 변화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2009 교육과정에서는 교육부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학교에 내려보냈고, 학교는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학교 자율과정 94단위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정부도, 교육청도, 대학입시도 학교의 자율권을 옥죄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방식대로 수능 위주에 맞춰 교과를 편성해야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시수를 둘러싼 1/n 구조가 공고했고, 새로운 수업을 개설할 교육청의 행정적·재정적 지원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5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서 교육청이 달라졌다. 교육자치 및 분권화, 교육부의 유·초·중등학교 업무 이관과 맞물려 교육청은 교육과정의 개설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별로 활용하지 않았던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서의 교육감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2015 교육과정은 교과 180단위(필수이수 94단위 + 학교 자율편성 86단위) + 창의적 체험활동 24단위, 총 204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교육감의 권한은 학교 자율편성 86단위에 해당하는 과목을 인가하는 권한이며, 고교학점제는 대개 학교 자율편성 86단위에 의해 실현된다. 공통과목은 모든 학교가 개설하고 모든 학생이 이수한다. 그러므로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고교학점제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교육과정 영역은 보통교과 선택과목(일반선택, 진로선택), 전문교과, 대학 선이수 과목이고, 이 과목들은 대부분 학교 자율편성 단위에 해당한다. 교육청이 나서서 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을 학교 안팎에서 최대한 개설한다면, 학교 자율편성 단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규교육과정 인가권이 교육청에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수업을 개설하는 실질적인 주체, 즉 고교학점제를 실현하는 주체도 학교와 교육청이다. 그러므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 때 교육청도 주체로 나서서 중앙정부와 동반자적 파트너십을 이루어야 새로운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018년 8월 17일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공지한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의 파트너는 시도교육청의 연합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한다.
1.2. 개별 교육청이 만들게 될 새로운 교육과정 시안의 기본적인 형태는 교육과정의 유연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학생이 204단위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었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연구진 시안처럼 192학점을 졸업 기준으로 하되, 최대 기준을 204학점을 넘어 214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점제를 시행하는 대학처럼,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는 졸업학점 기준을 설정하되 개별 학생이 졸업학점을 넘어 그 이상의 학점도 이수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는 뜻이다. 이때 필수 과목에 대한 대체 이수 과목도 개발하여 우회 경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점제 구현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 편제는 아래처럼 만들어질 수 있다.
2
2025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과 교육청 수준 교육과정으로 구성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공통교과 + 보통교과 선택과목 일반선택 + 진로선택A이고, 위 표 붉은 영역의 교육청 수준 교육과정은 대체 이수 과목 + 진로선택B + 전문교과 + 고교-대학 연계 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의 성격은 교과 융합학습, 진로 안내학습, 교과별 심화학습, 실생활 체험학습 등을 위한 과목으로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진로선택A는 기존 2015 교육과정의 진로선택 교과목 즉 국가가 정한 교과목이고, 진로선택B는 국가가 정한 교과목 외에 보통교과 범위 내 주제별 심화과목과 융합과목으로서 교사들이 별도로 교과를 구성하여 교육청의 인가(혹은 확인)를 얻은 과목을 말한다. 공통과목을 대체하는 대체 이수 과목은 중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공통과목 수준을 포괄한다. 대체 이수 과목은 과목의 성격에 따라 별도의 공통과목 학점으로 추가할 수 있다. 대체 이수 과목과 고교-대학 연계과목은 온라인교육과정과 오프라인교육과정을 결합하되, 특히 후자는 K-MOOC 등 기존 온라인 강좌를 활용하는 플립러닝 형태의 수업으로 운영한다. 전문교과Ⅰ과 전문교과Ⅱ는 기존 2015 교육과정 교과목과 같다. 다만 일반고 학생이 전문교과를 이수할 경우 현행처럼 진로선택과목에 포함하지 않고 전문교과를 이수한 것으로 표기한다. 일반고 학생들도 특목고의 전문교과를 전문교과로 이수할 수 있다. 전문교과와 고교-대학 연계과목의 이수학점은 10학점 이내로 설정해야 과열된 대입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이 교육과정 편제를 학생 관점에서 본다면 개별 학생이 이수하는 형태는 대개 아래와 같으며, 이 외에도 학생의 선택 유형은 역량과 진로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 홍길동: 공통과목 – 일반선택 – 진로선택A – 진로선택B – 전문교과Ⅰ
▪ 이몽룡: 공통과목 – 일반선택 – 진로선택A – 전문교과Ⅱ
▪ 성춘향: 공통과목 – 일반선택 – 진로선택A – 진로선택B – 전문교과Ⅰ- 고교대학연계과목
▪ 향단: 공통과목 – 대체 이수 과목 – 일반선택 – 진로선택A – 전문교과Ⅱ
▪ 방자: 공통과목 – 일반선택 – 진로선택A – 진로선택B
이 편제에서 어떤 개별 과목은 학교 교육과정, 학교간 공동 교육과정, 온라인교육과정으로 명확히 구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보통교과 공통과목은 단위 학교 내 교육과정으로 개설할 수 있다. 일반선택과목 및 진로선택A의 대부분도 개설된다. 단위 학교 교사만으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들은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A의 생활·교양(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 한문, 교양) 교과이거나, 진로선택A의 사회, 과학, 체육, 예술의 일부 과목으로서, 외부 강사를 활용하거나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 대체 이수 과목은 온라인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여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는 오프라인 수업방식을 혼합한다. 고교-대학 연계과목은 온라인교육과정에 학교 간 혹은 학교 내 오프라인 수업을 혼합하는 형태를 취한다.
▪ 진로선택B는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지만 다른 학교 학생도 수강할 수 있도록 열어 놓는 공동교육과정 과목이 될 수 있다.
▪ 전문교과Ⅰ은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지만 다른 학교 학생도 수강할 수 있는 공동교육과정이 될 수도 있다. 교육지원청에서 개설하는 토요일 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 일반고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전문교과Ⅱ는 특성화고로 이동하여 수업을 하는 방안과 대학이나 지역 사회시설을 지정하여 대체 이수하는 방안이 있다.
비록 이처럼 현실에서는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 개설할 수 있는 수업 형태는 이미 교육부가 2017년 11월 27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안)」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월 27일 발표한 ‘미래를 설계하는 고등학교’지원을 위한 「서울형 고교학점제 운영」추진 계획에서 ‘개방형선택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연합형, 거점형, 온라인형)을 운영한다고 밝혔으며, 연합형 선택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거점형 선택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온라인형 선택교육과정 운영 확대를 추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주문형 강좌,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경기꿈의대학>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실행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의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등 다른 교육청에서도 학교 간 협력교육과정,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연구학교·시범학교의 운영계획이나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로 발표한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운영계획은 오히려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고교학점제 도입 초기에는 우리의 대입 현실에 비춰볼 때 학생들의 교과 선택 폭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각 교육청은 앞에서 제안한 교육과정 편제에 따라 새로운 교육과정과 개설 과목을 설계할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국어 8과목, 사회 11과목, 도덕 3과목, 수학 9과목, 과학 13과목, 기술·가정/정보 8과목, 체육 4과목, 음악 3과목, 미술 3과목, 영어 9과목, 제2외국어 16과목, 한문 2과목, 교양 10과목에 연극 1과목까지 포함하면 총 100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일반고가 개설하는 과목은 대개 60개 내외 과목이므로 개설하지 못하는 과목이 40개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교육청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 때 먼저 국가교육과정에서 40개 정도의 과목을 학교 내에서 강사를 활용하거나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교육청 수준 교육과정(대체 이수 과목 + 진로선택B + 전문교과 + 고교-대학 연계과목)에서 실제로 개설 가능한 교과목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졸업 이수 학점이 192학점으로 줄어든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교과목의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개설할 교과목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체 교과목을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교육청의 다양한 교육과정 지원 정책들도 다시 재구조화하여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고교학점제의 성패는 교사들이 대체 이수 과목 + 진로선택B + 전문교과 + 고교-대학 연계과목에 해당하는 개별 교과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교육청은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업 모형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업 형태 공모제 제안은 이를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2.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국가가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운영하고, 교육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새로운 수업 모형을 만들자.
2.1. 온라인교육과정은 교사의 수업권과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고 수업의 완성도도 떨어져서 현재 학교 현장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수업의 모형도 불비(不備)하고, 수업의 질 관리도 미흡하여,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는 교육과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른바 ‘수포자’, ‘영포자’도 있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도 적지 않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기초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고교학점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그렇지 못한 학생도 모두 포괄해야 의미가 있지만, 기존 교육과정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없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뭔가 방안을 찾아보려고 해도 교사들의 시간은 제한적이고 차별로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태도는 냉랭하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대체 이수 교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그 교과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교사들이 소수 학생을 데리고 하는 개별화 수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이 방안은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과 만나게 된다. 대체 이수 과목을 온라인교육과정과 오프라인교육과정이 결합된 수업으로 규정한다면, 국가가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초 교과에 한해 중학교 수준부터 고등학교 공통과목까지 상세한 설명이 붙여진 다양한 수업들을 게시하고 동시에 관련된 학습자료도 그 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수업과 학습자료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체 이수 과목은 개별 학교에서 개설할 수밖에 없을 텐데, 온라인 학습플랫폼이 교사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BS가 수능 대비 문제풀이 수업과 함께 교과 수업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심각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은 정부의 개입 정도에 따라 국가 주도형과 현장 주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 주도형은 수능 대비를 위한 EBS방송 수업이 확장된 형태이고, 현장 주도형은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자발성을 활용하고 지원하는 형태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국가가 플랫폼을 구축하면 교사들이 수업과 학습자료를 올리는 현장 주도형이다. 현장 주도형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구축될 수 있다.
▪ 1단계: 유투버 교사를 장려하여 온라인 학습플랫폼으로 연결
▪ 2단계: 교육청 단위로 수업 강의 영상과 학습자료가 결합한 온라인 강좌 공모전을 개최하고, 이를 기초로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한 수업 모형을 개발
▪ 3단계: 개별 교육청이 인가한 온라인 수업과 학습자료를 국가가 운영하는 온라인 학습플랫폼으로 통합. 다른 방안으로는 국가가 구축하는 온라인 학습플랫폼은 수업들을 모아놓은 장터로 활용하고, 이 장터를 통해 교육청이 기존에 개설한 온라인강의시스템으로 들어와서 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음
▪ 4단계: ‘수강 신청, 수업 관리, 평가 및 기록’ 체제 구축하여 학생부와 연결하고 대체 교과 이수로 인정
물론 이 온라인 학습플랫폼에 선정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2.2. 만약 고교학점제를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에 고교-대학 연계과목을 포함할 경우, 다음의 네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 개별 고등학교 혹은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
나) 대교협의 UP를 활용
다) 교육청이 인가하고 대학이 개설한 계절학기 혹은 평생교육원 수업 이수
라) K-MOOC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결합
가)는 교사의 부담이 커지고, 나)는 학생부에 기재될 수 없으며, 다)는 가능하지만 교사의 수업 및 평가권과 연결되어 있고, 개설도 쉽지 않으며 학생이 대학으로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므로 고교-대학 연계과목은 대체 이수 과목처럼 온라인 공개 강의를 활용한 개별 학교 혹은 학교 간 공동 오프라인 수업 형태로 진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K-MOOC와 KOCW(Korea Open Course Ware) 등 국내외 온라인 강좌가 이미 있으므로 강의 동영상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교사는 K-MOOC 등 국내외 온라인 강좌를 활용하는 수업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심화 수업을 이수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지정된 온라인 수업을 듣고 토요일이나 방학 집중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지역, 학교, 교사의 능력 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교-대학 연계과목은 전문교과 이수 학점과 더불어 10학점 이내로 상한을 정해야 한다. 사실상 한 과목 정도를 이수할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평생교육이력철과 학생부가 연계된다면 행정적으로는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교육부도 2019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기본계획(2019. 2. 22)을 발표하면서 이래와 같이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K-MOOC 자체 신규 플랫폼 개발*(’20), 개인·기관이 강좌·교육콘텐츠 등을 개발하여 탑재·유통시킬 수 있는 “오픈마켓 기능” 도입(’21), 국민 접근성 제고를 위해 K-MOOC와 KOCW 플랫폼을 ’21년까지 통합하여 국내외 대학 등의 MOOC 플랫폼과 연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통합 K-MOOC 강좌를 일반계고 선택과목, 특성화고 직업 관련 과목으로 활용할 경우 학점으로 인정할 강좌선정, 평가방법 등은 시도교육청의 자체 지침에 따라 결정한다.
3. 학교(교사)의 역할과 책임, 학생과 학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재규정하고 이를 법률과 시행령 등에 반영하자.
3.1.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의 혁신을 지향하며, 혁신의 주체는 결국 교사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교권 침해 사례들은 전통적인 스승 개념의 교사가 이미 과거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 시대 학교 현실에 근거하여 새로운 교사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말이지만, 교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수업과 평가 전문가로 규정하자. 그렇다면 수업과 평가에 관련되지 않은 사항들은 교사의 업무가 아니어야 하며, 지금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업무 중에서 수업과 평가 관련 사항과 그렇지 않은 사항을 구별해야 한다. 다음은 어느 고등학교의 올해 교사별 업무 분장표이다. 여기에 담임으로서의 업무(학생부 기록, 학생 상담 등), 수업과 평가, 각종 공문 처리, 학교 시설 관리, 변화하는 교육청 사업 등의 업무는 제외되어 있다.

교사에게는 수업과 평가보다는 다른 업무가 더 많지만, 교사의 행정업무처리는 일상화되어서 이제는 고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현장의 교사들은 고교학점제를 실행하려면 교원의 업무가 줄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런데 교원 업무경감을 논의하면, 1) 교원 수를 늘리라는 주장 2) 교육청을 통해 내려오는 공문을 줄이자는 대책 정도가 거론된다. 1)의 주장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교원 수도 같이 줄여야 한다는 주장 앞에서 힘을 잃고, 2)의 대책은 말로만 할 뿐이다. 실제로 공문이 줄어들어서 교사가 수업과 평가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공문의 양을 교육청이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관념과 오랜 제도의 산물이다. 공문의 양은 교사 업무 부담을 무겁게 하지만, 교원 업무경감이라는 이슈의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문자 그대로 교원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 학교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줄이는 데 있다. 지금의 교사와 학교는 학부모 앞에서 학생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만약 학교가 학교 안에서만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면, 학교 앞 건널목을 잘 건너오는지 통학 지도에 나설 필요가 없다. 교문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교문 밖은 학생 개인이 책임지거나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학교가 학생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에서는 학교가 학생의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교원의 행정 업무경감은 학부모와 교사의 사회적 협약, 학교와 사회의 사회적 약속이다. 교사와 학교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는 데에서부터 교원 업무경감을 논의해야 한다. 공문을 줄이자는 대책은 지엽적이며, 교사와 행정 인력을 늘리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

법, 시행령, 지침, 규칙, 훈령 등 각종 규제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체제에서, 아래는 책임질 의무가 있고 위는 감사할 권리가 있다. 학교에게 많은 책임을 부여하려면 책임을 감당할 만큼의 지원을 하고,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면 역할과 책임을 줄이자. 교사의 책임이 줄어들면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왜 교사가 학생을 인솔하여 수학여행을 가고 있나. 그저 수학여행 기간만 정해주고 학생들이 알아서 다녀오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책임과 역할이란 이런 문제이다. 학생과 학부모도 교육 특히 의무교육체제에서 모두 면책되지는 않는다. 비록 지금은 수업과 평가권도 보장되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수업과 평가 외 교사에게 무슨 역할과 책임을 주고, 대신 어떤 권리를 인정할지 열린 광장에서 논의하자. 그리고 학생(학부모)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도 더불어 논의하자.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적어도 교육부와 교육청 스스로 정책과 업무를 평가하여 학교가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거둬들이고 철 지난 정책을 폐지해야 교사가 수업과 평가라는 본연의 업무에 시간을 쓸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뿌리를 내릴 토양은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자율성이다. 그래야 교사가 수업과 평가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3.2. 고교학점제가 작동하려면 수업과 평가 전문가로서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교사에게 행정 업무를 배제해야 하지만, 교사가 어쩔 수 없이 행정 업무를 해야 한다면 오랜 관행에 따라 “공평하게” 행정 업무를 분배하던 학교 문화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먼저 교육부나 교육청이 교사의 행정 업무와 교육행정직의 업무영역을 구분하고, 단위 학교에서는 이를 근거로 교사의 행정 업무를 모든 교사가 나누지 말고 일부 교사 군이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방안이다. 관리자 외 10-20%의 교사가 행정 업무를 전담하고 다른 교사들은 행정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며, 행정 업무전담 교사에게는 교과 시수를 줄이고 (대신 교과 내 다른 교사가 시수를 더하고), 행정직원도 붙여준다. 행정 전담교사는 매년 일정 인원을 교체하여 행정의 일관성과 수업의 전문성을 유지한다. 이와 함께 담임제도를 교과 지도교사제로 전환한다. 교무, 연구 등 행정 단위 부서를 행정전담부서로 통합하며, 교무실을 교과 중심으로 구성한다.
수업, 평가, 생활지도, 학교 행정이라는 기존 교사의 업무가 수업과 평가로 집중되려면, 업무를 줄이는 방안과 행정 전담인력 혹은 교사를 더 충원하는 방안이 있는데, 교사가 담당할 업무를 줄이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교사 업무를 줄이려면 학교의 자율권을 강화하고 교육청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교육청의 각종 규정과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법령과 규정에 기초하여 민원과 감사로부터 자유로워진 교사가 수업. 평가, 진학진로상담 전문가로의 역할 전환을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교사의 책임과 학생의 책임,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 교사의 자율권과 학생의 선택권을 재정립한다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새로운 학교 문화에서 싹이 올라 온다.
4. 과학고를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고로 전환하자.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역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학교의 수는 부족하지 않다. 이를 기회로 삼아 일부 학교를 새로운 성격의 학교로 전환하여 다양성을 확보해 보자. 기존 학교 개념에는 건물, 교사, 학생이 하나의 학교에만 전속되어 있다. 새로운 학교 개념은 건물, 교사, 학교의 전속 구조를 공유 구조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있다. 건물을 공유하거나, 학생을 공유하거나, 교사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란 이와 같은 새로운 학교 개념의 일환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교과교실제, 교과거점학교, 교과중점학교 등 기존의 정책도 고교학점제로 수렴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반고에서 하기 어려운 특정 교과 중심의 학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현재 과학고는 소수 학생만 다니지만 많은 과학고 학생(현역 및 재수생 포함)들은 일반고 학생처럼 수능을 준비한다. 과학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사교육을 통한 수학과 과학 선행학습을 해왔지만, 결국 대학입시 앞에서 일반 학생처럼 수능을 준비한다면 과학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소수를 위한 과학고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과학 연구자로 살아갈 학생이라면 영재고가 있고,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면 더 많이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과학고는 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하다. 모두를 위한 과학고가 되는 방법은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 것이다. 전속 학생이 없는 과학고가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과학고이다.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고가 된다면 과학고는 일반고가 개설하기 어려운 수학과 과학 수업을 다양한 형태로 개설하여 고교학점제 실현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과학고를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 일반고가 개설하기 어려운 실험 수업, 심화수업, 학생 주도로 진행하는 주제탐구형 수업을 개설하거나 제안 받아서 운영
▪ 일반고 교사가 과학고의 시설을 활용하거나, 일반고 교사와 과학고 교사의 협력 수업
▪ 과학고 교사가 여러 학교를 순환
▪ 새로운 수업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일반고로 전파
5. 내년 예산으로 가변형 교실과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자.
대개 고등학교 현장은 고교학점제를 다음 정부에서 사라질 현 정부의 공약성 사업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정부로부터 얻은 경험이 축적되어 정책의 지속성을 의심한다. 학교 현장의 의심을 신뢰로 바꾸려면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고등학교에 가변형 교실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 시설의 측면에서 고교학점제는 가변형 교실과 홈베이스의 역할을 할 학교 도서관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기존의 학교는 같은 크기의 교실에 같은 수의 학생을 넣고 같은 교과의 수업을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의 교과 선택에 따라 이수하는 과목이 달라지고, 과목이 달라지면 교실의 크기도 달라져야 한다. 여러 크기의 다양한 교실이 필요하다. 가변형 교실은 학교에 다양한 수업 공간을 만들어서 학생의 선택 상황을 시설 면에서 수용하게 해준다. 그리고 가변형 교실이 된다면 하나의 교과목에서도 다른 수업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100명이 하나의 공간에서 그야말로 진도를 나가는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소수가 모여서 토론형 수업을 할 수도 있다. 가변형 교실은 전통적인 반(班) 구분이 교과 중심의 반 구분으로 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학생의 교과선택권이 늘어나면 공강이 생기게 되고, 학생들은 어딘가에 공강 시간을 활용할 홈베이스가 필요하게 된다. 도서관이 이 홈베이스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운 도서관은 과거 조용히 책을 읽는 독서실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흡수하고 토론하며 생산하고 제작하는 공간이다. 고등학교가 가변형 교실과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을 1층 중앙 현관에 만들게 된다면, 교사와 학생은 고교학점제가 가져올 새로운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6.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
6.1. 새로운 교원 양성체제와 임용 제도가 필요하다. 여러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수업 전문가, 학생의 교과 선택을 도와주는 수업 및 진학 상담자로 교사의 역할을 정립하려면 17개 지역 단위로 사범대의 규모와 교육과정을 전면 재설계하여 교원 양성방식을 혁신하고, 시험 점수 위주의 임용 방식에서 수업 설계능력, 평가, 진로진학 상담 능력 위주의 다면적 평가라는 새로운 임용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매우 거대하다. 전국 사범대 학부 통폐합, 사범대의 교육대학원 전환, 사범대 학부의 광역화 및 컴퓨터 관련 새로운 전공 신설 등 무엇 하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정부가 나서서 사범대 통폐합을 추진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각 교육청과 지역의 사범대 사이에 새로운 교원 양성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하자. 기존의 많은 사범대를 교사의 재교육을 위한 교육대학원으로 전환하여 각 교육청과 지역 단위 교육대학원의 연계 체제를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사범대는 학부에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교육대학원으로 전환하며, 학부를 유지하는 사범대는 교과 위주의 학과 벽을 허물고 융합적인 학사 구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야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가진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유연한 토대가 만들어지고, 사범대의 교육에 맞춰 새로운 임용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새로운 임용 방식은 교과 지식을 넘어서 교사로서 수행할 실무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사범대 정원을 대폭 축소한다면 교사는 교육청에서 선발하고 3년 정도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 시보로서 경험을 쌓고 재평가를 거쳐 학교에 임용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그리고 교사는 학교 현장과 교육대학원을 주기적으로 순환하면서 전문가로서 역량을 길러가게 된다. 그런데 이 일을 누가 시작할 수 있을까.
6.2. 성취평가제, 고입 체제, 고교유형, 대학입시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난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는 여전히 중장기 계획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877/
Copyright ©2026 교육을바꾸는사람들 unless otherwise no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