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학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숙제정책 제안

by slowalk | 2019-07-17 10:58

학교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학교교육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외에 방과후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기능도 수행한다. 그런데도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에, 그리고 가정의 경제적 배경에 따라서 학력 수준의 차이는 줄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교육격차,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학기 중에는 모든 학생들이 규칙적으로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세밀한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의 경우 특별 지원을 통해 학력격차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간 학교를 나가지 않는 방학 동안에는 학생의 거주 지역에 따라 그리고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학력 유지 정도에 차이가 커지게 된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은 한 달 정도의 여름 방학과 두 달 정도의 겨울방학을 지내고 나면 다른 여건이 좋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이 급격하게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방학 동안의 학력 손실과 학력격차 심화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학력격차 유발과 관련하여 방학 대책이 관심을 끈 것은 상당히 많은 교육학 연구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1983년 미국 코넬대학교 헤이즈(Hayes) 교수와 그레더(Grether) 박사의 공동연구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중류계층과 저소득층 학생들 간의 국어와 수학 학력 수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약 7개월의 격차를 보이던 것이 4년 후 초등학교 6학년 때엔 2년 7개월의 격차로 확대되었다는 점, 학기 중에는 계층 간에 학력수준의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방학을 거치면서 격차가 커진다는 점, 그리고 4년 동안 4번의 여름방학이 학력격차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밝혔다. 자녀의 학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해외여행, 학력향상 캠프 등에 많은 비용을 들여 참여시키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 간의 격차가 그대로 다음 학기의 학력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후 미조리대 쿠퍼(Cooper) 교수는 2003년 연구를 통해 「여름방학 학력손실」(Summer Learning Loss)이라는 학술용어를 만들어 일반화시켰고, 미국 교육부에서도 학기 중 대책만으로는 학력격차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여 저소득층 자녀나 기본학력 부진학생들을 위해 여름학교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의 추진과 함께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긴 방학기간을 분산시키는 학기제 연구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9월에 학년도가 시작되며 7~8월 2개월 동안이 여름방학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도서관협회는 방학 중 학력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방학 중 학교도서관 개방 운동을 펼치면서 지역사회 주도의 독서캠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사교육 기회가 도시와 농촌 간에 크게 차이 나는 상황에서 방학으로 인한 학력격차의 심화 위험성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방학을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분위기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학력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방학과 학력을 연계시키는 순간 부담과 걱정이 더 커지는 이유이다.

 

물론, 방학은 ‘학교수업을 일정기간 쉬는 일’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처럼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기간이다. 학기 중에 하지 못한 취미활동을 하거나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규칙적인 학교생활은 쉬지만 배움을 쉬는 시간은 아니다. 자율적인 생활태도와 자기주도 학습을 실천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학력 면에서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방학 기간 동안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예습과 복습을 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서 취미활동을 하거나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방학으로 인한 학력손실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방학숙제가 국가수준에서 제시되었었다. 일제시대부터 초·중학생들에게 방학책이 무료 배부되었으며, 방학책에는 매일 매일 공부할 과제가 제시되어 있었다. 초등학생용은 탐구생활로 그리고 중학생용은 방학생활로 제시되었으나, 1997년 부교재 채택 비리와 관련하여 부교재 사용 전면 금지와 함께 사라졌다. 그때부터 방학숙제는 자율화되었으며, 교육방송에서 방학생활 책자와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구입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숙제로 초등학교의 경우 일기쓰기, 독후감 등이, 중학교의 경우 영어단어 예습, 한자쓰기, 수학 문제풀이 등이 제시되었지만 현재는 방학숙제가 거의 사라진 편이다. 현재 우리의 학교교육에서 방학숙제뿐만 아니라 학기 중 숙제도 거의 사라졌다.

 

외국의 경우 학교 숙제는 국가 교육정책이나 학교 교육계획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숙제는 한정된 수업시간을 보완해 줄 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교육책임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숙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방과후에 숙제를 도와주는 ‘숙제 학교’를 모든 학교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숙제를 통해 학습 보충을 할 수 있고, 능력에 따른 숙제지도를 통해 교육평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교육부는 ‘자녀의 숙제지도’(Helping Your Child with Homework)라는 26쪽짜리 소책자를 발간하여 보급하고, 홈페이지에도 탑재하고 있다(https://www2.ed.gov/parents/academic/help/homework/homework.pdf). 여기에는 대표적인 자기주도 학습 유형인 숙제가 복습이나 예습을 통해 학교수업의 질을 높여주고 나아가 학업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크다는 각종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숙제는 학생들의 학습 책임감과 자기관리능력 등 좋은 학습태도를 배양시키며, 학교와 가정 간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사는 좋은 숙제의 조건, 적정 분량, 숙제 부여 빈도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준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미제출할 경우 부모님께 통보하는 등의 대책에 대해서 충분하게 설명해 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숙제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경우 단순하게 평가하여 점수만 주는 것보다 성적 향상에 훨씬 효과가 크며, 숙제검사 시 오류 확인 및 개별 지도하기, 특별히 잘 한 것에 대하여 칭찬하기 등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부모는 숙제를 통해 자녀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숙제하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고, 숙제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는 선생님과 상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구와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각각의 숙제정책이 제시되어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하루에 부여할 수 있는 숙제의 분량, 주당 숙제 빈도, 미완성할 경우 대책, 숙제기록장 확인 요령, 교사와 학부모의 피드백 방법 등이 담겨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당 평균 숙제 빈도는 초등학생 3∼4회, 중학생 4회, 고등학생 4∼5회였고, 주말에는 숙제가 없었다. 또한 1일 평균 숙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초등학생 40분, 중학생 70분, 고등학생 100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숙제분량 기준을 보면 학년당 10분씩 증가하는 방식으로 초등 1학년은 10분, 6학년은 60분, 9학년은 90분과 같이 학년수에 10분을 곱한 것과 같은데, 이러한 기준이 권장되는 이유는 매일 일정량의 숙제 제시가 효과적이며, 과도한 숙제는 학력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형식적인 숙제하기나 숙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숙제를 자기주도 학습과 정규수업에 밀접하게 연계시키고 있는 미국 등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초·중학생들의 경우 방과후 교육활동과 학원수강 부담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리고 고등학생들의 경우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으로 숙제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아 거의 사라졌다. 더욱 문제가 큰 것은 내신성적에 반영하기 위해 제출 여부가 중시되는 수행평가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정규수업과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숙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는 숙제가 사라지고 특정시기엔 너무 많은 숙제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진정한 의미의 숙제가 공교육에서는 사라진 반면, 사교육 시장에서는 숙제를 책임지는 교육의 모습으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면서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학숙제가 사라진 현상을 기초로 학기 중 숙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숙제를 없앴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것은 비교육적인 변명일 수도 있다. 이제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숙제정책을 새롭게 마련하여 학교수업과 자기주도 학습을 연계시킬 수 있고, 제대로 된 숙제제도를 통해 공교육에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학교교육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여름방학 직전의 시기이다. 교육행정기관에서는 방학이 학력격차의 큰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지역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적정 분량의 숙제를 제시하고, 학교 도서관 등 시설을 개방하거나 지역의 도서관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가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자녀와 함께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Cooper, H. (2003). Summer Learning Loss: The Problem and Some Solutions (EDO-PS-03-5). ERIC Digest. Champaign, IL: ERIC Clearinghouse on Elementary and Early Childhood Education. https://files.eric.ed.gov/fulltext/ED475391.pdf
Hayes, D. P., & Grether, J. (1983). The school year and vacations: When do students learn? Cornell Journal of Social Relations, 17(1), 56-71. https://eric.ed.gov/?id=ED037322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