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3차원 수업의 이해와 학력에 대한 교육감·교사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

by gyobasaNPO | 2022-07-20 17:56

목차
1. ‘학력 = 표준화 시험 성적’이란 학력관의 위험성
2.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
3.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개념적 이해·지식
4.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3차원 수업
5. 3차원 수업의 구현 방법 예시
6.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방향, 모두가 주목해야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9명,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8명 당선되었다. 그 이전에 진보 성향 교육감 14명과 보수 성향 교육감 3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보수 교육감들의 수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보수 교육감들은 대체로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했던 혁신학교가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고 비판했고 앞으로 기초학력진단을 전수 평가로 전환하고 심지어 어떤 교육감은 과목별 도달, 미도달 대신에 과목별 문항의 정오답을 표기하겠다고까지 한다. 이처럼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평가 강화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까지도 ‘학력 신장’을 이유로 평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진단 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학교 간, 교육청 간의 성적 경쟁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적시 피드백이나 보정교육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 그리고 ‘학력 신장’이 표준화 시험 성적의 향상만을 의미하는 좁은 의미의 학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력 신장’을 강조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시험을 보고 나면 잊혀지는 학력을 학력이라 부르면서 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런 학력은 뒤에서 소개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깊이 있는 학습’ 혹은 ‘개념적 지식’(☞ <도표 3> 2차원-3차원 수업 요소 비교)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개념적 지식은 ‘영속적 이해’(enduring understanding)라 불릴 만큼 오래 기억되고 전이가 가능한 지식이자 학력이다.

 

일부 교육감들의 교육관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은 지난 지방선거 때 관할 직할시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자 수가 감소했다며 수월성 교육 강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조차도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는 발언을 통해 학교 교육의 초점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에 둬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니, 이제 한국 사회는 ‘학력(學力)이란 무엇인가?’,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대토론이라도 별여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을 맞았다. 교육감들의 학력관과 교육관이 21세기 시대변화에 맞고, 학력을 인지적 능력의 일부만 측정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로만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 ‘학력 = 표준화 시험 성적’이란 학력관의 위험성

 

여기서 학력이 무엇인지를 길게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학력 = 표준화 시험 성적’이란 학력관의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객관식 위주의 표준화 시험 성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이 아닌듯한 선택지를 제외하고 답을 고르는 방식이라 깊은 이해 없이도 정답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험 성적을 중시하게 되면 답을 맞출 정도로만 공부하려는 성향을 키우게 되고 ‘학력 = 시험 성적’이란 잘못된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시험 성적을 강조하면 학생들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을 배우려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정작 정말 배울 가치가 높은 것은 표준화 시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다.

 

객관식 시험은 장점도 있지만 피상적 학습을 강화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피상적 학습은 암기에 의존하게 되고 학습이 재미가 없다. 따라서 시험 성적 위주의 학력을 강조하면 할수록 특히 하위권 아이들은 점점 더 학습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또 시험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게다가 객관식 시험을 통해 익힌 지식은 시험을 보고 나면 쉽게 잊혀진다. 이런 지식은 깊은 이해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활용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지식은 왜 배우는가?’나 ‘기초학력미달을 벗어나기 위한 학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배우고 나서 곧 잊혀지는 학습은 학생을 위한 학습이 아니다. 이는 기초학력미달 비율에 민감한 교육감과 학교, 더 나아가 교육부만을 위한 것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기초학력 향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보고 나면 곧 잊혀지는 기초학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오래 기억에 남고 활용이(즉 전이가) 가능한 기초학력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깊은 이해를 수반하는 ‘개념기반 학습’을 통해서 가능하다. 개념기반 수업의 평가 방식은 표준화된 기존의 학업성취도평가와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도표 1> 개념기반 수업 평가 예시(Stern et al., 2018)

평가

시기

평가 단계 예시
단원

도입 시

개별 개념에 대한 이해를 사전평가 “자신만의 언어로 ‘인간의 욕구’와 ‘거주지’를 정의하세요.”
몇 차시

수업 이후

개념적 관계에 대한 초기 이해를 측정 “인간의 욕구와 거주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여러분의 대답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를 제시하세요.”
단원의

마무리 직전

개념적 관계에 대한 이해를 전이하는 능력을 측정 학생들에게 새로운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정보(기사, 예시자료, 실험 결과 등)를 제공하고, 그 개념의 관점에서 예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현상을 설명하게 한다.

 

“인간의 욕구와 거주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시나리오의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 상황에서 X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간의 욕구와 거주지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주었습니까?”

단원

종료 시

(총괄평가)

개념적 관계에 대한 이해의 전이와 깊이를 측정 학생들에게 새로운 상황에 대하 몇 가지 정보(기사, 예시자료, 실험 결과 등)를 제공하고, 그 개념의 관점에서 예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현상을 설명하게 한다.

루브릭을 사용하여 학생의 수행을 평가한다.

단원

종료 시

(성찰)

이해와 성장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측정 학생들에게 루브릭을 사용하여 자신의 이해를 평가하도록 한다.

 

“여러분들의 이해가 루브릭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성찰문을 쓰고, 왜 그곳에 해당하는지 자신의 활동으로부터 증거를 찾아 답변하세요. 그리고 단원 전체에 걸쳐 어떻게 이해가 발전되었는지를 설명하세요.”

*번역은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임유나 외, 박영 story, 2022) 참조함.

 

위 도표에서 보듯이 개념기반 수업의 평가방식을 보면 루브릭을 위한 평가나 수행평가가 주를 이룬다. 평가가 수업의 일부라는 것도 잘 알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개념기반 수업을 강조한다고 해서 당장 기존의 수업 방식이나 평가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수업과 평가가 가능한 교육을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 삼고 10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교 현장에서부터 깊은 이해를 위한 수업이나 평가 노하우를 축적해 가야 하고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 현재 교과서의 단원 수도 대폭 줄여야 한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 방식으로는 깊이 있는 이해나 학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넓게’보다는 ‘깊게’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의 시험 문제 유형을 논서술형으로 바꾸고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교육감들의 학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학력은 표준화 시험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포함한다.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능력·성향을 갖추는 것, 함께 협력해서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 개인과 사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 사회성·감성을 키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등도 학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교육감·교사들에게 부탁드릴 것이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발견하고 보정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을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이다. 기초학력진단검사나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고 기초학력미달로 떨어진 학생을 확인하고 보정하는 접근은 낡고 효과적이지 못한 방식이다. 이는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접근이이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세계의 주요국들은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정하는 방법 대신 수업 중 상시적인 진단평가와 형성평가를 통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 발견하고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3단계 층위별 개입과 지도를 하는 소위 ‘개입반응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1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채택할 경우 기존의 기초학력진단평가는 필요 없게 된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교과별 학업성취의 추이를 파악하고 교육과정의 교육목표 도달 여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많은 교육감들이 기초학력진단검사를 통해 학습부진 아동을 발견하려는 접근을 하고 있으나 이는 RTI로 전면 대체될 필요가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더 효과적인 새로운 길을 개척하길 바란다.

또한 교육 변화에 대한 거시적, 미래지향적 시야를 가져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 제시하고 있는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일부 교육감·교사들처럼 기초학력진단평가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통해 학력 미달 학생을 선별하고 보정하려는 것에만 매몰되어 21세기가 요구하는 진정한 학력을 등한시한다면 이는 근시안적이고 시대착오적이지 아닐 수 없다. 교육감·교사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깊이 있는 학습과 개념적 이해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2030년 즈음의 일간 신문에 “표준화 시험, 막을 내리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는 날이 올 수 있게 힘써야 한다.

 

 

2.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

 

앞서 언급했듯이 선거 중 관할 직할시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자 수가 감소했다며 수월성 교육 강화 방침을 밝힌 교육감이 있다. 이 교육감은 관할 직할시에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월성 교육의 추진은 문제가 많다. 이런 교육관에 따르면 좋은 학교는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가 된다. 안 그래도 한국 대부분의 중고교들은 상위권 위주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위권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에는 소홀한 면이 크고, 이는 차별과 격차의 심화로 이어진다. 수월성 교육이란 특목고, 자사고를 많이 만들어 상위권 아이들을 서울대에 많이 합격시키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그런 역할에만 매몰된다면 학교는 학원과 다를 것이 없다. 학교가 추구해야 할 수월성 교육은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워주는 것에 초점을 두는 교육이다. 상위권 학생 위주의 수월성 교육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야만적인 차별이며 불평등한 교육이다. 학생 각자가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최선의 자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진정한 수월성 교육이다.

 

 

3.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개념적 이해·지식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금과 매우 다른 학력관을 강조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관한 공청회 자료집과 총론 주요사항(시안)에는 아래와 같이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각 학문 영역의 기초 지식을 단편 지식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는 ‘개념적 이해’가 강조되어야 한다. 요컨대 2015 교육과정에서 추진하였던 각 교과의 핵심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강조될 필요가 있다.” (황규호, 공청회 자료집 10쪽)

 

“OECD가 소개하는 교육과정 과부하 문제 대응 전략은 (중략) (4) 배정된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과목이나 주제들이 다루어지지 않도록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 또는 ‘빅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추기  (중략) 등이다.” (황규호, 공청회 자료집 12쪽)

 

“(중략)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교육의 강조점을 도출하기 위해 교과교육과 역량교육의 관계에 대한 논의, 학습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 역량의 특성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 제시한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교육의 강조점은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 학습에 대한 학습이다.첫째, ‘깊이 있는 학습’은 학습자가 학습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 확장, 실천할 수 있도록 소수의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 교육 내용은 사실, 개념, 일반화/원리, 아이디어의 관계성을 포함하여 구조를 드러내어야 하며  학습자가 교과 고유의 탐구 과정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교과 관련 가치 및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온정덕, 공청회 자료집 69-70쪽)

 

또한 내용 체계에서는 아래와 같이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역량의 함양과 전이가 가능한 개념적 지식의 습득을 위해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는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세 차원으로 구성되며  교과별로 구현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음. 하지만 세 차원으로 구현되는 학습 내용에 초점을 부여하기 위해서 우선 교과의 본질과 얼개를 드러내는  핵심 아이디어(빅 아이디어)를 선정해야  함.” (온정덕, 공청회 자료집 73쪽)

 

<도표 2> 2015-2022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의 비교

구분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 체계 ‘영역’,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을 표로 전 교과 공통으로 동일하게 제시 교과별로 본질과 얼개를 드러내는 핵심 아이디어(빅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내용 체계표를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로 구성하되 교과별로 구현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음.
내용 요소는 일반화된 지식과 관련된 구체적인 학습 요소를 단어로 나열 지식·이해: 빅 아이디어를 해당 학년의 학습 내용과 결부된 일반화된 지식 형태로 구체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교과별로 제시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음.
기능을 영역별로 학교급 공통으로 나열식으로 제시 과정·기능: 교과 고유의 탐구 및 사고 과정과 기능을 명료화하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화되는 방식을 취함.
가치·태도: 교과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갖추길 기대하는 가치와 태도를 제시함.
성취 기준 영역을 대표하는 핵심개념별로 학년(군)별 내용과 기능을 정합한 문장 형태로 진술 •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 및 태도를 의미 있게 통합하여 진술함. 하지만, 각 차원별 진술 혹은 두 차원 이상을 통합하여 진술하는 것도 가능함.

• 영역의 층위에서 학년(군)별로 교과 학습 결과로써 학생이 할 수 있어야 할 진술문으로 제시함.

 

이상과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체계를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로 잡은 것은 심각한 하자2가 있긴 하지만 ‘이해’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블룸의 6단계 교육목표 분류에서 말하는 그런 낮은 차원의 ‘이해’가 아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체계에서 말하는 ‘이해’는 깊은 이해(deep understanding)를 말하며 이는 이해중심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영속적 이해’(enduring understanding)와 UbD(Understanding by Design)3와 개념기반교육과정에서 말하는 ‘빅 아이디어’(big idea)4를 말한다. 개념기반교육과정의 대가인 에릭슨과 래닝은 이런 깊은 이해를 일반론(generalization)(‘일반화된 지식’을 말함)이라 부른다.

 

 

4.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3차원 수업

 

전통적인 학교교육은 지식과 기능의 습득에 초점을 맞추는 2차원적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이런 교육 대신에 배운 지식을 활용 가능한 즉 전이 가능한 지식 교육으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는 낮은 차원의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과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의 습득에 머물지 말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의 습득을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지식과 기능과 같은 낮은 차원의 지식은 전이가 가능하지 않고 일반론(generalization)이나 원리(principle)와 같은 개념적 지식만이 전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식과 기능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적 지식(혹은 ‘이해’)이라는 차원을 하나 더 추가하고 있다. 즉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의 2차원에 머물던 수업에서 3차원 수업으로의 혁신을 하고자 한다.

 

<도표 3> 2차원-3차원 수업 요소 비교(Erickson et al., 2017)

왜 핵심개념과 빅 아이디어라는 3차원적 요소가 필요할까? 단적으로 말하면 ‘이해를 위한 지도’(Teaching for Understanding), ‘전이를 위한 지도’(Teaching for Transfer)를 통해 고등사고력을 함양케 하고 이를 통해 세상의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쓸모 있는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이 외에 3차원 수업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21세기에는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이를 다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2015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지식과 기능을 재료로 삼아 소수의 일반론 즉 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기억의 부담도 줄여 정보의 홍수 시대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식과 기능의 중요성이 결코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도 그렇게 되어 있듯이 인간의 뇌는 낮은 수준의 지식이 상위 수준의 지식과 상호작용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차원 수업에서도 지식과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이를 교육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깊은 이해나 개념적 지식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5. 3차원 수업의 구현 방법 예시

 

전통적인 교수·학습은 지식과 기능의 습득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에 ‘(깊은) 이해’(혹은 ‘일반화된 지식’)라는 차원을 하나 더 추가함으로써 3차원적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의 실제 구현 모습을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도표 4> 개념기반학습의 원리 – 사회과목(Stern et al., 2017)

위 도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북전쟁과 남부의 재건’이라는 제목(unit title)의 역사 교과서의 한 단원을 상상하면 좋을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학교교육은 하나의 주제(topic)에 속하는 사실적 지식들을 습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위 그림의 1-2층의 내용이 학습의 최종 목표(target)였던 것이다. 이런 접근으로 습득한 지식은 전이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겨우 표준화 시험을 보는 데만 유용한 쓸모없는 지식이다.

 

이상과 같이 개념적 이해를 중시하는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주어진 주제와 관련된 사실적 지식을 읽으며 이런 내용을 관통하는 개념(concept)을 여러 개 도출한다. 위의 경우라면 ‘자유, 갈등, 긴장’ 등이 그 예다. 개념이 도출되고 나면 이제 이렇게 도출된 복수의 개념을 적절한 동사를 사용해 문장의 형태로 엮음으로써 일반론(일반화된 지식)(generalization)을 도출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혈의 캔자스(Bleeding Kansas)’에 관한 이야기는 ‘자유’와 ‘갈등’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자유에 대한 정의는 집단이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인가?”, “사회적 갈등과 긴장은 언제 어떻게 야기되는가?”와 같은 교사의 다양한 안내 질문(guiding questions)이 제공되고 이에 따라 깊은 토론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일반론이 도출된다.

 

전통적 수업과 개념기반 수업지도의 차이는 매우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깊은 이해’라는 차원이 하나 더 추가되기 때문이다. 가령 “왜 미국 남북 전쟁에 대해서 가르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음처럼 다르다(Erickson et al., 2017).

 

사실적 지식과 기능 중심의 지도 교사 개념기반 지도 교사
“그래야 내 학생들이 노예제도에 관해서 북부와 남부가 어떤 다른 관점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 학생들이 한 국가 내의 전쟁은 자신들이 가진 믿음과 가치에 밑바탕을 둔 관점들이 충돌할 때 일어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념기반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깊은 이해를 중시하므로 기존의 2차원적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이해를 위한 부분이 추가되는 3차원 형식이 된다.

 

2차원 지식기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3차원 개념기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파악한다. 지리적 환경과 천연자원이 지역의 경제적 잠재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적 격차를 파악한다.

 

 

6.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방향, 모두가 주목해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이를 위한 수업지도(Teaching for Transfer)’를 위해 개념적 이해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을 강조한 나머지 ‘역량중심교육과정’이란 용어가 난무했었으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런 용어를 쏙 빼고 ‘역량의 함양’이란 용어로 대체한 것도 잘 한 일이다. 이는 질 높은 지식 교육, 즉 전이 가능한 지식(일반론, 빅 아이디어, 깊은 이해, 영속적 이해)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역량 교육과 질 높은 지식 교육은 그리 다르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질 높은 지식 교육을 통해 역량 교육을 완성하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시 맨 처음에 소개했던 교육감들의 진부한 학력관 얘기로 돌아가 보자.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에게 문제 풀이를 열심히 시켜 일시적으로 기초학력미달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깊이 있는 이해, 개념적 이해와는 거리가 먼 문제 풀이 활동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사실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과정, 기능)이다. 이는 전이가 되지 않는 쓸모가 작은 지식이며 양이 너무 많아 다 기억할 수도 없는 지식이다. 피상적 지식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깊은 이해를 한 것만이 학습자의 두뇌 속에 새로운 스키마(지식망, 지식 패턴)를 형성해 오래 기억되고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꺼내서 활용할 수 있다.

 

 

[참고 문헌]

 

• 교육부 (2021). 보도자료.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의 신구 대비표(2021년 11월 24일).
• 교육부 (2021). 2022 개정 총론 주요사항 마련을 위한 연구 공청회 자료집.
• 이찬승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와 수업지도’, 이런 면이 중시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와 수업지도’, 이런 면이 중시된다!


• Erickson et al., (2017). Concept-Based Curriculum and Instruction for the Thinking Classroom, 2nd Edition. Corwin Press.
• Stern et al. (2018). Tools for Teaching Conceptual Understanding: Designing Lessons and Assessments for Deep Learning. Elementary. Corwin Press.

 

각주

  1. 개입반응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 – ‘개입에 따른 반응기반 접근법’을 줄인 말이다. 학습과 행동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조기에 확인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층적 접근이며,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개입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인다.
  2. 내용체계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심각한 하자 – 3가지 차원의 내용이 범주와 균형이란 점에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지식·이해’의 ‘지식’은 내용교과의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를 의미하고, ‘과정·기능’은 과정교과의 절차적 지식을 의미한다. 사실적 지식을 ‘지식1’이라하고 절차적 지식을 ‘지식2’라고 칭한다면 현재의 내용체계는 ‘지식1·이해’, ‘지식2’, ‘가치·태도’가 된다. 매우 이상하지 않은가?! ‘이해’는 일반화(정확한 용어로는 일반론, 일반적 지식)를 의미하는데 ‘지식1’이나 ‘지식2’ 모두 이해(일반화)의 영역이 존재하며 이에 이르는 것을 학습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 그런데 현재의 내용체계는 ‘이해’를 ‘지식1’에 붙여 놓았다. 마치 ‘이해’는 내용교과의 사실적 지식에만 필요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심각한 체계 오류라고 생각된다. 개별 교과들이 이에 따라 성취기준을 만들고 수업계획을 짤 때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3. UbD(Understanding by Design) – 코스나 단원 설계를 위한 틀(framework)이자 프로세스(process)로서 ‘역순설계(Backward Design)’라고 부른다. 통상적인 설계(forward design)는 수업 활동을 먼저 개발하고 그 후 평가를 개발하지만 역순설계에서는 이와는 역으로 ‘학습목표 설정 → 학습목표 달성의 증거로서의 평가 설계 → 학습활동 개발’ 순이다. UbD는 Jay McTighe 와 Grant Wiggins가 개발하였다.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을 통해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하고 단원의 학습이 끝났을 때 이 질문에 학생들이 답하게 하는 형식이다. 학습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단원 설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한 교육과정을 이해중심교육과정이라고 부른다.
  4. 빅 아이디어’(big idea) – 수많은 혼란스러운 경험이나 분절적 사실들을 일반화·추상화한 핵심 아이디어(핵심개념)를 말한다. 이는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예를 들면 ‘물은 증발을 통해 사라진다’는 개별적 사실이고 ‘물의 순환(the water cycle)’은 수많은 개별적 사실들이 갖는 공통점을 추상적으로 의미화한 핵심개념(core concept)이다. 또한 뉴턴의 법칙,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역시 빅 아이디어이다. 이는 변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연구하고 움직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때의 ‘강력한’이 ‘big’이다. 빅 아이디어는 단어, 구, 문장의 형태로도 표현될 수 있다. 참고로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빅 아이디어(핵심개념 포함) 대신 ‘핵심 아이디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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